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PC를 단말기로 만들어버린 에뮬레이터
초창기에 개인이 컴퓨터통신을 한다는 것은 단말기를 이용해서 호스트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을 말했습니다. 그러나 단말기는 불편한 것이 많았습니다. 화면하고 글판밖에 없기 때문에 본사 호스트 컴퓨터에서 보낸 것을 파일로 저장하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PC라는 것이 등장했습니다. 단말기에 비하면 PC는 그야말로 화려한 기계입니다. 놀라운 처리속도와 방대한 저장능력, 다양한 주변기기의 활용.
그래서 사람들은 PC의 놀라운 기능을 이용해서 단말기를 대신할 수는 없을까 하고 또 한참을 고민합니다. 마침내 머리 좋은 인간들이 그 방법을 찾아냈는데 그것이 바로 에뮬레이터(Emulator)입니다.
에뮬레이터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PC에 모뎀을 장착한 뒤에 통신망에 접속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흔히 접속프로그램이나 통신프로그램이라고 말하면 바로 이 에뮬레이터를 뜻하는 것입니다.
에뮬레이터란 '흉내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을 흉내내는 프로그램이겠습니까? 바로 단말기를 흉내내는 것입니다.
PC가 뛰어나기는 하지만 본사 호스트 컴퓨터에 접속해도 자료를 주고받을 수는 없습니다. 본사 호스트 컴퓨터에서는 PC를 단말기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호스트 컴퓨터는 자신이 알고 있는 단말기의 신호를 받았을 때만 '아하 그 단말기로 접속했군'하고 그 단말기에 맞는 신호로 자료를 주고받습니다. 호스트 컴퓨터가 '아하 저것은 삼성의 컴퓨터군'하고 판단해서 자료를 주고받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일반 PC가 호스트 컴퓨터와 자료를 주고받으려면 단말기 흉내를 내서 호스트 컴퓨터를 속여야 합니다.
예컨대 우리가 현금카드로 현급인출기에서 돈을 찾을 때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호스트 컴퓨터가 '김중태라는 고객이 사용하는 것이 맞군'하고 인식하는 것처럼, 단말기만이 사용하는 독특한 방법으로 자료를 주고받으면서 통신을 해야 호스트 컴퓨터가 '음, 이건 내가 아는 그 단말기로 접속한 것이 맞군'하고 인정하는 겁니다.
그래서 PC로 호스트 컴퓨터에 접속하려면 먼저 에뮬레이터 프로그램을 띄워서 PC를 단말기처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호스트 컴퓨터에 전화를 걸어서 접속을 하면 호스트 컴퓨터에서 특별한 기호를 보내면서 '어떤 단말기냐?'고 물어봅니다. 마치 길목을 지키는 보초병이 작전지역을 통과하려고 할 때 암호를 물어보고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과 같고, 은행에서 돈을 찾을 때 비밀번호를 물어보는 것과 같습니다.
이때 일반 PC로 전화만 건 상태라면 그 신호를 못알아듣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겁니다. 그럼 호스트 컴퓨터는 저건 '간첩이군. 내가 아는 단말기가 아니야'하고 접속을 끊거나 역시 상대를 안해줄 겁니다. 그러나 에뮬레이터로 전화를 걸면 에뮬레이터 프로그램이 호스트 컴퓨터를 속입니다. '응 나는 VT100 단말기야.'하고 VT100 단말기만이 사용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자료를 보냅니다. 그러면 호스트 컴퓨터는 멍청하게도 '응, VT100 단말기군. 그래 그럼 이제부터는 VT100 단말기에 맞는 신호로 자료를 보내줄께.'하고 응답합니다. 이후로 호스트 컴퓨터는 모든 자료를 VT100 단말기가 알아들을 수 있는 신호로 주고받습니다. 그러면 에뮬레이터 프로그램은 호스트에서 온 VT100용 신호를 PC의 운영체제인 도스가 이해할 수 있는 신호로 바꾸어주고, 운영체제가 보내는 신호는 다시 호스트가 이해할 수 있는 VT100용 신호로 바꾸어서 보내줍니다.
그러니까 모뎀이 아날로그와 디지털 신호를 상호변환해서 보내는 일을 하는 것처럼 에뮬레이터 프로그램은 단말기와 PC사이의 신호를 변환해서 보내는 일을 하는 겁니다.
이처럼 PC가 호스트 컴퓨터에 접속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인 에뮬레이터 프로그램을 흔히 접속프로그램이니 통신프로그램이니 하고 말하는데 이는 단말기를 흉내낸 프로그램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보기] 에뮬레이터의 위치
(1) PC - 에뮬레이터 - 모뎀 - [전화선] - 모뎀 - 호스트
(1)의 구조는 곧 '단말기 - 모뎀 - [전화선] - 모뎀 - 호스트'의 구조와 같은 기능을 합니다. 즉' PC - 에뮬레이터'는 '단말기'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에뮬레이터 프로그램의 사용환경을 설정할 때 보면 단말기 종류를 선택하는 항목이 있습니다. 만약 사용자가 선택한 단말기를 지원하지 않는 호스트 컴퓨터에 접속을 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상한 신호로 신호가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통신이 불가능해집니다.
접속프로그램(에뮬레이터)은 크게 범용 접속프로그램과 전용 접속프로그램으로 나누어집니다.
특정 통신망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접속 프로그램을 전용 접속프로그램이라고 하고
대부분의 통신망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접속 프로그램을 범용 접속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범용 접속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했지만 윈도우즈를 많이 사용하면서부터는 전용 접속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많이 늘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PC통신 자체를
하는 사람이 없기 대문에 접속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람은 매우 소수만이 남았습니다.
PC통신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단말기보다는 PC로 통신하는 것을 선호했는데 그 까닭은 단말기보다 PC가 더 편하기 때문이며 더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PC용 단말기 프로그램인 에뮬레이터는 수 백 종류가 나왔지만 그중에서도 많이 사용된 프로그램은 범용프로그램인 '이야기'와 '신세대' '잠들지 않는 시간' 'IQ 95' '창문 얘기' 등이 있고, 전용 접속 프로그램으로는 'DAWIN' '나우로' '유니윈' 등이 있습니다. 범용 프로그램은 돈을 주고 사거나 통신망에서 무료로 전송받아 사용할 수 있으며, 전용 접속프로그램은 통신망에 가입할 경우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요약: 에뮬레이터란 단말기를 흉내내는 프로그램을 말하는데 보통은 '접속프로그램' '통신프로그램'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