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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9, 2003

[차례] 삶의 자취

삶의 자취

December 30, 2005

글쓰기를 위한 노력

내가 컬럼이나 단행본으로 쓴 글 중에도 잘못된 정보는 종종 실린다. 단순 오타나 숫자 잘못 표기 정도는 곳곳에 깔려 있고 애초 정보를 잘못 알고 쓴 내용도 꽤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겨례신문의 '초보자길잡이' 컬럼으로 썼던 CD 녹음 시간에 대한 글이다. 이 글에서 나는 원래 60분인 CD가 74분 2초로 바뀐 이유에 대해, 지휘자인 카라얀에게 자문을 구해 '운명' 교향곡을 한 장의 CD에 담아 음악을 듣다가 판을 갈아끼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일화가 있다고 썼다.

그런데 기사가 나간 후 독자로부터 반론이 들어왔다. 운명교향곡은 짧기 때문에 60분에도 들어간다는 것이다. 만약 길이 때문에 바꿨다면 아마 '합창교향곡'일 것이라는 전화가 왔다. 확인해보니 운명교향곡은 약 35분 정도 길이였다. 74분의 길이에 맞는 노래는 '합창교향곡'이었고, '운명교향곡'이라고 적은 내 글은 잘못된 정보였다.

내가 이 사실을 잘못 알고 있었던 이유는 내가 가지고 있던 정보가 잘못 된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업무가 CD롬유통과 정보 제공이던 나는 그 컬럼을 쓰기 전에 꽤 많은 CD 관련 자료와 서적을 읽었다. 그 책 중에는 1995년 초에 (주)정보시대에서 나온 '성공적인 CD타이틀 이렇게 만든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당시에 나온 책으로는 방대한 자료가 잘 정리된 훌륭한 책이다. 내가 얻은 CD 관련 지식도 상당 부분 이 책의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이 책 98쪽 중간에 CD-DA의 규격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운명 교향곡의 연주 시간에 맞추게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라고 적어두었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웹으로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닌지라 단 한 줄의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수 많은 책을 뒤져야 했다. 그리고 이렇게 책에서 얻은 정보는 당연히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그 책을 쓴 저자 또한 다른 곳에서 잘못 된 정보를 얻어 썼을 것이다. 잘못된 정보를 얻은 저자가 잘못된 글을 쓰고, 그것을 본 내가 또 잘못 쓰고, 내 글을 본 누군가는 또 잘못된 정보를 퍼뜨렸을 것이다.

그나마 한 번 보고 지나치는 신문이었기에 신문의 내용을 이용해 인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고 다음 주에 정정기사를 냄으로써 오보가 확산되는 것은 잡을 수 있었다. 또한 경향신문에 똑 같은 주제로 다시 한 번 컬럼을 쓰면서 '합창교향곡'임을 분명히 해 이후로 국내에 유통되는 'CD가 74분 2초인 이유'는 '합창교향곡' 때문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지금도 내가 가지고 있는 책에는 운명교향곡으로 적혀 있고, 책에 포함된 정보는 도서관에 남아 계속 잘못 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책을 쓸 때 가장 두려워하는 점이 바로 이 점이다. 사람들이 글의 출처를 확인하고 수정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과 달리 잘못된 정보를 담은 책은 많은 사람에게 계속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글쓰기는 부담이 적은 반면 책으로 뭔가를 펴내는 일은 늘 부담스럽다. 끊임 없이 사실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이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나마 요즘은 인터넷이 있어 정보를 확인하기가 한결 쉬워졌고 확인 작업에 시간이 덜 든다. 옛날처럼 책을 뒤져가면서 수 천 쪽 중에서 한 줄을 찾아내는 일에 비하면 검색어 입력하면 바로 나오는 요즘 세상은 정말 천국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내가 쓰는 글이 전부 진실만을 담을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못한다. 다만 진실된 정보를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노라는 다짐만 할 뿐이다. 그것만이 내가 약속할 수 있는 일이다. 사람인 이상 실수를 안 하며 살기는 어렵겠지만 그 실수를 자주 저지르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December 31, 2005

귀여니 표절 사건과 글쓰기 자세

귀여니(본명 이윤세)의 시집에 대해서 함량미달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네티즌들이 덧글로 패러디하느라 난리다. 나는 소설에 이모티콘을 썼다는 이유로 문학적 수준을 논할 생각도 없고, 귀여니 시집의 문학성을 가지고 좋다 나쁘다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초등학생도 낼 수 있는 것이 시집이니 문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집의 가치를 깎을 필요는 없다. 물론 이모티콘을 소설에 쓴 것이 귀여니가 처음은 아니므로 귀여니가 우리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선구자라고 추켜세울 필요도 없다.(십 수 년 전에 하이텔에 연재했던 내 글에도 이미 별 이상한 이모티콘까지 등장하고 있었다. ^^;) 단지 이모티콘을 많이 이용해 글을 쓴 수 많은 작가 들 중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가일 뿐이다.

