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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1, 1993

[차례] 잡지 컬럼 모음

잡지 컬럼


잡지 컬럼2006년 12월 01일. 구글과 네이버는 어떻게 다른가
국내 1위 인터넷기업인 네이버와 세계 1위 인터넷기업인 구글. 두 기업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다른가? 두 기업의 철학을 비교해가며 현상을 설명한다.

잡지 컬럼1995년 07월 01일. 컴퓨터 통신의 세계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에는 모뎀을 이용한 PC통신 문화가 사이버문화를 이끌었다. PC통신 세계는 어떤 세계였으며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 하루 종일 접속을 해도 한 통화 요금만 내던 도수제
- 초고속모뎀의 1천분의 1에 불과하던 1200bps 모뎀
- 다양한 만남과 애틋한 사연이 있던 시절에 대한 추억

잡지 컬럼1995년 01월 01일. 멀티미디어 장비를 구입해야 하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멀티미디어 장비는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까닭은 두 가지다. 첫번째는 멀티미디어장비를 이용한 교육프로그램이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학교공부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 이처럼 흥미를 이끌면서 다양한 경험과 사고력을 보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나는 멀티미디어 장비가 참 쓸만하다고 생각한다.

January 1, 1995

멀티미디어 장비를 구입해야 하나?

잡지 컬럼

독서와 논리 ?년 ?월 (글: 김중태)


김중태 사진눈만 뜨면 보고 듣는 멀티미디어 광고 속에서 많은 학생들과 부모님들이 멀티미디어 장비의 구입여부로 고민하고 있다. 남들이 좋다고는 하는데 과연 대입시험공부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에게 멀티미디어가 필요한 것인지, 산 뒤에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가격이 싼 것도 아니고, 또 PC를 샀다가 골동품으로 보관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런 염려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멀티미디어 장비는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까닭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멀티미디어장비를 이용한 교육프로그램이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동영상이 지원되는 영어학습프로그램과 백과사전류의 CD롬 제품을 분석한 일이 있는데, 제품을 사용해본 뒤에는 그 동안의 학습방법과 교재로는 불가능했던 효과적인 학습방법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

다람쥐(Mouse)로 원하는 문장을 선택하면 바로 그 부분을 비디오화면으로 보여주면서 발음해주는 기능은 매번 비디오테이프를 되감아가면서 공부해야 했던 불편과 짜증을 한순간에 잊게 해주는 컴퓨터만의 장점이다. 이 기능은 어학연습용 카셋트나 VCR로는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다. 또 다람쥐로 아무 낱말을 눌러도 발음과 함께 낱말설명이 나오고, 문장을 누르면 문장해석이 바로 나온다. 천천히 발음하기, 대화형 진행방식, 실전과 같은 각종 시험, 재미있는 놀이가 더해진 컴퓨터만의 장점이 학습효과를 최대한으로 올려준다. 오디오와 비디오테이프, 책을 합쳐 놓은 것에 컴퓨터만의 장점을 더한 이들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는 학습효과가 좋다는 비디오테이프 교재가 얼마나 불편하고 답답한 것인지 충분하게 느꼈다.

내가 멀티미디어 장비 구입을 권하는 두 번째 이유는 학교공부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영어 수학에만 매달려 학교와 집을 왔다갔다 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부족하기 쉬운 다양한 경험과 사고를 멀티미디어 매체를 통해서 경험할 수 있다. [미스트]와 같은 환상적인 CD롬게임을 통해서 치밀한 추리력과 관찰력 논리를 키워나가고, [공룡백과] 같은 제품을 통해서 공룡전시장에 간 것보다도 생생하게 공룡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다. 또 악기를 직접 보지 않고도 전세계의 모든 악기 모양과 악기 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다. 이처럼 흥미를 이끌면서 다양한 경험과 사고력을 보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나는 멀티미디어 장비가 참 쓸만하다고 생각한다. 이 점은 고등학생 뿐만 아니라 가정주부나 어린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의 멀티미디어는 다른 매체와 비교할 때 몇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로, 학습효과는 크지만 책이나 오디오테이프처럼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아직까지는 멀티미디어 장비가 일반인에게는 비싸기만 한 환상속의 장비라는 점이다. 멀티미디어작업이란 사진과 동영상을 스캐너와 비디오로 입력하고 편집해서, 광드라이브에 저장하거나 칼라레이저프린터로 출력하는 수준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컴퓨터 값이 싸다는 지금도 천 만 원대 이상의 돈이 든다. 심지어는 동영상을 깨끗하게 보기 위한 값싼 동영상키트만 하나 구입하려 해도 60만 원대에 달한다.

결국 요즘 선전하는 멀티미디어 장비라는 것을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플로피드라이브보다 용량이 커진 씨디롬드라이브와 몇 년 전에 나온 애드립카드보다 조금 소리가 좋아진 소리판에 불과하다. 달라진 것은 이런 장비가 좀더 값싸게 보급되었다는 점 뿐이다. 따라서 지금의 장비는 새삼스러울 게 없는데도 기업들의 상술 때문에 환상적인 멀티미디어로 국민들에게 인식된 것이다. 제대로 된 멀티미디어 시기는 휴대가 간편해지고 더욱 가격이 저렴한 장비가 보급된 후에야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멀티미디어의 시작단계라는 점을 깨닫고 멀티미디어에 대한 환상을 갖지 않는 것이 좋겠다. 다만 PC가 있다면 CD롬 드라이브와 소리판(Sound Card)만을 갖추고도 비디오테이프와 오디오테이프, 책을 합친 것 이상의 학습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멀티미디어 장비라도 갖추기를 권하는 것이다.

현재 수준에서 말하는 최소한의 멀티미디어 장비는 CD롬 드라이브와 소리판, 386이상의 PC, SVGA이상의 칼라모니터와 그림판(Video Card), 윈도우즈 프로그램을 말한다. 동영상보드까지 겸하면 금상첨화지만 아직은 가격이 비싸므로 제외한다. 이중에서 구입에 신경을 써야 할 장비는 역시 CD롬 드라이브와 소리판이다. 이 두 장비를 살 때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장비를 구입해야 한다. 먼저 CD롬 드라이브는,

1. 초당 300Kbyte 이상의 전송속도를 가진 2배속 드라이브.

2. 접근시간은 최소 320ms 이하로 수치가 적을수록 좋다.

3. 자신의 PC와 연결할 수 있는 방식인가를 살핀다. 보통은 AT-BUS방식을 사용하지만 고급기종은 확장-IDE방식이나 SCSI방식을 쓰기도 한다.

4. 국제 CD-ROM 규격인 ISO-9660을 지원하는 것.

5. 음악카드에 연결할 수 있는 것

6. 버퍼크기는 64KByte 이상일 것

7. 음악용 CD를 비롯해서 다양한 형태의 CD를 지원할수록 좋다.

그리고 소리판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1. 씨디롬드라이브를 바로 연결할 수 있다.

2. 16비트 음질을 지원해야 한다.

3. 적어도 사운드블러스터, 높게 잡으면 미디와 호환되어야 한다.

그외 설명서와 디자인 같은 각종 딸림물건이나 사용자편의도 고려해야겠지만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조건은 아니므로 가능하면 가격대비 속도와 소리판과의 호환성여부를 중점적으로 알아보고 사는 것이 좋겠다.

씨디롬드라이브와 소리판을 구입한 뒤에 제대로 활용하려면 CD롬 제품을 몇 개 구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시중에 좋은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가격이 조금 비싼 것이 흠이다. 멀티미디어의 참맛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다면 교육용이나 사전용 프로그램을 한 두 개 정도 사는 것이 좋지만, 멀티미디어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면 게임을 통해서 멀티미디어와 친숙해지는 것이 좋겠다.

July 1, 1995

컴퓨터 통신의 세계

잡지 컬럼

말 1995년 7월호 (글: 김중태)


통신을 통해 할 수 있는 일

내가 '멋'이라는 사설벼락쪽(BBS)을 운영한지도 벌써 6년째다. 오랜 시간을 운영하다보니 그 사이에 입대했거나 외국에 유학 갔다 온 사람들이 아직까지 망하지 않고 남아 있는 '멋'에 다시 접속하면서 감회에 젖는 경우가 많다. 중고생이었던 어린 여학생들을 우연하게 만나면 어느새 어엿한 숙녀가 되어 있어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이렇게 몇 년만에 아는 사람을 다시 만날 때의 기쁨과 반가움이란 얼마나 큰지. 이런 행복한 느낌을 받을 때마다 나는 통신을 하는 일이란 참으로 괜찮은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진다.

통신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검색하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정보검색은 통신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중에서 아주 기본적인 일에 속한다. 정보를 좀더 편하게 검색하는 일이란 것이 따지고 보면 인간의 행복을 위한 수 많은 일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때문에 통신을 통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는 행복한 사회구현이다. 또한 통신은 자신이 지닌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다.

나는 통신을 통해서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통신을 이용하면 문단에 등단하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글을 쓰고, 사람들과 함께 자신이 쓴 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학교를 다니면서 통신을 통해 발표한 글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도 한다.

작년 한 해 초강세를 보였던 [퇴마록]의 이우혁씨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 결과 '글이나 써서 돈 벌지. 박사공부는 왜 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박사과정에 들어가지 못하는 아픔도 겪었다고 한다. 또한 인기작가로 인기를 누리는가 하면, 일본만화 '공작왕'을 본 딴 일본문화수입의 앞잡이라는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우리나라 귀신은 은원이 없는 사람은 해치지 않는 선한 귀신들인데, 퇴마록 때문에 선한 사람을 해치는 '악귀'라는 일본귀신문화가 널리 배포되었다는 것이다.

[퇴마록]과는 달리 통신에서 인기 절정을 달렸던 [장미 소나타]나 [비서일기]와 같은 많은 작품들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해서 아쉬움을 남겼는데, 정작 작가들은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편하게 쓸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한다. 또 연극을 해보는게 꿈이었던 어떤 사람은 통신을 통해 알게 된 연극동아리를 통해서 마침내 연극무대에 서기도 한다. 연주회를 열거나 전시회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한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비록 빛나는 주연은 아니지만 몇 달을 연습해서 무대에 선 조연배우가 뒤풀이 장소에서 남몰래 흘리던 감격의 눈물을 본 적이 있다면 통신을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단순한 정보검색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집에서는 자녀가 통신을 시작한 뒤로 밤마다 통신만 하고 공부를 안 한다고 야단이다. 그리고 통신을 한 이후로는 학교성적이 떨어졌다면서 옆집 부모들에게도 자녀들이 통신을 못하도록 말리는 분이 있다.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통신'을 하면 무조건 공부에는 방해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와 반대로 통신을 통해서 학교공부에서는 배울 수 없는 많은 간접경험을 쌓을 수 있다.

