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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1, 1999

[차례] KBS 디쎄

KBS 디쎄


KBS 디쎄2000년 8월 - 아날로그의 장점: 아날로그를 받아들이는 D세대가 다음 세대의 주역이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를 구 세대와 구별할 수 있는 적절한 용어는 무엇일까? 디지털 문화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D세대(D-Generation), 디지털문화와 도시화에 익숙해진 디티즌(Ditizen)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 디지털 방식은 아날로그 방식보다 이해하기 쉽고 사용하기 편하지만 아날로그 방식보다 좋은 방식이라고 말할 수 없다. 우주는 무한한 아날로그의 세계이고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 역시 아날로그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KBS 디쎄2000년 7월 - 정보공유의 힘: 정보 공개와 공유가 통일을 앞당기며, 인류 문화를 발전시킨다
동독과 서독이 평화통일을 이룩할 수 있었던 요인은 동독인이 서독의 TV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정보의 교류와 공유가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기억하자. ... 독일처럼 북한 주민이 TV로 남한 방송을 시청하는 일은 현재로서는 어렵다. 아직까지는 TV 방송 수신이 통제되고 있는 까닭도 있지만, 북한에서 TV 방송 수신을 허가한다 해도 PAL 방식을 사용하는 북한TV로는 남한 방송을 시청할 수 없다. 따라서 인터넷을 통한 정보 교류가 더욱 빠르고 효과적이다.

KBS 디쎄2000년 6월 - 주부 컴퓨터 열풍: 어머니! 컴퓨터를 왜 배워야 하는지 생각해보세요
대한민국의 어머니, 아니 여성에게 말씀드립니다. 허울 뿐인 여성 사이트에 속지 맙시다. 주부가 왜 컴퓨터를 배워야 하고 왜 인터넷을 배워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우리의 아이를 위해서, 좀더 발전된 자신의 모습을 위해서입니다. 물론 채팅방에서 수다 떠는 것도 쇼핑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것 또한 인터넷의 매력이며, 생활의 즐거움이니까요.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내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왜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워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KBS 디쎄2000년 5월 - 리눅스의 장점: 리눅스를 배워야 하는가?
나는 이렇게 고민하는 분들에게 눈 딱 감고 리눅스를 사용해보라고 권한다. ... 컴퓨터 분야 종사자에게는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 리눅스 배우기를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컴퓨터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또는 좀더 경제적인 컴퓨터 환경을 구축하기 위하여 리눅스 배우기를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내가 만난 대부분의 리눅서들은 자신이 선택한 운영체제에 대해 매우 만족하며 있으며 자신의 선택을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늘 자랑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KBS 디쎄2000년 4월 - ASP시장의 변화: 소프트웨어 시장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현재는 ASP 시장의 초기단계이므로 시장이 어떤 식으로 변화할 것이며 어떤 서비스가 새롭게 등장할지도 예측하기 힘들다. ... 그러나 경제적인 것을 추구하는 시장의 특성상 ASP가 소프트웨어 시장의 중심축이 되리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어 팔 것인가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KBS 디쎄2000년 3월 - 캡틴 클런치의 일화: 텔레뱅킹과 PC뱅킹은 안전한가?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은 1980년대 초반부터 에셜론(Echelon)이라는 정보감시망을 가동해 세계 각국의 유무선통신, 팩스, 전자우편을 감시했다. '편대, 계층, 배치하다'의 뜻을 지닌 에셜론 프로젝트는 세계 정보질서를 재배치하는 기능을 수행했는데, 1998년 1월 유럽의회의 폭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최근에는 조지워싱턴대의 발표를 통해 실체가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다. ... 따라서 온라인거래의 신뢰성이 확보되고 피해보상책이 정립될 때까지는 개인 스스로 보안을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KBS 디쎄2000년 2월 - 기업의 사기 행위들: 정직한 기업, 정직한 언론이 공정한 사회를 이끈다
정직함은 모든 분야에서 필요하다. 정치인과 공무원이 떳떳하고 정직하다면 인재로 자녀의 목숨을 잃고 비통해하는 부모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부실건물을 부실건물이라고 말하고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면, 정해진 규정대로 의약품의 부작용여부를 실험했다면, 건물이 무너지고 주사를 잘못 맞아 죽는 어린 생명의 죽음은 없을 것이다.

KBS 디쎄2000년 1월 - 물타기용 광고의 예: 2000년에는 자존심을 내세워 앞서가는 기업이 되자
3M의 메모지인 '포스트잇'은 새로운 접착제를 개발하던 도중에 개발한 것이다. 다양한 점도의 접착제를 종이에 칠해서 시험하던 중에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종이가 나온 것인데 접착제보다는 이 종이가 상품화되어 크게 성공한 경우다. 많은 발명과 발견이 다른 목표를 가지고 개발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얻어졌다. 그러나 남보다 앞서서 기술개발을 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시도한 VOD 시스템은 비록 현재까지는 실패로 끝났지만 부산물로 얻은 케이블모뎀과 ADSL 기술은 더욱 큰 성공을 보장하고 있다.

KBS 디쎄1999년 12월 - 사이버문화 대비: 21세기의 문화도 준비하고 참여하는 사람이 이끈다
사이버문화로 대변되는 21세기 문화의 특징은 무엇인가? 나는 '사회적 가치관의 통일이 줄어드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대답한다. 쉽게 말해 사회적 목표와 가치판단의 기준이 없는 혼돈의 시대라는 뜻이다. 대학 나와 결혼하고 아이 낳는 것으로 통일되었던 사회적 가치관은 분열될 것이며, 이는 문화 전반에 걸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아이는 낳아야 하나요? 대학가는 것이 좋아요, 기술 익히는 것이 좋아요?'라는 아들딸의 질문에 우리는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할 것이다.

KBS 디쎄1999년 11월 - 사생활침해 사례: RFC와 스마일리에 담긴 네티즌 정신이 필요한 때
인터넷의 기술표준규격인 RFC(Request For Comment)를 보자. 1969년 4월에 인터넷 개발의 주역이던 빈튼서프, 스티브크로커 등이 내놓은 통신프로토콜인 RFC는 '의견을 구합니다'라는 겸손한 뜻을 가지고 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그들이지만 표준으로 남에게 강요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졌기에 RFC라는 겸손한 이름을 지은 것이다. 통신인들이 사용하는 문자로 된 기호(보기 :> :) :-) ^.^ ^^; )는 스마일리(Smiley)라고 부른다. 남에게 즐거운 웃음을 주는 것이 목적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남을 돕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겸손한 사람만이 진정한 네티즌의 자격이 있으며, 자격 있는 네티즌이 많아질수록 사생활침해와 범죄가 줄어들 것이다.

KBS 디쎄1999년 10월 - 게이머의 미래: 프로게이머와 프로바둑기사의 차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게임을 잘 하는 것만으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적어도 결혼하고 자녀를 키우면서 가질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 때문에 젊은 후배들이 당장의 상금만 바라보고 게임에 몰두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프로게이머와 프로바둑기사의 차이

KBS 디쎄

KBS Disse 컬럼. 1999년 10월 (글: 김중태)


- 탁구게임으로 시작된 상업적 오락의 등장과 성장

이 십 몇 년 전에 전자오락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만났다. 상업적 전자오락의 시조라 할 수 있는 탁구게임을 구경하게 되었는데 게임기를 흑백TV에 연결해 사용했다. 다이얼을 돌려서 막대기 모양의 탁구채를 위 아래로 움직여 공을 상대편에게 쳐내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당시에는 혁명적인 게임이었다. TV도 드물던 시기였기 때문에 TV를 이용한 전자오락은 더욱 신기했으며, 부러움에 가득 찬 마음으로 친구집에서 구경했던 그 게임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시대를 살았던 내 또래의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예쁘게 쌓아둔 추억의 하나로 간직하고 있을 그런 게임이다.

그후 동네골목길에 벽돌격파와 인베이더가 등장했고 팩맨, 스크램블, 갤러그, 방구차, 스트리트파이터, 철권, 비트매니아 등으로 전자오락은 계속 발전과 변신을 거듭했다. 전자오락실과 비디오 게임기, PC게임시장도 크게 성장했다.

몇 만 개 팔리는게 최고였던 국내의 PC게임은 요즘 몇 십 만 개 단위로 팔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4백만 개나 팔린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국내에서도 출시 1년이 되기 전에 20만 개를 돌파했으며 누계 판매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게임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멀티미디어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것은 물론이며 각종 전자부품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을 이끌고 있다. 고성능 게임을 위하여 고성능 하드웨어가 개발되고 있으며, 네트워크 게임의 발달은 PC방과 통신 분야를 비롯하여 여타 산업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가장 성공한 게임으로 손꼽히는 '스트리트 파이터'를 살펴보면 게임의 부가가치를 손쉽게 알 수 있다. 일본의 닛케이비즈니스지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캡콤사가 '스트리트 파이터'를 시장에 내놓기 전후인 1989~1993년 사이의 수익증가율은 3천2백6.6%로 일본에서 1위를 기록했다. 2위를 한 하수도 제품 관련업체인 에바타사와 비교해도 2배나 된다. 2배만 증가해도 입이 벌어질 판국인데 무려 33배의 매출증가와 60배의 경상이익 증가라는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냈다.

이 모든 것이 '스트리트 파이터'라는 게임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 없다. 1991년 3월 출시된 '스트리트 파이터'는 불과 2년 만에 1천2백만개나 팔리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그 결과 1994년 3월 마감회계 때는 매출 8백44억엔에 경상이익만 1백44억엔에 달했다. 한 게임 회사의 이익이 국내 반도체 3사의 이익보다 많을 정도였다. 이중 60% 정도가 '스트리트 파이터'로 하나로 벌어들인 돈이다.


- 네트워크 게임의 발달로 프로게이머가 등장하다

이처럼 게임산업은 최첨단 산업이며 고부가, 고수익 산업이다. 최근에는 비디오게임에서 PC게임으로, 또 PC게임은 네트워크 게임으로 변화하면서 게임 관련 산업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 중 하나가 프로게이머의 등장이다.

네트워크 게임이 발전하면서 많은 상금이 걸린 게임대회가 생겨났고 게임대회 참가를 직업으로 하는 프로게이머가 등장한 것이다. 배틀넷의 우승자인 신주영, 이기석씨에 이어 얼마 전에는 고등학교 2학년인 장경호군이 스포츠서울컵 월드게임 챔피언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상금 3천만원을 획득하고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케이블TV의 게임 중계를 지켜봤는데 우승소감이 특이했다. "우승하기 위해서는 밥먹고 게임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프로게이머의 길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말이었다.

나 역시 프로게이머 진출을 말리는 편이다. 우승이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직업으로 삼기에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새로운 직업으로 프로게이머를 다루고 있으며 앞으로는 게임만 잘해도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대회의 상금을 타서 생활한다는 점에서 프로게이머를 프로바둑기사나 프로골퍼와 같은 부류로 취급하려고 한다. 그러나 프로게이머는 프로바둑기사와 결코 같은 부류가 아니다. 왜 아니라고 말하는지 프로바둑기사와 비교해보자.


- 왜 프로게이머와 프로바둑기사는 다른 것일까?

만약 수 백명의 프로기사와 프로골퍼가 상금으로만 살아야 한다면 상금을 독식하는 상위권 몇 명을 제외하고는 다들 굶주릴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기원이나 골프연습실, 개인교습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 최고의 실력이 아니라도 된다. 어느 정도의 실력이면 초보자나 하수들을 지도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 공부하는 사람은 하수의 기초부터 배워나가기 때문이다. 실력이 쌓이기까지는 천재라 하더라도 몇 년이 걸리며 일단 쌓인 실력은 평생 써먹을 수 있다. 선수로, 지도자로, 해설자로, 저자로 다양하게 활동을 펼 수 있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더라도 먹고 사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프로기사나 프로골퍼들이다. 이 점이 프로게이머와 다른 점이다.

