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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년 스페셜리포트. 사이버스페이스(참아닌공간)



IT문화원 컬럼. 1996년 01월 01일. URL: http://www.dal.kr/col/britannica/bri1995s.html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연감: 1995년 컴퓨터와 정보통신 분야 스페셜리포트 (옮김: 김중태)


'오즈의 땅'이란 말이 소설가가 만들어낸 말인 것과 마찬가지로 '사이버스페이스(참아닌공간)'란 말도 공상과학 소설가인 윌리암 깁슨이 만들어낸 낱말이다. 그러나 '오즈'란 낱말이 세상에 별다른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 반면에 참아닌공간이란 낱말은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모았고 논쟁의 주제가 되기에 이르렀다. 사이버스페이스란 낱말은 꿈과 현실 양 쪽에서 오늘날의 기술 역할에 관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통신수단을 지배하는 사회와 경제적 이론에 관해 새로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사이버스페이스가 우리의 경제구조와 사회개발 그리고 자유시민으로서의 권리확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하나의 분야가 되었다는 사실에 의견의 일치를 보게 된 때는 1995년초다.

깁슨의 소설 뉴로맨서(1984)와 그 후에 발표된 몇 편의 소설에서 설명된 것처럼 사이버스페이스는 컴퓨터가 창조해낸 인공환경을 말한다. 움직이는 영상을 평면적으로 표현해내는 영화와 달리 참아닌공간의 환경은 실제의 세부적인 사항들을 삼차원과 오감으로 전달한다. 그것은 또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마주보고 앉아 대화하는 것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낸다. 한 예로, 깁슨의 한 소설에서는 어떤 여성이 스페인의 바로셀로나에 있는 성당 외곽에서 한 신비한 금융업자를 만난다. 그러나 실제로 그녀는 브뤼셀의 사무실에 홀로 앉아 있다. 실제로 이런 류의 참아닌공간적 경험을 현실화시키려는 노력 즉, 가상현실에 대한 연구가 행해져왔다. 비록 깁슨이 상상했던 만큼의 완벽한 참아닌공간적 체험은 미숙한 기술과 가상현실 기계가 일으키는 부작용(가상현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배멀미와 비슷한 육체적 혼란) 때문에 때로는 좌절을 겪기도 했으나 1994년에는 마침내 가상현실 기계가 오락실과 쇼핑몰에 출현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가상현실 장비의 사용자들은 타인과 통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하고만 통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로서의 참아닌공간은 전화선으로 연결된 컴퓨터 네트워크와 관련이 깊다. 이들 네트워크 중 가장 크고 가장 잘 알려진 인터네트는 1970년대에 미국 국방성과 학술연구를 돕기 위해 개발되었으나 1990년 초까지도 인터네트는 일반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1994년 말에 이르러서 이 네트워크는 국방기관의 직원이나 대학의 교직원이 아닌 수 백만 명 이상의 일반 대중 사용자를 흡수했다. 1994년에는 적어도 이천 만 명에 달하는 인터네트 사용자들이 정보를 교환했으며 이들이 교환한 정보의 양은 월 300기가바이트를 초과했다. 이 양을 쉽게 설명하면 250쪽 짜리 책 50만 권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그 결과 인터네트 사용자와 컴퓨터 네트워크에 경험이 없는 수 백만 명의 사람들이 인터네트와 참아닌공간을 같은 의미로 인식하게 되었다.

인터네트는 혼합 매체이다. 즉, 인쇄, 전화, 게시판, 사적인 편지와 같은 매체를 혼합해 놓은 복합 매체이다. 또, 어설프지만 인터네트는 전통적인 방송에 필요한 물리적 설비 없이도 라디오와 텔레비젼 송출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 어떤 비평가들은 인터네트와 그 뒤를 이은 네트워크망이 텔레비젼과 전화 그리고 전통적인 인쇄 기능을 흡수할 것이라고 예측해왔다. 그들은 미국 부통령인 알 고어 2세가 만들어낸 신조어인 '초고속 정보고속도로'를 통합적인 쌍방향 전자통신 시스템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무실에 엄청난 양의 정보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는 전망 때문에 전화 사업자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사업자, 연예 오락 업계들이 서로 전략적 제휴를 하기에 이르렀다. 1995년에 이르러 업계는 비상업적 인터네트를 엄청난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는 미개발의 대륙인 중국과 동일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떤 비평가들은 사이버스페이스가 내포하고 있는 사회적 의미가 사이버스페이스의 상업적 의미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수동적이고 고립된 상황에 있는 시청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보내는 텔레비젼과는 달리 인터네트는 사용자들이 내용을 제공하고 공유하며 또 그것을 퍼뜨림으로써 유지된다. 자원의 공유와 상호협력은 성공한 사회집단의 오랜 특징이므로 인터네트 옹호론자들은 인터네트를 텔레비젼에 의해 약화된 사회구조를 치료할 수 있는 매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또 사이버스페이스가 국경과 지역적 경계라는 방해물 없이 '참아닌사회'의 형성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인터네트를 자유언론의 르네상스가 시작되는 징후로 본다. 또 인터네트는 모든 사람들이 출판업자가 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기 때문에 참아닌공간이야말로 전통적인 신문사와 방송국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비슷한 낙관적 예측은 전화, 라디오 그리고 텔레비젼을 포함한 모든 전자매체가 출현할 때마다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유토피아가 실현될 것이라는 예측은 반대 의견보다도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전자매체에 관한 예측 중에서 가장 먼저 나왔으면서도 가장 잘 미래를 예견한 예측 중의 하나는 도스토에프스키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란 소설(1879-80)에서 발표한 것이다. 그는 이 소설에서 '물리적 거리가 단축되고 공기를 통해 생각을 전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세계는 더욱 더 통합될 것이며 가까와질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라고 썼다. 그러나 그는 소설가의 관점에서 이들 전송장비가 '의미 없으면서도 어리석은 욕망'만을 자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스토에프스키의 이 소설은 사이버스페이스의 첫번째 도구로 간주되는 전화에 관한 특허권을 알렉산더 그래함 벨이 획득한지 4년 만에 출판되었다.

