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의 1,100만 건 고객정보 유출사건이 일어나면서 국내 기업의 정보관리 시스템에 대한 허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국내 정유사의 IT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낙후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에 불과하다. 사실 지난 10년 동안 국내 정유사들은 경품을 주면서 기름 파는데만 정신을 팔았지 정유시스템 개선에는 매우 등한시 한 것이 사실이다.
생각해보라. 10년 전의 주유소풍경과 2008년의 주유소 풍경은 동일하다. 차가 오면 종업원이 기름 넣고 카드 받아가서 어디선가 긁고 온 다음에 볼펜으로 사인하게 한 다음에 영수증을 뜯어주는 시스템이 10년 내내 반복되고 있다.
반면 이미 1997년에 미국의 정유회사인 ExxonMobil은 자사의 고객들이 주유소에서 주유를 할 때 좀 더 빠르고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SpeedPass를 개발했다. SpeedPass는 자동차 열쇠고리 모양으로 제작되었으며, 주유기의 리더기 부분에 고리를 대기만 하면 이미 등록된 고객의 신용카드를 통해 결제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이다.

신용카드로 결제되는 순간 휴대폰 SMS알리미 서비스가 자동으로 결제사실을 알려주는 시대이며 자동차를 운전한 상태로 지나가도 고속도로 통행료가 결제되는 시대다. 그런데 왜 주유소는 아직도 내 신용카드를 가지고 어디론가 들고가는 것일까? 주유소에서 마음만 먹는다면 내 신용카드를 복제하거나 신용카드 정보를 빼낼 수 있다. 무엇보다 왔다갔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카드전표 가져오고 사인하고 떼어내서 건네주고. 운전자는 카드 영수증 챙겨서 지갑에 넣느라고 정신 없고.
엑손모빌의 스피드패스는 10년 전의 유물이다. 주유기마다 리더기를 붙이지는 못하더라도 이동형 리더기 한 대 가지고 다니면서 정유사제휴 신용카드를 비접촉식으로 대기만 해도 바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이미 일상풍경이어야 할 시점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주유소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은 풍경이다. IT강국이라는 한국의 주유소 모습은 여전히 마그네틱 시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수 천 만 장의 정유사 제휴 카드를 남발하면서 가입 선물로 유혹하고 TV광고에 쏟아붇는 1년 마케팅 비용의 일부만 투자해도 운전자들은 좀더 편하고 빠르고 기분 좋게 주유하고 결제를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정유사가 진정으로 고객을 편하게 하려는 생각을 조금만 가지고 있어도 교통카드로 버스요금 지불하는 것처럼 우리는 차 안에서 편하게 요금을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하이패스처럼 카드를 꺼내서 댈 필요도 없이 그냥 주유만 하고 출발해도 자동으로 결제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유사들이 IT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수 천 만 운전자들이 좀더 행복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