스타크래프트 게임대회를 예로 들자. 게임에 소질이 있다면 누구라도 단기간에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승자가 아닌 하위권 출전자에게 지도를 받으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승자의 우승비법만이 연구대상이 된다.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먹고살 길이 없는 것이다.

또 최고가 되어 우승했다고 치자. 그러나 다음 대회에 우승한다는 보장이 없다. 입문한 지 한 달 만에도 최고의 실력자가 될 수 있는 것이 게임의 특징이다. 때문에 경쟁자가 성장하는 과정이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날 갑자기 실력이 뛰어난 경쟁자들이 일시에 등장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게임의 유형이 바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설사 최고가 된다고 해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현재까지 나온 스타크래프트의 일인자가 되었다고 치자. 게임이 버전업되었을 때는 먼저 게임의 특성을 파악한 사람이 우승하는 것이지 이전의 실력자가 우승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인기가 시들해져서 스타크래프트 대회 자체가 사라질 날도 곧 닥칠 것이며, 새로운 게임이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미래에 유행할 게임의 유형은 예측하기 어렵다. 네트웍 게임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전혀 새로운 형식의 게임이 열풍을 일으킬 것이다. 비트스테이지, 기타 프리크스, 드럼 매니아처럼 건반을 두드리는 게임이 유행할 수도 있고, 댄스게임이 유행할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유명 백화점에서는 댄스댄스레볼류션이라는 게임의 예선을 진행할 정도로 신종게임인 댄스 게임의 인기가 높다.

헬멧을 쓰고 총쏘는 네트워크 게임이 등장할지도 모르고, 3차원 입체안경에 센서옷을 입고 격투기를 벌이는 게임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스타크래프트 최고수가 이런 게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때가 되면 스타크래프트를 배우겠다는 사람도 없어질 것이다. 해설자나 저자로 나설 수도 없다. 누가 과거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공략법을 배울 것인가?


- 또 다른 준비를 병행한다면 프로게이머의 미래도 희망적이다

바둑이나 골프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기본적인 형식과 규칙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노력하고 연구하는 자만이 실력이 향상되고 향상된 실력은 평생 돈벌이에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게이머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계속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밥먹고 매달려 주력 게임의 일인자가 되더라도 불과 일 이 년이면 자신이 공부하고 노력한 내용이 모두 무용지물로 변하는 것이다. 하위권자는 물론 상위권 몇 명조차도 살아가기 힘든 것이 프로게이머의 미래인 것이다.

때문에 아직은 프로게이머를 직업으로 삼고 모든 노력을 기울일 때가 아니다. 해야할 공부와 미래에 대한 준비는 해가면서 게임을 병행해야 한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은 젊었을 때 잠깐 할 수 있는 거쳐가는 직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게임이 너무 좋아 꼭 프로게이머가 되야겠다고 생각한다면 몇 년 후의 미래에 대한 대비도 함께 준비하기를 권한다. 게임시나리오 창작, 게임 기획 제작, 게임유통과 같은 관련분야의 진출을 준비하면서 게이머의 길에 입문한다면 미래의 모습이 좀더 희망적으로 보일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게임을 잘 하는 것만으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적어도 결혼하고 자녀를 키우면서 가질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 때문에 젊은 후배들이 당장의 상금만 바라보고 게임에 몰두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냉정하게 현실과 먼 미래를 바라보며 또 다른 준비를 해가는 현명한 게이머로 성장한다면 정말 좋겠다.

November 1, 1999

RFC와 스마일리에 담긴 네티즌 정신이 필요한 때

KBS 디쎄

KBS Disse 컬럼. 1999년 11월 (글: 김중태)


- 네티켓 실종 1위인 욕설보다 훨씬 심각한 일은 사생활침해다

얼마전 유니텔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짜증나는 네티즌 1위로 욕쟁이, 2위 스팸메일, 3위 음담패설이 선정되었다. 그러나 욕설과 싸움은 점잖은 사건에 속한다. 피해자는 열받겠지만 피해의 범위가 적고 남들 모르게 마무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네티켓 실종으로 인한 피해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생활정보의 유출이다.

대표적인 것이 몰래카메라이다. 남에게 피해를 끼친 적이 없는 우리들은 그저 일상생활의 하나로서 먹고, 일하고, 연애한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적인 행위가 몰래카메라에 찍혀 통신을 통해 유통될 때 당하는 고통과 피해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사생활 유출에 관한 통신상의 대표적인 사건으로 1993년 12월 24일 새벽 2시에 하이텔의 BEST5 게시판에 올라왔던 게시물 사건이 있다. 술김에 썼다는 그 글은 자신이 경험한 여성 BEST5를 적은 글인데, 문제는 잠자리 기준으로 선정한 BEST5이고 상대 여성과의 관계장면, 장단점까지 상세하게 묘사해서 올렸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상대방 여성들의 이름과 일하는 곳까지 밝혔다는 점이다. 사실여부를 떠나서 실명으로 쓴 글이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었던 사건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통신서비스가 발달하고 통신인구가 늘수록 사생활정보 유출과 이로 인한 피해도 크게 늘었다. 몇 년 동안 몇 개에 불과하던 몰래카메라는 이제 한 달에 몇 십개씩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오고 있다. 과거에는 한 두 개에 불과하던 여관 몰래카메라의 경우 이제는 각 지방과 도시별로 세분화되어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냈던 달콤한 시간이 몰래카메라로 찍혀 유통되는 순간 지옥의 시간으로 변할 것이다. 당신이 보는 비디오의 주인공이 '어? 내 모습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숨이 막히며 소름이 끼칠 것이다.


- 사생활침해의 형태는 몰래카메라, 게시물 공개, 사진합성 등 다양하다

몰래카메라는 사생활 침해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사생활 침해는 편지검색, 스토킹, 게시물의 공개, ID도용, 사진 합성 공개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게시물 공개의 보기를 들자. 지난 8월, 잘 알던 여자의 ID를 빌린 한 남자가 여성 전용 동아리에 들어가 게시물을 읽고 대화방 내용을 엿들었다. 문제는 게시물과 대화내용을 갈무리해서 다른 곳에 올렸다는 점이다. 여성만의 은밀한 이야기와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공개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발각된 두 남녀 모두 통신회사로부터 ID 사용정지를 당했지만, 피해를 당한 여성들의 수치심과 그들이 겪어야 할 고통에 비하면 징계가 너무 약한 편이다.

6월 12일에는 나우누리의 연세대 동아리 익명 게시판이 폐쇄되었다. 익명이라는 점을 이용해 이 게시판에는 '이화여대생은 학교를 따져서 남자를 사귀는 고급 콜걸'이라는 식의 비방내용이 올라왔고 결국 양교간 분쟁으로 번져 폐쇄된 것이다.

사생활 정보 유출로 인한 스토킹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24살인 여성에게는 8월초부터 매일밤마다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고 전화했는데 나랑 연애하자'는 괴전화가 하루에 20여통씩 걸려왔다. 계속되는 전화에 시달린 피해자는 친구의 도움으로 인터넷을 검색한 결과 채널아이 게시판에 '난 좀 밝히는 편인데 즐기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글과 함께 자신의 휴대전화번호가 게재된 것을 발견하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신고를 했다.물론 상당한 피해와 후유증을 겪었다.

이처럼 전화번호가 공개되어 피해를 당하는 일은 그나마 덜 심한 편이다. 전화번호만 바꾸면 해결되기 때문이다. 특정인의 사진을 음란사진과 합성하여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 연예인 합성사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결혼을 거절당한 남자가 복수로 온갖 글을 담은 게시물과 함께 상대 여성의 사진을 합성한 음란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린 충격적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 한 번 퍼진 사진은 회수불가능한 상태로 계속 전파되는 인터넷의 특징을 생각할 때 이 여성이 당할 피해는 실로 끔찍하다.

40대의 한 주부는 상습적으로 음란 게시물을 올리던 한 인간이 자기를 모욕하는 글을 게시판에 계속 올리자 이로 인한 피해를 견디지 못하고 윤리위원회에 신고했다.


- 조직적인 범죄도 증가 추세, 정부가 앞서서 사생활을 침해하는 사례도 증가 추세

이처럼 사생활 침해는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자신의 신상정보가 범죄에 이용되면서 당하는 피해도 늘고 있다. 개인정보를 빼내 타인 명의로 허위 ID를 만들어 범죄에 이용한 몇 가지 국내 사례를 보자.


* 6월 25일: 음란물 판매 광고를 내 돈을 가로챈 조씨 일당 3명은 조씨가 일하던 술집에서 손님이 술값 대신 맡긴 신분증으로 ID와 은행계좌를 만들어 이용했다.

* 7월 8일: 'O양 비디오' 등을 복제 판매해 4억원을 챙긴 공재선씨 형제 등은 PC통신 사용자에게 20만원을 주고 구입한 주민등록증 사본을 이용해 ID와 계좌를 만들었다.

* 8월 24일: 음란물 등을 팔아 3억원을 챙긴 황정수씨 등은 아파트 우편함이나 대학도서관 등에서 훔친 수 백 명의 인적사항을 이용했다. ID는 1주일에 두 차례 이상 바꾸어 사용했고, 돈은 은행업무 종료 후에 자동인출기에서 인출하는 수법을 썼다.

* 9월 13일: 친척과 함께 음란CD 등을 판매하던 양창우씨 등은 노숙자에게서 산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ID를 개설했다.


개인들은 ID도용을 위해서 자신이 아는 ID의 비밀번호를 무작위로 입력해보는 방법을 사용한다. 청와대 ID 도용사건이나 유니텔에서 정치인 이름을 도용했던 범인들이 사용했던 방법이다. 이런 개인들의 ID도용은 비밀번호를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방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위의 경우처럼 기업형 조직이 사용하는 방법까지 방지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정부에서도 사생활보호를 위해 좀더 개선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부가 오히려 앞장서 사생활침해에 나서고 있다. 9월 30일 정보통신부가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4대 PC통신사에서만 562건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에는 신상기록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ID와 비밀번호가 그대로 넘겨지는 ID감청도 상당수여서 수사관들이 수시로 개인의 편지까지 열람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더구나 이런 개인정보 유출이 정당한 법적 절차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범죄명과 수사목적 등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채 간이 협조공문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법을 지켜야하는 정부가 최상위 법인 헌법부터 하위법까지 어기고 현실이며, 수사관 개인의 불순한 목적을 위해서도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은 외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올초에 이어 지난 8월에도 미국의 법무부가 개인의 전자우편 검색은 물론, 개인의 집에 몰래 들어가 하드웨어 일부를 바꿀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할 수 있는 '사이버공간 전자보안 법안'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 사생활침해와 범죄를 막는 최선의 방법은 네티즌 정신의 자각이다

정부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결국 네티즌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네티즌 스스로 인터넷 정신을 다시 되새기고 깨우쳐야 한다. 인터넷 정신, 네티즌 정신은 무엇인가? 정보의 공유와 자율, 도움과 웃음이다.

인터넷의 기술표준규격인 RFC(Request For Comment)를 보자. 1969년 4월에 인터넷 개발의 주역이던 빈튼서프, 스티브크로커 등이 내놓은 통신프로토콜인 RFC는 '의견을 구합니다'라는 겸손한 뜻을 가지고 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그들이지만 표준으로 남에게 강요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졌기에 RFC라는 겸손한 이름을 지은 것이다.

통신인들이 사용하는 문자로 된 기호(보기 :> :) :-) ^.^ ^^; )는 스마일리(Smiley)라고 부른다. 남에게 즐거운 웃음을 주는 것이 목적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남을 돕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겸손한 사람만이 진정한 네티즌의 자격이 있으며, 자격 있는 네티즌이 많아질수록 사생활침해와 범죄가 줄어들 것이다.