최근의 비평가들은 전자매체가 진실한 지구촌을 건설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며 오히려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용자들은 자신들만의 독점적인 공간(cyburbia)에 상주하는 사람들과의 한정된 사귐을 위해 텔레비젼 수상기를 멀리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비평가들은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서 시민권과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잠재적 위험이 매우 크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사이버스페이스를 통한 사회, 경제적 거래가 늘면 늘수록 시민들의 소비습관과 개인적 관심사항 그리고 정치적 신념을 추적하는 일은 더욱 쉬워진다. 전자개척자재단(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과 같은 네트워크 지지집단도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프라이버시 확보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인터네트에서 프라이버시 침해를 막기위해 클리퍼 칩(Clipper Chip)이란 장비를 제안해왔다. 이 클리퍼 칩은 인터네트 상에서 메시지를 암호화하고 해독해내는 표준 장비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클리퍼 칩이 정부만이 열 수 있는 '뒷문(백도어)'을 가지고 있어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사적 메시지를 해독하고 가로챌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해냈다.

이외에도 기존의 법률이 공개된 공간으로서의 사이버스페이스에 어떤 효력을 미칠 수 있는가에 관한 심각한 논쟁이 일고 있다. 미시간 대학의 한 학생은 인터네트에 그의 동료 이름으로 폭력적인 내용의 서류를 올린 것 때문에 1995년에 FBI에 체포되었다. 체포 이유는 미국의 주와 주를 서로 연결해 놓은 주간(interstate) 통신수단을 타인에 대한 유괴와 명예훼손에 사용한 혐의였다. 그러나 고소당한 학생의 저작물이 실제적인 해를 끼치는 위협 요건을 법적으로 구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결국 그 고소는 취하되었다. 비평가들은 이 사건을 인터네트보다 사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다른 매체를 위해 만든 법을 억지로 인터네트란 매체에 적용하려 했던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외에도 1995년에는 인터네트의 전체 메시지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불과 0.5 퍼센트 밖에는 되지 않지만 어린 인터네트 사용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뿌려지고 있는 음란물의 홍수 현상에 대해 정치가들과 저널리스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어떤 미국의 의원들은 음란물을 유통시키는 컴퓨터 네트워크에 대해 좀더 강력한 검열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이 법안이 범법행위를 모의하기 위해 전화선이 사용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전화회사는 자신의 선로를 도청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똑 같은 논리로 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모든 법률적인 논쟁 중에서도 가장 첨예한 것은 저작권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저작권이란 타인의 원작을 허가받지 않고 복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권리를 말한다. 그러나 인터네트 상에서는 단순히 특정 서류를 보는 행위만으로도 서류가 사용자의 스크린에 완전히 복사되는 것이므로 저작권을 위배하는 것이다. 만약 그 서류가 플로피 디스크와 같은 저장장치로 복사된다면 사용자는 그 서류를 고치거나 원작자의 작품과 쉽게 구별할 수 없게끔 그 서류를 재가공할 수 있다. 어떤 작가와 예술가들은 이런 현상을 오히려 환영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집단적 창조를 위한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지적재산권의 수호자들에게는 전대미문의 엄청난 문제이다. 어떤 이들은 인쇄가 발명된 후부터 존재해왔던 저작권이란 개념 자체가 사이버스페이스의 출현으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스페이스의 가장 미묘한 측면은 사이버 스페이스가 재산권에 미치는 영향이 아니라 인류와 기술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다. 컴퓨터가 꾸며내는 세계와 전자적으로 도움을 받는 가상체험이라는 윌리암 깁슨의 사이버스페이스 개념의 뿌리에는 기계와 인간의 만남이 거의 유기체적 수준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포하고 있다. 어떤 비평가들은 다가오는 '생물전자학적 근사현상(bionic convergence)'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 현상을 통해 우리 모두는 언젠가 컴퓨터관을 우리 몸에 이식해 우리의 뇌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메시지를 직접 분리할 수 있을 것이며 전자적으로 창조성을 고양시키고 기쁨에 대한 반응력을 자극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매체 이론가인 마샬 맥루한의 경구를 인용해 말한다면 이 정도의 참아닌공간적 경험 수준에 도달하면 '인류는 기계세상의 섹스기관이 될 것이다'. 우리가 그런 상태에 만족을 하든 하지 않든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제는 실현될 날만이 남은 것이다.

----- 본문내용 끝.


** 옮긴이 설명: 사이버스페이스를 흔히 가상공간이라고 하나 이는 정확한 번역이 아니다. 버츄얼리얼리티가 가상현실로 번역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버츄얼스페이스(예를 들면 가상현실게임에서 주인공이 움직이고 있는 공간)가 가상공간이다. 사이버스페이스는 3차원 시뮬레이션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공간이 아니고, 현실과 결합되어 실제적인 의사결정과 행동이 이루어지고 물류이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쉽게 말하면 인터네트나 하이텔 등의 통신망에 만들어진 통신사회를 말한다. 따라서 거짓공간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가상(가짜 영상)으로 꾸며진 공간도 아니고, 참된 현실공간도 아니다. 따라서 '참아닌공간'이라는 낱말로 번역해야 한다.

** 번역에 도움을 준 선배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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