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홍보실에서 근무하는 38세의 한찬기가 창업을 결심하고 도움을 요청한 사람은 선배 김일수다. 일수가 자기와 같은 학교 동문 선배로 친한 까닭도 있지만, 자기보다 먼저 회사를 나와 창업한 선배이기 때문이다. 일수는 찬기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며 꽤 유능한 직원으로 촉망받았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면서 30대 중반에 회사를 나가 정보제공업을 하는 인터넷 벤처기업을 공동 창업했다. 이후 몇 차례 더 회사를 창업하거나 옮기더니 마흔이 넘은 후에는 벤처회사가 아닌 1인기업을 시작했다. 1인기업인 일수가 하는 일은 마케팅 관련 컨설팅과 강의, 교육, 저술 활동으로, 억대 연봉을 훨씬 넘는 소득을 올리고 있어 후배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찬기가 창업을 결심하고 일수에게 가장 먼저 연락한 일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일수는 찬기의 연락에 흔쾌히 만남을 약속했는데, 약속 장소는 시내가 아닌 관악산 입구였다. 일수는 찬기에게 등산할 준비를 하고 나오라고 했다.
‘거참, 이상하네. 왜 약속장소를 산으로 정했지? 시내가 마음에 안 들면 골프장이나 경기도권의 조용한 식당도 많은데…….’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일수가 하라는 대로 등산장비를 갖추고 나온 찬기는 서울대 오른쪽 입구의 일주문 앞에서 일수를 만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일요일이라 산 입구는 사람들로 복잡했다. 찬기 일행은 지금부터 산을 오르려고 했지만 새벽산행을 한 팀은 벌써 하산 중이었다.
무더위가 한창인 시기에 산을 오르는 것은 힘이 들면서도 상쾌한 일이다. 일수가 찬기와 관악산을 오른 지 반시간도 지나지 않았지만 등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구르기 시작했다. 걷기만 하기가 지루했는지 찬기가 말을 꺼냈다.
“선배님, 오늘 등산을 함께 하면 창업에 대한 도움말을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죠.”
“창업에 대한 도움말이면 시내에서 저녁을 하며 듣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은데, 등산을 함께 가자고 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일수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찬기를 바라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딱히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산을 오르내리는 일이 우리네 인생이나 창업과 비슷해서요. 식당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느낌이 좀 더 잘 올 것 같아서 등산을 하자고 한 겁니다.”
“등산과 인생이 비슷하고, 창업하고도 비슷하다니요?”
“자신의 인생과 목숨을 건다는 점에서 등산과 우리의 인생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첫 번째 고개도 어느 정도 올라왔으니 여기 앉아 잠시 쉬면서 이야기를 시작해 봅시다.”
일수는 바위를 골라 앉으며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조금 전에 두 사람이 지나온 길을 수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찬기 씨, 등산에서 행복과 불행의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요?”
“네? 등산에서 행복과 불행의 기준이요? 글쎄요.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정상 정복을 했느냐 못했느냐가 아닐까요?”
“그럼, 창업에서 행복과 불행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요?”
“어, 그것도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창업에 성공해 많은 돈을 벌었느냐, 아니면 실패해 망했느냐가 아닐까요?”
찬기는 뜬금없는 질문에 잠시 당황했다. 그러자 일수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찬기 씨, 그럼 관악산과 에베레스트의 차이가 무엇인지는 알아요?”
“산이 다르죠. 에베레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높고 험한 산이잖아요.”
“그렇죠. 산이 다르죠. 사람들이 오르고자 하는 높이가 달라요. 마치 우리가 창업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매출의 목표가 다른 것처럼 말이죠.”
일수로부터 창업과 매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찬기는 귀를 쫑긋 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이에요. 관악산을 오르건 에베레스트를 오르건 산을 오를 때는 두 가지 기본 목표를 세우고 올라야 해요. 첫 번째는 산에 오를 때부터 하산이라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죠. 하루냐 한 달이냐 차이는 있지만 결국 하산을 해야 하거든요. 두 번째는 자기 발로 하산해야 한다는 겁니다. 산에 오른 사람이 하산하지 못했다거나 자기 발로 하산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 알죠?”
“사고를 당했다는 뜻이죠.”
“맞아요. 자기 발로 하산하지 못했다는 것은 죽거나 다쳤다는 이야기입니다. 더구나 산속에서 실종되면 아예 하산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죠.”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찬기는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인생과 사업도 그래요. 남의 손에 의해 삶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이야기는 살해당했다는 뜻이고, 남의 손에 의해 회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이야기는 회사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는 뜻입니다. 자신에게는 큰 불행이고 남은 가족과 지인에게는 비극이죠.”
“예. 듣고 보니 자기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라 남의 손에 의해 내려오는 일은 등산이나 인생, 사업에서 모두 불행한 일이네요.”