'성인물 리스트입니다'라는 게시물이나 편지를 봤을 때 우리는 신고, 무관심, 거래 중 한 가지 행동을 택할 것이다. 보는 사람마다 즉시 경찰에 신고한다면 불법거래나 기업형 조직의 범죄는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무관심하게 게시물을 삭제할 때는 지금의 추세가 유지될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돈을 보내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무명부부, X장, X여대, X도우미 등의 이름이 붙은 물건의 종류는 많아질 것이고 그 물건들 속에 내 얼굴이 등장할 확률도 많아진다는 점이다.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내 양심과 자격은 결정될 것이며, 통신상의 범죄율과 사생활침해 비율도 달라질 것이다. 결국 모든 개혁은 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December 1, 1999

21세기의 문화도 준비하고 참여하는 사람이 이끈다

KBS 디쎄

KBS Disse 컬럼. 1999년 12월 (글: 김중태)


- 음란물의 범람은 새로운 매체 등장에 따른 초기 현상의 한 부분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21세기 문화의 큰 줄기는 사이버문화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사이버라는 말은 윌리암 깁슨이 쓴 소설 '뉴로망서(1984년)'에서 유래하지만 사이버문화에 대한 예견은 그 전부터 있었다. 도스토에프스키는 대표적인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879-80)'에서 이미 전자매체를 이용한 시공간의 통합을 예견했으며 이들 전송장비가 각종 욕망을 자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도스토에프스키의 말대로 현대의 전자매체는 각종 욕망을 자극하고 있다. TV, VCR, 인터넷은 소비와 음란물이 넘쳐나고 순식간에 수 백만 명이 채팅사이트에 가입해 낮밤을 지새고 있다.

그러나 각종 욕망의 자극이 사이버문화나 21세기 문화의 특징은 아니다. 음란물은 부분에 불과하다. 컬러인쇄기술과 영화, 비디오가 등장했을 때도 새 매체를 이용한 음란물이 범람했지만 이들 매체를 포르노의 대명사로 보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인터넷 이용 초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음란사이트 접속에 보냈던 사람들이 지금은 사이버 주식거래와 뉴스, 방송, 홈쇼핑, 온라인 게임 등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또 2003년에는 비즈니스의 80%가 인터넷으로 이루어질 정도로 업무와 생활 공간이 급속도로 사이버공간에 확대되고 있다. 이제 음란 사이트는 가끔 심심풀이로 들어가는 사이트로 전락하고 있다.


- 가치관의 통일 축소는 21세기 문화 전반의 현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면 사이버문화로 대변되는 21세기 문화의 특징은 무엇인가? 나는 '사회적 가치관의 통일이 줄어드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대답한다. 쉽게 말해 사회적 목표와 가치판단의 기준이 없는 혼돈의 시대라는 뜻이다. 대학 나와 결혼하고 아이 낳는 것으로 통일되었던 사회적 가치관은 분열될 것이며, 이는 문화 전반에 걸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아이는 낳아야 하나요? 대학가는 것이 좋아요, 기술 익히는 것이 좋아요?'라는 아들딸의 질문에 우리는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할 것이다.

예를 들자. 10월 13일 프랑스에서는 동성연애자를 부부로 인정하는 '시민연대협약(PACS)'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제 동성연애자는 소수가 아니라 결혼, 이혼, 배우자간 상속, 증여, 사회보장 혜택의 법적인 지위를 가진 신계층이 되었다.

동성연애자가 인간으로서 권리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야 문제될 바 없다. 내가 걱정하는 부분은 성과 결혼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해졌다는 점이다. 수천 년 동안 성과 결혼은 이성간에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사회적 인식이 통일되었다. 동성연애는 무조건 나쁜 것이며, 소수의 특수한 사람에게 해당하는 일로 가르쳐왔다. 그런 교육의 옳고그름을 떠나 우리는 아무 고민 없이 그렇게 가르쳐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동성연애에 대해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것일까? 내 아들이 시커먼 남자놈과 결혼하겠다면 부모로서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하나? 다가올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자식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 온라인게임의 자동차 도둑과 현실세계의 자동차 도둑은 같은 범죄자인가?

이처럼 기존의 사회적 가치판단 기준마저 흔들리는 판국에 가상공간과 사이버공간까지 가세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리니지 게임 관련 사건은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의 가치판단 기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좋은 예다.


* 11월 5일, 경찰은 사기혐의로 이모군을 입건했다. 이군은 송모씨의 ID를 훔쳐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 게임의 송씨 전리품 9종을 자신의 계정으로 옮긴 뒤 박모씨에게 50만원을 받고 판매한 혐의다.

* 10월 22일, 안모씨가 송모군을 도둑으로 신고했다. 송군은 전리품을 훔쳐 친구의 계정으로 잠시 옮겼다가 자신의 계정으로 옮겼을 뿐 판매는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 10월 29일에는 게임 안에서 이용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게임회사에서 두 달 전 새로 등장시킨 마법사에게 기존 캐릭터를 능가하는 능력을 부여해, 사용자들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 확보한 아이템을 빼앗아가고 애써 키운 캐릭터의 힘을 약화시키자 항의시위를 한 것이다. 이들은 게임 캐릭터를 이용해 판도라 출입구를 막아섰고 이로 인해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서버 운영자는 몬스터를 풀어 시위대를 해산하려 했지만 캐릭터들이 힘을 합쳐 몬스터를 죽여버리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회사는 마법사의 레벨을 낮추는 쪽으로 수정할 수도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판사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도대체 어떤 죄로 입건하고 어떤 판결을 내린단 말인가? 생각해보라.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하는 자동차 아이템을 훔치면 자동차도둑이 되는가? 친구 계정에 아이템을 잠시 보관하면 그 친구는 장물취득죄에 해당하는가? 게임 안에서의 시위는 업무방해에 해당하는가? 도둑이냐 아니냐의 판단부터 쉽지 않다. 도둑으로 인정한다 해도 현실세계의 자동차도둑과 '죄의 크기가 같은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가?'로 또 고민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이미 발생한 사례보다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리니지 게임을 진행하는 시스템의 자료가 삭제되어 그동안 쌓아온 사용자들의 아이템이 전부 사라진다면 그 피해를 보상해주어야 하는가? 보상한다면 얼마를 해주어야 하는가? 게임 안에서 아이템을 사고팔기로 한 계약을 위반했다면 계약 위반 혐의로 고소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등 판단내리기 어려운 숱한 사례가 발생할 것이다.

온라인게임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온라인을 통한 결혼약속의 법적인 효력 문제, 시스템 이상으로 이력서가 인터넷으로 접수되지 않았을 때의 피해보상과 구제 문제 등 가상공간과 사이버공간, 현실공간의 경계선에는 많은 문제가 지뢰밭처럼 잠재되어 있다.


- 사이버문화에 참여하고 내 아들딸의 문화에 참여하는 것이 21세기를 위한 준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또한 21세기의 사이버문화가 현실과 조화를 이루면서 발전하기를 바란다면 무엇보다도 가상공간, 사이버공간, 현실 공간의 가치를 비교 판단할 수 있는 가치 판단의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급하다. 그 일이 늦을수록 시행착오로 인한 손해는 클 것이고 국가경쟁력과 문화발전 속도도 떨어질 것이다. 기술은 세계가 동시에 발전하는 것지만 문화는 이끄는 쪽으로 흘러간다. 때문에 기술과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느 방향으로 이끌 것이냐가 21세기의 중요 과제다.

'퇴마록'은 온라인 문학을 상업적으로 성공시켰다는 공도 있지만 문학과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과실이 더 많다. 악귀라는 일본 귀신을 국내에 전파한 까닭이다. 알다시피 국내의 귀신은 한을 풀기 위해서만 나타나는 선귀다. 까닭 없이 선한 사람을 해치는 악귀는 우리나라의 전설이나 민담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 천년 동안 쌓아온 우리 조상의 착한 귀신 문화는 사라지고 한순간에 한반도의 귀신은 일본에서 수입된 악귀문화로 뒤덮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전설을 통해 알게모르게 세뇌되었던 권선징악, 인과응보라는 전통적인 가치관의 소멸에 영향을 미치고, 가치관의 변화는 사회의 황폐화에 영향을 준다.

많은 게임과 소설이 단순한 재미로 끝나지만 어떤 경우에는 하나의 게임 또는 한 편의 소설이 단순한 재미로 끝나지 않고 문화에 반영되거나 사회현상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사회적 가치관의 통일이 분열되는 21세기를 위해 우리가 준비할 부분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끌 것이냐는 세계관의 정립이다.

나 역시 가치 판단 기준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10년 후 내 아들딸의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해주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으며, 그 준비의 대부분을 돈벌기가 아닌 컴퓨터를 배우고 책을 읽는 공부에 투자하고 있다. 내 아들딸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만 명쾌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기에, 나는 내 아들딸의 문화에 참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많은 것이 변하는 21세기에도 준비하고 참여하는 사람이 문화를 이끈다는 사실만은 변함없으리라고 나는 믿는다.

January 1, 2000

2000년에는 자존심을 내세워 앞서가는 기업이 되자

KBS 디쎄

KBS Disse 컬럼. 2000년 1월 (글: 김중태)

2000년에는 자존심을 내세워 앞서가는 기업이 되자


- VOD와 올랜도계획은 1차로 실패했다.

2000년을 맞이해 우리의 컴퓨터산업과 문화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시리즈로 점검해보고자 한다. 첫번째로 기업간의 경쟁정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지금부터 10년 전에 미국에서는 케이블TV망을 통한 주문형비디오(VOD=Video On Demand) 연구가 진행되었다. 주문형 비디오란 사용자가 리모컨으로 TV에 나오는 비디오목록을 선택하면 바로 TV로 방송해주는 서비스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준비보다 시기가 빨랐던지 보급에 실패했다. 1995년에는 올랜도계획이 실행되었다. 부자동네로 유명한 플로리다주의 휴양지인 '올랜도'에서 실시된 대화형 TV 서비스는 VOD에서 더 발전한 형태로 VOD는 물론, 홈쇼핑, 홈뱅킹, 대화형게임, 뉴스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닌텐도, 실리콘그래픽스, AT&T, NTT, 월트디즈니, 타임워너사 등 세계 일류 회사가 '대화형TV'라는 상품에 참여했으나 역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올랜도 계획의 실패원인은 '비싼 가격에 비해서 제공되는 정보가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화형TV라고 하지만 리모컨만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데는 한계가 있다. 같은 시기에 보급된 인터넷의 WWW가 어려운 사용법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사용자 증가를 가져온 사실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사용자들은 리모컨 번호를 눌러가면서 몇몇 업체의 폐쇄적인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TV보다는 마우스나 키보드로 자유롭게 정보를 검색하거나 주고받을 수 있는 컴퓨터를 선택한 것이다.


- 대화형TV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케이블TV 업계는 더욱 성장했다.

WWW의 보급과 맞물리면서 대화형TV는 실패했고, 방송 분야에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조그마한 지역 방송국이라도 전세계인이 보는 방송국으로 변신할 수 있게 되었으며, 과거의 방송을 아무 때고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이유로 생겨난지 2~3년도 안된 인터넷방송국의 인기와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VOD나 대화형TV 서비스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케이블TV 업계는 더욱 크게 성장하고 있으며 공중파 방송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패원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조류에 발빠르게 대응한 케이블TV 업계는 케이블모뎀으로 눈을 돌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터넷 인구를 케이블망의 사용자로 사로잡았다.

인터넷으로 유명한 미국의 앳홈(@HOME)이 대표적인 케이블모뎀 서비스 회사로 18개 CATV회사와 계약하여 6천만 가구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다. 또한 1999년초에 2천만 사용자를 가진 익사이트(Excite)사를 67억달러에 인수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국내에서는 1998년 7월부터 두루넷이 케이블모뎀 상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두루넷의 서비스 속도는 10Mbps 정도라고 하는데 이론상의 속도에 불과하다. 케이블망은 트리구조이므로 사용자가 많을 경우 속도가 급격하게 느려지는 단점이 있다.


- 앞서가던 기술인 ADSL도 결국 화려하게 부활했다.

