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혼하던 1997년 5월에 길거리에는 커다란 시티폰 중계기가 공중전화 상자마다 붙기 시작했다. 허리에 삐삐를 차고 손에는 걸기만 가능한 시티폰을 들고 다니는 것이 첨단을 사는 사람의 멋이라 여기던 것이 1997년의 봄 풍경이다. 물론 한국이동통신(지금의 SK텔레콤)이 1984년 5월부터 차량전화 서비스를 시작했고, 1987년 10월부터는 휴대전화 서비스를 실시했지만 일부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인터넷이나 MP3라는 낱말은 더욱 생소했다. 유니텔이 국내 최초로 56Kbps 모뎀을 지원하기 시작했다면서 고속 모뎀 시절의 개막을 알리던 것도 1997년이다. PC통신 인구도 얼마 안 되던 그 시기에 인터넷은 먼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다. 세계 최초의 휴대형 MP3재생기(MP3 Player)인 새한 'MP-Man'이 나온 것은 1997년의 마지막을 며칠 남겨둔 12월의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