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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에 관한 말 총정리



IT문화원 블로그. 2007년 10월 01일. URL: http://www.dal.kr/blog/2007/10/rain.html

올해는 참 비가 많이 내렸죠. 그래서 비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데요, 집사람하고 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비의 종류에 대해서 좀 정리할 필요가 있더군요. 가장 혼동되는 부분은 비가 내리는 양의 차이입니다. 이슬비, 보슬비, 가랑비가 어느 정도 양으로 오는 비인지 구별을 못 하는 분이 많죠. 그래서 정리했습니다. (제가 잘못 알고 적은 내용이 있다면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기준으로 삼는 비는 가랑가랑 내리는 가랑비를 기준으로 삼겠습니다. 가랑가랑은 넘칠듯 말듯, 숨이 넘어갈 듯 말 듯한 상태를 뜻하므로 가랑비는 보통 오는 둥 마는 둥 내리는 비를 뜻합니다. 보통 가는 빗발로 조금 내리는 비를 말하죠. 빗줄기 굵기로 말하자면 실이나 실국수 정도의 가는 줄기로 내리는 비입니다. 보통 우리가 약간은 맞으면서 걸을만한 정도로 가늘게 내리는 비입니다. 그래서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나온 것이죠. '세우'라고 말하는 '가는비'가 가랑비에 해당합니다.

가랑비보다 한 단계 아래가 이슬비입니다. 가랑비보다 작은 줄기로 내리죠. 풀 사이로 헤치면 이슬에 옷이 젖는 것처럼 아주 가늘게 조용하게 내리는 비입니다. 실처럼 가늘게 내리는 비인 실비도 이슬비와 같은 수준의 비입니다. 표현이 다를 뿐이죠.

이슬비보다 한 단계 아래는 보슬비(微雨)입니다. 보슬비의 빗줄기 크기는 이슬비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역에 따라서는 이슬비와 보슬비는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보슬비를 이슬비 밑으로 구분하느냐 하면, 비가 내리는 강도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이슬비는 가는 빗줄기로 계속 내리는 상태를 말합니다. 보통은 비가 내릴 때 찬바람이 가끔 불면서 빗방울이 좌우로 날리기도 하죠. 하지만 보슬비는 바람도 없는 상태에서 조용하게 성기게 내리는 상태를 말합니다. 즉 정말로 비가 내리는지도 모르게 조용하게 내리는 상태, 그것도 비가 끊겼다가 다시 내렸다를 반복하는 수준으로 내리는 비입니다. 따라서 이슬비는 '비가 오네'라는 말을 사람들과 나눌 정도지만 보슬비는 비가 내린다는 느낌을 주지 않죠.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슬비는 비가 온다는 느낌이 듭니다. 반면 '보슬비가 소리도 없이 이별 슬픈 부산 정거장'의 가사처럼 보슬비는 소리도 없습니다.

사실상 빗줄기로는 보슬비가 가장 작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슬비 아래로는 비라고 부르기 어려운 비가 남습니다. '는개, 무우(霧雨), 연우(煙雨)'가 바로 보슬비 밑의 존재죠. 는개는 안개보다는 진하지만 보슬비보다는 가는 비를 뜻합니다. 비가 내린다는 느낌이 아니라 축축한 굵은 안개 속에 갇힌 느낌으로 내리는 비가 는개입니다. 안개도 아니고 비도 아닌 그런 정도의 비를 는개 또는 는개비라고 말합니다.

안개비는 안개와 같은 비라는 뜻인데 어떤 지역에서는 는개를 뜻하고, 어떤 지역에서는 가랑비를 뜻하기도 합니다. 의미상으로 본다면 는개에 더 어울린다고 봅니다.

가랑비보다 큰 비로는 일반적인 수준으로 내리는 '비'가 있고요, 그 위로는 굵게 오래 내리는 '큰비'가 있습니다. 보통 집중 호우라고 말할 때 쓰는 호우, 맹렬하게 내리는 비인 맹우, 질우가 큰비죠. 그리고 빗방울이 장대처럼 굵직하고 거세게 퍼붓는 '장대비=작달비=채찍비'가 있습니다. 장대비보다 더 굵게 오는 것으로는 물을 퍼붓는 것처럼 내리는 '억수(억수비)'가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설명한 비의 순서는 '안개 ) 는개 ) 보슬비=부슬비 ) 이슬비=실비 ) 가랑비=가는비=세우 ) 비 ) 큰비 ) 장대비=작달비 ) 억수' 순으로 굵어집니다.


지금까지는 양을 기준으로 살펴본 것이고요, 내리는 시기에 따라서는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고 하네요.