케이블모뎀의 단점을 보완하여 새롭게 떠오르는 방식이 ADSL(Asymmrtric Digital Subscriber Line)모뎀이다. ADSL은 거리에 따른 속도 저하가 단점이지만, Point to Point 방식이므로 사용자가 많더라도 제 속도를 유지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에서도 케이블모뎀을 제치고 차세대 고속 통신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ADSL은 최근 새롭게 선보인 방법이 아니다. 10년 전인 1989년 미국의 벨코어 사에 의해서 선보인 오래된 기술이다. 벨코어사는 당시 케이블망을 통한 VOD 보급을 진행중이던 케이블TV에 대항하기 위하여 ADSL이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VOD의 보급이 실패하면서 ADSL 기술도 일반인의 기억 속에서 멀어지면서 시장에서 가라앉았다. 그러다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일반전화선으로 고속 전송이 가능한 ADSL 기술이 새롭게 부각된 것이다.

3M의 메모지인 '포스트잇'은 새로운 접착제를 개발하던 도중에 개발한 것이다. 다양한 점도의 접착제를 종이에 칠해서 시험하던 중에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종이가 나온 것인데 접착제보다는 이 종이가 상품화되어 크게 성공한 경우다. 많은 발명과 발견이 다른 목표를 가지고 개발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얻어졌다. 그러나 남보다 앞서서 기술개발을 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시도한 VOD 시스템은 비록 현재까지는 실패로 끝났지만 부산물로 얻은 케이블모뎀과 ADSL 기술은 더욱 큰 성공을 보장하고 있다.


-물타기용 제품인 ISDN-II의 운명은 비관적이다.

국내는 어떤가? 한국통신은 지난 해 ISDN을 보급하겠다고 나서면서 엄청난 광고를 때렸다. 미국에서 손 뗀 기술을 생각 없이 덜컥 도입했다가 몇년 동안 엄청난 비용을 날리고 폐기처분 상태였던 ISDN이다. 그런데 경쟁업체에서 10Mbps 급의 초고속통신망 보급에 나서자 그때서야 64Kbps의 느린 통신망을 보급하겠다고 광고를 퍼부었다.
14400~28800bps의 고속모뎀이 보급될 때 9600bps의 코랜을 보급하겠다고 나섰다가 돈만 까먹은 한국통신이 이번에도 뒷북을 쳤는데, 이번에는 속된 말로 '물타기'용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러니까 경쟁업체가 ADSL모뎀과 케이블모뎀의 초고속통신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인기를 얻자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서 기존의 ISDN과 다른 점이 거의 없는 ISDN-II라는 제품을 만들어 연일 광고했던 것이다.

한국통신 스스로도 저속의 ISDN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애물단지가 될 통신 서비스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21세기 초고속 통신망'이니 뭐니 하는 광고를 내보냈으니 낯 간지러운 일이다. 한국통신의 목표는 명확하다. 자기네 회사에서 ADSL 서비스를 시작할 때까지만 ISDN-II가 하나로통신이나 두루넷에 대한 관심을 돌려주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 목표는 충분히 달성했다. 1993~1997년 초까지 1만 명도 안되던 ISDN 가입자가 1999년에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10만 명이 넘어섰으니 말이다.

이제 한국통신에서도 ADSL 서비스를 시작했다. 더불어 한국통신은 ISDN 사업을 포기하고 ADSL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발표했다. ISDN-II에 대한 광고도 사라졌으며, ISDN 가입을 권하지도 않는다. 대신 ADSL 광고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1999년에 ISDN에 가입한 사람들은 이제 어떤 신세가 되는 것일까? 시티폰 사용자와 비슷한 신세에 놓이는 것이다. 앞서가는 기업의 발목을 잡기 위해 통신 서비스에 무지한 소비자를 우롱한 것이다.

ISDN 장비업계도 한국통신의 발표에 놀아났다. 한국통신은 1999년 초에 ISDN 사업강화를 발표하면서 1200만 회선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때문에 ISDN 장비업계는 생산설비를 3배 이상 확충했는데 이제는 위기에 빠진 것이다.


-물타기용 제품으로 경쟁하는 회사부터 퇴출되어야 한다.

물타기용 제품에 대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얼음과자인 메로나가 성공하면 멜론바, 메로니 등 비슷한 이름의 상표가 등장한다. 유사 제품 중에는 히트 상품에 업혀 판매하려는 제품도 있지만 대부분은 물타기용이다.

예를 들어 '넌 정말 스프라이트'라는 광고로 스프라이트라는 새 음료가 출시된 적이 있다. 경쟁업체에서는 '스프린트'라는 이름의 음료를 출시하면서 약간 맛없게 만든다. 소비자는 '스프린트'를 사먹어보고는 '이런 종류의 음료는 대체로 맛이 없군' 하고 생각하게 되고, '스프린트'를 사먹어본 사람은 '스프라이트'도 안사먹게 된다.

식혜나 대추음료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이기 때문에 후발주자는 히트 상품이 개척한 시장을 나누어먹으려 한다. 그러나 스프라이트와 같은 새로운 청량음료는 기존의 청량음료 시장을 빼앗아가는 경쟁제품이기 때문에 물타기용 제품을 출시해 시장진입부터 아예 죽여버리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동반자살용 상품인것이다.

2000년부터는 좀더 발전적으로 경쟁하자. '니가 케이블망 VOD를 개발한다면 나는 ADSL이라는 신기술을 개발하마' 하는 자존심이 필요하다. 앞서갔던 ADSL 기술이 결국 성공하는 것처럼 남보다 앞서가야 팥고물이라도 건질 수 있다. 호랑이를 그리려고 해야 고양이라도 그릴 수 있다는 속담도 틀림 없이 맞는 이야기다. 2000년에는 앞서가는 기업의 발목을 잡지 말고, 남보다 앞서가려는 한국 기업이 되었으면 좋겠다.

February 1, 2000

정직한 기업, 정직한 언론이 공정한 사회를 이끈다

KBS 디쎄

KBS Disse 컬럼. 2000년 2월 (글: 김중태)


- 공정한 사회의 조건은 정직함이다

얼마전 프랑스에서는 지식인들이 모여 2000년부터는 더욱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고 다짐을 했는데 나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 내가 생각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는 차별 없고, 평등한 기회를 주며, 노력한만큼 결과가 나오는 사회이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더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더 많은 결과를 준다면 모두 결과에 승복할 것이고, 이는 정의로운 사회구현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공정한 사회의 첫 번째 조건은 정직함이라고 생각한다.

직원 채용의 예를 보자. 어떤 기업이 여사원을 채용할 때 처음부터 미모 90%, 성적 10%를 반영한다고 공지했다면 예쁜 여자를 합격시켰다고 비난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업무능력을 기준으로 선발한다고 공지한 뒤에 정작 공부 잘 하는 여학생을 탈락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응시했다가 탈락한 학생은 사회 정의에 대한 불신을 가슴에 간직하게 된다.

미모를 기준으로 사원을 채용하려는 발상까지는 용인할 수 있다. 나레이터모델처럼 미모가 필요한 업무도 있고, 기왕이면 잘생긴 남자 사원, 예쁜 여자 사원이 많을수록 회사 이미지가 좋아진다는 논리도 받아들일 수 있다. 단 사원모집 조건에 미모를 몇 퍼센트 반영할 것인지 솔직하게 명시해야 한다. 그 기업이 솔직하게 똑똑한 사람보다 잘 생긴 사람을 원한다고 밝혔다면 능력은 있지만 미모가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학생들이 애초부터 그 기업에 응시하지 않았을 것이며, 한정된 취업기간 속에서 능력 기준으로 채용하는 회사에 응시할 기회를 놓치는 피해만이라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직원채용을 예로 들었지만 정직함은 모든 분야에서 필요하다. 정치인과 공무원이 떳떳하고 정직하다면 인재로 자녀의 목숨을 잃고 비통해하는 부모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부실건물을 부실건물이라고 말하고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면, 정해진 규정대로 의약품의 부작용여부를 실험했다면, 건물이 무너지고 주사를 잘못 맞아 죽는 어린 생명의 죽음은 없을 것이다.


- 우리는 정직한 기업, 약속을 지키는 기업을 원한다

그럼 컴퓨터 소비자 입장에서 원하는 기업은 어떤 기업인가? 정직한 기업, 약속을 지키는 기업이다. 그러나 정직한 기업, 약속을 지키는 기업이 많지 않다. 평생 무료로 AS해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비싼 세진컴퓨터를 구입했던 내 주위사람들이 몇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약속을 믿고 AS를 받으러갔을 때 세진컴퓨터는 유료AS로 바뀌었다고 돈을 내라고 했다. 자기네 입으로 숱하게 떠들고 언론에 대문짝하게 광고를 내서 컴퓨터를 판지 얼마 안되어 무료AS는 회사 맘대로 없던 일이 되었다. 내 주변사람은 돈이 아까와서가 아니라 그 광고를 철썩 같이 믿었던 자신이 바보 취급되는 꼴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분하고 또 분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약속을 안지키는 기업이 세진컴퓨터뿐이겠는가. 숱하게 많은 기업이 약속을 헌신짝처럼 팽개쳤다. 사은품으로 급지장치를 준다고 신문에 광고해 레이저프린터를 팔아먹고는 없던 일로 한 외국계 회사, 모뎀 업그레이드를 약속해놓고 없던 일로 한 업체 등 헤아릴 수 없다.

잘 알려진대로 작년말에는 청바지 회사인 닉스에서 3억의 상금을 걸고 도메인 공모 조작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닉스가 인터넷사업에 진출하면서 도메인을 공모했는데 이미 도메인은 닉스의 고문이 사장으로 있는 닉스의 웹호스팅 관리업체로부터 구입하기로 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들은 3억이라는 파격적인 상금을 내세우며 도메인 공모행사를 시작했다. 이때 도메인 공모와는 상관 없는 회원가입을 의무적으로 강요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곳의 회원가입 때도 적지 않는 직책, 계좌번호까지 적도록 했다.

결국 도메인 공모행사가 회원확보와 광고효과를 노린 사실상의 사기극이라는 사실을 안 통신인들은 www.ihateifree.com라는 반닉스사이트를 만들고 투쟁에 들어갔다. 최종적으로 닉스가 사과문 발표와 함께 3억을 다시 네티즌들에게 돌려주기로 결정했고, 네티즌은 3억을 '북한 어린이에게 컴퓨터 보내기 운동' 기금으로 기부하기로 결정함으로써 한 고비를 넘겼다.

TV광고도 여전히 문제다. 하나로통신은 ADSL을 광고하면서 8Mbps/sec의 속도로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 광고하는데 이는 물론 이론상 그렇다는 뜻이다. 올해 들어서는
다른 사이트에 접속할 때 평균 1Kbps/sec의 속도밖에 안나오고 있다. 모뎀보다 느린 속도다. 심지어는 가장 빠르다는 하나로통신의 자료실에서 파일을 받을 때도 평균 20Kbps/sec의 속도밖에 안나오고 있다. 다이얼패드 사업이 시작되면서 특히 느려졌는데, 해지도 못하고 속으로 화만 식히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로통신의 광고 역시 정직하지 않은 과장광고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 기업을 감시하는 것은 소비자와 언론의 몫이다

이처럼 아직도 많은 기업이 정직하지 않으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정직하지 않은 기업과 관료의 특징은 비공개적이라는 점이다.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지고 떳떳한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자신있게 공개한다.

'원행을묘정리의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조선시대 임금인 정조의 화성행차 결산 보고서로, 이 보고서를 통해 정조는 자신이 먹은 밥값까지 기록해 놓았다. 10만 냥이 넘는 돈의 지출을 단 한 냥도 빼놓지 않고 기록했으며 모든 인원의 이름을 기록한 실명제를 실시했다. 아직도 각종 업무에서 실명제가 실행되지 않고 문건 공개를 꺼리는 우리들이 본받아야할 부분이다.

