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카페'라는 이름이 상표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판결이 나왔는데, 이번 판결은 매우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결이다.
(1) 일반낱말은 상표 등록이 안되는 것이 상식
먼저 '카페'라는 낱말이 일반낱말이기 때문에 상표로 보호받지 못한다. 남들이 이메일을 쓸 때 A기업이 'A편지'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실시한 다음에 회사가 커지자 '편지'를 상표(서비스표)로 보호받겠다고 할 경우 당연히 보호받지 못한다. 이는 편지(미국에서는 mail)라는 낱말이 일반낱말(일반명사)이기 때문이다.
인텔이 펜티엄이라는 처음 듣는 합성낱말을 만들어 상표로 출원한 이유도 386, 486과 같은 숫자나 펜타곤과 같은 일반 낱말은 상표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텔이 CPU 회사 중에선 처음으로 'pentagon'이라는 낱말을 사용해 'pentagon'이 인텔 CPU를 상징하는 낱말이 된다 하더라도 'pentagon' 자체가 일반낱말이므로 상표로 보호받지는 못한다. 때문에 인텔은 'pentium'이라는 새낱말을 합성해 등록한 것이다.
심지어 자신이 처음 개념을 만들어 보급한 기업조차도 일반낱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김치냉장고를 실질적으로 보급시킨 위니아(옛날의 만도기계)조차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김치냉장고'가 아닌 '딤채'니 '생장고'니 하는 생소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김치냉장고'라는 상표가 등록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지금 김치냉장고를 신청하면 상표로 등록이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남들에게 바보라고 손가락질 당할 것이다.
당연히 '편지' 'mail' '카페' '커뮤니티' '동아리' '동호회'와 같은 일반낱말이나 이미 사람들에게 널리 인지된 낱말은 상표로 보호받을 수 없다. 사전에 등록된 일반낱말(일반명사)가 상표로 등록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따라서 다음이 상표권을 등록하는 척하면서 네이버카페가 다음카페의 '카페'라는 말을 도용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언론플레이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네이버카페는 다음카페의 모방과 도용이라는 도덕성 시비에 휘말렸다. 그 때문인지 서비스가 불편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네이버카페는 네이버 의도만큼 활성화가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다음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된 셈이다.
(2) 카페라는 낱말이야말로 다음이 가져가 쓴 말
법률적으로 일반명사인 '카페'가 상표로 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니 더 이상 법적인 문제는 이야기하지 말자. 이번 판결에 대해 일부 네티즌은 카페가 일반낱말이기는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다음이 처음으로 썼으니 그 공을 인정해야 하지 않겠냐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음이 이전에 다른 기업이 쓰던 인터넷카페라는 말을 이용한 것이므로 다음의 논리대로 한다면 다음이야말로 이 낱말을 도용한 것이나 다름 없다.
다음이 IT업종에서 '인터넷카페'라는 말을 처음 썼기 때문에 IT 분야에서의 공로를 인정해달라면 그 이전에 나나 내 동료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인터넷카페'는 무엇이란 말인가? 혜화동의 '칸타타'와 같은 PC통신카페에서부터 시작해, 홍대 앞의 '넷스케이프', 신촌의 '인터게이트' '웹스페이스' '스테프', 종로의 '컴통세상' 등을 가리키면서 우리가 사용하던 '카페'나 '인터넷카페'라는 말은 유령이 썼단 말인가?
제대로 말하자면 이미 인터넷 동아리에서 사용 중인 '카페' 또는 '인터넷카페'라는 낱말을 서비스 이름으로 사용하면 네티즌들에게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판단한 다음이 네티즌이나 카페 주인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이용한 것 아닌가? '다음'식으로 말하자면 자기 자신들이야말로 남이 쓰던 것 가져다 썼소 하고 자백해야 할 판이다. 때문에 다음이 '인터넷카페'라는 말을 처음 썼다거나 네티즌들의 사랑방(커뮤니티)으로 카페라는 낱말을 써서 네티즌에게 친숙하게 느껴지도록 했다는 말은 잘못된 말인 것이다. 이미 우리와 당시의 인터넷카페들이 친숙하게 사용하는 낱말인 카페를 다음이 가져다 이용한 것이다.
(3) 다음 '블로그'에 딴지 걸면 어쩔텐가?
다음이 카페라는 일반낱말을 가지고 네이버와 다투는 것을 보면 한심스럽다. 정작 자신들은 확실한 신조어인 낱말조차 아무런 대가 없이 가져다 쓰고 있지 않은가? '블로그(blog)'라는 낱말을 보자. 이 낱말은 기존 사전에 있던 일반낱말이 아니라 web의 b자와 log를 합성한 합성어다. 웹에서 쓰는 메일이나 로그라는 뜻의 '웹메일(web+mail)' '웹로그(web+log)'가 상표로 보호받을 수 있는 낱말이냐는 기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지만, 'blog'나 'eblog'는 분명 상표로 보호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생소한 합성어인 것이다.
그런데 얼렁뚱땅 이 낱말을 가져다 네이버블로그니 다음블로그라고 쓰고 있다. 만약 블로그라는 낱말을 만든 머흘즈가 사용하지 말라면서 소송을 걸고 상표를 등록하겠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보나마나 '블로그는 이미 일반명사로 퍼진 낱말이다.'라고 말하며 펄쩍 뛸 것이다. 한때 국내에 상표등록이 안되었다는 이유로 '리눅스'를 상표로 등록해 국내 기업에게 돈을 뜯으려는 인간이 있었는데, 그때도 국내 기업들은 '리눅스는 이미 일반낱말이다'면서 펄쩍 뛰었다.
다음은 1995년의 인터넷카페 '넷스케이프' 이후 한참 뒤인 1999년 5월부터 카페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때 바로 서비스표 등록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는 당시에 카페라는 낱말을 서비스표로 신청한다면 인터넷카페를 이용하던 당시의 네티즌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을 것이고, 실제 인터넷카페 업체에게 고소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다음이 자신이 좀 커지니 그 힘을 바탕으로 카페라는 일반낱말이 자기 것이라고 우기니 얼마나 웃긴 일인가. 물론 다음의 의도는 네이버카페라는 이름을 도덕성 시비에 휘말리게 함으로써 타격을 입히고자 한 것이니 그 의도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치사하지 않은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네이버가 치사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여간 두 기업 모두 언제까지 저렇게 장사할 것인지. 남의 것은 잘도 가져가 쓰면서 자기 것 가져가 쓰는 것은 눈꼴 시어서 못 보니, 그러다 눈병 나 앞 못보는 기업 될까 걱정스럽다. 저 소송에 들어간 비용과 인력으로 외부 개발을 의뢰했으면 어쩌면 시장을 주도할 서비스가 나올 수도 있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에... 다음 '플래닛'이 서모 가수이자 회장인 서**닷컴의 서비스명을 그대로 사용해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죠 아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