게시판에 글을 쓰다보면 논리와 문장력이 깊어지고 각종 프로그램과 글을 접하면서 많은 간접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공부에 더 도움이 된다 할 수 있다. 문제는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 오로지 통신에만 매달릴 때 발생한다. 피아노 학원에 보냈더니 온 종일 피아노만 치는 경우와 같다. 결국 문제는 통신에 투자하는 정력을 어느 정도 선으로 적절하게 조절하느냐에 달린 것이지, 통신 자체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통신인을 괴롭히는 것은 비싼 전화요금과 사용료

이런 저런 매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통신을 하고자 하지만 통신을 하기 위해서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연극 한 두 편 볼 돈도 없다는 사람들이 한 달에 몇 만원씩이나 하는 사용료과 전화요금을 부담하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때문에 비용문제만 따진다면 옛날이 통신하기에는 훨씬 좋았던 셈이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있겠지만 1989년까지는 도수제라고 해서 시간에 관계 없이 무조건 한 통화였다. 그러니 비록 1200bps의 느린 속도라고 하지만 통신인들은 무척 신이 났다. 하루 종일 통화해도 한 통화니 한 번 접속하면 도대체 끊을 생각을 안 했다. 밥 먹으러 갈 때도 접속중이고, 밤에는 파일을 무더기로 받게 해놓은 뒤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새 받아온 파일들이 하드디스크에 수북하게 쌓인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뿌듯함이란. 그래도 전화비는 몇 천 원에 불과했던 좋은 시절이다.

그러나 이렇게 전화비가 싸도 당시에는 일반인들이 인터넷이나 컴퓨서브 등에 접속하기 어려웠으므로 외국의 유명 통신망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직접 국제전화를 걸어야 했다. 당시 한창 유행이던 모험놀이인 [Larry]의 설명서를 구하기 위해서 직접 시에라사에 접속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각종 유틸리티나 호스트프로그램, 백신을 구하기 위해서 외국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 덕분에 국내에서는 외국의 최신 프로그램을 받아볼 수 있었고 바이러스 피해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물론 이들 중에 일부는 외국의 성인용 벼락쪽에 접속해서 음란사진들을 무더기로 받아오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 사진을 자료실에 올려놓고 회비를 받는 이른바 야동(야한 동아리)이라는 것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을 본딴 학생들이 국제전화를 걸어서 접속하는 바람에 속내용을 모르는 부모들이 쓰지도 않은 국제전화비가 나왔다고 전화국에 항의하는 일도 잦았다.

그러나 서울의 통신인들이 저렴한 전화비로 통신하는 동안에도 지방통신인 중에는 수 십만 원에서 수 백만 원의 전화비를 물면서 통신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의 쓸만한 벼락쪽들이 서울에 몰려 있었고, 대형통신망도 지금처럼 01410과 같은 전국적인 통신망용 회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비싼 전화비 때문에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아들놈이 컴퓨터를 배우겠다고 해서 기분 좋게 컴퓨터를 사주었던 아버님. 그러나 다음달 나온 전화요금을 보고는 '아니, 이눔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통신으로 외국에 접속해?' 하면서 이층으로 달려와서 그대로 컴퓨터를 길바닥에 내던지는 사태가 종종 발생했다. 물론 지금도 이런 일들은 계속되고 있다. 혹시나 전화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 싶은 부모들은 자녀들이 컴퓨터로 통신을 하는 것이 아닌가 관찰해볼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부모님이 통신하는 것을 인정하는 집에서는 '전화비는 부모님이 내니까' 하고 전화비 부담 없이 통신을 하는데, 이런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대형통신망의 편지함을 자신의 하드디스크처럼 사용한다는 점이다. 하드디스크에 프로그램을 새롭게 깔아야 하는데 하드디스크는 꽉 찼고, 따로 하드디스크나 플로피디스크를 살 돈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돈 없는 학생들은 자신의 하드디스크에 있는 프로그램을 모두 압축해서 하이텔이나 나우누리의 편지함에 보관해둔다. 요즘처럼 14400~28800bps의 고속모뎀 시대에는 한 시간에 5~10메가 이상을 통신으로 주고받을 수 있어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하드디스크가 몇 메가 필요하면 이미 있는 파일을 압축해서 통신망에 올려놓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깔았다가 이전 프로그램이 필요하면 다시 편지함에서 꺼내 자신의 컴퓨터로 받아오는 수법인데, 이들 때문에 대형통신망들의 하드디스크가 수난을 당한다.

하드디스크 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몇 기가 짜리 하드디스크를 새롭게 달아도 하루만에 하드디스크가 꽉 차는 사태가 발생하곤 한다. 물론 그 이유의 상당수는 큰 덩치의 프로그램을 편지로 주고받거나 보관함에 보관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하이텔 등에서는 문서파일이 아닌 기계어파일의 편지중개기능을 없애버렸고, 동아리에 보관할 수 있는 자료의 양을 제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멋모르고 통신하는 이들이 한 번 된통 당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특히 초보시절에 멋모르고 통신하다가 엄청나게 나오는 사용요금에 넋을 잃고 하늘만 바라보는 친구들을 가끔 본 적 있다. 주로 이런 경우는 종량제를 기본으로 삼고 있는 천리안 사용자들에게서 자주 발생한다. 하이텔이나 나우콤 등은 정액제이기 때문에 한 달에 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 물론 종량제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지만 이런 곳은 분 당 얼마를 받는다고 표시되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아도 천리안의 이용요금이 백만 원 이상 나오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대부분 보관함을 하이텔이나 나우누리처럼 이용한 경우다.

요즘도 천리안에서는 보관함에 편지나 프로그램을 보관할 경우 1천 자 당 하루 9원을 받는다. 1천 자라고 해봐야 1Kbyte 정도이므로, 1024Kbyte인 1메가를 보관하면 하루 9천 원의 요금이 부과되는 셈이다. 1메가의 파일만 한 달 정도 보관해도 대충 30만원 가까이 나오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잘 모르는 초보자들은 자료실에서 받은 게임이나 친구들이 보내준 게임을 일단은 모두 보관함에 저장해둔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서 나오는 몇 백만 원 짜리 고지서를 보고는 놀라서 뒤로 자빠질 수밖에. 결국 부모님이 전후사정을 듣고 난 뒤에는, '아니, 이눔이 통신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공부한다더니 게임이나 받아?' 하면서 방에 있는 컴퓨터를 박살내는 경우가 발생한다. 천리안을 사용하거나 사용할 사람들이 특히 조심해야 할 대목이다.

통신을 오래 한 사람들도 프로그램을 무심코 보관실에 저장한 뒤에 까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말 그래도 생돈이 나가는 경우를 당하게 된다. 가능하면 편지 등을 받아본 뒤에 '저장할까요?'라는 말이 나오면 무조건 'N'을 치는 습관을 길들이는 것이 좋다.


통신을 통한 만남들

돈 문제로 통신을 그만 두는 비극적인 사태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은 특별한 곤란 없이 통신을 계속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통신을 오래 하다가도 사람들에게 실망하게 되면 통신을 그만 둔다. '복불복'이라고 하던가? 좋은 사람을 만나면 통신이 그만큼 즐겁고 행복할 것이고, 나쁜 사람들을 만나 안 좋은 일을 당하면 통신이 소름 끼치도록 싫어질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은 통신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고, 어떤 모임이나 어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므로 통신인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각양각색의 사람이 몰려 사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사회처럼 각종 사기와 범죄가 숨어 있는 곳이 통신세계다. 물론 애절한 슬픔과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도 있고, 입가에 웃음이 저절로 맺히는 따스한 사연들도 있다.

김보은양 사건을 알려서 전국적인 공론을 불러일으킨 일은 같은 학교 다니던 한 통신인이 통신으로 알려 시작한 일이었다. 병에 시달리는 한 여성을 위해서 수 많은 사람들이 약과 돈을 모금해서 전해준 따스한 사연도 있다. 외국에서는 자살하기 전에 남긴 게시판의 글을 보고 몇 백 키로미터나 떨어진 사람이 연락해서 자살기도자의 생명을 건졌고, 다시 살아난 이 사람은 세상은 살만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일도 있다.

언젠가는 내가 운영하는 [멋]에도 한 아가씨가 자살하겠다고 글을 올린 적이 있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결국 이 아가씨와 글판을 두드리면서 밤새 대화를 한 끝에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위로해준다고 함께 영화까지 본 일이 있다. 원래 감상적이던 이 아가씨는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져서 마음이 너무나 울적했고 밤이 전해주는 분위기 때문에 글을 쓰다가 스스로의 감정에 몰두해서 자살충동을 느낀 것이다. '한글님, 저 지금 죽으러 갈테니 와서 제 신발이나 챙겨주세요.'라고 말할 때는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애인을 피해서 달아난다면서 독일로 떠난 그 아가씨가 지금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랑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통신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일 가운데 하나는 이성에 대한 관심이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야 직장이나 학교나 어디서나 늘 최고의 관심사이므로 통신에서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특히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보검색보다는 대화방에서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일을 더욱 좋아한다. 통신인 중에 상당수는 정보를 검색하는 일보다 모임이나 동아리 사람들을 만나 술마시고 노래방에 가는 일을 더욱 좋아한다.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우리 겨레의 특징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왕자병, 공주병과 같은 각종 병에 걸린 인간들도 많이 등장한다. 특히 아직까지는 여성비율이 적기 때문에 공주병환자들이 왕자병환자보다 많은 편이다. 이런 공주병환자의 상당수는 추잡스러울만큼 집요하게 치근대는 늑대들 때문에 생겨난다. 통신망의 대화방에는 눈빛을 빛내는 늑대들이 호시탐탐 여자들에게 접근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 때문에 어지간한 여성통신인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초청장을 받는 일을 당한다. 이때문에 여자이름 같은 이름을 가진 남자들은 늘 곤혹스럽다. 초청받고 들어가서 '저는 남자인데요.'라고 밝히면 오히려 상대방이 화를 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남자이름 같은 여자들은 자신들은 초청받아본 적이 없다고 '다 내 이름 탓이오'하면서 농담처럼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통신을 통해서 이성교제를 하고자 할 때는 어느 정도의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얼굴도 목소리도 들을 수 없으니 대화방에서 속여도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 여대생은 남자대학생이라고 밝힌 사람과 대화방을 통해서 사랑의 감정을 키우다가 나중에 만나서 확인해보니 국민학생이어서 충격받은 일이 있다. 또 통신을 통해서 사귀던 남자대학생과 결혼하겠다는 여대생의 집안에서 남자의 신상을 확인해본 결과 백수건달로 밝혀져 집안이 발칵 뒤집어지는 사건도 있었다. 물론 이런 부정적인 일보다는 통신을 통해 만나 결혼한 뒤에 행복하게 잘 사는 일들이 훨씬 많다.