하지만 귀여니를 비롯한 요즘 인터넷 작가들의 글쓰기 태도는 매우 우려할 수준이다.

이미 유명세를 떨칠 때부터 귀여니는 '그놈은 멋있었다.'가 일본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터다. 나로서는 별 관심이 없던 동네라 자세하게 알아보지도 않았고, 10대가 장편의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다른 작품에서 어느 정도 차용했을 것이라고 짐작만 하고 관심을 끊었다. 하지만 루페나님을 통해 알게 된 송정실씨 소설의 귀여니 표절사건을 보니 무관심하게 지켜보고 끝낼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연결: 표절,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
* 연결: 송정실씨가 만든 귀여니 표절 사건 관련 '아우어 스토리 VS 아웃 싸이더' 카페

특히 송정실씨의 다음 카페에 올려놓은 '기초사실과 전체 진행 표' 차림의 '전체줄거리와 증거' 비교표를 보면 두 소설이 같은 소설이나 다름 없음을 알 수 있다. 이 경우 외부에 공식적으로 발표한 송정실씨 소설을 귀여니가 베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소설의 비교표를 보면 이것이 일부 소재 차용인지, 베낀 것인지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자세한 것은 다음 카페를 통해 확인해보기 바란다.

송정실씨의 말이 '거짓이 아니고 비교표가 사실'이라면 귀여니의 베끼기 의혹은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사실 PC통신 시절부터 표절 또는 베끼기는 비일비재했다. PC통신 시절에 인기를 끌었던 몇몇 판타지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베낀 것이었고, 국내 가수 노래는 일본 만화영화 주제가를 베낀 노래였을 정도로 베끼기 의식은 불감증 상태였다. 이것이 인터넷 시대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

나는 귀여니가 가벼운 소설을 써서 인기를 끄는 것은 상관하지 않는다. 가볍건 무겁건 자신의 힘만으로 대중의 인기를 끄는 작품을 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것도 재주라 칭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 베낀 것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나는 귀여니가 전**처럼 남의 글을 베끼거나 훔쳐서 인기를 끈 것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글재주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지금까지 남의 것을 베껴서 인기를 끄는 요령만 가진 사람이라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 물론 법원에서 결론이 난 내용이 아니니 현재로서는 귀여니의 표절에 대해 나도 단지 의혹을 제기하는 선에서 글을 쓰며 송정실씨 사건의 처리 과정을 지켜보도록 하겠다.

분명한 것은 남의 것을 훔쳐서 성공한 것이라면 이것은 결코 너그럽게 봐줄 것이 못 된다는 사실이다. 가벼운 글을 써도 좋고, 아포리즘을 표방해도 좋고, 이모티콘을 남발해도 좋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그것도 새로운 글쓰기의 한 종류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남의 것을 베끼는 것은 어떠한 형태의 글쓰기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도둑질일 뿐이다.

슬픈 것은 정작 남의 것을 훔친 전**은 훔친 글로 책을 내 돈 잘 벌어 잘 살고 있고, 뼈 빠지게 발로 뛰며 자료를 모은 원작자는 병까지 얻으며 고통스러워 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시골의사' 박경철님의 표절 논란에서도 정작 표절 의혹을 받은 사람은 상을 타고, 박경철님만 고통스러워하다 블로그를 닫는 모습을 봤다. 그리고 또 다시 누구는 돈 잘 벌면서 스타가 되었을 때 정작 원작자인 송정실씨는 협박을 들으면서 벌벌 떠는 삶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사람인 이상 표절이나 소재 차용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힘들겠지만 사람들이 용납할만한 상식적인 선 아래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훔친 놈이 큰 소리 치고, 도둑 맞은 사람이 고통에 떠는 상황만은 없어야겠다. 전**이라는 인간을 내가 싫어하는 이유는 친구를 고통에 빠뜨린 대가로 호의호식을 하면서 거짓말만 해대기 때문이다. 이제 그런 식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은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 남의 눈에 피눈물이 나게 한다면 결국 자신이나 자신의 자식에게 그 과보가 미치는 법이다.

글쓰기는 남의 영혼을 깎아먹는 작업이 아니라 자신의 영혼을 깎아먹는 작업이다. 피를 토하는 죽음의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영혼을 깎아먹으며 글을 쓰신 박경리 선생의 글쓰기 정신이 더욱 위대하게 보이는 2005년 마지막 날이다.

(글쓰기를 꿈꾸는 사람에게 '토지' 앞 부분에 쓴 박경리 선생의 글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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