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인 등록 원칙이 변질되고 있다. '선등록'이라는 한 가지 기준을 적용시켰던 과거에는 시비거리가 없었다. 가치를 판단하여 구입하거나 새로 만들면 된다. 그러나 도메인 가격이 치솟자 대기업들이 '선등록' 기준을 뒤흔들어 공짜로 도메인을 가져가고 있다. 몇 십 억을 주고 도메인을 사는 것보다는 적은 비용으로 로비를 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 도메인 획득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1999년 10월에는 www.chanel.co.kr의 도메인 권리를 샤넬사에, 2000년 9월 14일에는 mastercard.co.kr의 권리를 마스터카드사에 넘겨주라는 1심 판결이 내려졌다. 이 판결은 정당하지 않다. BBC의 독창적인 합성어인 '텔레토비'조차 몇몇 나라에서는 다른 사람에 의해 선등록되는 바람에 상표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왜 평범한 낱말을 사용한 도메인조차 외국의 대기업에게 넘겨주어야 하는 것인가?
샤넬의 경우 법원 스스로 판결의 모순을 보여주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측이 도메인 네임 등록은 "선처리 선입수" 원칙이어서 샤넬측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하지만 이 원칙은 한국인터넷정보센터라는 한 단체의 지침에 불과하다"며 "이는 상표권침해를 금지하는 일반 법질서를 위반하면서까지 적용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 말을 뒤집어보면 도메인 자체가 한 단체의 서비스에 불과한 것이므로 상표권을 적용시키는 것이 억지라는 말과 같다.
최근 한글도메인이나 휴대폰용 도메인 등을 독립적으로 제공하는 곳이 여럿 생겼다. 이곳 회사의 서비스에 어떤 사람이 먼저 '샤넬' 또는 '샤넬.회사.kr'이라는 도메인을 등록시켰다고 하자. 현재 대부분의 기업이 이런 서비스의 전망을 회의적으로 보고 등록을 안하고 있는데, 만약 이런 서비스가 ICANN의 도메인 서비스처럼 새로운 서비스로 널리 사용되면서 도메인 가치가 치솟는다면 또 다시 뒤늦게 상표권을 내세워 도메인을 빼앗아갈 것인가? 내가 운영하는 사이트 또는 수 천 군데의 통신망에 chanel이라는 IP를 개설했다고 하자. 이런 사이트나 IP의 가치가 치솟은 뒤에야 샤넬에서 내 사이트에 개설된 메뉴이름을 자신에게 돌려달라고 억지 부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법원의 판결문대로 도메인 등록 권리의 원칙이 한 단체의 지침에 불과하다면 도메인 등록의 의미 역시 한 단체의 서비스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본적인 원칙은 서비스 제공 업체의 약관이나 지침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며, 도메인은 선등록자에게 정당한 권리를 보장해주어야 할 것이다.
몇몇 기관은 사이버스쿼팅(cybersquatting - 사이버 불법점유, 즉 도메인을 매매할 목적으로 미리 선점하는 행위)의 부당성을 내세우며 강제로 도메인을 회수한다. 그러나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등이 내세우는 사이버 스쿼팅은 사실 힘 있는 자들이 손쉽게 기득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주는 위장술이며, 힘 없는 자가 취득한 도메인을 힘있는 기관에게 공짜로 돌려주려는 조치에 불과하다. 이 조치가 취해진 이후 대기업과 유명 기관의 행태는 오만할 정도로 방자해졌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사례1. eacademyaward.com와 nytimes.com
미국의 아카데미는 국내 기업인 포인트캐스트가 소유한 eacademyaward.com을 반환하라고 통고했다. 뉴욕타임즈는 enytimes.com의 소유권을 주장했다. 그러나 상표 앞뒤에 다른 낱말을 넣은 것까지 소유권을 확장하는 것은 억지다. tel.com을 보유한 tel이라는 업체가 intel, itel, simtel, telshop 등의 수 만개 도메인도 자기 소유니 돌려달라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뉴욕타임즈의 경우는 더욱 기가 막힌다. nytimes는 New Year times라는 신문의 약자도 될 수 있고, Nobless yachtie time seivice나 New Yankee times의 약자가 될 수도 있다. ny 약자의 의미는 실로 다양하며 많은 기업과 개인이 사용하고 있는데도 뉴욕타임즈가 ny 약자의 소유권을 주장하니 정말 웃기는 일이다. 더구나 enytimes가 뉴욕타임즈의 것이라고 우긴다면 a자를 붙인 anytimes도 뉴욕타임즈 것이라는 말인가?