통신커플의 결혼이야기는 상큼하면서도 입가에 훈훈한 웃음이 감돌 정도로 따뜻하다. 집안에 컴퓨터도 두 대, 전화번호도 두 개. 그리고는 밤만 되면 서로 자기전화번호로 통신망에 접속해서 대화방에서 잉꼬부부를 과시하기도 하고 부부싸움을 하기도 한다. 한창 대화방에서 이야기 중에, '뭐야? 당신 이 방으로 와 봐요.'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흥, 당신이 건너와요.'하는 이야기가 나와서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이 물어보면, 서로 옆 방에서 대화중이라거나 책상을 나란히 하고 대화중이라고 해서 웃음을 짓곤 한다.

하여간 이성에 대한 관심은 지구 역사가 계속되는 한 늘 첫 번째 관심사일 것이다. 자료실이나 게시판에는 누가 얼마나 봤는가를 나타내는 조회수가 나타나는데, '이것 조금 야해요.' '성인용입니다'와 같이 '야'자나 '성'이라는 글자만 들어가도 앞뒤의 게시물에 비해 열 배 이상의 조회수를 보여준다. 야한 것과 이성에 대한 관심은 통신세계에서도 변함 없이 제일의 관심사라는 것을 입증하는 보기다.

이러다보니 이를 이용한 사기도 가끔 나온다. 땅이 넓은 미국에서는 한 여성이(진짜 여자인지도 알 수 없지만) 상대방 남자를 보고 싶은데 돈이 없다면서, 비행기삯을 보내주면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만나고 싶다는 수법으로 수 십 명의 남자들한테서 비행기삯을 턴 사건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국적이 다른 두 남녀가 인터넷 등을 통해서 편지를 주고받다가 결혼하는 경우도 자주 본다. 어디서나 늘 그렇지만 두 사람이 만나 결혼하는 모습을 보면 함께 행복을 느끼지만, 사랑의 충격으로 시름시름 앓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때문에 앞으로 통신을 하는 모든 사람은 사랑에 실패하기보다는 행복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누구나 도움받을 수 있는 곳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보니 사람들은 통신을 통해 많은 도움을 주고받는다. 나도 통신을 통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조그마한 도움을 남에게 베풀기도 한다. 요즘도 가끔 아는 통신인이 사무실이나 집으로 전화를 한다. 안부전화도 있고, 뭘 물어보는 내용도 있고 어떤 일을 부탁하는 전화도 있다. 그리고 이분들 덕분에 나는 가끔 지방 특산물을 맛있게 잘 얻어먹기도 한다. 몇 달 전에도 제주도에 사는 분이 전화를 해서 국문학 세미나 자료를 좀 구해줄 수 없냐고 부탁을 했는데, 나로서는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라서 다음날 세미나 하는 곳에 가서 자료를 구해 보내주었다. 그분에게는 그 자료가 무척이나 필요한 자료였고 지역적으로 너무 멀어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던 차에 나를 기억해내고 내게 잠시의 수고를 부탁한 것이다. 자료를 보낸 후 얼마 뒤에는 감사의 뜻으로, 제주도로부터 맛있는 귤이 한 상자 올라왔다. 덕분에 나는 그 전 주에 또 다른 분으로부터 받은 울릉도오징어와 함께 며칠을 포식한 즐거운 기억이 있다.

또 언젠가는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을 주지 않는다는 한탄의 글을 게시판에서 보고 보험금을 탈 수 있다고 편지를 보낸 적이 있는데, 그 덕분에 다시 힘을 내 결국은 보험금을 탈 수 있게 되었다면서 모임에까지 나와 감사의 말을 전하던 분도 있었다. 내가 볼 때는 별 것 아닌 일이나 자료도 그 분야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볼 때는 매우 절실한 도움이고 자료일 수 있다. 그리고 통신이 좋은 점은 이런 경험을 나누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각양각층의 사람들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다보니 자신이 무엇인가 절실하게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요청하고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곳이 통신세계다. 법률에 대해서 문외한인 사람이라면 법률동아리에 글을 한 자 올려보라. 꼭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경험을 남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의외로 통신을 통해서 도움을 얻는 경우는 많다. 보통의 사회에서는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거나 기회제공조차 없지만 적어도 통신세계에서는 누구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가끔 자료실에 올라오는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슬며시 웃을 때가 많다. '이것 컴퓨터 켤 때 꼭 필요한 것이래요.'하면서 'command.com'파일을 올리거나, '도스의 cd 명령어보다 무척 편해요. 꼭 써보세요.'라고 하면서 노턴유틸리티에 들어 있는 'ncd.exe' 프로그램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컴퓨터와 통신에 초보이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들을 올리는 것이지만, 이들을 보면서 나는 아직도 세상은 따스한 사람들이 더 많구나 하는 행복한 느낌을 받는다. 만약 이런 프로그램을 올린 사람들에게 '멍청하게 남들이 다 쓰는 것을 올린다'고 핀잔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이야말로 통신에서 사라져야 할 사람이다. 적어도 'command.com'을 올리는 사람은 남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올리는 따스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통신세계는 컴퓨터전문가보다는 남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는 사람으로 가득차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아직까지는 이런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통신은 참으로 할만한 일이라고 남들에게 이야기한다. 사랑이 넘치는 통신,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서로 돕는 통신세계를 꿈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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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락쪽: BBS(Bulletin Board System)의 한글말로 전자게시판, 또는 통신망이라고도 한다. 개인이 운영하는 곳을 사설벼락쪽이라고 하고 큰 회사에 운영하는 곳을 대형벼락쪽이라고 한다.

-- bps: 통신에서 사용하는 속도의 단위 중 하나. Bit Per Second의 줄임말로 1초에 몇 비트를 보내는가를 재는 단위다.

-- 대화방: 통신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하나로, 타자를 쳐서 보내는 글로써 이야기를 나누는 서비스를 말한다.

-- 모뎀: PC로 통신을 할 때 사용하는 주변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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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PC통신과 PC통신을 이끄는 사람들


PC통신을 이끌어가는 축들

흔히 말하는 통신이라고 하면 PC통신을 말하는데, PC를 이용해서 파일이나 편지를 주고받거나,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검색하는 일을 말한다. 이때 접속하는 통신망을 보통 BBS(Bulletin Board System)라고 부르는데, 한글말로는 벼락알림쪽, 줄여서 벼락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피씨통신에서 운영하는 하이텔이나 데이콤에서 운영하는 천리안과 같이 수십만 명이 사용하는 곳은 대형통신망 또는 대형벼락쪽이라고 부르고, 개인이 집에서 운영하는 통신망을 사설비비에스 또는 사설벼락쪽이라고 부른다.

이런 통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성요소가 필요한데, 먼저 통신장비로는 PC와 모뎀이라는 기계가 필요하다. PC가 없을 경우에는 단말기를 이용하면 되는데, 단말기는 전화국에서 공짜로 빌려주므로 주민등록증만 가지고 가서 신청하면 된다. 그리고 접속을 위한 접속프로그램(에뮬레이터라고 부른다)과 파일을 주고 받기 위한 프로토콜프로그램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을 갖추면 보통 호스트컴퓨터가 설치된 통신망에 접속을 하는데, 호스트컴퓨터를 돌리는 프로그램을 호스트프로그램이라고 부르고, 호스트컴퓨터를 관리하는 사람을 운영자나 지기라고 부른다.

통신문화의 구성요인은 무척이나 많지만 통신문화를 이끌어나가는 중심으로는 아무래도 동아리지기와 벼락쪽지기들이 큰 축을 차지한다. 요즘에는 지기라는 한글말을 주로 사용하지만 통신 초창기에는 '시솝,시삽,시샵,시숍,운영자,임자,으뜸빛,족장,촌장,대장...'과 같은 표현이 혼란스럽게 사용되었다. 영어로 SYSOP이라고 하는 이 말은 System Operator의 줄임말로 한글로는 '시솝'으로 표기한다. sysop을 발음대로 옮기면 '시솦',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시솝'이라고 써야 하지만 초기에는 '시삽'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고 지금도 이 표현을 많이 쓴다. 그 이유는 당시 사용하던 7비트 청계천한글코드에는 '솦'이나 '샾'이라는 글씨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솦/시솝'대신 '시삽'을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요즘 사용하는 '지기'라는 말의 사용에는 뚜렷한 유래가 있다. 이 낱말은 내가 [멋]벼락쪽을 운영하면서 시행했던 한글통신용어 공모전에 한 중학생이 응모한 낱말이다. 그전까지 나는 '시솝'이라는 말 대신에 '임자'라는 말을 썼는데, 한 중학생이 ' 등대지기, 문지기처럼 지기라는 말을 사용하는 게 어때요?'라고 의견을 보내왔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관리자/운영자'라는 뜻으로 '지기'라는 말이 참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이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요즘 사용하는 '나우지기/모임지기/동아리지기'와 같은 낱말은 한 중학생의 한글사랑으로 탄생한 말인 셈이다.


호스트 프로그램에 얽힌 문제들

사설벼락쪽 지기들이 가장 골머리를 싸매는 문제는 호스트프로그램의 선정과 운영이다. 통신 초창기에 가장 많이 사용했던 호스트프로그램은 미국에서 만든 들고양이(Wildcat)와 RBBS라는 프로그램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기능 면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었지만 한글문제가 늘 걸렸다. 예를 들어서 들고양이 프로그램의 경우 파일설명을 달 때 한글을 사용할 수 없는 약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조금 친절한 벼락쪽지기들은 사용자들이 영어로 단 설명을 pctools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섹터에디팅 작업을 해서 한글로 고쳐주고는 했는데 이 일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식으로 벼락쪽을 운영하다보니 열성적인 벼락쪽지기들은 하루에 몇 시간 씩 호스트 운영에 매달려야만 했다.

