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태(IT컬럼니스트. www.dal.co.kr)

시중에는 '하한선 3만원에 상한선이 6만원이다. 월 수 백만 원을 낼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대부분의 네티즌은 요금 인상 부담이 없고 일부 서버 운영자만 요금이 오른다.'는 등의 많은 소문이 퍼지고 있다. 이들 소문 중 어느 것도 확실한 것은 없다. 공식적으로 KT에서 발표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요금제로 인터넷종량제를 실시하더라도 현재 요금보다 더 많은 돈을 사용자가 지불하는 것은 확실하다. 이전보다 수익이 줄어드는 제도를 실시할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많은 소문이 있지만 확실한 사실 하나는 KT는 수익이 더 느는 요금제를 실시할 것이므로, 종량제가 실시되면 국민 전체가 부담하는 통신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종량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종량제의 문제점을 꼬집은 패러디물도 인터넷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 '본콜렉터'의 장면을 편집한 풀빵닷컴의 '돈콜렉터'라는 동영상이 네티즌 사이에 화제를 모았다. '돈콜렉터'를 보면 쓰는 만큼 돈을 내야 한다는 KT측 주장을 신문기사로 보여준 다음에, "누가 사이트에 동영상을 올려놓았어." "4천만 국민 인터넷 무료교육 시켜놓고 중독되니까 돈을 올리시겠다" "돈 있는 놈만 정보습득할 수 있는 세상" 등의 자막으로 종량제를 풍자한다.
네티즌의 특기인 패러디 합성사진도 많이 퍼졌다. 최근에는 텍스트로만 구성된 포탈사이트 NEVER 화면이 인기를 얻으며 공감을 얻었다.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kr)의 '합성-시사 갤러리'에 올라온 몇 작품을 소개한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전화요금은 '도수제'라는 것을 채택했다. 이것은 통화시간에 관계 없이 전화를 한 번 걸면 무조건 끊기까지 한 통화에 해당하는 20원 요금만 내면 되는 요금제를 말한다. 이것이 1990년대부터 3분마다 한 통화 요금을 더 받는 현행 시내요금 종량제로 바뀐다. 이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은 사람은 PC통신인. 예전에는 케텔이나 사설BBS에 접속하면 계속 접속상태로 두고 PC통신을 사용했지만 3분마다 한 통화요금이 나가는 종량제가 되면서부터 전화요금을 줄이기 위해 갖은 꾀와 방법을 동원해야 했다. 과거에 실제로 겪었던 종량제와 비교하면서 네티즌 일기 형식으로 미래의 종량제 모습을 엿보도록 하자.
[A군의 일기] 199x년 5월 5일.
집에 오자마자 PC통신으로 공개게임 받아 즐기는데 누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른 컴퓨터 전원을 눌러 껐다. 아버지가 올라오셨는데 벌게진 얼굴이 심상치 않다. 아버지가 말 없이 종이쪽지를 내밀었다. 전화요금 고지서였다. 요금은 무려 70만원. 아버지 성격을 아는 나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아버지는 내 컴퓨터를 집어들더니 나를 노려봤다. 나는 구석에서 바들바들 떨었다. 아버지는 그래도 차마 아들을 내리칠 수 없는지 창 밖으로 컴퓨터를 던져버렸다. 2층이었던 방에서 추락한 컴퓨터는 그대로 박살났다. 인생의 낙이 사라진 슬픈 하루다.
[B군의 일기] 2007년 5월 5일.
집에 오자마자 부모님 몰래 영화를 보던 중이었다. 아버님이 아실까 봐 영화 사이트 한 달 회비 1만 원은 내 돈으로 결제했다. 그리고 지난 한 달 동안 수 백 편의 영화를 봤다. 영화 볼 때 소리가 들려 나는 얼른 전원단추를 눌렀지만 바로 안 꺼진다. 옛날 컴퓨터는 누르기만 하면 바로 꺼졌다는데 왜 요즘 컴퓨터는 4초 이상 눌러야 꺼지는 걸까? 나는 잽싸게 방문을 잠근 뒤에 문을 두드리는 동안 컴퓨터를 껐다. 아버지다. 아버지는 벌게진 얼굴로 들어오시더니 조용히 뭔가를 내밀었다. 인터넷요금 고지서다. '아차, 인터넷요금을 깜박 했네.' 순간 나는 등에 땀이 구르는 것을 느꼈다. 아버지는 "니가 집안 말아먹을 일 있냐. 뭐 하느라고 이렇게 인터넷 많이 썼어."하며 컴퓨터를 노려보았다. 인터넷으로 학교의 가정통신문을 확인해야 하는 관계로 차마 컴퓨터를 던질 수 없었던 아버지는 컴퓨터 대신 나를 잡아들더니 창 밖으로 던졌다. 다행히 1층이어서 다리만 조금 까졌다.
충격에 한참을 고생하다가 다시 내 방으로 들어왔더니 아버지는 더 벌게지신 얼굴로 새로운 종이쪽지를 내밀었다. 접속한 사이트 목록과 시간, 사용량이 적힌 KT의 인터넷 사용내역 고지서가 출력된 종이다. 아들의 인터넷 사용내역을 조사한 것이다. 내가 성인용 영화를 즐겨본 것을 알아버린 아버지는 먼지 나게 나를 두들겨팼다. 슬픈 하루를 보낸 나는 커서 대통령이 되면 종량제를 없애겠다고 다짐했다.
[A군의 일기] 199x년 6월 6일.
요금 문제로 혼난 뒤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요금 계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름하여 '아이고내돈'. 하이텔 자료실에 올려놓았더니 순식간에 내려받기 1만 회를 기록했다. 많은 통신인들이 '예쁘게 만들었다, 유용하게 쓰겠다'면서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다. 프로그램 배운 보람을 느낀 하루다.