사례2. www.terminator3.com와 www.whitehouse.com, www.le-monde.com
'터미네이터2'의 제작사인 미라맥스 영화사가 한국의 온인선씨에게 영화제작에 필요하다며 www.terminator3.com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terminator3은 앞으로 나올 상품 이름이며, terminator는 사전에 등록된 일반명사이다. love2.com이라는 도메인을 등록한 사람에게 love2라는 영화를 찍을테니 도메인을 내놓으라는 억지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com 도메인이 미국법에 따르기 때문에 현재 온씨의 승리 가능성은 적다고 한다.
www.whitehouse.com는 현재 포르노사이트로 운영되고 있으며, 미국의 주스 회사인 NFP에서 자사 상표인 Whitehouse의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렇지만 Whitehouse는 미국에서만 31개나 등록된 상표이다. 그런데 왜 NFP에서 도메인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일까? 그들의 논리를 따른다 해도 31개 상표권자의 공동 소유가 되어야하는 것이 아닌가?
www.le-monde.com 역시 세계적 언론사인 르몽드지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소유자인 프레미는 '르 몽드(세계)'가 일반명사이므로 특정기업의 소유권 주장은 부당하다고 항의했다. 그는 세계(le monde) 외에도 땅(la terre)과 달(la lune)을 뜻하는 'www.la-terre.com'과 'www.la-lune.com'도 등록하였다. 이는 moonhwa.co.kr(cluture.co.kr) 또는 segye.co.kr(world.co.kr)이 문화일보나 세계일보의 소유가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세계철강, 세계문화, 세계출판사 등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있는가. 그러나 WIPO는 일반명사를 유명신문사의 점유물로 넘겨주었다.
사례3. seripak.co.kr과 dodialfayed.com
녹원에서 등록한 seripak.co.kr은 삼성물산과 분쟁중이다. 그러나 두 기업은 물론 골프선수 박세리에게도 이름에 대한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joongtaekim.co.kr을 또 다른 김중태가 스타로 성공한 다음에 자기 것이라고 돌려달라고 하면 얼마나 황당할 것인가? star라는 사람이 star.com을, wood라는 사람이 wood.com을 돌려달라고 하는 것과 똑 같다.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도메인을 돌려달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UN의 상표권기구는 dodialfayed.com을 다이아나 황태자비와 함께 죽은 도디 알 페이드(Dodi Al Fayed)의 아버지인 모하메드 알 페이드에게 넘겨주었다. 소유자의 이름이 아니라는 이유로 권리를 빼앗은 UN이 소유자의 이름이 아닌 사람에게 권리를 넘겨주는 희극을 연출한 것이다. 도디알페이드라는 이름을 가진 수 많은 사람들이 있건만 UN은 동명의 사람도 아니고 죽은 사람의 아버지에게 소유권을 부여했다. 그가 런던에서 백화점을 운영하는 등 엄청 돈이 많은 부자이기 때문이다. UN의 논리대로라면 죽은 사람과 살아있는 자녀의 이름을 내세워 도메인을 돌려받을 수 있는 사람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UN에게 묻고 싶다. 도디알페이드 이름을 가진 사람이 소송을 건다면 소유자의 이름이 아닌 모하메드알페이드가 넘겨받은 도디알페이드 도메인을 도디알페이드에게 넘겨주라고 결정할 것인가?
몇 가지 간단한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처럼 UN이나 WIPO, ICANN이 내세우는 명분은 힘있는 자의 기득권을 보장하고 공짜로 비싼 도메인을 가져가기 위한 위장전술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들 스스로 생각해봐도 말이 안되는 판결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내 주장은 단순하다. 선등록자에게 권리를 준다는 가장 단순한 원칙을 지키는 것이 도메인 분쟁의 최고 해결방법이며,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정의로운 방법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