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한국 사이트는 자기 사이트의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에게 회원 가입을 요구하고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한다. 그러나 꽤 많은 사이트와 서비스는 회원 가입 자체가 불필요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회원으로 가입해야 하는 서비스라 하더라도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커뮤니티에 전자상거래, 뉴스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는 디씨인사이드의 경우 실명제가 아닌 익명제로도 기업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물건 팔고 돈을 받아야 살아남지, 주민번호 받는다고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일괄적으로 대부분의 사이트가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민등록번호 하나하나가 곧 돈이기 때문이다. 즉 사이트를 판매할 때 주민등록번호 수를 가지고 인수금액을 결정하는 관습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열풍이 불고 코스닥 거품이 형성되던 시절에 꽤 많은 기업과 서비스가 다른 기업으로 팔리곤 했는데, 이때 인수가격 산정은 아주 간단했다. 예를 들면 '회원수*4만원'이 하나의 표준이 되던 시절이다. 1만 회원을 가졌으면 4억 원, 10만 회원을 가졌으면 40억 원 하는 식으로 계산해 사고 팔았다. 10만 회원을 가진 한 선배의 엔터테인먼트 사이트도 그런 계산법으로 40억 원에 팔렸고, 그 선배는 캐나다로 떠났다.
외국처럼 이메일만 받아서 회원을 만든다면 가짜 회원 천 만 명 만드는거야 몇 시간 작업에 불과하다. 당연히 회원 수는 실명 기준이어야 하고, 주민번호 요구가 필수일 수밖에 없다. 주민번호 요구가 한국 행정의 특성에 생겼다거나, 성인인증 때문에 필요하다는 것도 한 이유가 되지만 기업의 가치가 실명 회원 수로 평가받는 한국 인터넷기업의 환경과 문화가 꽤 큰 이유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불법으로 회원정보를 팔아먹는 일도 조금은 있었고, 급전이 필요하면 다른 기업과 통합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다른 서비스에 회원정보를 넘겨주고 자금을 수혈받는 일도 많았다. 인터넷 서비스 회원정보를 불법으로 제공하면 1인 당 얼마를 주겠다고 접근하는 기업과 블로커도 꽤 있었다. 회원정보가 돈인 시절이었다. 오죽하면 KT 같은 대기업에서 돈을 줄테니 회원으로 가입해 개인정보를 다른 기업에 팔 수 있게 해달라며 '소디스' 서비스를 만들었을까. 당시 KT는 자동차와 전화요금 감면을 미끼로 소디스 가입을 유도했고, 이렇게 가입한 240만 명의 회원 정보를 건 당 1천 원씩 받고 다른 기업에 제공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에 특정 계층의 회원 정보라면 1인 당 10만원 이상에 팔려나갔다. 지금도 1억 이상 예금고객 같은 정보는 부르는 것이 값일 정도로 비싸게 팔리고 있다.
주민번호는 회원정보를 사고팔 때 가치가 있지, 서비스에서 이익을 챙기는데는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신용정보 회사에 성인인증이나 본인인증 비용을 지불하게 만드는 지출 요소에 불과하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입장에서 정말로 돈이 되는 정보는 주민번호가 아니라 신용카드번호다. 신용카드번호는 그 번호 자체로 성인임을 증명하는 번호이자 실명이고, 필요한 경우 돈을 빼낼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아주 저렴하게 성인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신용카드번호를 입력받은 뒤에 신규 쇼핑몰 사이트를 만들어 카드가맹점에 가입하고 신규 이벤트를 해서 주문이 많이 들어왔다면서 카드사로부터 돈을 받아 도망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민원 서류 발급 등과 같은 행정 서비스라면 모를까, 주민번호가 꼭 필요한 서비스는 별로 없다. 해외 사이트를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은 이메일로 충분하고, 유료인 경우에 신용카드번호를 요구할 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어린이 사이트까지도 주민번호를 요구하고 있다. 여전히 회원 수를 사이트 가치 판단의 주요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그 사이트에 축적된 정보나 현재의 매출, 향후 창출할 금전적 이익, 사회적 위치나 브랜드 가치 등을 기준으로 사이트를 판별하기보다는 회원 수로 가치를 판단하는 관습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아직도 의도적이거나 혹은 관습적으로 주민번호 입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곧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사이트들은 경쟁력을 잃고 몰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사이트를 사람들은 거부할 것이고,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서비스로 이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요소가 될 것이고, 해당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 될 것이다.
• 블로그이름 : Sigi Stories
(2006년 12월 02일. 16:30)
• 걸린글제목 : 가상주민번호를 통한 회원가입 프로세스의 허와 실
웹사이트 구축 시, 회원가입 프로세스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면서도, 대부분 자칫 소흘히 넘어가기 쉽다. 특히 얼마전부터 리니지 사태나 기타 언론의 다양한 입질들 덕분에 주민번호 도용... [모두 읽기]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것이 그런 것 때문이었군요.... 그나저나, 몇억 몇십억이라니.. 저에게는 좀 눈 땡그래지는 액수네요+ㅅ+ 보통 10만명정도 회원수 보유는 쉽지 않아요?
가입할 때 주민번호는 필요없고 그 안에 유료 서비스가 있다면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때만 주민번호와 카드번호, 연락처 등을 기재하게 하면 될텐데 말이죠.
그 외의 사용자는 주민번호나 카드번호, 연락처 등을 노출할 필요가 없어서 좋고요.