만약 기업 스스로 정직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소비자와 언론이 감시해야 한다. 닉스 사태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시민이 힘을 합쳐 부정직한 기업을 고발하고 항복을 받아낼 수 있다. 또한 똑똑한 소비자가 되어야만 기업의 교묘한 술수에 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비자가 모든 면에서 똑똑해질 수는 없다. 자동차를 모르는 내가 중고자동차를 산다고 하자. 자동차 판매상인이 나를 속인다면 나는 꼼짝 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모든 소비자 개개인이 옷과 자동차, 법률, 컴퓨터에 박사가 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이 필요한 것이며,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국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바른 여론을 형성하여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일을 언론이 하는 것이다.


- 언론이 바로 서야 정직한 사회가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언론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언론 스스로 상업주의에 물든 까닭이다.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보다는 눈에 확 뜨이는 기사거리를 원하며, 광고주의 구미에 맞는 기사를 제공하려는 경향으로 기울어감을 부인할 수 없다.

정직하다면 떳떳하고, 떳떳하면 모든 일을 명쾌하게 처리할 수 있다. 신년초부터 김강자 서장은 미아리 텍사스촌의 10대 매춘을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다. 김강자 서장의 의지는 시민의 지지를 받으며 이미 상당 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 다른 여자경찰서장인 김인옥 서장도 부임하자마자 10대 매춘과 티켓다방 단속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전 서장들은 김강자 서장처럼 강력하게 10대 매춘을 단속하지 못했을까? 그 대답은 같은 날 들어온 대구 달성경찰서장의 구속 기사로 알 수 있다. 김강자 서장이 강력하게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할 때 다른 경찰서장은 폭력배를 동원해 자신의 사욕을 챙겼다. 뇌물을 받거나 사리사욕을 챙기지 않는다면 어떤 경찰서장도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마찬가지로 오직 독자와 국민만을 생각하는 기자 본연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정말 좋은 기사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새 천년에는 컴퓨터 관련 기자들이 광고주보다는 소비자, 자신과 자기 회사의 욕심보다는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올바른 언론인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도 기업도 함께 노력해야 하겠지만 언론이 양 쪽의 중심에 서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March 1, 2000

텔레뱅킹과 PC뱅킹은 안전한가?

KBS 디쎄

KBS Disse 컬럼. 2000년 3월 (글: 김중태)


- 전화해킹의 황제인 캡틴크런치와 에셜론이 주는 교훈

'존 드래퍼'라는 해커가 있다. 일명 전화해킹의 황제이며 캡틴크런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캡틴크런치는 인기 만화인데, 이 그림이 그려진 콘푸레이크를 사면 장난감 피리를 줬다. 존 드래퍼는 장난감 피리 소리의 사이클이 장거리전화에서 사용하는 사이클과 같다는 것을 알았다. 피리를 전화기에 대고 불면 중앙교환기가 공짜로 장거리회선을 연결해주므로 그는 장거리전화를 자주 공짜로 걸었고 캡틴크런치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다.
존 드래퍼는 그외에도 많은 전화해킹 기법을 개발해냈으며, 챨리보드를 개발하기도 했다. 챨리보드를 이용하면 불법으로 전화를 걸거나 각종 자료를 입수할 수 있는데 결국 챨리보드를 사용하다가 꼬리가 잡혀 정부에 구속되기도 한다. 그는 뒷날 해커의 적이라는 IBM의 부탁을 받아 이지라이터라는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해줌으로써 해커의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캡틴크런치의 일화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전화 도청과 해킹은 쉬운 편이다. 아날로그 방식인 전화는 선만 따내도 모든 통화내용을 도청할 수 있으며, 전화번호마다 독특한 주파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이얼 내용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음악관련 업종 종사자나 시각장애인처럼 청각이 발달한 사람은 전화번호를 누를 때 나는 소리만으로도 전화번호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얼마전 TV방송에서도 백지영이라는 가수가 전화벨 소리만 듣고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시범을 보인 적이 있다.

물론 일반인도 조금만 수련하면 전화벨 소리만 듣고 상대방이 누른 전화번호를 알아낼 수 있다. 따라서 남의 음성사서함은 물론이고, ARS를 이용한 텔레뱅킹, 증권거래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파악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다. 귀를 훈련하지 않고도 가능하다. 상대방이 누른 전화벨 소리를 몰래 녹음했다가 소리 파형 분석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전화번호를 알아낼 수 있다. 무선통신의 도청은 더 쉽다. 주파수만 잡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화의 특성 때문에 전화는 많은 스파이와 기관에서 손쉽게 도청 감청을 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은 1980년대 초반부터 에셜론(Echelon)이라는 정보감시망을 가동해 세계 각국의 유무선통신, 팩스, 전자우편을 감시했다. '편대, 계층, 배치하다'의 뜻을 지닌 에셜론 프로젝트는 세계 정보질서를 재배치하는 기능을 수행했는데, 1998년 1월 유럽의회의 폭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최근에는 조지워싱턴대의 발표를 통해 실체가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다.


- 온라인거래가 늘고 있지만 보안문제는 아직도 초보단계다.

전화, 팩스와는 달리 PC에서 보내는 신호는 이진수로 구성된 자료이기 때문에 해독 프로그램이 없을 경우 전송된 자료를 가로채는 것만으로는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 전화보다는 PC를 이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보안성이 더 좋다는 이야기다.

현재 각 회사와 기관들은 전사적사원관리, 전자상거래와 같은 컴퓨터를 이용한 업무관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들은 PC통신과 텔레뱅킹을 이용한 홈뱅킹, 홈쇼핑, 사이버 증권거래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국 26개 은행의 PC홈뱅킹 이용고객은 98년말 642.9만 명을 기록해 97년보다 41.4%가 증가했으며, 이용실적은 97년보다 200.7%나 증가한 2억6천750만2천 건, 1인당 이용건수는 97년의 20건에서 42건으로 늘어났다. 최근 들어 증가추세는 더욱 폭발적이다. 텔레뱅킹의 이용실적은 4억6천164만6천건으로 PC뱅킹보다 많지만 증가폭은 27.5%에 그쳤다. 텔레뱅킹보다 PC뱅킹의 사용이 급격하게 늘고있는 것이다. 온라인을 이용한 증권거래인 사이버 트레이드는 이미 가장 중요한 증권거래 방법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이처럼 온라인 거래가 느는 이유는 편리함과 경제성 때문이다. 은행까지 가는 시간과 수고로움, 창구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수수료도 크게 줄어든다. 1천만원을 송금할 때 창구에서는 7천원의 수수료를 받지만 PC뱅킹을 이용하면 500원만 든다.

그러나 애셜론과 최근의 해킹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아직도 온라인 거래의 보안문제는 초보단계에 그치고 있다. 2월 7일 야후가 해킹을 당하면서 3시간 동안 서비스가 중단된 것을 시작으로, 8일에는 바이닷컴과 e베이, 아마존, CNN이, 9일에는 e트레이드, 다텍, ZD넷 등이 공격받아 서비스에 차질을 빚었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업체들이 당할 정도로 전자상거래의 보안문제는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 인터넷뱅킹보다는 PC뱅킹이, 케이블TV망과 PC방보다는 모뎀이 좀더 안전하다

또한 신용카드의 경우 몇몇 업체와 해외홈쇼핑업체에서는 카드번호만 알아도 이용이 가능하다. ARS 또는 텔레뱅킹은 뒷면의 카드번호(또는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만 알면 이용할 수 있다. 이 정도는 가게 종업원이나 은행의 창구직원 모두 쉽게 알 수 있는 정보라서 마음만 먹으면 어느 때고 도용할 수 있다. 심지어 자동화기기 옆에서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또는 전화벨 소리를 이용해 비밀번호를 알아낼 수도 있다.

작년에도 신용카드와 텔레뱅킹 범죄가 많이 발생했다. 9월에는 매출전표 할인업자로부터 입수한 매출전표를 이용하여 무려 10억원을 챙긴 일당이 적발되었다. 이들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카드 발행기계인 '엠보서'를 이용하여 전표 내용대로 요철이 새겨진 카드를 만들어 새 전표에 긁었다. 마그네틱 띠가 없기 때문에 카드체크기 대신 전화로 승인번호를 따내서 은행에 전표를 접수시키는 간단한 방법을 사용했다. 3월에 잡힌 일당은 카드깡 사무실을 차린 뒤에 '리더라이터'라는 복제기를 이용하여 고객의 신용카드를 통채로 복사해 도용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 명의로 텔레뱅킹을 개설한 뒤에 자신의 계좌로 4천300만원을 이체시킨 일당이 잡힌 적도 있다.

그나마 모뎀을 이용한 PC뱅킹의 보안이 가장 확실한 편이다. PC뱅킹은 내 집에서 이용하므로 다른 사람이 내가 입력한 정보를 훔쳐볼 염려가 없다. 디지털신호를 이용하므로 도청의 위험도 거의 없다. 다른 사람이 내 통장의 돈을 빼내가기 위해서는 사용자번호, 접속암호, 계좌번호, 통장 비밀번호, 이체승인암호까지 다섯 개나 되는 암호를 알고있어야 하는데, 일반적인 접속을 통해 각기 다른 5종류의 암호를 맞추고 들어가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은행의 시스템에 접근해 고객정보를 빼내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 온라인거래의 신뢰성이 확보될 때까지는 개인 스스로 보안을 책임져야 한다.

반면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상거래의 신뢰성은 아직도 많이 떨어지고 있다. 보안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인증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금융기관이 많은데 오히려 인증서 프로그램을 이용한 해킹 위험이 더 크다. 그래서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면서도 언제나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로그아웃을 이용하지 않고 무심코 웹브라우저를 빠져나갔을 때의 문제도 몇 차례 겪었다. 그래서 나는 홈뱅킹 때는 가능한 모뎀을 이용한다.

최근 들어 고속통신망을 이용한 사용자들이 늘고 있는데 모뎀을 이용할 때와는 달리 해킹 당할 위험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고속 통신망 사용자는 LAN카드와 오픈 프로토콜을 이용하기 때문에 늘 해킹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특히 허브를 이용하는 케이블TV망과 PC방의 경우 다른 PC 사용자가 같은 트리에 속해있는 PC 사용자의 정보를 빼내기가 무척 쉽다. 따라서 케이블TV망을 이용하거나 PC방에서 온라인거래를 하는 사람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한 PC방에는 폐쇄회로TV가 설치된 곳이 많은데, 종업원이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PC방 이용자의 온라인거래 내용을 훔쳐볼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자신의 신용카드 번호를 적는 행위 역시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신뢰도가 증명된 큰 업체가 운영하는 사이트가 아닌 곳에 신용카드 번호를 알려주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아직까지는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거래의 보안을 신뢰할 수 없다. 문제는 인터넷을 이용할 때는 언제든지 피해를 당할 위험이 있으며, 피해를 당했을 때 누구도 자신의 손해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온라인거래의 신뢰성이 확보되고 피해보상책이 정립될 때까지는 개인 스스로 보안을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April 1, 2000

소프트웨어 시장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KBS 디쎄

KBS Disse 컬럼. 2000년 4월 (글: 김중태)


- 프로그램을 포장해 파는 시장에서 빌려주는 시장으로

최근 소프트웨어 시장의 흐름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낱말은 'ASP'이다. 원래 ASP는 소비자에게 프로그램을 빌려주는 Application Software Provider의 줄임말이다. 비디오테이프를 대여하는 것처럼 프로그램을 대여해주는 유통방법이다. 과거에 국내에서도 몇몇 업체가 CD롬타이틀을 대여해주는 사업을 시도한 적이 있는데 결국 실패작으로 끝났다. 그 다음으로 나온 것이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는 유통방법이다. 한컴에서 판매한 '아래아한글815'판의 경우 1년 동안의 사용권을 주는 대가로 1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아래아한글815' 역시 CD롬으로 만들어 판매된 제품이다.