그 외에도 호스트프로그램이 가지는 문제는 무척 많았다. 예를 들어서 [멋]의 경우 사용자 등록이 1만 명을 육박하면서 사용자 자료와 편지 자료만 20메가바이트를 넘기고 말았는데, 들고양이 프로그램은 필요 없는 편지를 지우는 기능이 없어서 자료보관에 무척 애를 먹었다. 당시에는 하드디스크의 가격이 비쌌는데, 40메가 하드디스크면 약 40만원이 넘었으므로 하드디스크를 증설하는데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더구나 100메가 정도 되는 자료를 매번 100 장의 플로피디스크로 여벌받는 일도 상당한 고민거리였다.

이 때문에 막강한 기능을 가진 호스트프로그램의 도입이 계속 추진되었다. 90년에 새롭게 도입한 것으로는 '언티'와 '텔레가드'라는 호스트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언티'는 잡지에 소개까지 되었다가 국내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당시 이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벼락쪽지기들의 갈등이 있었는데, 결국 한 개인의 욕심을 위해서 들러리로 스쳐지나가는 프로그램이 되고 말았다. 텔레가드는 지금까지 내가 본 호스트프로그램 중에서는 가장 막강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제품으로, 하이텔이나 천리안과 같은 대형통신망에서 이 프로그램의 기능을 많이 본땄으면 하고 바라는 제품이다. 예를 들면 동아리나 게시판의 사용권한을 성별이나 나이별로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며, 특정인만 사용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텔레가드는 이처럼 막강한 기능 때문에 여러 지기들에게 환영받았지만 사용법을 익히기가 너무나 어렵고, 여전히 한글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한국형호스트의 개발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그래서 등장한 국내 최초의 호스트프로그램이 '카페'다. 이 프로그램은 국산 호스트프로그램의 개발을 돕기 위해서 소스를 공개했는데, 오히려 이 소스를 분석한 해커들의 침입을 많이 받기도 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지방통신인을 기준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치명적인 약점을 하나 지니고 있었는데, 등록가능 인원이 300명으로 제한된다는 사실이다. 사실 당시만 하더라도 지방의 통신인구는 몇 십명을 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300명이면 적은 인원이 아니었다. 90년도만 하더라도 마산이나 여수 같은 곳의 통신인구가 열 명을 넘지 않던 시기였다. 그러나 서울의 유명 벼락쪽들은 신규등록자만 일주일에 3백 명을 넘어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서울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별로 쓰이지 못하고 사라졌다. 당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던 내일(SF)과 같은 벼락쪽에서는 매일 매일 등록된 회원을 지우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소스를 기본으로 해서 기능이 보강된 호스트프로그램이 속속 개발되기 시작했다. 특히 실질적으로 국산호스트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한 것은 알파라는 벼락쪽에서 만들어 내놓은 '호롱불'이다. 이 프로그램은 최오길님이 만드셨는데, 이분은 컴퓨터언어는 물론 컴퓨터에도 거의 문외한이나 다름 없던 분이다. 더구나 혈기왕성한 학생들도 아니고 의류업을 하는 평범한 중년의 아저씨가 컴퓨터프로그램을 배워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나로서는 매우 놀라운 일이었고 최오길님이 존경스럽게 보였다. 최오길님도 다른 사람처럼 우연하게 통신을 접하게 되었고, 통신을 하면서 국산호스트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프로그래밍에는 문외한인 이분이 파스칼이라는 프로그램언어를 배워가며 조금씩 짜기 시작해서 사람들에게 선을 보인 것이 호롱불이다. 지금은 너무나 편하게 사용하는 호롱불 호스트가 이처럼 나이 든 분의 작은 열정과 소망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감동적이다. 안타까운 일은 호롱불을 이용해 국내에서는 최초로 전국적인 사설네트워크를 구성했는데, 호롱불네트의 중앙국인 알파1과 알파2의 두 남녀지기끼리 결혼한 후로는 예전만큼 열정을 쏟을 수 없어서 지금은 호롱불네트의 기능이 중단되었다는 사실이다.

벼락쪽 지기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프로그램이 호스트프로그램인지라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는 이 외에도 숱하게 많다. dBANK라는 멀티노드 호스트프로그램(여러 사람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호스트 프로그램)을 짠 분은 정재덕님인데, 이분이 호스트프로그램을 짜게 된 동기도 별스럽다. 당시 정재덕님은 멀티노드로 벼락쪽을 운영하기 위한 호스트를 알아봤는데 상업용 들고양이 프로그램이 멀티노드를 지원한다는 것을 알고, 그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곳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람이 말하기를 자신이 이 호스트프로그램을 복사해줄테니 돈을 몇 십만원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돈이면 새 제품을 살 수 있는데 국내에서 구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디스켓 몇 장 복사해주면서 돈을 몇 십만원 요구하는 그 사람에게 정나미가 떨어져서 직접 호스트를 짜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열받아서 직접 짜기로 한 셈이다. 그러면서 들고양이 프로그램의 새로운 판이 미국에서 나왔다고 하면 국제전화비를 물면서, 직접 미국의 무스탕사에 접속해 파일을 받아오기도 했다. 물론 이렇게 몇 십만 원을 투자해서 가져온 프로그램은 통신인들에게 무료로 제공되었다.

이렇게 이런저런 이유로 수 많은 국산호스트가 개발되기 시작했고, 사설벼락쪽의 호스트는 카페와 호롱불이 나온 이후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현재는 수 많은 기능이 구현되고 한글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었기 때문에, 91년부터 사설벼락쪽에서는 영문을 한 자도 치지 않고 모든 기능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대형벼락쪽의 호스트는 아직도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 하이텔의 전신인 케텔 시절에는 차림표 하나를 바꾸는데 며칠에서 몇 달을 기다려야 했는데, 그 까닭을 나중에 알아보니 차림표 하나를 바꾸기 위해서는 케텔의 방대한 호스트프로그램을 전부 다시 컴파일(프로그램을 짜서 실행가능하도록 바꾸어주는 작업)해야 했기 때문이다. 차림표 하나 바꾸는데도 그 방대한 호스트프로그램을 매번 새롭게 컴파일해야 했으니 정말 기가 막힌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접속프로그램의 상업화

호스트와 마찬가지로 접속프로그램 역시 처음에는 외국 프로그램을 대부분 사용했다. 크로스토크와 같은 외국 프로그램을 사용하다가 엠팔의 반란, 한토크, 인토크, 따르릉, 이야기 프로그램이 나왔다. 호스트프로그램도 한글이 지원 안되고 접속프로그램에서도 한글을 구현하기가 어렵다보니 자연적으로 콩글리쉬가 많이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서 'How about you?'라는 말 대신에, 'Jal JiNaeSiJyo?' 'You OK?'와 같은 표현으로 서로 의견을 나누곤 했다. 한글은 못 쓰고, 영어실력은 짧고. 이 때문에 당시 콩글리쉬는 무척이나 유용한 통신언어였다. 요즘처럼 한글구현이 완벽한 상황에서는 조금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라 하겠다.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 가장 많은 인기를 끈 접속프로그램은 인토크였다. 이 프로그램은 최초로 한글을 내장한 접속프로그램으로, 접속프로그램의 한글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인토크를 사랑했다.

따르릉이라는 프로그램은 공개용이 아니라 돈을 받고 파는 상업용이었는데 결국 판매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판매가 실패로 돌아간 이유는 제품이 나빠서가 아니었다. 기능도 좋고 디자인도 좋다고 사람들에게서 칭찬을 받았지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길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판매에 실패를 한 것이다. 지금이야 어지간한 컴퓨터 가게나 서점에서도 프로그램을 살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프로그램의 판매망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에 통신판매로 구입하거나 사용자가 직접 찾아가서 사야했다. 당시만 해도 은행에 가서 돈을 내고, 제품을 주문하는 통신판매 제도가 생소하고 번거로웠기 때문에 제품의 성능에 비해 판매는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이다. 그에 비해 이야기는 6.0판으로 판매를 시작할 때 엄청난 양을 미리 통신으로 예약주문 받았으니, 역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때를 잘 타는 것이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간과 돈 문제

정확하게 나누어진 것은 아니지만 보통 1988년부터 1990년까지의 시기를 통신 초창기로 잡고 있다. 초창기시절의 열악한 통신환경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지만 당시에도 좋은 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전화요금이다. 1989년까지는 전화요금이 도수제를 채택하고 있었는데, 이때까지 아무리 오래 통화해도 무조건 한 통화이던 시기다. 이 때문에 통신인들이 통신망에 한 번 접속하면 도무지 끊을 생각을 안했는데, 밤새 파일을 받도록 해놓고 잠이 들고는 했다.

이로 인해 대형 통신망의 경우 과부하가 걸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리고 전화선 하나로 운영하는 사설벼락쪽에서는 사용시간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었다. 사설벼락쪽의 경우 전화선 하나로 운영하기 때문에 하루에 접속할 수 있는 회원의 수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서 한 사람이 20분씩만 쓴다고 해도 한 시간에 3명 밖에는 접속할 수 없고, 24시간을 운영하는 곳도 하루 평균 60여명 정도만 접속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기가 있는 곳은 한 두 시간 정도를 계속해서 접속을 시도해야만 겨우 접속할 수 있다. 물론 접속프로그램에 자동걸기라는 기능이 있어서 통화중일 때는 자동적으로 다시 재접속을 시도한다.

지금도 하이텔이나 나우누리와 같은 대형통신망들은 접속인원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과부하로 고생하고 있는데, 사설벼락쪽 역시 이런 고민은 마찬가지다. 내가 운영하는 [멋]에서도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데, 사용자들이 늘 접속해 있기 때문에 정작 [멋]에 접속해야 할 동아리지기들이 일주일 내내 접속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결국 [멋]에 있는 동아리를 케텔로 옮긴 후에는 동아리를 폐쇄하고 말았다. 지금 하이텔에 있는 연극동이라는 동아리가 당시에 [멋]과 [홍익동] [씨알의 소리]라는 세 벼락쪽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던 동아리였는데, 91년 가을에 케텔로 옮겨서 전국적인 활동을 펴기 시작했다.

