최근 범용가입자인증모듈(USIM: Universal Subscriber Identity Module) 개방과 관련해 USIM의 전면 개방과 소비자 주권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USIM 또는 SIM이란 사용자 인증을 목적으로 휴대전화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저장하는 모듈로 대개는 스마트카드 형태의 USIM카드로 제작된다. USIM카드는 휴대폰 고유번호인 ESN(Eletronic Serial Number)과 가입자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휴대폰에 USIM카드만 삽입하면 공기계였던 휴대폰이 사용이 가능한 휴대폰으로 바뀐다. USIM카드의 장점은 소비자가 단말기 종류나 통신사업자에 상관 없이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점과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줄어든다는 점으로 소비자 주권이 강화된다. 그외 글로벌로밍, 신용카드, 교통카드 등 다양한 기능에 활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휴대폰을 새로 구입하거나 휴대폰을 잃어버린 경우, 대리점을 통해서만 휴대폰 등록이 가능했다. ESN이나 주소록, SMS 등 등 각종 자료가 휴대폰 안에 내장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홈쇼핑으로 휴대폰을 살 때도 개통 후부터 배달 때까지 전화를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신분증을 대리점에 보내줘야 하므로 개인정보 노출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USIM을 이용한다면 휴대폰을 구입하고 자신의 USIM 카드를 삽입하는 순간부터 그 휴대폰을 자신의 휴대폰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옆사람의 휴대전화를 잠시 빌려서 자신의 USIM카드를 삽입해 자신의 휴대전화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USIM카드만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여러 대의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기분에 따라 골라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할인점이나 동네 수퍼마켓, 길거리 자판기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한 다음에 USIM 카드를 삽입해 사용하면 되므로 휴대폰 가입절차라는 것이 필요 없어진다. 대리점에 가서 각종 서류를 제출하고 인적사항을 기록하면서 개인정보를 유출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또한 SKT용이나 KTF용으로 판매되는 단말기라서 다른 이통사 가입자는 써보고 싶어도 쓸 수 없는 단말기 선택권의 박탈도 사라진다. 물론 휴대폰 교체주기가 빨라지거나 범죄에 악용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지만 모든 국민의 소비자 주권 확대라는 점에서 볼 때 USIM 전면 개방은 빨리 진행되어야 할 사항이다.
영국의 경우 보다폰(Vodafone)이 퀵폰(Quickphone)이라는 자판기 모델을 판매 중이고 모토롤라는 미국에서 인스턴트모토(Instantmoto) 자판기를 통해 휴대전화를 판매 중이다. 가격은 몇 만원 정도로 중간판매업자 수수료가 줄어들기 때문인지 대리점에서 사는 것보다 싼 편이다. 사람들이 자판기에서 휴대폰을 구입하고 SIM카드를 끼워 통화하기까지는 약 5분 밖에 안 걸리며 개통과 동시에 영국은 물론 유럽 전 지역에 전화를 걸 수 있다. 유럽 외에도 중국, 베트남 등 해외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USIM을 통해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넘겨준 상태다. 반면 한국은 USIM 개방을 미루고 있어 휴대폰 제조기술은 선진국이지만 이통사 서비스나 정책은 후진국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내 이통사가 USIM 개방을 꺼리는 이유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는 것에 비례하여 고객을 묶어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이통사는 자사 서비스 가입자끼리만 호환이 되거나 하나의 단말기에서만 USIM을 사용할 수 있게 잠금장치를 걸어놓았다. 가입자 및 단말기 주도권을 갖기 위한 욕심 때문에 잠금장치를 한 것인데, USIM의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단체와 정부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개방을 요구했고 올해 2008년부터 USIM 잠금이 해제되었다. 그러나 말만 해제일 뿐이며 실제로는 USIM의 장점을 살릴 수 없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한 이통사는 USIM을 교체해서 다른 단말기를 쓰려면 가입 후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또 다른 이통사는 최초 개통 후 2개월간 USIM 교환 사용을 막는 서비스가 자동 적용되며, 개통 이력이 없는 새 제품은 개통이 불가능하다. 구입 후 몇 분만에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 단말기를 빌려서 사용해볼 수 있는 USIM 단말기의 장점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의 개통방식보다 더 오래 기다리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외 A사 USIM카드를 B사 휴대폰에 사용할 경우 무선인터넷이나 SMS, 내려받은 게임 등을 사용할 수 없는 등 제약이 많다. 이처럼 국내의 USIM 잠금 해제는 말 뿐이며 여전히 후진국 수준의 정책을 펴고 있다.
당연히 소비자는 USIM의 전면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USIM이 전면 개방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자판기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해 USIM을 이용해 전화를 사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USIM 개방은 장기적으로 볼 때 이통사에게도 이득이다. 서비스와 품질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해외 업체와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이 길러지는 것이다. 따라서 어차피 개방할 것이라면 제대로 개방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넘겨주도록 하자. 이통사나 단말기 제조사는 서비스와 제품의 품질로 경쟁함으로써 경쟁력을 향상시키자. 당장의 작은 이익을 위해 꼼수를 부리지 말고 멀리 내다보고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 그렇게 USIM 전면 개방이 이루어질 때 소비자와 이통사가 윈윈(win-win)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