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주객전도된 상황을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은행을 예로 들자. 은행의 경우 예금자를 최고의 고객으로 모시며 예금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과연 예금주는 고객인가? 아니다.
고객이란 기업에 수익을 안겨주는 사람이나 기관을 말하는데, 예금자는 은행에 수익을 안겨주지 않는다. 1억을 예금하고 일 년 뒤에는 700만원의 이자를 달라고 손을 내미는 사람이다. 은행은 예금자가 맡긴 1억을 이용하여 이자 700만원과 직원의 월급, 운영비 등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예금자는 은행의 고객이 아니다. 채권자 또는 주식만 안가진 투자자라 할 수 있다. 은행에 돈을 맡기고 그 돈으로 은행이 사업을 벌여 수익을 내면 수익을 돌려받는 투자자인 것이다.
그렇다면 은행의 고객은 누구인가? 대출자이다. 은행은 예금주에게 빌린 1억을 대출자에게 빌려주고 1천만원의 이자를 붙여서 받는다. 이 돈으로 예금이자와 직원 월급을 준다. 즉 은행에 1천만원이라는 대출이자를 안겨다주는 대출자가 실제로 은행의 수익을 책임지는 고마운 고객인 것이다. 만약 대출자가 없다면 살아남을 은행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예금이 많아질 경우 은행은 수익이 느는 것이 아니라 예금자에게 지급해야 할 비용 부담만 는다. 은행의 재무구조가 부실해지는 것이다. 우수 개인과 기업에게 많이 대출해주고 대출이자를 제대로 받는 것이 은행이 돈버는 길이다. 그런데도 대출자에게는 허리가 뻣뻣하고 예금자에게는 나긋나긋한 것이 우리의 은행이다. 사실 신용이 우수하고 돈 잘 버는 사람이나 기업에게 제발 대출해가라고 사정해야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영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은행의 영업은 정반대였다. 은행에 수익을 안겨줄 우수한 고객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이나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뻣뻣하게 대했고, 예금주와 대기업, 로비 잘하는 기업을 우수고객인양 대했다. 결국 이런 잘못된 영업형태와 주객전도된 사고방식은 은행의 부실로 직결되었다.
정보통신업체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도 주객전도된 사고방식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무료회원이라도 회원만 늘면 돈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이에 속한다. 이는 예금이 늘면 은행이 견실해지겠지 하는 생각과 같다. 그러나 예금이 늘수록 은행은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무료회원은 기업의 운영비만 증가시키는 존재일 뿐이다. 물론 무료회원이 많아지면 광고수익을 비롯한 기타 수익도 늘겠지만 대개의 경우 무료회원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되는 비용을 회수할 정도는 안된다. 결국 은행이 예금자의 일부를 대출자로 만들어 수익을 내는 것처럼 인터넷업체 역시 무료회원에게서 어느 정도의 돈을 거두어 수익을 내야 한다.
B2C는 돈이 안되고 B2B만이 돈이 된다는 생각 역시 전도된 생각이다. 내 주변의 몇 사람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B2B에 대한 자문을 구했을 때, 나는 단호하게 B2C로 사업을 바꾸라고 충고했다. B2B로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언급하기로 하자.
하여간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B2C는 한물 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개인을 상대로 돈을 벌기 힘들다는 생각도 많이 퍼져있다. B2C 업체의 수익성이 나빠진 반면 장비를 생산하거나 시스템을 납품하는 B2B 관련 기업의 실적이 높아졌다는 수치를 비롯하여 B2B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수치 등이 제시되고 있다.
맞는 이야기다. B2B 시장이 커지고 있으며 B2B 관련 기업이 잘 나가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B2C가 돈이 되는 분야일 수밖에 없다. B2B는 설비, 장치, 재료산업에 해당하는데 이런 산업은 소비재산업에 비례해서 성장한다. 차이점은 설비산업이 소비재산업보다 좀더 앞서 간다는 사실이다.
웨이퍼칩을 생산하는 업체나 반도체설비 업체가 잘 나간다면 결국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누린다는 말이며 이런 반도체는 PC, 이동전화기 등에 장착되어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라면 회사에 밀가루를 공급하는 회사가 잘 나간다면 소비자에게 파는 라면의 양이 증가한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전자상거래 시스템 구축, 웹호스팅, IDC, 네트웍장비 시장이 성장한다고 하자. 이렇게 B2B 업체가 기업이나 정부에 판매한 시스템은 어디에 사용되는가? 결국 소비자와 국민을 상대로 쓰일 것이다. B2B 시장은 B2C 시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B2B 시장이 성장한다는 말은 조만간 그보다 더욱 폭발적으로 B2C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인텔과 삼성전자에 반도체 설비나 ERP를 판매하는 업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텔과 삼성전자가 성장하며, 야후나 옥션에 각종 시스템을 납품하는 업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야후와 옥션이 성장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주와 객을 제대로 봐야할 시점이다. 인터넷 인구는 갈수록 늘고 있으며 인터넷 사용시간도 늘고 있다. 그에 비례하여 B2C 시장의 영역과 소비자 수, 씀씀이도 크게 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쇼핑, 주식거래, 인터넷뱅킹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을 상대로 수익을 내기 힘들다거나 B2C를 비관적으로 본다면 시장과 고객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B2C 시장은 인터넷업체에게 미지의 황금어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