[계절에 따라]
봄비(春雨), 가을비(秋雨), 겨울비(冬雨),
매우(梅雨) - 매실나무 열매가 익을 무렵에 내리는 비라는 뜻으로, 해마다 초여름인 유월 상순부터 칠월 상순에 걸쳐 계속되는 장마를 이르는 말

봄비 가을비, 겨울비는 있습니다만 여름비는 없네요. 여름에 내리는 비를 여름비라고 말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다른 용어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죠. 단 한문으로는 하우(夏雨)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여름철의 비로는 '장맛비(장마비)'가 있습니다. 흔히 여름장마만 생각하지만 계절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됩니다.

장맛비 - 일정기간 계속해서 많이 오는 비.
봄장마 - 봄철에 내리는 장마
여름장마 - 여름철에 내리는 장마. 보통 장맛비라고 하면 여름장마를 뜻한다.
억수장마 - 며칠을 계속해 억수로 퍼붓는 비
가을장마 - 가을에 내리는 장마
늦장마 - 제철이 지난 뒤에 오는 장마
건들장마 - 초가을에 내리다가 갰다를 반복하는 비

그외 장마 관련 비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개부심 - 장마로 큰물이 난 뒤, 한동안 쉬었다가 다시 퍼붓는 비


[시기에 따라]
칠석물 - 칠월 칠석에 내리는 비

[시각에 따라]
밤비 - 밤에 내리는 비

역시 낮비라는 말도 없고요.


[비 내리는 기간에 따라]
1. 여우비 - 해가 난 상태에서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 '해비'라고도 합니다.
2. 소나기 -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그치는 비
3. 궂은비 - 끄느름하게 오래 두고 오는 비
4. 웃비 - (날이 아주 갠 것이 아니라) 한창 내리다가 잠시 그친 비
5. 보름치 - 음력 보름께 비나 눈이 오는 날씨 또는 그 비
6. 그믐치 - 음력 그믐께에 비나 눈이 옴, 또는 그 비나 눈.

여우비와 비슷한 말로 천루(天淚) 또는 청우(淸雨), 천읍(天泣)이라는 비가 있습니다. 이 비는 구름이 전혀 없는데 내리는 비입니다. 여우비는 해가 있지만 구름도 가끔 지나가는 반면 청우는 구름도 없는데 비가 내리는 신기한 비입니다.


[비의 효과에 따라]
단비(甘雨) - 꼭 필요할 때 알맞게 오는 비. 꿀비도 같은 말임.
약비 -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비
찬비 - 내린 뒤에 추위를 느끼게 하는 비
웃비 - 비가 계속 올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좍좍 내리다 그치는 비
먼지잼 - 겨우 먼지 나지 않을 정도로 조금 오는 비
목비 - 약비 중 하나로 모낼 때 한 목 내리는 비
못비 - 약비 중 모를 다 낼 만큼 충분하게 내리는 비
모종비 - 약비 중 하나로 모종하기에 알맞게 내리는 비
시우 - 적절한 시기를 맞추어서 오는 비

[기타 비에 관한 낱말]
비꽃(雨花) :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 마른땅에 처음 떨어져서 꽃잎처럼 보이는 모습을 가리킴.
호우(豪雨) :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을 가리킴. 대우(大雨).강우(强雨)도 같은 뜻입니다.
뇌우(雷雨) : 번개와 천둥을 동반하는 비죠.
폭풍우(暴風雨) : 엄청나게 강한 바람을 동반한 비.
괴우(怪雨) : 물고기 등이 섞여 내리는 등의 비상식적인 이상한 비를 가리킴
흑우(黑雨) : 공장 매연으로 인해 까맣게 내리는 비. 요즘 어지간한 도시에서 처음 내리는 비는 흑우 성격이 있죠.
토우(土雨) : 흙 종류(황사, 먼지, 화산재 등)이 섞여 내리는 비
혈우(血雨) : 토우의 일종으로 황갈색의 비이다.
산성비(酸性雨) : 공장이나 도시 주변에서 대기 중의 산성 공해물질을 포함하면서 내리는 오염된 비


[농사 관련 비]
호우(好雨), 희우(喜雨), 맥우(麥雨), 복비, 약비, 자우(慈雨), 택우(澤雨).

[기타]
궂은비, 모우(暮雨), 야우(夜雨), 소나기(驟雨), 백우(白雨), 소우(小雨), 대우(大雨), 바람비, 산우(山雨), 소우(疏雨), 음우(陰雨), 찬비[寒雨], 취우(翠雨)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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