[B군의 일기] 2007년 6월 6일.
아버지에게 혼나지 않을 정도로만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아무래도 요금 계산 프로그램을 사용해야겠다. 자료실에서 인터넷요금 계산 프로그램인 '나간다니돈' 프로그램을 받았는데, 프로그램이 무려 66메가바이트나 된다. 개념을 종량제 봉투에 던져버린 개발자 같으니라고. 프로그램을 이렇게 크게 만들다니. 그래도 이 프로그램이 가장 정확하게 계산해준다니 어쩔 수 없이 받아서 설치했다. 하지만 내 친구 C는 아버지가 부자라 이런 요금계산 프로그램을 깔지 않고 사용한다. 부럽다. T_T
[A군의 일기] 199x년 7월 7일.
전화요금을 줄이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문서는 미리 편집기로 쓴 다음에 접속했을 때 문서올리기 기능으로 올리고 얼른 접속을 끊었다. 게시판은 접속한 상태에서 읽지 않고 문서파일로 갈무리(캡처) 한 다음에, 통신 접속을 마친 후에 읽어보고 있다. 하지만 내 친구 Z는 최근에 선보인 하이콤서비스라는 것을 이용하면서 그래픽으로 된 일기예보며, 취업정보며, 영화정보를 본다고 한다. 어제는 사진으로 된 여자배우 정보까지 갈무리해서 보여줬다. 이럴 때는 돈 많은 놈이 부럽다.


[B군의 일기] 2007년 7월 7일.
아버지가 인터넷요금을 줄이라고 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쓰기로 했다. 가능한 VT모드 서비스 사이트를 이용하기로 했다. VT호환 서비스는 비트맵 형태의 그림파일 대신 그래픽 명령을 전송하기 때문에 전송량에서 수 만 배나 차이 난다. 멀티미디어 사이트에 비하면 화면이 형편 없지만 전송량 차이를 감안하면 하는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3D 온라인게임을 모두 끊고 바둑게임을 즐기기로 했다. 바둑게임은 돌의 위치만 전송해주면 되기 때문에 전송량이 가장 적은 게임이다. 그런 와중에 내 친구 C는 최근에 선보인 더블HDTV 동영상으로 영화를 내려받아 본다면서 요즘 인터넷은 정말 그래픽이 화려하다고 떠든다. 니가 염장질을 해가며 내 욕망에 불을 붙이는구나.

[A군의 일기] 199x년 8월 8일.
PC통신인들이 국회의원을 붙잡고 실랑이 하자 한국통신에서 요금을 조금 내린 014xx라는 PC통신전용 전화번호를 만들겠다고 한다. 종량제로 바꾸면서 정보발전을 위해서 PC통신 사용자에게는 요금부담이 없게 하겠다고 거짓말하더니 몇 년 지난 지금 와서 겨우 요금 조금 내려주는 것을 내놓다니. 거짓말만 하는 이놈 회사는 믿지 말아야겠다. 나중에 또 우리를 속이며 거짓말 칠 회사다. 신문을 보니 전화요금이 무서워 PC통신을 많이 할 수 없다고 난리고, 콘텐츠제공업체도 사람들이 좋은 정보를 열람하지 않아 수익이 안 난다고 울상이다. 나도 울상이다.
[B군의 일기] 2007년 8월 8일.
사람들이 종량제로 인터넷을 하기 어렵다고 정치인에게 항의를 많이 하자 KT에서 정액제 상품인 '메가패스 정액' 상품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름도 요상한 '정액' 상품은 한 달 내내 트래픽 제한 없이 마음대로 사용해도 요금이 3만원이라고 한다. 단 56Kbps 이하 모뎀만 지원한다고 한다. 아버지는 당신이 십 년 전에 사용하던 모뎀을 찾아내더니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이제는 인터넷요금 걱정을 한결 덜겠구나.' 하시면서 내게 선물로 줬다. 비록 56K 회선이지만 추가요금 걱정하지 않고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된 것이 기쁘다.

[A군의 일기] 199x년 9월 9일.
컴퓨터잡지사에서 PC통신망의 자료실에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모아서 부록으로 제공한다. 무려 650메가나 되는 CD에 담아서 주다니. 저 많은 자료를 모뎀으로 받으려면 한 달 내내 받아도 어려운데. 전화요금 수 십 만원 굳었다. 얼른 가서 컴퓨터잡지 사온 뒤에 CD 넣고 각종 프로그램을 돌려봤다.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이 난다.