회선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사설과 대형통신망 모두에게 늘 고민거리다. 회선문제와 함께 벼락쪽지기들이 가지는 고민거리는 회원들이 올리는 자료의 검색과 게시물 감시다. 이 역시 대형통신망과 사설벼락쪽의 공통된 문제점이다. 무수히 올라오는 각종 파일의 바이러스 감염여부를 검사하는 일이나 음란자료를 검색하는 일은 지기들의 몫이다. 1%의 나쁜 통신인 때문에 바이러스 피해를 당하는 곳이 계속해서 속출하곤 했다. 또 회원들은 어쩌다 한 번씩 보내는 편지지만 지기들은 하루에도 수십 통씩 오는 편지를 읽고 답장을 써주어야 한다. 결국 벼락쪽지기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늘 시간이 부족하
다는 사실이다.

벼락쪽지기들만큼이나 통신초보자들도 시간문제로 인해서 큰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하이텔에서는 사용시간이나 편지함에 보관한 편지의 양에 상관 없이 한 달에 9,900 원만 내면 된다. 그러나 천리안에서는 편지함에 자료를 보관할 경우 글자 수와 보관시간을 따져서 요금을 물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요금계산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하이텔을 사용할 때처럼 몇 메가씩이나 되는 자료를 자신의 보관함에 한 달 내내 보관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그리고 나오는 사용료는 무려 200만원. 사용료가 100만원 이상 나왔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만 몇 명을 봤는지 모른다. 만약 통신초보자가 통신을 시작한다면 제일 먼저 이용요금을 계산하는 법부터 정확하게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첫 달 사용요금으로 몇 백만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요금을 내야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간 문제와 함께 돈문제 역시 벼락쪽지기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대형통신망의 경우 회선증가에 대비해서 피라밋과 같은 대형기종을 계속해서 도입해야 하고, 저장장치와 회선증가 작업을 꾸준하게 추진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사설벼락쪽도 계속해서 용량을 증가시켜 주어야 한다. 하드디스크를 교체해주고, 기계와 모뎀을 교체해 줄 때마다 몇 십만 원의 경비가 소모되는데, 이 경비는 모두 벼락쪽지기 개인의 돈으로 충당되기 마련이다.

또 각종 운영비용도 의외로 많이 든다. 요즘은 인터넷이나 컴퓨서브에 쉽게 접속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이들 통신망을 이용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많은 벼락쪽지기들이 직접 외국에 접속해서 각종 프로그램을 받아와 회원들에게 공급하기도 했다. 물론 어떤 사설 벼락쪽에서는 백신 프로그램을 받아오는 것이 아니라, 외국의 음란자료를 받아와서 회원들에게 회비를 받으면서 이를 배포해주기도 했다. 이른바 야동이라고 하는 동아리들인데 현재는 이런 동아리들이 많이 사라진 상태다. 이런저런 전화비용과 각종 운영비용을 계산해보면 나름대로 꾸준하게 운영하는 벼락쪽의 경우 보통 500~1,000 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벼락쪽지기들이 이런 시간비용과 경제비용을 회원들에게 부담시키지는 않는다. 그들은 대부분 통신인들이 왕래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자신이 마련해준 것만으로도 만족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돈을 내고 사용하는 대형통신망에서는 통신회사에게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지만, 사설벼락쪽을 사용할 경우에는 정말 올바른 예의범절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용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조그마한 공개프로그램과 게시판의 글 하나까지도 실은 많은 사람들의 땀으로 이루어져 오늘 이른 것이기 때문이다.

February 1, 2006

블로그의 기술 발전과 영향력 강화

잡지

월간 웹. 2006년2월호. 김중태(www.dal.kr)


1차 기사 제공자이자 새로운 매체의 한 형태로 변화하는 블로그

개인 홈페이지 시절에는 간단한 문서 하나를 올리려 해도 FTP, HTML 문법 등의 전문적인 컴퓨터 지식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블로그를 가지고 손쉽게 글을 쓸 수 있다. 이에 따라 개인의 정보 알맹이(content) 생산력이 갑자기 크게 증가했다.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자동차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여행 좋아하는 사람은 여행 이야기를 쏟아부었다. 전문 지식이 없다면 자신이 사는 모습이나 동네 이야기라도 쓴다.

블로그는 그 동안 쉬운 글쓰기와 편리한 관리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했을 뿐만 아니라 RSS, 먼글(Trackback) 기능 등을 수용해 외부 통신 기능, 자동화, 동기화를 강화시켰다. 특히 블로그에서 적극 수용한 RSS는 정보의 배포권을 개인에게도 줌으로써 블로그의 매체성 강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언론 구도나 형태에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전화로 방송국과 신문사에 사고 소식을 알리고, 기자들이 현장에 출동해 취재한 내용이 중앙매체를 통해 전달되었다. 그러나 디지털기기가 발달하고 블로그라는 도구가 등장함으로써 이런 상황은 많이 변했다. 사람들은 폭발 사고로 불탄 자기 건물 앞의 버스 사진을 자기 블로그에 올리며 누구보다 빨리 테러 소식을 전한다. 한 개인이 올린 사진과 글은 메타사이트나 RSS 구독기, 각종 메타정보 공유 사이트를 통해 순식간에 전 세계에 런런테러를 전하는 세계 최초의 기사가 된다. 신문사는 이제 개인이 생생하게 찍은 이들 사진과 동영상, 글을 구해서 2차 기사를 작성한다. 기사의 1차 작성자가 기자에서 개인으로 변한 것이다. 또한 배포권이 개인에게 생기면서 개인 영향력이 크게 강화되었고, 새로운 유형의 스타 탄생과 1인 중심이자 지식 기반의 새로운 익명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평판과 공유 기술 변화로 영향력을 강화하는 블로그

물론 아직까지 영향력, 글의 평균적 질, 신뢰성, 통일성, 지속성에서 블로그는 개선할 점이 많으며 현재까지는 분산형 개인 매체라는 하나의 축을 더한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메타사이트가 증가하고 점차 발전하는 웹2.0 기술을 적용한 평판시스템을 통해 블로그의 정보는 중앙언론처럼 높은 질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먼저 블로거 자신이 평판하는 꼬리표(tag) 기술의 확산을 들 수 있다. 꼬리표붙이기(tagging) 기술은 사진 사이트인 플릭커(www.flickr.com)나 소셜북마크 사이트인 델리셔스(http://del.icio.us/)를 통해 그 효용성이 입증되었고, 두 기업이 모두 야후에 인수됨으로써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아작스(Ajax) 기술 등을 적용하여 정보의 가치를 손쉽게 평가하는 기술도 계속 개발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메타사이트인 올블로그(www.allblog.net)도 v2판에서 아작스 기술과 숨은자료(meta data)를 활용한 새로운 평판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대표 설치형 프로그램인 태터툴즈 역시 씨낱말(keyword)과 지역 씨낱말 기능을 통해 개인 별로 분산된 정보를 집단지성으로 취합하고 있으며, 태터툴즈센터의 새 형태인 EOLIN(www.eolin.com)을 통해 공동작업의 결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Pubsub(www.pubsub.com)의 구조화된 블로깅(Structured Blogging) 기술이나 꼬리표의 가중치를 달리하고 시각적으로 보기 좋게 만들어주는 로조닷컴(www.rojo.com) 포크소노미(Folksonomy) 기술, 태그클라우드(www.tagcloud.com)의 꼬리표구름(tag cloud) 기술 등도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정보공유 평판기술의 한 형태다. 테크노라티(www.technorati.com)나 토크디거(www.talkdigger.com)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메타검색 사이트도 블로그의 영향력 강화에 일조하고 있다.

블로그가 웹2.0 시대에 맞추어 공유와 평가 기술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협동작업을 통한 집단지성 구축과 신뢰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기술을 통해 블로그의 매체 영향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기존 언론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언론 매체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잡지

March 1, 2006

독자모니터 : 288호 커버스토리 웹2.0에 대해

잡지

이코노미21 289호. 2006년3월 1일. 김중태(www.dal.kr)


-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www.dal.kr

2월 15일과 16일에 열린 '웹2.0 컨퍼런스 코리아'를 다녀온 사람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웹2.0의 새로운 물결을 알게 되었다는 긍정적 평가와 뻔한 이야기만 한다는 불만이다. 지난 주 'Economy21'의 커버스토리에 대한 평가가 두 가지로 나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 기사가 '웹2.0 컨퍼런스 코리아'의 취재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웹2.0이 국내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소개된 것이 겨우 두 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웹2.0을 소개하고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네이버 뉴스 검색을 통해 '웹2.0'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 알겠지만 2005년 1월부터 10월까지 '웹2.0'이라는 낱말을 포함시킨 중앙언론사의 기사는 없다. 외국 IT뉴스 전문 사이트인 ZDNet Korea에서 공급한 3건의 기사가 유일한 사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국내 언론의 웹2.0 관심도는 작년 말까지 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언론의 웹2.0에 대한 관심은 구글로부터 시작된다. 구글 주가가 400달러를 넘어가면서 1년만에 시가 총액 1000억 달러, 야후의 두 배, 인터넷 기업 시가총액 1위, 미국 내 20대 기업 진입 등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자 구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11월부터 매일경제에서 구글 기획 기사를 시리즈로 내면서 구글 알기가 시작되었고, 구글을 알면서 웹2.0을 알게 되었다. 구글의 정체를 알았을 때 놀란 것처럼 웹2.0이 미국은 물론 세계 인터넷산업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음을 안 국내 언론은 깜짝 놀랐다. 부랴부랴 국내 언론은 2006년 1월부터 웹2.0에 대한 기사를 밀물처럼 내보내기 시작했다.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웹2.0'이라는 낱말조차 생소한 상태다. 이번 주에도 몇 군데 기업에서 웹2.0에 대해 강연을 하면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웹2.0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한 예로 국내 최고 대기업의 웹사이트를 담당하고 있는 웹마스터 80명을 대상으로 RSS 구독 여부를 물어봤는데, 한 두 명만 손들었다. 물론 Ajax를 아는 사람은 더욱 없다. IT 종사자들조차 웹2.0이나 시맨틱웹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현재 상황을 감안한다면, 일반인 대상인 'Economy21'에서 두 번이나 커버스토리로 다룬 웹2.0 시리즈는 웹2.0을 소개했다는 사실의 의미가 내용의 아쉬움을 가볍게 가려준다.

