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자선사업만으로 존재할 수는 없으니 유료나 회원제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을 탓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공개로 얻은 만큼 공개할 의무가 있다는 것은 알아야 한다. 자신이 많은 돈을 들여 창작한 내용을 유료로 판매해 수익을 내는 경우가 아니라면 정보 공개와 공유는 당연한 사회적 의무다. 또한 IT와 같은 정보산업의 경우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한 기업일수록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복사방지 장치를 단 프로그램이나 기술을 독점하려 했던 제품의 몰락을 들 수 있다.
VCR(=VTR) 시장에서 더 성능이 뛰어난 소니의 베타(beta) 방식이 일본빅터사(JVC)의 VHS 방식에 밀린 사건은 공유가 얼마나 중요한 경쟁력인지 보여준다. 1975년에 소니가 선보인 베타 방식은 VHS보다 크기도 작으면서 화질도 뛰어났지만 소니 혼자 비싼 값에 팔며 독점했다. 반면 JVC는 VHS 방식의 기술을 세계 각 나라에 이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 금성이 비디오플레이어를 생산하게 되는데 당연히 모두 VHS 방식이었다. 결국 기능이 떨어지는 VHS 방식이 소니 독점인 베타방식을 밀어내고 마는데, 한 손이 열 손을 못 막는다는 말이 실감하는 일화다.
또한 복사방지를 건 기업이 모두 망한 것도 눈여겨 볼 일이다. 윈도나 포토샵은 복사본이 가장 많이 범람한 제품이다. 그런데 MS사나 Adobe사는 지금까지 복사방지락을 걸지 않고 제품을 판매했다. 이들 업체는 복사방지락을 걸 경우 분명 정품 판매 비율은 늘겠지만 절대 판매 수량은 오히려 감소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글2000, 문방사우처럼 복사방지락을 건 제품은 모두 망했다. 이러한 경험적 사실이 알려주는 교훈은 한 명이라도 덜 복사하도록 막는 것보다는 한 명이라도 더 정품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이다.
오픈소스와 같은 정책을 채택한 소프트웨어의 인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이유도 공개와 공유를 통한 장점을 사람들이 점차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한 예로 리눅스 서버 시장은 날로 성장하는 반면 똑 같은 기능을 가졌지만 일부가 독점한 유닉스 서버는 날이 갈수록 시장 점유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2005년 한국의 서버 시장 통계를 보면 전년 동기대비 18.6% 감소한 2천692억 원으로 집계되었으며 유닉스와 윈도 역시 각각 16.3%, 14%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리눅스 서버는 오히려 1.7% 성장한 207억원을 기록해 공개 소프트웨어 열풍을 반영했다. 이런 추세는 전세계적인 추세로 오픈 소스 정책을 펴는 리눅스의 입지는 일반인의 예상과는 달리 조금씩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쪽에서도 공개 정책이 갈수록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오픈소스는 이미 인터넷의 주요 정책으로 바뀌고 있다. 리눅스, PHP, 아파치, 모질라와 같은 기술은 이미 인터넷을 움직이는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자 상품이 되었다. 일반인이 느끼지 못하겠지만 수 많은 인터넷 서버가 리눅스와 아파치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IBM을 비롯한 대기업도 오픈소스 진영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지식과 정보는 인류 공통의 문화유산이며 선대로부터 물려받아 후대로 물려주어야 하는 공개 재산임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지식과 정보는 공개되어야 하고 공유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리고 지식과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한다고 해서 기업의 이익이 줄어들거나 기업의 성장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공개와 공유는 함께 잘 살기 위한 조건이며, 좀더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영화나 음악 쪽에서도 복사방지 정책을 철회한 것이 결국 도움이 되고 있다. 비디오가 개발되고 보급되었을 때 방송국과 영화 관계사는 비디오플레이어의 녹화 기능에 제동을 걸었다. 사람들이 방송을 녹화할 수 있으니 이를 막아달라는 것이다. 소송에서 방송사가 패하고 비디오 플레이어 제조사가 이겼는데, 결과적으로 비디오 보급이 방송 미디어의 대형화와 영화 산업의 급팽창으로 이어졌다. 초기에는 TV 녹화용으로 사용했는데 녹화 테이프를 빌려보기 위해 VCR(=VTR)을 구입하게 되고, 이렇게 VCR 구입자가 늘면서 대여 시장과 판매 시장이 활발해진 것이다.
만약 비디오 플레이어에서 방송 녹화 기능을 없앴거나 테이프 복사 기능을 없앤 상태에서 보급에 나섰다면 VCR은 보급되지 않고 사장되었을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비디오 시장이라는 추가 시장을 방송국과 영화사는 놓쳤을지 모른다. 오늘날 극장 흥행에 실패한 영화의 상당수가 비디오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비디오의 녹화, 복사 기능을 그대로 살려둠으로써 VCR 보급이 빨라진 것이 그들에게 득이 된 셈이다.
DVD 또한 영화산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니모를 찾아서'의 경우 미국에서만 단기간에 3천 만 장의 DVD 판매고와 3억 달러의 수익을 가져올 정도로 DVD는 영화산업의 큰 수익이 되고 있다. 그러나 DVD영화 보급 초기에도 영화 알맹이 업체는 DVD의 복사방지 기능과 지역코드 강화를 외쳤다. 만약 그들의 주장대로 복사방지 기능이 강화되어 DVD 보급이 지지부진했다면 몇 달 만에 3천 만 장이 팔렸다는 DVD 시장은 날아가는 것이다. DVD를 안 만들면 관람객이 늘까? DVD가 나오기 전에 극장용 필름을 빼돌려 만든 동영상이나, 개봉일에 극장에서 캠코더로 찍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고 이를 감상하는 네티즌이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 관계자들이 DVD로 내놓지 않는다고 해서 불법 동영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DVD 시장만 사라질 뿐이다. 사실 넣었다 꺼냈다 하는 DVD는 매우 불편한 매체다. 그에 비해 파일 방식의 DiVX 파일은 편리하다. 영화 관계자가 무서워할 일은 DVD 복제가 아니라 DVD 자체를 외면하고 동영상 파일로 영화로 보고 마는 문화여야 하는 것이다. 최근에도 월트 디즈니가 2003년 9월 29일 발표한 '무비빔(Movie Beam)'에서 복제방지 장치를 넣었는데, 이런 식의 복제방지보다는 정품사용자가 좀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다.
따라서 불법동영상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오히려 DVD의 각종 제한을 철폐해 더욱더 DVD 보급에 앞서야 한다. 불법 동영상이 단순하게 영화의 내용만 전할 수 있는 맹점을 파고 들어 DVD에 대화형 게임이나 부록을 더욱 풍부하게 포함시켜 DVD를 구입하고 싶게끔 만들어야 한다. 단순하게 영화 본편만 넣은 DVD로는 인터넷에 떠도는 불법동영상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영화 관계자들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알아야 할 일은 영화 파일의 복제를 막는 기술에 헛된 힘을 쓰는 것보다는 영화 파일 안에 부가정보를 첨가해 시맨틱웹에 어울리는 새로운 동영상 형식(format)을 개발하고 전파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동영상은 단순하게 영상정보만 담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영화 파일 형식을 개발해 그 안에 제작자, 출연배우, 저작권, ID, 해시값, IP추적 기능 등을 추가함으로써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동영상을 재생하고 있는 IP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복사방지 장치는 크랙을 해서 풀리면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복사가 자유로울 경우에는 크랙을 할 이유를 못 느낄 것이고, 동영상 재생과 동시에 IP신고가 접수되어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복사는 풀되 속에 불법 재생과 합법 재생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장치를 심어두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