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때보다는 초등학교 때가 더 사교육비 부담
출산률 저하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현재 가장 큰 이유는 자녀교육에 대한 부담이다. 그리고 근본적인 원인은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는 한국 사회의 특성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과 공부 열풍은 문제점도 많이 만들지만 그로 인해 한국이 경제대국으로 발전했다는 점에서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가 경쟁사회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귀족교육이니 비싼 사학교가 존재한다. 따라서 경쟁 사회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이 나쁜 나라로 매도될 수도 없고, 그 자체만으로 출산 저하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한국의 출산 저하는 경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대처방안이 없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결과다.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 양육 환경에 대한 부담, 다양성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아이 낳기를 꺼리는 것이다. 따라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양육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5세 입학안은 현상을 반대로 보고 있는 대표적인 책상공론이다. 유치원은 유상교육이고, 초등학교는 무상교육이니 유치원을 1년 덜 다니면 1년만큼 유치원비가 절약된다는 발상은 너무 황당하다. 두뇌가 덜 자란 아이를 1년 일찍 학교에 보냈을 때 발생할 문제는 그야말로 너무 많아서 거론조차 할 수 없다. 그 문제는 제외하고 정부가 말하는 돈 문제만 따져보자.
유치원이 유상교육이기는 하지만 관인, 관립, 저소득층 지원 등으로 소득이 낮아도 유치원을 다닐 수 있는 길이 많다. 따라서 유치원비를 줄이고자 한다면 정부의 유치원비 보조를 늘리는 것이 바른 정책이다. 정부에 돈이 없어서 보조를 못 한다고 치자. 그래봐야 한 명 당 한 달에 20만 원(우리 동네 기준. 원비+준비물,야외학습비 등)이다.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초등학생 학원비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사교육비 부담이 유치원비 20만원x12달=240만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인식 자체가 우습다. 240만 원 줄이면 출산이 증가할 것이라면 아이 당 수 백 만 원의 출산지원금을 주는 지자체는 아이로 벌써 가득 찼을 것이다. 유치원을 다니는 것과 별개로 영어학원을 다니고 각종 학원을 다니기 때문에 사교육비가 문제가 되는 것이지 유치원비가 부담이 되어서 애를 안 낳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상식적인 부모라면 대부분 아는 사실 아닌가?
영어나 보습학원은 기본이다. 발표 못 하면 웅변학원 보내고, 미술점수 나쁘면 미술학원 보내다보니 아이들이 학원 몇 개를 뺑뺑이 돈다. 봉천동은 학원 열풍이 없는 곳이지만 그래도 학원 몇 개는 다닌다. 아내가 만난 아들 반의 학부모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부모는 넉넉치 않은 형편이라면서도 두 아이 학원비로 매 달 150만 원을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150만 원은 좀 심한 경우지만 그래도 몇 십 만원은 초등생 학원비로 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학원비 줄이는 정책이 사교육비 줄이는 정책
따라서 초등학교를 일찍 들어가면 사교육비 부담이 주는 것이 아니라 더 빨리 부담을 주는 꼴이 되고 만다. 유치원은 유상교육, 초등학교는 무상교육이라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다니 황당하다. 조금 후에는 중고등학교도 무상교육만 실시하면 사교육비 0원이 될 것이라고 정책 발표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해결책은 학원비를 줄이는 정책이어야 한다.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학원 수준의 교육을 절반 값 이하로 학교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면 된다. 학교 선생님이 보충학습으로 시간을 때우는 것이 아니라 실력 있는 외부강사를 초청해 보충학습을 받도록 해야 한다.
'학원 안 다니면 이상해요? 천만에, 학원 안 다녀 행복해요!'라는 글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 집 아이들은 학교성적과 관련된 학원은 한 번도 다닌 적이 없다. 보습, 영어, 미술, 웅변 등 각족 학원은 물론이고 방문교사 원어민 학습지 등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우리처럼 학원 안 보내고 버티기는 쉽지 않다. 주변 편견과도 싸워야 하지만 맞벌이인 경우는 학원이 자녀 안전과 친구관계, 예습 복습을 위한 안전판이기 때문이다.
육아 휴직 확대와 기업 내 탁아시설 확대가 근본적인 해결책
사교육비만큼 부담스러운 것은 아이 양육시설과 사회의 편견이다. 젖먹인다고 젖을 드러내면 욕하면서 수유실은 없는 곳이 한국이다. 임신하면 회사를 그만 두도록 종용하는 문화가 아직도 팽배하다. 출산휴가 등으로 회사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출산휴가도 다 못 쓰고 다시 출근해도 문제다. 젖이 불어도 근무 중에 젖을 짜낼 시간도 공간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 다니는 여성들이 경력 관리나 실제 육아환경 문제로 고민하다가 아이 낳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해결책은 MB정부가 늘 선망하는 선진국처럼 각종 복지정책과 시설을 늘려 우리도 선진화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파파 쿼터(PaPa's Quota)제의 도입이다. 노르웨이처럼 '아빠 육아휴직 의무화'를 법으로 정하면 여성이 좀더 부담을 덜 느끼며 아이를 낳을 것이다. 유럽국가 중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프랑스처럼 3년 동안 매달 40만원 씩 국가에서 보조를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선진국처럼 출산휴가 기간으로 1~3년은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석달은 아이만 낳으라는 소리다. 아이가 걸음마 하고 말로 어린이집에 가서 자신의 고충을 말할 수 있을 때까지는 부모가 아이를 돌봐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은 탁아소를 의무적으로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규모가 작은 기업도 수유실 정도는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이 정도 정책만 정부에서 시행한다면 출산률이 0.5 정도는 올라갈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러나 이런 정책을 한국 정부가 안 할 것이라는 점이 문제다. 정부에 예산이 없어서가 아니다. 내년에만 22조가 투입되는 4대강 예산을 보면 지금 내가 제안한 예산은 새발의 피다. 그러나 이번에도 장애인 예산을 비롯해 저소득층 근로사업 예산, 급식예산 등이 모두 삭감된 정부 정책으로 볼 때 교육에 예산을 투자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기업이라도 투자하게 해야 하는데, 친기업 정부인 MB 정부가 기업에 부담이 되는 출산휴가 확대 및 탁아실 의무 설치 등을 입법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정부가 선진국 정책 도입할 생각 없다면, 그냥 아무 소리 말고 가만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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