“오늘 아침에 우리는 연주암까지 올라갈 생각으로 등산을 시작했죠?”
“예. 그렇죠.”
“ 그런데 이 산에 오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연주암까지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저 밑에 있는 사람들을 보세요. 저분들은 아예 이 언덕길을 올라올 생각도 안 하잖아요. 입구에서 자리를 펴고 놀다가 집으로 갈 겁니다. 그리고 아마도 저기 올라오는 사람 중에 적지 않은 수는 이 언덕길을 넘어 적당한 계곡에서 점심을 먹고 쉬다 정상까지 올라갈 엄두가 안 나면 도로 하산할 겁니다. 그렇죠?”
“예. 그렇겠죠. 모두가 정상까지 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입구에서 놀다간 사람과 정상까지 올라간 사람 중에 누가 더 행복할까요?”
“음, 글쎄요.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요. 아무래도 정상까지 간 사람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그럼 입구에서 놀다 가거나 산 중턱까지만 올랐다가 집에 간 사람은 불행할까요?”
“그 사람들도 행복하지 않을까요? 산에 와서 편하게 즐기다 간 것이니까요?”
“그렇죠. 정상까지 등산한 사람이나 중간에 하산한 사람이나 모두 충분히 즐겁고 행복합니다. 그럼 이제 등산에서 행복과 불행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겠군요.”
찬기는 그제서야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자기 발로 하산했느냐 못했느냐의 차이 아닌가요?”
“맞아요. 이제 아까의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았군요. 그럼 창업 또는 사업에서 행복과 불행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겠군요.”
“본인의 손으로 마무리하느냐, 남의 손으로 정리되느냐의 차이를 말씀하시려는 거죠?”
“ 맞아요. 등산, 인생, 창업, 사업 무엇을 하건 자신의 손으로 시작하고 끝을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의 손에 의해 끝낸다는 것은 곧 불행을 뜻하죠. 그래서 등반의 첫 번째 원칙은 ‘산에 오른 사람은 반드시 자기 발로 내려와야 한다’는 겁니다. 인생과 창업의 첫 번째 원칙도 마찬가지죠.”
찬기는 이제 등산과 창업이 닮았다는 일수의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혹시, 에베레스트에 오른 사람 중에 몇 명이 끝내 하산하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는지 알아요?”
“아, 모르겠는데요. 몇 명이나 되는데요?”
“170 명이 넘습니다. 물론 훨씬 많은 사람이 동상과 부상으로 손발을 잃고 남의 손에 의해 하산해야 했고요. 에베레스트가 아닌 히말라야의 다른 산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욱 많아요. 하지만 이 숫자는 매년 사업에 실패해 자살하는 사람의 수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할 겁니다. 자살까지는 이르지 않더라도 하층민으로 전락해 힘들게 사는 사람의 수는 더욱 많고요. 더구나 이 불행과 비극의 고통을 가족과 주변 사람이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창업을 쉽게 봐서는 안 되죠.”

찬기는 일수의 말을 들으며 언제나 똑똑하고 자신감 넘친다고 자부했던 자신에 대해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신이 사업에 실패했을 때 닥칠 상황을 생각해 보니 끔찍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실패를 맛 본 적이 없고, 언제나 똑똑하고 자신감 넘치게 인생을 살아온 찬기다. 대기업의 촉망 받는 엘리트지만 월급쟁이에서 벗어나 멋지게 사장으로 성공하겠다는 야심찬 뜻을 품고 창업을 준비하려던 그의 머릿속은 갑자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낮은 한숨을 쉬면서 말을 꺼냈다.
“선배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제가 창업을 쉽게 생각하고 덤빈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럼 혹시 오늘 선배님이 제게 하고 싶으신 말씀은 창업을 포기하라는 것인가요?”
약간 움츠러든 찬기의 모습을 보면서 일수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하. 그건 아니고요. 찬기 씨의 창업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려는 겁니다.”
“창업력이요? 창업력이란 게 어떤 거죠? 리더십 같지는 않고……. 경영 능력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창업력은 오늘 종일 이야기할 주제이니 산을 오르면서 천천히 이야기합시다. 이제 내리막길이니 이야기하면서 내려가면 되겠네요.”
일수가 먼저 일어서 반대편으로 내려가기 시작하자 찬기도 일어나 일수의 뒤를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 이 글은 ≪창업력≫ 책 내용의 일부입니다. (김중태 지음. e비즈북스)
28세 창업 32세 후루룩~
39세 업종 전환 및 재창업..
한 번 읽어보고 싶은 느낌입니다.
신청하라고 할 때 신청할것을..^^
Mickey님: 10월부터 연말까지 IT문화원 행사가 많습니다. 그때는 신청해주세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