[B군의 일기] 2007년 9월 9일.
컴퓨터잡지사에서 인터넷포탈사이트의 자료실에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모아서 DVD롬 부록으로 제공한다. 무려 8기가 이상 담겨 있는 대용량이다. 오늘도 당장 가서 사왔다. 날이 갈수록 DVD가 늘어나고 있다. 관리가 힘들어지는데 대책을 세워야겠다. 하지만 우리 반 C는 컴퓨터잡지를 안 산다. C는 어제도 종일 불법 자료 공유 사이트를 이용해서 각종 게임이며 음란물을 내려받았다고 자랑한다. C는 아버지가 부자라 무한요금을 쓴다. 100Mbps 짜리 상품을 무한대로 쓰는 것도 부족한지 울트라엔진다운로드 사이트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한 다음에 비슷한 놈끼리 온갖 불법 자료를 공유하며 마음껏 사용한다.
[A군의 일기] 199x년 10월 10일.
내 친구 Z는 학교 성적이 좋다. PC통신망을 통해 각종 교육자료를 받아보고, 온라인 교육 사이트에 가입해 자유롭게 공부하기 때문이다. 나도 온라인 교육 사이트를 이용하고 싶지만 전화요금이 부담스러워 사용하지 못한다. Z는 서울의 일류대를 간다는데 나는 좀 낮추어서 지원해야겠다.
[B군의 일기] 2007년 10월 10일.
내 친구 C는 결국 좋은 대학에 수시 합격했다. 인터넷 교육방송과 교육 사이트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정시 모집 때 대학을 좀더 낮추어서 지원하기로 했다. 나는 종량제 이후로 인터넷 교육방송을 들어본 적도 없고, 온라인 교육 사이트도 사용해보지 못했다. 종량제 이후로 사용자가 준 온라인 교육 사이트 대부분 망했고, 남은 온라인 교육 사이트는 소수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기 때문에 월 이용료를 수 십 만원으로 올렸다. 그래서 요즘 온라인 교육 사이트는 나 같은 가난한 사람이 사용할 수 없다. 하긴 교육사이트만 망한 것은 아니다. 접속한 상태에서 즐겨야 하는 온라인 게임 사이트도 꽤 많이 망했고 다른 사이트도 소수만 살아남았다.
C는 인터넷을 마음대로 이용하면서 얻은 정보를 자기 블로그 사이트에 정리해두고 공부하더니 퀴즈 프로그램에 나가 상금도 2천만원이나 받았다. 나를 비롯한 내 친구들은 블로그며 미니홈피 사이트를 폐쇄한지 오래다. 학교 사이트를 비롯한 꼭 필요한 사이트만 짧게 접속한다. 인터넷조차 마음대로 쓰지 못해 공부도 마음놓고 못하는 내 처지가 서글프다. 이럴 때는 돈 많은 아버지 둔 C가 정말 부럽다.
인터넷은 날이 갈수록 생활에 밀착하며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종량제를 실시한다고 해서 인터넷을 사용 안 할 수는 없다. 또한 사용 시간을 줄인다고 해서 자료 전송량이 주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 자료는 날이 갈수록 고용량의 멀티미디어로 바뀌고 있다. 가로 100픽셀 수준의 동영상은 VCD급을 거쳐 현재 DVD급까지 변화했는데, 몇 년 뒤에는 HDTV 이상의 고해상도로 바뀔 수밖에 없다. 또한 지금은 일반인들이 뉴스 사이트를 주로 보다가 어쩌다가 파일을 받는 정도로 인터넷을 사용하기 때문에 트래픽을 많이 차지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자주 받는 사용자들이 트래픽을 많이 사용하지만, 앞으로 교육방송을 비롯한 TV방송 등을 인터넷으로 보게 되면 상황은 역전된다. 어쩌다 프로그램을 받으며 사용하는 전송량의 수 십 배에 해당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루 종일 사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아껴쓴다고 해도 자료 전송량이 줄어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저용량 위주의 인터넷 환경으로 바뀔 수는 없다. 특히 고소득층은 종량제가 실시된다고 해서 인터넷 환경을 저용량 환경으로 바꾸지 않는다.
결국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일은 모든 국민들의 통신망 사용요금의 증가로 나타날 것이다. 또 한 가지 발생하는 현상은 저소득층의 인터넷 사용시간 감소가 될 것이다. 돈 문제 때문에 마음 놓고 휴대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쓸 수 없고 외식도 할 수 없는 것처럼 인터넷 전송량 또한 최대한 아껴써야 한다. 지금은 누구나 일정액만 내면 누구나 자유롭게 인터넷을 마음대로 쓸 수 잇지만 인터넷종량제가 실시된다면 돈 많은 사람은 마음대로 인터넷을 쓰면서 정보를 취득하고, 가난한 사람은 인터넷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정보불평등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다시 사회 계층 구조를 강화시켜 빈익빈 부익부의 신분계급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인터넷 종량제가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는 이처럼 부에 따른 정보불평등을 조장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인터넷종량제 실시에 대해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