이처럼 포장해 파는 제품을 패키지제품이라고 하는데 최근 들어 패키지제품의 신규출시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대신 ASP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의 ASP 시장은 PC통신으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사용하면서 사용료를 내는 방법 등 다양한 유통방법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ASP 시장은 프로그램을 빌려주는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Application Service Porvider 시장으로 변화할 것이다. 또 이미 언론과 기업들은 ASP를 Application Service Porvider의 줄임말로 사용하고 있다.


- 빌려주는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으로

서비스 제공의 예를 보자. 내가 알고 있는 한 기업의 경우 과거에는 의학 관련 세미나 장면을 녹화한 다음에 비디오테이프와 비디오CD로 만들어 판매했다. 수요는 적고 제작비용은 비싸기 때문에 비디오 테이프 하나에 10만원이라는 고가를 받고 팔았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다보니 복사해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이 업체는 요즘 의학 세미나 장면을 VOD로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는 인터넷으로 접속해 동영상을 한 번 보면서 1~2천원을 낸다.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춘 대신 복제품을 사용하던 많은 인구를 소비자로 만들 수 있다. 또 일반 영화와는 달리 의학용 동영상은 한 번 봐서는 이해가 안되므로 몇 번이고 반복해 봐야 한다. 그때마다 돈을 받기 때문에 수익성도 좋다.

이 업체는 카지노게임도 미국과 일본에 수출하는데 과거처럼 카지노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지사의 직원이 가서 서버에 프로그램을 설치해주고 매월 사용료를 받는 것이다. 따라서 매월 일정한 이익이 발생하며 게임을 설치한 업체들이 늘수록 이익도 는다.

그렇다면 미국의 카지노업체와 IP업체들은 왜 비싼 사용료를 내면서 한국에서 만든 온라인 카지노게임을 빌려 쓰는 것일까? 빌려쓰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자체적으로 온라인 카지노게임을 개발하려면 우수한 인력을 영입해 막대한 돈을 투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부담스러우며, 자신들이 개발한 게임이 네티즌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리라는 확신도 없다.

따라서 자체개발보다는 빌려쓰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빌려쓰면 잘 만든 게임을 회원들에게 바로 서비스할 수 있으며, 개발기간도 필요없다. 또한 더 잘 만든 게임이 나오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그러므로 많은 사용료를 내더라도 그 이상을 벌 수 있다면 빌려쓰는 것이 더 나은 것이다.

이처럼 ASP는 개인 소비자보다는 기업에게 꼭 필요한 유통방법이다. 예를 들자. 국내의 경우 1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 중에서도 겨우 5% 정도만이 정보화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니 규모가 작은 기업이 정보화시스템 구축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그러나 이미 개발된 프로그램을 빌려쓰면 적은 비용으로도 정보화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더구나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ASP를 이용할 경우 고가의 장비를 도입할 필요도 없다. 웹브라우저만 실행하면 간단하게 전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 조사기관은 ASP 시장은 99년 약 1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2001년에는 64억 달러로 확장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으며,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의 유명 업체들이 ASP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사용하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현재 ASP의 범위는 거의 모든 서비스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은 뒤에 이를 이용해서 작업하는 일은 구시대의 유물로 남을 예정이다. 연하장 보내는 일을 예로 들자. 불과 이 삼 년 전만 해도 전자우편으로 연하장을 보내기 위해서는 연하장 만드는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은 뒤에, 이 프로그램으로 연하장을 만들어 이를 다시 전자우편으로 발송하는 작업을 했다. 그러나 작년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고 색다른 연하장을 만들어 발송해주는 사이트의 서비스를 이용했다. 물론 연하장 관련 사이트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자신의 손으로 연하장을 만들어보내는 사람은 내 주변에서 볼 수 없었다.

연하장 보내기 뿐이 아니다. 오피스, 개인정보관리시스템(PIMS), 파일관리자, 전사적자원관리, 회계, 신문제작 관리 시스템까지도 빌려쓸 수 있다. 또 다양한 게임이 온라인을 지원하거나 온라인용으로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에만 접속할 수 있다면 세계 어디서라도 바둑과 테트리스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문서 편집과 회계업무를 볼 수 있다.

이처럼 많은 서비스가 웹상에서 가능해지면서 PC환경도 변하고 있다. 우선 이동이 편하면서도 인터넷 검색이 쉬운 개인휴대단말기(PDA)의 보급이 크게 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웹용OS가 출현하고 있다.

웹OS는 현재 두 가지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 첫 번째는 윈도98이나 리눅스와 같은 덩치 큰 운영체제를 대신하는 소형 운영체제의 개발이다. 컴퓨터를 부팅시킨 후에 웹브라우저만 실행시키면 되는 간단한 운영체제의 개발이 한 방향이다. 대표적인 것이 PDA용 운영체제이다. 또한 가전제품에서도 웹브라우저를 내장할 예정이므로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형태의 운영체제가 등장할 것이다.

두 번째 방향은 기존의 운영체제 기반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을 웹 상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웹기반의 OS 개발이다. 이렇게 될 경우 PC를 들고다니지 않아도 세계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자신의 안방에서 작업하는 것과 똑 같이 작업을 할 수 있다. 웹OS는 작년에 미국의 마이웹OS(www.mywebos.com)에 의해 웹기반의 OS로 소개되었으며 현재 국내에서도 웹OS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 당분간 브라우저 만능시대로 통합될 것이다.

현재는 ASP 시장의 초기단계이므로 시장이 어떤 식으로 변화할 것이며 어떤 서비스가 새롭게 등장할지도 예측하기 힘들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다운받지 않고 브라우저만으로도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최근에 생긴 각종 서비스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제 별도의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설치한 뒤에 바둑이나 장기를 즐기는 일은 옛날 일이 되었다. 많은 사이트가 웹브라우저만 있으면 바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바언어로 만든 자바게임이 늘고 있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인터넷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브라우저만으로도 훌륭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알아둘 점은 ASP가 만능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직까지 ASP는 서비스 종류가 많지 않고 안정성이 떨어지며 가격도 비싸다. 물론 이런 문제들은 차츰 해결될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보안성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개인과 기업의 모든 자료가 ASP를 제공하는 업체의 컴퓨터에 저장되므로 이로 인한 정보유출의 문제가 늘 걸린다. 그러나 경제적인 것을 추구하는 시장의 특성상 ASP가 소프트웨어 시장의 중심축이 되리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어 팔 것인가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May 1, 2000

리눅스를 배워야 하는가?

KBS 디쎄

KBS Disse 컬럼. 2000년 5월 (글: 김중태)


- 리눅스는 현재 윈98과 비슷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많은 사람들이 리눅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작년 초부터 일반인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동안 리눅스가 널리 보급되지 못한 까닭은 설치가 까다롭고, 지원하는 하드웨어 종류가 적으며, 사용법이 어렵고, 리눅스용 프로그램이 적은 까닭이다. 그러나 작년부터 이런 문제가 많이 해결되었다. 설치도 쉽고 최신 3D 그래픽카드를 지원할 정도로 하드웨어 지원문제도 많이 해결됐다. 윈98과 비슷한 그래픽환경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법도 윈98과 비슷해졌으며, 리눅스용 프로그램도 많이 개발된 상태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리눅스를 설치해 사용해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서버를 구축하는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좀더 깊은 공부가 필요하지만, 이는 어떤 운영체제라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현재 리눅스의 겉모습은 윈98과 매우 비슷해졌으며 일반인에게 윈98처럼 사용하기 쉬운 운영체제로 다가서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리눅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선뜻 운영체제를 바꾸지는 못한다. 막연하게 리눅스가 어렵다고 생각하거나 그동안 자신이 사용하던 윈98 환경과 윈98용 프로그램 사용법을 모두 포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운영체제의 재학습에 대한 투자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리눅스는 직장인보다는 새로운 학습을 즐기는 학생층 위주로 보급되고 있는 것이다.


- 리눅스는 더욱 빠른 속도로 진화, 성장할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리눅스는 한 학생에 호기심에 의해 개발되었다. 핀란드의 헬싱키 대학에 다니던 리누스 베네딕트 토발즈(Linus Benedict Torvalds)라는 학생이 있었다. 문득 그는 386에서도 돌아갈 수 있는 유닉스와 운영체제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뉴스그룹인 comp.os.minix에 자신의 생각을 밝히면서 도움을 요청한다. 뉴스그룹의 구성원들은 리누스의 생각에 흥미를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리누스를 도와서 자신의 생각과 기술을 교환했고, 1991년 10월 5일에 첫 번째 결과물을 세상에 발표했다. 리눅스는 이후로도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에 의해 보완되면서 현재는 가장 주목받는 운영체제가 되었다.

리눅스가 이처럼 주목받게 된 이유는 오픈소스(Open Source) 정신에 따라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오픈소스 정신은 프로그램의 소스를 공개하고 다른 프로그래머와 함께 공유하는 정신이다. 리눅스 소스는 처음부터 공개되었으며 이렇게 공개된 소스는 다른 프로그래머에 의해 문제점이 보완되거나 새로운 기능이 첨가되어 다시 공개되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리눅스는 점차 안정적이며 강력한 운영체제로 진화한 것이다. 특히 상업적인 회사들이 리눅스의 배포판을 만들면서 리눅스의 최대 약점이었던 설치와 사용상의 난이도를 윈98 수준으로 대폭 낮추었다. 지금도 리눅스는 많은 네티즌과 여러 상업적 회사에 의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 컴퓨터 업종에 종사할 사람이라면 리눅스를 배울 필요가 있다.

물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리눅스를 한 때의 유행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98에 대항할 운영체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상업적인 운영체제인 윈98보다는 자생력을 가진 리눅스가 훨씬 더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 까닭은 리눅스가 오픈소스 정신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훨씬 척박한 환경에서도 리눅스는 진화를 거듭했다. 그리고 지금은 윈98과 비슷한 수준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며, 충성도 높은 많은 사용자와 상업적 회사들을 매니아로 확보한 상태다. 이미 확보된 매니아만으로도 리눅스는 계속 발전할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리눅스 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잡고 있다. '알짜, 미지, 터보, 앨릭스, Q, K, 엑셀, 파워, 오픈' 등의 많은 리눅스 배포판이 출시되고 있다. 물론 앞으로는 더욱 쉬워진 사용법과 더욱 다양해진 프로그램을 내장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리눅스는 유행이 아니다. 더구나 컴퓨터와 가전 기기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다양한 하드웨어에 적합한 임배디드 운영체제로 가장 적합하다.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독점적으로 만드는 윈98은 다양한 전자기기의 운영체제로 적합하지 않다. 심지어 컴퓨터 분야에서도 매우 한정적인 하드웨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리눅스는 거의 모든 종류의 컴퓨터와 하드웨어를 사용할 수 있으며, 컴퓨터가 아닌 다른 전자기기에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운영체제이다.

윈98이 독자적인 파티션만을 지원하는 것과 달리 리눅스는 대부분의 운영체제에서 사용하는 파피션을 지원한다. 때문에 어떤 운영체제의 파일이라도 사용이 가능하다. 물론 앞으로는 더욱 많은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지원하게 될 것이다. 또한 누구나 리눅스 소스의 일부를 가져와 자신의 전자기기에 맞는 운영체제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컴퓨터 관련 종사자는 리눅스를 배워야 한다. 정보통신, 인터넷 관련 분야 종사자는 더욱 배워야 한다. 또한 가전 분야 종사자도 리눅스를 알아야 할 것이다. 전자레인지나 휴대폰의 운영체제로 덩치가 크고 하드웨어 특성을 따지는 윈98을 설치할 수는 없지만 리눅스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일반인도 리눅스를 배우면 컴퓨터 실력이 는다

윈98을 사용하는 일반인들도 리눅스에 관심이 많으며 리눅스로 바꾸었을 때의 득실을 따져보고 있다. 배우고 싶다는 욕망이 있는 반면 바꾸었다가 후회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다. 그러나 컴퓨터의 고수가 되려면 리눅스를 해야하는 분위기인 것 같고. 리눅스를 배워야하나 말아야 하나 한창 고민중일 것이다.

