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컴퓨터가 네트워크로 뭉치기 시작하다
호스트 컴퓨터와 단말기가 어떻게 통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제 대략적으로 이해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처음에 등장한 컴퓨터는 호스트 컴퓨터와 단말기를 이용한 통신이 주된 업무였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자 호스트 컴퓨터끼리 자료를 주고받을 필요가 생겼습니다. 예를 들어서 국민은행에서 사용하는 자료는 다른 은행이나 재경원, 은행감독원 등으로 보내야하는 자료입니다. 따라서 국민은행 호스트 컴퓨터의 자료는 한국은행이나 은행감독원 재경원 등의 호스트 컴퓨터와 연결해서 자료를 송수신할 필요가 생깁니다.
이런 필요성에 의해서 국민은행 호스트 컴퓨터와 한국은행 호스트 컴퓨터 사이에 전용선을 연결하여 두 컴퓨터를 연결합니다. 이렇게 컴퓨터끼리 선을 연결하는 작업을 네트워킹이라고 하며, 이렇게 연결된 컴퓨터통신망을 네트워크라고 부릅니다.
처음에는 이런 네트워킹이 동종업체들간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꼭 자료를 주고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 호스트 컴퓨터끼리만 연결했습니다. 예를 들면 국민은행과 한국은행이 자료를 주고받아야 하므로 두 컴퓨터가 네트워크로 연결됩니다. 마찬가지로 한일은행, 주택은행, 상업은행 등의 다른 은행도 한국은행과 네트워크로 연결할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연결된 다른 컴퓨터끼리는 서로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애초 목적이 서로 자료를 주고받기 위함이므로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하자면 국민은행의 직원이 단말기를 이용해서 국민은행의 호스트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데, 이 호스트 컴퓨터가 한국은행하고 연결되어 있으므로 한국은행의 호스트 컴퓨터에 접속해서 한국은행의 호스트 컴퓨터에 들어있는 자료도 열람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리고 한국은행 컴퓨터에는 서울은행이나 주택은행 등의 다른 은행 컴퓨터가 연결되어 있으므로 다른 은행 컴퓨터에 들어있는 자료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즉 국민은행의 단말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국민은행 호스트 컴퓨터를 통해서 한국은행 컴퓨터에 접속하고 여기에서 다시 서울은행 호스트 컴퓨터로 접속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각 은행 호스트 컴퓨터는 보안장치를 해두었기 때문에 특정한 자료를 열람할 때는 비밀번호를 물어보도록 장치를 해두었을 겁니다. 국민은행 직원이 한국은행이나 서울은행 직원이 사용하는 비밀번호를 알리가 없으므로 실제로는 한국은행이나 서울은행 호스트 컴퓨터의 자료를 마음대로 빼낼 수는 없습니다. 한국은행에서 국민은행 직원이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한 자료만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한국은행 호스트 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으므로 비밀번호만 알아낸다면 한국은행 호스트 컴퓨터의 자료를 마음대로 빼낼 수 있는 가능성은 늘 있는 셈입니다.
한국은행 직원이 한국은행에 연결된 단말기를 이용해서 한국은행 호스트 컴퓨터에 접속하는 것이나 국민은행 직원이 국민은행 단말기를 이용해서 국민은행호스트를 거쳐서 한국은행 호스트 컴퓨터에 접속하는 것이나 개념상으로는 똑 같기 때문입니다. 단지 국민은행 호스트 컴퓨터를 거쳐서 한국은행 호스트 컴퓨터에 접속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어차피 단말기를 이용하여 한국은행 호스트 컴퓨터에 접속한다는 점은 같은 것입니다.
결국 국민은행의 호스트 컴퓨터는 한국은행하고만 연결되어 있지만 한국은행에는 다른 은행의 호스트 컴퓨터가 전부 연결되어 있으므로 국민은행 호스트 컴퓨터 사용하는 사람은 다른 은행의 호스트 컴퓨터에도 모두 접속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하여간 이런 식으로 호스트 컴퓨터끼리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뭉치기 시작합니다. 네트워크망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자료교환이 꼭 필요한 동종의 호스트 컴퓨터끼리 제휴를 해서 네트워크망을 연결합니다. 그러나 이들 네트워크망 중의 한 호스트가 다른 네트워크망에 연결되면서 두 개의 네트워크망은 더 큰 네트워크망으로 연결되어 버리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서 내무부, 국방부 등의 정부기관 호스트는 총무부 호스트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망을 연결했다고 합시다. 이것을 정부기관 네트워크망이라고 합시다. 은행들은 한국은행 호스트 컴퓨터를 중심으로 각 은행의 호스트 컴퓨터를 연결했을 겁니다. 이것을 은행 네트워크망이라고 합시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재경원이나 은행감독원의 호스트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연결하게 됩니다. 물론 재경원이나 은행감독원은 총무부 호스트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을 겁니다. 이렇게 되면 국민은행 컴퓨터는 한국은행하고만 전용선이 연결된 것이지만 한국은행은 재경원과 전용선이 연결되어 있고, 재경원은 총무부와 연결되어 있고, 총무부는 국내 주요 정부기관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결국 국민은행 호스트 컴퓨터 사용자는 국내 각 기관의 호스트 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는 셈입니다.
가끔 대학생들이 미국의 국방부나 정부기관의 컴퓨터에 접속해서 자료를 빼내다가 들킨다는 기사가 나오는데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각 대학의 호스트 컴퓨터가 미국의 국방부와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각 대학의 호스트 컴퓨터가 모두 미국의 국방부 컴퓨터와 일대 일로 연결된 상태는 물론 아닙니다.
예컨대 고려대의 호스트 컴퓨터 운영자가 서울대와 자료교환을 하기 위해서 서울대 호스트 컴퓨터와 네트워크망을 연결했다고 합시다. 서울대는 대전의 과학기술원과 네트워크를 연결했고, 과기원은 서울의 총무부와 컴퓨터를 연결했습니다. 그리고 총무부는 미국 연방정부 컴퓨터와 네트워크망이 연결되어 있고, 미국 연방정부는 미국 국방부와 연결되어 있다고 합시다. 이렇게 되면 고려대의 학생이 고려대 호스트 컴퓨터로 접속한 다음에 서울대-과기원-총무부-미연방정부의 호스트 컴퓨터를 거쳐서 미국방부 컴퓨터까지 접속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각각의 호스트 컴퓨터끼리는 전화선이 아닌 전용선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사용요금도 거의 무료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각각의 네트워크망들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네트워크망은 점점 거대한 네트워크망으로 복잡하게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호스트 컴퓨터끼리 뭉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요약: 컴퓨터끼리 선을 연결하는 작업을 네트워킹이라고 하며, 이렇게 연결된 컴퓨터통신망을 네트워크라고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