'웹2.0 시대의 기회, 시맨틱웹'이라는 책이나 2월의 컨퍼런스, 'Economy21'의 커버스토리를 통해 웹2.0에 대해 소개를 했으니, 이제부터는 웹2.0의 적용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할 때다. 나 또한 작년에 탈고 이후 고민하고 준비한 웹2.0 적용방법론을 가지고 3월 6일 대중강연회를 연다. 이런 행사들이 계속 마련되면서 웹2.0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잡지

May 1, 2006

[마이크로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새로운 키, 웹2.0

잡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 2006년 5월호. 2006년 5월 1일. 김중태(www.dal.kr)
제목:

갑자기 웹2.0이라는 낱말이 밀물처럼 쏟아진다. 유행이라고 무시하기에는 그 물결이 너무 세차다. 바쁜 상황에서 또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겠지만 새로운 변화를 먼저 배우고 적용하는 일은 IT개발자의 숙명이다. 기왕 배워야 할 내용이라면 먼저 배우고, 먼저 적용하는 것이 좋다. 웹2.0에 대해 개발자들이 알아야 할 최소한의 내용에 대해서만 정리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김중태. IT컬럼니스트.
서강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IT컬럼니스트와 강사로 활동 중이다. 한글운동과 글꼴 보급에 힘을 썼는데, '새롬데이타맨' 등의 프로그램이나 기차역 지하철역 등의 안내화면에서 볼 수 있는 글꼴이 김중태 원장이 보급한 글꼴이다. 최근 '웹2.0 시대의 기회, 시맨틱웹'이라는 책을 출간하고 활발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김중태문화원(www.dal.co.kr)을 운영하고 있다.


웹2.0이란 무엇인가?

웹2.0은 닷컴 붕괴 이후 살아남은 기업의 특징을 가리키는 대명사
닷컴버블 붕괴 이후 인터넷 기업은 아마존, 이베이, 구글처럼 살아남은 기업과 넷스케이프, 라이코스처럼 소멸된 기업으로 구분되었다. 사람들은 이들의 차이점을 파악하고자 했고, 초창기 기업과 살아남은 기업을 구분하기 위한 대명사가 필요했다. 이때 오라일리 미디어(O'Reilly Media)의 부사장인 데일 도허티(Dale Dougherty)가 닷컴붕괴 이후 살아남은 회사들의 공통점과 웹에 일종의 전환점을 찍은 닷컴붕괴를 표현하는 말로 웹2.0을 제안했다. 이후 오라일리 미디어(O'Reilly Media, www.oreilly.com)는 2004년 10월 5일부터 일주일 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웹2.0 컨퍼런스(www.web2con.com)'를 개최했고, 이때부터 '웹2.0'이라는 낱말이 퍼지기 시작했다.

(화면 1) 웹2.0 컨퍼런스 모습
(화면 2) 웹2.0 컨퍼런스(www.web2con.com) 사이트.

일반적으로 IT용어는 낱말을 만든 사람이 대중에게 낱말뜻을 설명하기 마련이지만, 웹2.0은 "우리가 웹2.0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는데, 이 낱말의 뜻에 대해 당신들이 설명해주면 좋겠습니다."라고 오히려 용어 설명을 부탁하는 독특한 과정을 거쳤다. 당황스러운 주문이지만 참석자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닷컴버블 이전과 이후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플랫폼이 기반 환경이 되는 웹 - Richard MacManus" "컴퓨터에게 유용한 웹 - Jeff Bezos" 등과 같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설명이 나온 이유는 이 때문이다.

팀오라일리가 일년 만에 웹2.0을 설명하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팀 오라일리는 2005년 가을에 'What Is Web 2.0(http://www.oreillynet.com/pub/a/oreilly/tim/news/2005/09/30/what-is-web-20.html)'라는 글을 통해 자신이 일 년 동안 정리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 글은 한동훈님에 의해 우리말로 번역되어 한빛미디어에 공개되었고, ZDNet코리아에도 또 다른 한글판이 올라왔다.

['Web 2.0이란 무엇인가' 한빛미디어 번역본 주소]
(1) http://network.hanbitbook.co.kr/view.php?bi_id=1141
(2) http://network.hanbitbook.co.kr/view.php?bi_id=1148
(3) http://network.hanbitbook.co.kr/view.php?bi_id=1152

(화면 3) 팀오라일리가 설명하고 있는 'What Is Web 2.0'
(화면 4) 한빛미디어의 한글 번역문

[팀 오라일리의 웹2.0 비교표]
[Web 1.0] -) [Web 2.0]
DoubleClick -) Google AdSense
Ofoto -) Flickr
Akamai -) BitTorrent
mp3.com -) Napster
Britannica Online -) Wikipedia
personal websites -) blogging
evite -) upcoming.org and EVDB
domain name speculation -) search engine optimization
page views -) cost per click
screen scraping -) web services
publishing -) participation
content management systems -) wikis
directories (taxonomy) -) tagging ("folksonomy")
stickiness -) syndication

팀 오라일리는 웹2.0의 특징을 일곱 가지로 구분해 설명했고, 웹2.0 회사들의 핵심 경쟁력 일곱 가지를 이야기하며 설명을 마쳤다. 핵심 경쟁력을 줄여서 표현하자면 '패키지가 아닌 확장성을 가진 소프트웨어, 데이터 통제권, 많은 사람의 참여를 이끄는 모델, 가벼운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개발 모델, 유비쿼터스 시대에 맞는 소프트웨어' 등이다. 이런 요소를 갖출 때 웹2.0 기업이 되는 것이며, 일곱 가지를 조금씩 잘 하는 것보다 한 분야에서 탁월한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팀 오라일리가 설명한 웹2.0의 특징]
1. 플랫폼으로서의 웹
2.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이용
3. 다음 시대의 인텔 인사이드는 데이터
4. 소프트웨어 릴리스 주기의 종말
5. 가벼운 프로그래밍 모델
6. 단일 디바이스를 넘어선 소프트웨어
7. 풍부한 사용자 경험


웹2.0의 세 기둥인 RSS, 꼬리표, Ajax

웹2.0 기업을 받드는 기술적 요소
웹2.0이라는 말이 나온 과정을 이해한다면 웹2.0이 거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웹2.0이라는 낱말이 닷컴버블 붕괴 때 살아남은 기업을 가리키는 말이고, 웹2.0 기업인 아마존 구글 등은 수익을 내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웹2.0이 거품이냐 아니냐를 논할 시기는 지났다. 이제 논의해야 할 이야기는 웹2.0의 대표기업으로 손꼽는 아마존과 구글이 어떻게 수 많은 사용자의 욕구를 만족시키면서 변화에 적응했느냐 하는 점이다. 특히 개발자라면 이들 기업이 사용한 각종 기술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웹2.0 기업을 떠받들고 있는 기술은 다양하다. 크게 다음과 같은 기술이 웹2.0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기술적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웹2.0 기업의 기술적 요소]
1. Ajax 등을 이용한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2. 웹표준을 지킴으로써 높은 웹접근성을 보이고 유비쿼터스 시대에 잘 적응
3. 브라우저 호환(크로스 브라우징) 기술로 어떤 브라우저, 어떤 운영체제에서도 잘 보이는 웹
4.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유니코드(UTF-8)로 사이트 구성
5. 오픈 API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혼합(Mashup) 서비스 출현을 지원
6. 가벼운 얼개(framework) 사용
7. RSS와 같은 다양한 배포도구 사용
8. 꼬리표(tag)와 같이 사용자 참여를 이끄는 기술

웹2.0 기업의 기술적 요소는 실제로는 더 복잡하지만 이상의 여덟 가지 요소만 모두 갖추고 구현해도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사이트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윤석찬님이 쓴 '웹2.0의 10가지 기술 요소'라는 글과 이정환님이 쓴 '웹 2.0 시대를 여는 10가지 큰 변화'를 참고하기 바란다.

* 윤석찬님의 글: http://channy.creation.net/blog/?p=269
* 이정환님의 글: http://www.leejeonghwan.com/media/archives/000627.html

많은 기술들이 웹2.0 기업에서 사용되지만 현재까지 사용자들이 쉽게 받아들이는 기술은 RSS, Tag, Ajax의 세 가지 기술이다. 내가 쓴 '웹2.0 시대의 기회, 시맨틱웹'이라는 책에서도 각각 하나의 장을 할애해가면서 이 세 가지 기술만을 집중적으로 소개한 이유는 실제로 사용자들에게 변화를 체감하게 하는 기술이 이 세 가지라고 봤기 때문이다. 개발자 입장에서 보자면 하루면 구현이 가능한 기술들이니 난이도 높은 기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많은 웹 사이트가 이 세 가지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개념과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3월에 열린 NGWeb에서 Amazon.com의 제프 바(Jeff Barr)가 말한 내용의 핵심도 "구글이 웹2.0의 표준이다. 웹2.0의 주요 기술은 RSS, Tag, Ajax다."라는 것이다. 기술의 난이도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이 받아들이는 기술,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술인 것이다.

구독시대로 바꾸고, 개인의 힘을 강화시킨 RSS
RSS는 알맹이 배급(Content Syndication)을 위해 나온 XML 형태의 규격 중 하나로 웹사이트끼리 서로 자료를 주고받기 위한 규격이다. A 사이트에서 RSS를 지원하면 다른 곳에서 A 사이트의 RSS 정보를 읽은 다음에 A 사이트의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블로그 사이트나 언론사 이트에 가면 'RSS, XML' 등의 아이콘이 붙어있는데 이런 아이콘을 누르면 RSS 주소가 표시된다.

(화면 5) RSS, XML 등의 아이콘을 누르면 RSS 주소가 표시된다.
(화면 6) RSS 문서의 구조. 사람이 눈으로 읽기는 불편하고 RSS 구독기를 이용해 읽는다.
(화면 7) 블로그라인스(www.bloglines.com)를 통해 RSS를 구독하는 모습.