나는 이렇게 고민하는 분들에게 눈 딱 감고 리눅스를 사용해보라고 권한다. 첫번째로 리눅스는 다른 운영체제가 갖지 못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앞서 말한 다양한 파티션의 지원, 서버 활용 능력, 저렴한 비용, 소스 공개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로 리눅스를 배우면 컴퓨터 실력이 는다. 윈98처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유닉스처럼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하드웨어, 운영체제, 통신에 관한 많은 실력을 쌓는 기회가 된다. 세번째로 리눅스를 사용할 경우 기존의 윈98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윈98을 더욱 잘 할용할 수 있다. 리눅스는 멀티부팅을 지원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윈98로 부팅해 윈98 환경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원할 때만 리눅스를 사용해볼 수 있다. 따라서 리눅스를 사용한다고 해서 기존의 운영체제를 버리지 않으며 오히려 기존 운영체제의 활용능력이 더 커진다.

이상의 이유만으로도 리눅스는 배워볼만한 가치가 있다. 더구나 앞으로 리눅스의 보급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을 생각하면 컴퓨터 분야로 진출할 사람들은 지금부터라도 리눅스를 배워두는 것이 좋다. 이미 시중에는 리눅스를 사용할 줄만 알아도 몸값이 금값이다. 그리고 리눅서가 대중화되기 전까지는 리눅서 사용자를 뜻하는 리눅서의 가치는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다.

컴퓨터 분야 종사자에게는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 리눅스 배우기를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컴퓨터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또는 좀더 경제적인 컴퓨터 환경을 구축하기 위하여 리눅스 배우기를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내가 만난 대부분의 리눅서들은 자신이 선택한 운영체제에 대해 매우 만족하며 있으며 자신의 선택을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늘 자랑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June 1, 2000

어머니! 컴퓨터를 왜 배워야 하는지 생각해보세요

KBS 디쎄

KBS Disse 컬럼. 2000년 6월 (글: 김중태)


- 자녀와 함께 지내려면 엄마도 컴퓨터를 배워야 한다.

나는 틈날 때마다 주부들이 컴퓨터를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컴퓨터가 생소하던 10년 전부터 여러 언론을 통해 주부들이 컴퓨터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이유는 컴퓨터를 배워야만 자녀들과 함께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장모님 집에 가면 조카 둘이 나를 그렇게 반긴다. 오랜 세월 같이 지낸 고모는 거들떠보지 않고 고모부만 붙잡는다. 내 처가 친정 집에 간다고 전화하면 아이들은 제일 먼저 고모부도 오냐고 물어본다. 아이들이 나를 찾는 이유는 내가 컴퓨터를 잘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실행하지 못했던 게임도 해봐야겠고, 궁금한 것도 물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번에는 조카들이 우리 집에 놀러왔는데, 자기 집에 있던 게임CD를 몽땅 가져왔다. 우리집 컴퓨터가 더 좋은 줄 알고 모두 설치하여 실컷 게임을 해보려는 속셈이다.

안그래도 나이가 들면 부모와 멀어지는 것이 아이들이다. 때문에 아이들과 거리가 멀어지는 것까지는 참으며 넘길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 요즘은 어느날 갑자기 우리 아이가 좋지 않은 일로 신문에 나지 말라는 보장을 할 수 없다.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은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이해하는 것 뿐이다.


- 영어와 달리 컴퓨터는 생활의 한 부분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컴퓨터를 배워야 한다. 엄마가 컴퓨터를 배워야 하는 이유도 자신의 아들 딸이 무엇을 하면서 지내는지 알기 위해서다. 영어 몰라도 부모 노릇 잘 했는데 컴퓨터 모르면 어때라고 넘길 문제가 아니다. 영어는 생활의 한 부분이 아니었다. 아이들에게는 지겨운 공부의 한 과목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컴퓨터는 아이들에게 생활 자체이다. 과거에도 지금도 한국에 살면서 부모와 아들이 영어로 대화를 나눌 일은 없다. 그러나 컴퓨터에 관해 대화를 나눌 일은 너무나 많다. 일단 아이들에게는 컴퓨터가 가장 즐거운 상대이기 때문이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어린이 훈민정음이나 아래아한글로 일기를 쓰고 프린터로 출력해 제출한다. 내 조카의 경우 프린터가 고장났다고 일기장을 제출하지 않을 정도로 컴퓨터는 일상화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컴퓨터를 모르면 첫 번째로 아이들과 대화가 되지 않는다. 심할 경우 무시당하기도 하며 아이들 숙제검사도 못하는 부모가 된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컴퓨터를 모르면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영어 모른다고 해서 아이들의 생각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영어 잘 한다고 음란물을 좋아하거나 폭력적인 것도 아니다. 영어는 아이들의 행동발달과 큰 상관이 없으며 부모와의 관계에도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컴퓨터를 모른다면? 아이들이 인터넷으로 어떤 사이트에 들어가서 무엇을 하면서 노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게임을 하는지, 공부를 하는지, 음란물에 빠져있는지 알 수 없다.

아이들이 음란물을 보고 게임을 하는 것을 감시하라는 뜻이 아니다. 건강하고 호기심 왕성한 아이들이 음란물에 관심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부모가 관심을 보일 때 아이들은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신을 지키며 커간다.


- 주부 사이트에는 주부에게 필요한 내용이 없다.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무관심한 집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아이들과 어느 정도는 대화를 나누어야 하며, 아이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컴퓨터를 배워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업적인 회사에 의하여 소비향략을 위한 컴퓨터 교육열기로 사회흐름이 흘러가고 있다. 주부 정보화를 위한 정부시책에 힘입어 학원에서 주부를 위한 강좌를 열고 있고, 각종 여성용 사이트가 문을 열고 있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정말 여성에게 필요한 내용이 없다.

요즘 한창 TV광고에 나오는 주부와 아줌마를 위한 사이트를 가보면 정작 여성을 위한 콘텐츠가 없다. 시중의 책 중에서 일부를 옮겨놓은 문서 파일이 몇 개 있을 뿐이며, 쇼핑몰로 다듬기 위한 준비작업만이 한창일 뿐이다.

내 처는 결혼 때부터 이런 내용을 궁금해했다. '컴퓨터 시대를 맞이하여 자녀를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는지, 컴퓨터를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아이들이 게임에만 열중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아이를 출산할 때 가족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제왕절개 수술을 할 때와 자연분만 때의 병원비 차이는 얼마 정도가 드는지.'

그러나 내가 아이를 낳을 때인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 여성 사이트를 지향한다는 어떤 사이트에서도 이런 자료를 찾아보지 못했다. 제약회사, 교육기관, 여성용 사이트 대부분이 정작 주부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거의 올리지 않았다. 인터넷도 그렇고 일반 PC통신망의 IP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그렇다.

내 처의 경우 아이를 낳고 난 뒤에 바로 가슴을 맛사지 하지 않아 젖몽울이 크게 생겨 몇 달을 고생했다. 사전에 임신 관련 책자를 여러 차례 읽었지만 남편이 아내의 가슴을 뜨거운 물수건으로 문질러주어야 한다는 사실은 먼저 입원한 다른 남편을 통해 알았다. 초유가 나오자마자 열심히 해줘야 고생을 안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나와 내 아내는 그날 이후로 몇 달을 고생해야 했다. 그러나 시중의 임신출산관련 책 어느 곳에서도, 인터넷 사이트 어느 곳에서도 그렇게 중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가 들어있지 않았다.

또 제왕절개 수술을 할 경우 보호자가 하루 종일 붙어서 병간호를 해야 한다. 화장실까지 따라가서 볼일을 보게 해주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도 없다. 특히 출산 중에 태변(아이가 뱃속에서 똥을 눔)을 누었는데 이 때의 대처요령도 없었다. 천행으로 의사가 일찍 발견해서 급히 수술에 들어가 위기를 넘겼지만, 아차 했으면 평생 후회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 누님, 엄마, 아줌마, 주부님! 허울 뿐인 여성 사이트에 속지 맙시다.

그러나 책이나 인터넷 사이트에 있는 내용은 출산용품으로 무엇무엇을 사두라는 내용들 뿐이다. 몇 년 전이나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시중의 임신출산 관련 책이나 인터넷 사이트에는 남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적은 곳이 없다. 말도 안되거나 필요없는 내용 투성이다. 첫달에 아이가 손이 생기건 눈이 생기건 무슨 상관인지 그런 내용만 잔뜩 적혀있다. 부모들이 몰라도 그만인 생물학적 내용들이다. 정작 필요한 내용은 태아의 보호 방법, 병원비는 얼마가 드는지, 제왕절개를 했을 때는 산모가 며칠을 입원해야 하는지, 보호자는 필요한지, 태변이 무엇인지, 태변을 안싸게 하려면 엄마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인데 이런 내용을 담은 곳은 없다.

TV광고 하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출산 쪽을 찾아보라.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출산에 관한 내용이라고 해야 임신출산 관련 책의 일부를 옮겨놓은 글이 있을 뿐이다. 그나마 내가 가본 주부사이트들은 그것마저 없는 문서라고 나와 황당했다. 반면 출산용품 관련 문서는 사진까지 넣어가면서 꽤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어머니, 아니 여성에게 말씀드립니다. 허울 뿐인 여성 사이트에 속지 맙시다. 주부가 왜 컴퓨터를 배워야 하고 왜 인터넷을 배워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우리의 아이를 위해서, 좀더 발전된 자신의 모습을 위해서입니다. 물론 채팅방에서 수다 떠는 것도 쇼핑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것 또한 인터넷의 매력이며, 생활의 즐거움이니까요.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내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왜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워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July 1, 2000

정보 공개와 공유가 통일을 앞당기며, 인류 문화를 발전시킨다

KBS 디쎄

KBS Disse 컬럼. 2000년 7월 (글: 김중태)


- TV정보는 통제 가능하지만 인터넷 정보는 통제 불가능하다.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서 독재자가 시민을 감시하는 방법은 폐쇄회로TV였다. '1984'의 내용은 많은 영화의 소재거리가 되었다. '트루먼쇼'에서 주인공 트루먼의 일생은 곳곳에 설치된 몰래카메라를 통해서 생중계된다.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서는 위성카메라와 발신장치를 이용한 위치추적 시스템을 이용하여 주인공을 감시한다. 폐쇄된 지역 안에서 모든 정보는 철저하게 통제할 수 있음을 영화는 잘 보여준다.

그러나 모든 정보가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음에 관객이 동감할 수 있도록 영화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슬며시 빼놓았다. 첨단 사회를 배경으로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존재를 영화에서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만약 트루먼이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면 자신을 둘러싼 사회의 폐쇄성을 손쉽게 알았을 것이다. 인터넷의 등장을 예측했다면 '1984'의 줄거리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며, 영화 내용도 달라졌을 것이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할 수 없도록 통제한다면 모를까,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허가한 상태에서 인터넷을 통한 정보 습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없다. 국가가 앞장서서 인터넷으로 들어오는 정보 중에서 특정 정보만 차단하는 방법은 현재도 불가능하지만 앞으로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도 일부 관리는 음란 사이트 접속을 막겠다고 나서 컴맹인 부모들을 현혹시킨다. 또 이런 관리를 이용하여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배포하고 상업적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도 있다. 인터넷을 조금이라도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조치가 얼마나 무지한 조치인지 잘 알고 있다.


- 인터넷의 음란물 차단을 주장한다면 무지한 사람이거나 사기꾼이다

인터넷과 연결된 국내 기간 통신망에 음란 사이트의 IP주소를 제공하여 음란 사이트로의 접속을 막겠다는 발상이 가진 문제점을 살펴보자. 이 경우 직접적인 주소 입력을 통한 사이트 접근은 어려워지지만 다른 도구를 이용하여 얼마든지 우회 접근할 수 있다. 반면 통신망의 서버는 사용자가 웹브라우저에서 마우스로 클릭 할 때마다 수 억개나 되는 사이트 주소와 차단할 사이트 주소를 비교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사용자가 조금만 늘어나도 서버가 다운되는 판국에 클릭할 때마다 수 억 개의 사이트를 비교해야 하는 부하가 추가로 발생한다면 말할 나위 없이 대부분의 통신망은 늘 마비상태에 빠질 것이다.