주민번호 대체 수단도 보니까 복잡하고 번거롭더군요.
dudle/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때에도 주민등록번호 적어넣을 것 없이 카드 결제만 이상없이 잘 해주면 되겠죠.
받는 쪽이 습관이듯 적어주는 쪽도 이미 습관이 된지라 시장선택을 통해 사라지기를 마냥 기대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sarcasm]
주민등록번호는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실명을 쓰지 않으면 인터넷이 흐려져요. 실명을 써줘야 맘에 안 드는 사람이나 내가 동의할 수 없는 글을 쓰는 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제가 손쉽게 침해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전 실명이 필요하고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참 그리고 주민등록번호가 있어야 몇살인지 확인할 수 있거든요. 그래야 초등학생들이 일반 인터넷에 댓글을 올릴 수 없도록 차단을 할 수 있습니다. 나이를 제한하는 거죠. 즉 쉽게말해 인터넷상의 나이 차별 시행~~~~~~.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이죠, 모든 사이트가 주민등록번호를 성실하게 유저들에게 요구한다면 대한민국 인터넷을 국가보안법의 손아귀에서 못 벗어나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요. 대한민국을 전복죽하려는 무리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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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casm = 반어법 풍자
주민번호가 없는 외국인은 아예 가입을 할 수가 없게 돼 있죠. 한국의 웹이 얼마나 국제적으로 폐쇄돼 있는지 알 수 있는 듯 합니다.
저는 1998년부터 웹사이트 제작일을 해왔고, 지금은 어떤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민번호를 안써도 될 만큼의 방법론들이 갖춰진다면 안쓰고도 싶습니다. 아니, 안썼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일단 주민번호를 해싱함수로 감싸서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모든 회원의 개인정보를 관리해야하는 입장도 과히 편안한건 아니죠. 주민번호가 없는 이민자들을 위해서 주민번호 입력을 바이패스할 수 있는 장치(물론 별도의 확인절차를 거칩니다)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이런 루트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가 얼마만큼 믿을 수 있을지 하는 걱정도 있습니다. 열어놓는것은 좋은데, 허위정보들이 마구 밀려와서 간신히 만들어놓은 분위기를 흐리는걸 반길 운영자는 아무도 없지 않겠습니까? 최근 PIN에 대한 논의들이 많이 있고 일정규모 이상의 웹사이트에서는 의무적으로 시행해야하는것으로 알고 있기는 한데, 비영리로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마져 비용을 들여 도입해야하는지 하는 의구심도 좀 있구요. 실명제와 주민번호를 떠나서.. '과연 믿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주민등록번호와 관련되서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i-PIN과 관련된 포스트가 있어서 트랙백 걸어봅니다. i-PIN 역시 실질적인 트랜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부의 어설픈 온라인 마인드가 만들어낸 재미있는(?)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시 포스트 올라오는 기간들이 단축되시는 듯 합니다..^^
관심과 피드백 감사드립니다.꾸벅.^^.
비탈길: 10만 회원이라. 인터넷 사용자가 적었던 예전에는 쉬운 일이 아니죠. 그리고 온국민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요즘도 쉬운 숫자가 아닙니다. 인지도 높은 이글루스도 올초에 인수될 시점에 겨우 15만을 넘겼으니까요. 2만을 넘기고 3만을 향하는 올블로그가 10만을 넘기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고요.
dudle: 기본적으로 주민번호가 불필요한 서비스는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 바른 방향이죠. 예를 들어 메타사이트에는 블로그주소만 입력하면 되는데도, 최근 만들어진 전자신문의 메타사이트는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것 등이 한 사례입니다.
pianio12님: ^_^
은외 : 신용카드번호나 사회보장번호가 필요한 것처럼 주민번호가 필요한 서비스도 있겠으나 그야말로 극히 일부죠.
Adios님: 예. 뭐든 일괄 적용은 중소기업에게 부담이 되죠. 제 주변 사람도 예전에 서비스를 사용할 때마다 성인인증이나 실명인증을 거치게 한 정부정책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정부가 공짜나 저렴하게 해준다면 몰라도 한 건당 얼마씩 돈을 내야하는데, 중소기업으로서는 그것도 큰 부담이었거든요.
재회#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i-pin도 또 다른 구속이 될 가능성이 있죠. i-pin 역시 명쾌한 해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개인정보 요구 자체가 필요 없다는 인식의 확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글쓰는 주기는 다시 빨라질 것 같습니다. 주변 정리도 많이 되어서요. ^^;
outsider: 저도요. ^^
글쎄요, 한국의 많은 네티즌들은 주민등록 번호 입력하여 실명등록해놓고 인터넷을 쓰는 것이, 기업을 위한 일일 뿐 아니라, 네티즌들 스스로를 지켜주는 일이라 믿고 있을텐데요.
주민등록번호 입력의 문제는, 인터넷사이트의 문제라기 보다는, 광범위한 사회문제인듯 싶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으면 경찰서에 끌려가도 전혀 문제 안되고, 그렇게 해서라도 범죄자를 빨리 잡는것이 더 중요하다고 전체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이니..... 스스로가 통제를 원하는 사회라 봐야 할것같아요.
주민번호입력에도 불만이 많지만, i-PIN은 더 어이없습니다.
퍼갑니다...
좀 많은 사람이 이 글을 봐줬으면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