RSS의 역사는 복잡하다. RSS는 10년 전인 1995년의 MCF(Meta Content Framework) 프로젝트에서 출발한다. 이후 1997년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담당자인 구하(Guha)가 넷스케이프(Netscape)사로 옮겨가면서 MCF는 XML 기반으로 변화되는데, 이것이 바로 RDF다. 넷스케이프사는 AOL로 넘어갔고, 여기에서 RSS(RDF Site Summary)를 선보인다. 이후 넷스케이프사가 개발을 포기하면서 두 개의 그룹으로 분리되어 RSS를 개발하게 된다. RDF 진영인 'RSS-DEV Working Group'이 개발하는 RSS는 2000년에 발표한 'RSS 1.0(RDF Site Summary 1.0)'이고, 반RDF 진영인 'UserLand'의 RSS는 2002년에 발표한 'RSS 2.0(Really Simple Syndication 2.0)'이다. 이처럼 RSS 규격이 분리되면서 표준과 방식, 소유권에 대한 논쟁이 일어났는데 아직도 이들 형식은 통일되지 않은 상태다. 'PIE, ATOM, OPML, mbox' 등은 RSS와 다른 새로운 배포형식 규격이다.
RSS는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RSS는 사용자가 웹페이지를 방문해 보는 방문시대에서 구독시대로 변화시켰다. 개발자 관점으로 보면 페이지가 변경될 때마다 변경된 사실을 알 수 있다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런 특징 때문에 RSS를 '성장하는 웹(the incremental web)' 또는 '살아있는 웹(live web)'이라고 부를 정도다.
RSS 보급에는 블로그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실질적으로 RSS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이 블로그이기 때문이다. 신기술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RSS는 블로그에서 적극적으로 채용하면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블로그의 확산과 맞물리면서 RSS 기술도 확산되었다.
RSS는 RSS를 발행하는 사람과 이를 수집하는 쪽, 재배포하는 곳, 구독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발행자 입장에서 보면 RSS는 발행자의 힘을 강화시켜 준 일등공신이다. 과거에는 '갑'이라는 개인이 A라는 좋은 글을 쓴다 해도 A라는 문서를 작성한 사실조차 네티즌에게 알릴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갑'이 A라는 글을 작성하는 순간 즉시 RSS 구독자의 구독기나 메타사이트에 이 사실이 전달된다. 이 글은 구독자와 메타사이트 방문객을 통해 또 다시 재배포가 이루어지면서 순식간에 네트워크 전체에 퍼진다. 중앙에 집중되었던 배포권이 개인에게도 주어짐으로써 개인 블로그의 힘이 강화된 것이다. 블로그가 매체나 언론으로 자주 조명받는 이유는 RSS라는 배포 기술을 얻었기 때문이다.

(화면 8) 올블로그(www.allblog.net)와 같은 메타사이트를 통해 RSS를 좀더 많은 사람에게 배포할 수 있다.

RSS도 문제점은 있다. 사용법이 어려운 것이 첫 번째 문제다. RSS 주소를 복사한 다음에 구독기에 추가하는 사용법은 학습이 필요한 복잡한 방법이다. 이 때문에 불여우(Firefox)와 같은 브라우저는 라이브북마크라는 RSS 구독 기능을 내장해, 즐겨찾기처럼 RSS 구독을 추가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좋은 방법은 사용자가 RSS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RSS를 사용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야후나 구글 등은 사용자들에게 채널 형태로 구독할 사이트를 추천해주고 사용자가 이를 구독하겠다고 OK 단추만 누르면 해당 사이트를 RSS로 구독할 수 있게 도와준다.
RSS의 또 다른 문제는 철학적 문제다. 발행자와 구독자의 요구가 서로 다른 데서 생기는 거리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다. 그 외에도 RSS 수집기가 발행자 사이트에 주는 트래픽 부담이나 RSS 내 광고와 같은 기술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RSS의 향후 과제는 새로운 기능의 구현보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구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검색과 분류방법의 새로운 보완책 꼬리표(tag)
꼬리표는 학생들의 이름표, 수하물의 딱지, 제품의 상표를 뜻한다. 웹에서도 꼬리표(tag) 기술은 어떤 글이나 자료에 붙여놓은 추가정보를 뜻한다. 다른 말로 씨낱말(keyword)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과거의 꼬리표 기술과 달라진 점은 시맨틱웹 기술을 적용하여 '의미있는 꼬리표(semantic tags)'로 재탄생했다는 점이다.
꼬리표 방식은 기존의 폴더형(디렉토리형) 분류 방식이나 낱말 중심 검색방식의 문제점을 보완해준다. 예를 들어 지메일(gmail), 피카사에 대한 글이 있어도 기존 검색방법은 '구글'이라는 낱말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색결과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지메일 피카사 글에 '구글'이라는 낱말을 꼬리표로 달아두면 '구글'이라는 꼬리표로 지메일과 피카사 글도 함께 볼 수 있다.
낱말 검색의 또 다른 문제는 불필요한 검색결과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구글'이 들어간 모든 문서를 검색해 1천 개의 문서를 보여준다고 하자. 1천 개 문서 중에서 995개는 단지 구글이라는 낱말이 나열된 것에 불과하고 구글에 관한 심층적인 글은 단 5개일 것이다. 이 중 구글과 관련된 문서가 몇 개인지 알 수도 없고, 5개라는 사실을 안다고 해도 어느 문서인지 찾을 수도 없다. 하지만 5개의 문서에만 '구글'이라는 낱말을 꼬리표로 달아두었다면 꼬리표찾기로 정확하게 구글 관련 주요 문서 5개만 쉽게 찾을 수 있다.
꼬리표는 단일 분류의 문제점도 해결해준다. 꽃이 핀 관악산에서 우리 가족이 토끼를 앞에 두고 찍은 사진이 있다고 해보자. 기존의 단일 분류 게시판 방식에서는 이 사진을 '자연-산'에 올릴 경우, '자연-꽃'이나 '동물-고양이' '인물-어린이' '인물-가족' 게시판에서는 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 사진에 '산, 관악산, 꽃, 개나리, 동물, 토끼, 가족, 사랑, 어린이, 아들, 펜탁스...'와 같은 꼬리표를 붙여둔다면 이 사진은 어떤 주제로도 검색이 가능하다.

(화면 9) 꼬리표 모양이 구름 모양처럼 들쑥날쑥 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 꼬리표구름(tag cloud)이다.

국내에서는 꼬리표를 개인 블로그에서 주로 도입해 사용하고 있지만 꼬리표는 쇼핑몰을 비롯한 상업 사이트에서 더욱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의자'를 분류할 때 '가구-의자'로만 분류했다. 하지만 의자의 속성이 가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실제로 사람들이 어떤 제품을 구입할 때는 의자부터 생각하지 않고 재료나 색깔을 먼저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즉 '분홍색 계열로 집을 꾸미고 싶은데 쓸만한 물건이 있을까?' '우리 가게는 금속 재질로 꾸며서 미래적인 분위기를 한 번 만들어봐야지.'라고 생각하고 쓸만한 물건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때 금속으로 된 물건에서 디자인이 괜찮은 금속제 의자를 보고 구입할 수도 있고, 분홍색 계열 제품 중에서 의자나 꽃병을 보고 거실에 두면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해 구입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의자나 꽃병을 구입하겠다고 생각하고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거실에 어울리는 색깔의 제품을 찾다가 의자와 꽃병을 구입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의자는 '가구-의자'로만 분류할 것이 아니라, '색깔-분홍색-의자' '재질-금속-의자' '크기-1인용-의자' '사용연령-유아용-의자' 등으로 수도 없이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분홍색, 금속, 1인용, 유아용, 10만원대, ...'등은 모두 의자를 구성하는 속성의 하나고 이런 속성으로도 원하는 의자를 찾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에트시(www.etsy.com)라는 사이트를 보면 꼬리표를 이용해 제품을 색깔이나 재질별로도 찾을 수 있게 해준다. 에트시처럼 국내 사이트도 꼬리표를 다양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화면 10)(화면 11) www.etsy.com 사이트는 cotton, glass, yellow 처럼 재질이나 색깔 별 꼬리표를 활용한다.

꼬리표도 해결할 문제점이 많다. 먼저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꼬리표를 달지 않아도 되는 자동꼬리표시스템이 필요하다. 자동꼬리표시스템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구현할 수 있다. 자료에 있는 숨은자료(meta data)를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사진에는 사진 촬영 시각과 노출도, 해상도, 촬영 기종 정보가 들어가는데 이런 것은 자동으로 추출해 달아줄 수 있다. 아마존이 활용하는 것처럼 사진기에 GPS를 연결하면 사진을 찍은 장소도 자동으로 넣어줄 수 있다. 태터툴즈처럼 많은 사용자들이 선택한 꼬리표를 추천 꼬리표로 제시해주는 추천(suggest)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작성자가 쓴 꼬리표가 주제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작성자는 영화에 대한 글이라고 꼬리표를 달았지만 독자는 오히려 '가족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때문에 독자가 꼬리표를 다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꼬리표와 같은 폭소노미(Folksonomy, 대중분류)가 주목받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경우 더 정확해지고 대중적 가치를 가진 정보를 찾기 편하기 때문이다. 꼬리표는 사용자의 선택과 결정을 돕는 기술이다. 이 때문에 태터툴즈 eolin(www.eolin.com), 태그클라우드(www.tagcloud.com), 이글루스(www.egloos.com) 가든처럼 다양한 곳에서 꼬리표를 활용하고 있다.

(화면 12) 태터툴즈는 주제별 꼬리표 외에도 지역 별로 꼬리표를 붙이는 지역꼬리표를 도입하고 있다.

새로운 개념의 편리성을 제공하는 Ajax
Ajax는 'Asynchronous JavaScript + XML'의 줄임말로, 뜻은 '비동기 자바스크립트 XML'으로 구글과 야후, 아마존 등의 여러 서비스에서 Ajax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Ajax'라는 낱말은 제시 제임스 가렛(Jesse James Garrett)이 2005년 2월 18일 쓴 'A New Approach to Web Applications'이라는 에세이에서 'Ajax(Asynchronous JavaScript + XML)'라는 낱말로 이 기술을 소개한 이후 퍼졌다. Ajax는 현재 '에이잭스'나 '아작스'로 표기하고 있는데, 원음에 가까운 '에이잭스' 표기가 늘고 있다.