그러니 빈대 잡자고 집에 불 지르는 격이다. 음란 사이트를 막자고 국내 정보화 지수를 구석기 시대로 돌리는 것이며, 국가 경쟁력과 국내 생산력을 떨어뜨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 이런 발상을 수용한다고 치자. 그러나 하루에도 수 없이 만들어지는 사이트를 어떻게 다 조사해볼 것인가? 아니 수 억 개 씩 만들어지는 웹문서의 음란성 여부를 어떻게 검사할 것인가? 국내의 모든 공무원이 총 동원되어도 어려울 것이다. 더욱 양보하여 음란 사이트로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뉴스그룹이나 이메일 등의 다른 도구를 통해서 전달되는 음란물 유포는 무엇으로 막을 것인가?


이처럼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유포는 막을 수도 없지만, 막아서도 안된다. 그로 인해 야기되는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터넷의 음란물 차단 방법이나 차단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인터넷에 무지한 사람 아니면 사기꾼이라 할 수 있다.


- 정보 개방이 통일을 앞당긴다.

음란물을 예로 든 이유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 습득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런 현실이 북한의 개방을 앞당겼다고 나는 생각한다. TV와 신문이 유일한 뉴스 창구이던 과거에는 북한에서 모든 정보 통제가 가능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에는 정보통제 방법이 없다. 인터넷 사용 자체를 막는 방법이 유일하다. 그러나 정보화가 국가경쟁력인 상황에서 북한이라고 하여 인터넷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이 사실을 북한 관리들도 깨닫았을 것이다. 정보화가 진전되면서 더 이상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을 막을 방법이 없음을 잘 안 그들은 주민보다 앞서서 개방화에 나서야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북한이 남북정상 회담을 성사시킨 이유가 단지 정보통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보화와 인터넷의 성장은 더 이상의 정보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북한 관리들에게 인식시켜 주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보통제는 독재의 기반이며 정보 교류와 공유는 민주주의의 기반이 된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언론이 통제되던 시기에 유신 정권과 군부 독재가 득세를 했다. 그리고 숱한 생명이 일반인이 모르는 사이에 숨을 거두었지만, 박종철 고문사건이라는 정보가 유포되는 순간 군부 독재가 항복했다.

동독과 서독이 평화통일을 이룩할 수 있었던 요인은 동독인이 서독의 TV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정보의 교류와 공유가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기억하자.

잘 알다시피 2000년 6월 13일 평양의 순안공항에서 남북정상이 만났다. 그리고 공동성명을 통해 남북교류의 확대를 발표했다. 역사적이라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뜻 깊은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까지 많은 교류가 있었다. 북한의 농구단, 교예단이 방한하고 경수로 사업, 남북 경제협력, 금강산 관광, 북한TV 시청 등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교류를 통해서 이질감을 극복하고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이 통일의 지름이라고 다들 주장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더욱 많은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드니 올림픽에 같이 입장하고 문화, 경제 분야의 지속적인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 정보 공개와 공유가 통일을 앞당기며, 인류 문화를 발전시킨다

그러나 인터넷을 활용하는 방안은 별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인터넷은 현재 가장 손쉬우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정보 교류 방법이다. 독일처럼 북한 주민이 TV로 남한 방송을 시청하는 일은 현재로서는 어렵다. 아직까지는 TV 방송 수신이 통제되고 있는 까닭도 있지만, 북한에서 TV 방송 수신을 허가한다 해도 PAL 방식을 사용하는 북한TV로는 남한 방송을 시청할 수 없다. 따라서 인터넷을 통한 정보 교류가 더욱 빠르고 효과적이다.

북한 주민이 남한의 인터넷 사이트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고, 남한 국민 역시 북한 사이트에 자유롭게 접속하여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통일은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각종 법이 상당 부분 개정되거나 철폐, 입법되어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하여 정보를 차단하려는 발상보다는 정보를 개방하고 공유하려는 발상을 가지는 관리들이 많아져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던 그 시기에 마지막 남은 해커라고 할 수 있는 리차드 스톨만이 한국을 방문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교류의 필요성을 외칠 때 리차드 스톨만은 정보 교류와 정보 공개의 필요성을 외쳤다. 자유로운 정보 교류와 공유가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것처럼, 모든 정보 교류와 공유는 인간의 문화적 발달을 앞당길 것이다. 정보 공개와 공유야말로 평화와 민주주의의 원천이며, 인류 문화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말자.

August 1, 2000

아날로그를 받아들이는 D세대가 다음 세대의 주역이다

KBS 디쎄

KBS Disse 컬럼. 2000년 8월 (글: 김중태)


- 다음 세대는 D세대, 디티즌으로 성장할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으면서 신세대, X세대, Y세대, N세대, I세대, 네티즌 등의 용어들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들 용어는 개성주의, 개인주의, 통신, 인터넷, 네트웍 등의 틀로 한정되어 사용되었으며, 한정된 의미를 지닌 이들 용어로는 세대를 구별하여 설명하기 어렵게 되었다. 유무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통합되고, 컴퓨터와 인터넷이 생활화되면서 남녀노소 모두 네티즌이 되고 I세대가 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야후를 검색하고 DDR을 하는 광고가 보여주는 것처럼 이제 N세대니 네티즌이라는 말로는 세대 구별이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를 구 세대와 구별할 수 있는 적절한 용어는 무엇일까? 디지털 문화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D세대(D-Generation), 디지털문화와 도시화에 익숙해진 디티즌(Ditizen)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많은 영역의 문화가 디지털화 될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화의 변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이를 자연스럽게 활용하게 될 세대가 바로 현재의 10대와 어린이들이다. 디지털이라는 낱말이야말로 다음 세대와 구세대를 구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기준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과거에도 디지털은 사용되었지만 극히 한정된 전문 분야에서만 사용되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디지털의 상징인 컴퓨터조차 일부 전문가의 전유물이었다. 컴퓨터를 제외한 디지털 기기는 음악CD, 전자시계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는 대부분의 기기와 자료들이 디지털로 제공되고 있으며 이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아날로그의 대명사인 영화, 음악, 방송은 이미 상당 부분 디지털화되었다. '토이스토리' '스타워즈-에피소드1' 등의 영화가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영화감상은 비디오테이프에서 비디오CD를 거쳐 DVD로 전환되고 있으며, 네트웍과 컴퓨터를 이용해 동영상 파일로 감상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아날로그 방식의 유선전화와 휴대폰은 인터넷 검색과 멀티미디어 재생이 가능한 다기능 단말기로 변화되고 있다. 책과 만화는 컴퓨터 파일과 전자북, 인터넷 만화 등으로, 방송은 디지털TV와 인터넷방송으로, 음악은 CD와 MD, MP3로 변화하는 중이다. 심지어 냉장고조차 디지털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반인이 사용하는 기기도 디지털 기기로 바뀌고 있다. 이전의 TV보다 더욱 선명한 화질을 자랑하는 디지털TV가 시중에서 팔리고 있다. 앞으로의 세대는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디지털 캠코더로 영상을 기록하고, 컴퓨터로 이를 편집 보관할 것이다. 앞으로의 세계에서 디지털화 되지 않은 제품을 찾아보기란 어려워질 전망이다.


- 디지털은 편하지만 아날로그보다 좋은 것이 아니다

디지털의 시대로 바뀌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이 때문에 대학에서는 아날로그 관련 분야를 전공하려는 학생의 숫자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은 어려운 아날로그 관련 학문보다 배우기 쉬운 디지털 관련 학문을 배우려고 한다. 아날로그 학문에 정열을 바쳤던 교수들은 미래를 걱정하면서 한숨을 쉬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방식이 생활화될수록 아날로그 방식을 겸비한 사람이 더욱 각광받을 것이다. 배우기 어렵다는 말은 배웠을 경우 그만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방식은 아날로그 방식보다 이해하기 쉽고 사용하기 편하지만 아날로그 방식보다 좋은 방식이라고 말할 수 없다. 우주는 무한한 아날로그의 세계이고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 역시 아날로그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방식의 단점 하나를 살펴보자. 흔히 CD에 기록된 디지털 파일을 가리켜서 음질이나 화질의 손상이 없이 영구보관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말은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다. 단 두 가지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두 가지 조건이란 자료에 조금의 손상도 없어야 하며, 이 자료를 읽을 수 있는 기기가 미래에도 존재한다는 조건이다.
사진을 필름으로 찍었을 경우와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서 보관했을 경우를 생각해보자. 인화된 사진 또는 필름의 경우 보관과정에서 10% 정도가 불에 타거나 색상이 바래졌다고 하자. 이 경우 손상 입은 부분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온전하게 판독이 가능하다. 그러나 컴퓨터에 사진 파일로 저장된 경우 단 1%만 손상 입어도 모든 자료가 유실된다.

또 사진이나 필름은 맨 눈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며 돋보기나 인화기와 같은 장비는 다음 시대에도 구할 수 있지만, 내가 지금 저장한 컴퓨터 파일을 읽을 수 있는 장비는 미래에 골동품으로나 존재할 것이다. 비디오CD를 읽으려면 비디오CD 재생기가 있어야 하는데 앞으로 50년 뒤에도 비디오CD라는 뒤떨어진 매체를 읽을 수 있는 장비를 판매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아날로그를 잘 다루는 사람이 더욱 필요한 사회가 될 것이다.

내 경우 10년 전에 기록해두었던 각종 파일 중에서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바람에 무용지물이 된 파일이 적지 않다. 윈도3.1용 프로그램으로 결혼앨범을 만들어두었던 주변 사람의 경우 불과 몇 년만에 무용지물이 된 결혼앨범을 보면서 한숨을 쉬고 있다. 윈98에서는 윈도 3.1용 프로그램이 실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예전부터 나는 결혼앨범을 CD롬으로만 만들어 저장하지 말라고 권했다. CD롬으로 만든 결혼앨범을 다시 보려면 현재 사용중인 컴퓨터 장비와 운영체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앞으로 몇 십 년은 고사하고 불과 십 년만 지나도 CD롬을 읽을 수 있는 장비가 사라질지 모른다. 더구나 윈도98이라는 운영체제는 더욱 수명이 짧을 것이다. 윈도3.1과 윈95가 그랬던 것처럼.

따라서 몇 십 년 후에 결혼앨범을 보기 위해서 현재의 컴퓨터와 운영체제을 보관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이는 물론 가당치 않은 일이다. 컴퓨터 기종과 소프트웨어는 급속도로 바뀌는데 그때마다 구입한 장비와 프로그램을 보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유일한 대안은 그때마다 프로그램을 컨버전하는 것인데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윈도3.1용 프로그램을 윈도95용으로 다시 제작하고, 다시 윈도98, 윈도ME 용으로 계속 제작해야 하는데 누가 해줄 것이며, 제작비용은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해 인화된 사진이나 필름이야말로 몇 십 년 또는 몇 백 년 후에도 판독이 가능한 자료로 남을 것이다. 가장 손쉽게 자신의 결혼식 장면을 후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인화된 사진이나 필름인 것이다.

그외에도 아날로그는 디지털이 갖지 못한 장점이 많다. 디지털은 한정된 용량만 기록 가능하며, 점과 점 사이의 연속된 변화를 기록하지 못하지만 아날로그는 무한대의 자료을 연속적으로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10대와 어린이는 디지털 문화에 길들여진 디지털 1세대가 될 것이다. 이들에게 디지털은 생활 자체이기 때문에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를 잘 아는 사람이 주목받을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화가 진전될수록 아날로그에 대한 관심을 더욱 가져주기를 D세대, 디티즌으로 분류되는 다음 세대에게 권하고 싶다. 우주는 물론 인간 관계 역시 아날로그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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