[Ajax가 포함하는 기술]
- XHTML과 CSS를 이용한 웹 표준 기반 구현
- Document Object Model을 사용한 동적인 화면과 상호작용
- XML과 XSLT를 이용한 자료 교환과 처리
- XMLHttpRequest를 사용한 비동기 자료 검색
- 그리고 이들 기술을 묶어주는 자바스크립트

* 제시 제임스 가렛의 글 : http://www.adaptivepath.com/publications/essays/archives/000385.php

(화면 13) 제시 제임스 가렛이 쓴 'A New Approach to Web Applications'
(화면 14) 제시 제임스 가렛이 비교한 이전의 웹응용 모델과 Ajax 웹응용 모델의 차이

제시 제임스 가렛은 Ajax에 대해 "여러 가지 기술이 포함되어 있으며, 각 기술로도 훌륭하지만 함께 하면 더 강력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Ajax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Ajax를 응용한 기술들을 보면 Ajax가 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유용한 기술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한 예로 패닉닷컴 쇼핑몰(http://panic.com/goods/)에서 셔츠를 구입하는 과정을 보자. 마우스로 셔츠를 아래에 있는 장바구니(Shopping Cart)로 끌어다놓기만 하면 된다. 중간에 마음이 바뀌면 장바구니의 셔츠를 다시 진열대로 끌어다놓으면 된다. 학습이 줄고 사용성이 강화되는 웹2.0의 인터페이스가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다.

(화면 15)(화면 16) 패닉닷컴에서는 아래의 장바구니에 셔츠를 마우스로 끌어다놓으면 구입목록이 표시되고, 진열대로 끌어다놓으면 장바구니에서 사라지는 쉬운 사용법을 보여준다.

구글 지도(http://maps.google.com/)를 보면 웹표준을 최대한 준수하며 Ajax로 구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글 지도는 대부분의 브라우저에서 별도의 플러그인 프로그램을 깔지 않고 사용한다. PC용 브라우저는 물론이고 휴대전화, 휴대용게임기, PDA, 냉장고와 같은 유비쿼터스 시대의 모든 기기에서 구글 지도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PC에서조차 별도의 플러그인을 깔아야 하는 국내 지도 서비스와 다른 점이 이 점이다.

(화면 17) 구글 지도는 기기나 운영체제에 상관 없이 대부분의 브라우저 프로그램에서 잘 동작한다.

구글지도는 좋은 기술로 끝나지 않는다. 구글 지도의 위성사진을 선택하면 가보지 않은 지역이라도 집 주변이 공장지대인지, 유흥가인지, 아이가 학교에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몇 번이나 건너야 하는지, 학교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방 나왔어요. 보러 오세요."라고 연락이 오면 조퇴를 하고 방을 보러 가지만, 미국에서는 구글지도를 이용해 집에서 초등학교까지 거리가 멀다고 말하면서 몇 번지 주변의 방을 구해달라고 구체적으로 위치를 지정해 말할 수 있다. 즉 부동산문화가 바뀌는 것이고, 유통문화가 바뀌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기획자나 개발자는 기술 외에도 기술로 인한 문화적 변화까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화면 18)(화면 19) 위성사진과 결합된 Hyblid 차림표를 이용하면 해당 지역에 가지 않고도 집 주변 환경을 알 수 있다. 부동산거래도 택배도 구글지도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구글 개인화 홈페이지(http://www.google.co.kr/ig)에서는 마우스를 이용해 단락을 손쉽게 옮길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한다. 이 기술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서버에서 보내준 화면은 고정된다는 HTML 문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점이다. 구글은 이미 불러온 화면도 좌우를 바꿀 수 있다는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PDA 등으로 네이버 뉴스를 보면 오른쪽에 있는 '오늘의 주요뉴스'가 안 보여 답답할텐데, Ajax 기술을 이용한다면 오른쪽의 '오늘의 주요뉴스'를 왼쪽으로 옮기고, 왼쪽의 뉴스 본문을 오른쪽으로 이동시켜 네이버뉴스를 사용할 수도 있다. 별도의 모바일용 웹페이지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페이지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하면 되는 일이다.

(화면 20)(화면 21) 구글의 개인화 홈페이지는 마우스로 끌어다놓기를 하는 동작만으로도 좌우의 정보 배치를 바꿀 수 있다.


웹2.0 시대에 필요한 것은 철학과 실천

좋은 철학이 좋은 기술을 만든다.
간략하게 소개했지만 웹2.0을 구성하는 기술은 훨씬 다양하다. 배우려는 마음만 먹는다면 웹에 있는 수 많은 문서를 통해 웹2.0을 공부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 익힘보다 철학 만들기가 더 중요하다. 나는 '웹2.0 기술을 어떻게 이용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좀더 편리하고 행복해할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일까?'를 먼저 고민하라고 말한다. 그 다음에 그 서비스가 돈이 될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철학은 기술을 만들고 기술은 문화를 만든다. 행복한 철학은 행복한 기술과 문화를 만든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야후의 제리양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뛰어난 기술이 아니라 좋은 철학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리양이 공개한 즐겨찾기 목록은 웹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HTML 문서에 불과했다. 그러나 제리양은 자신의 즐겨찾기 목록을 공개했고, 이 목록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더욱 많은 사이트를 알려주었다. 이렇게 제리양의 즐겨찾기 목록에 추가된 사이트가 늘면서 한 눈에 보기 어렵게 되자 디렉토리 분류 기술이 필요해졌고, 검색 기술이 필요해졌다. 공개와 공유 정신, 참여와 협업이 야후의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화면 22) 제리양의 야후는 공개와 공유의 인터넷 정신을 사업으로 발전시킨 경우다.

하나의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
야후도 블로그 프로그램인 태터툴즈도 메타사이트인 올블로그도 며칠이면 뚝딱뚝딱 만들 수 있다. 다들 "나는 올블로그 같은 메타사이트는 하루면 만들 수 있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낱말은 야후와 태터툴즈, 올블로그다. 태터툴즈를 혼자 만든 정재훈님이나 올블로그를 만든 박영욱님의 실력이 국내 개발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실제로 실천했기에 위대한' 것이다. 백 마디 말보다 하나의 실천이 중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진리인 것이다.

(화면 24)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태터앤컴퍼니라는 기업으로 발전했다.

웹2.0의 구성 요소가 새로운 것은 아닐지라도 웹2.0은 새로운 생각의 기회, 더 적은 돈으로 아이디어를 구현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플릭커나 델리셔스, 블로그라인스를 비롯한 수 천 개의 웹2.0 신생기업이 보여주고 있다. 수 천 개의 신생 웹2.0 기업이 모두 성공하지는 않겠지만 웹2.0이라는 낱말이 새로운 생각의 기회, 새로운 실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할 가치는 있다. 백 가지 생각으로는 세상을 바꾸지 못하지만 하나의 실천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잡지

December 1, 2006

구글과 네이버는 어떻게 다른가

잡지 컬럼

말 2006년 12월호 (글: 김중태)


구글과 네이버는 어떻게 다른가?


구글은 최근 IT업계의 가장 큰 주제어가 되었다. 2004년 8월 상장된 구글이 단 1년만에 갈아치운 기록만 보더라도 구글의 괴물 같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상장 1년 안에 미국 내 20대 기업에 든 최초의 기업, 1년 안에 시가총액 천 억 달러(약 100조원)를 넘은 최초의 기업, 1년 안에 인터넷기업 1위 등의 엄청난 결과를 만들었다. IBM,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HP, 야후, 넷스케이프 등 어떤 기업도 이루지 못한 엄청난 결과를 구글은 1년만에 달성한 것이다. 이후에도 계속 성장해 현재는 시가총액 1440억 달러까지 도달했다. 구글의 이름 값이 거품이 아니라는 사실은 실적을 통해 알 수 있다. 2006년 3/4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 약 27억 달러에 순이익만 8억 달러를 넘고 있다. 이런 자본력을 바탕으로 유튜브를 16억 5천만 달러에 인수하는 등 숨가쁘게 기업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 현재 구글의 모습이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시가총액 약 4조원으로 코스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6년 3/4분기 실적은 매출액 1,427억 원, 순이익 366억 원을 기록하며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IT기업이 되었다.

구글과 네이버는 검색을 기반으로 성장한 1위 기업이라는 점에서 자주 비교되지만, 서비스 운영 모습이나 기업 경영의 방법은 많이 다르다. 두 기업은 철학부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철학의 차이는 기술의 차이를 가져오고, 기술의 차이는 다시 기업 문화와 서비스의 차이를 가져온다. 또한 철학의 차이는 정책과 운영의 차이를 가져오고 정책과 운영의 차이는 두 기업에 대한 평가의 차이를 가져온다. 구글에 비해 네이버가 상대적으로 비난을 많이 받는 이유 역시 두 기업의 철학 차이에서 시작한다. 그러므로 구글과 네이버가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다면 두 기업의 철학적 차이와 철학적 차이로 인한 현상의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내기 철학'과 '붙잡기 철학'의 차이가 포탈과 토탈로

네이버와 구글의 첫 번째 차이는 사용자를 바라보는 관점과 기업 서비스의 목표 차이다. 네이버의 목표는 사용자를 최대한 오래 네이버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다. 오래 머무르면서 많은 페이지를 볼수록 광고를 더 많이 보게 되고, 광고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검색하려고 온 사람조차 좀더 오래 네이버에 머물 수 있도록 노력한다. 검색엔진으로 시작한 네이버가 다른 사이트로 보내주는 포탈(portal=관문)의 성격을 포기하고 토탈 서비스(total service=종합 서비스) 사이트로 변하고 있는 이유는 사용자를 붙잡으려는 '붙잡기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구글은 최대한 빨리 구글을 떠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사용자가 구글이라는 검색 사이트에 온 이유는 어떤 정보를 찾기 위함이다. 따라서 구글은 사용자가 구글에 오래 머물면 실패한 것으로 보며, 최대한 빨리 원하는 정보가 있는 문서로 가게 만드는 일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사용자가 구글 사이트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짧을수록 구글 사이트에서 광고를 보는 시간도 줄어들고 광고 수익도 줄어든다. 하지만 원하는 정보를 빨리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이후에도 사용자는 계속 구글을 이용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구글 사용 빈도가 늘어 광고수익도 늘 것이라는 장기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아직도 구글은 다른 사이트로 가는 검색 관문(portal)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초기의 단순했던 네이버 화면이 점차 복잡해지는 이유는 사용자를 붙잡기 위함이다. 사용자를 붙잡기 위해 네이버는 많은 정보 알맹이(content)를 네이버 안에 쌓은 뒤 보여준다. 검색하려고 접속했던 사용자는 네이버에서 보여주는 각종 알맹이에 현혹되어 원래 네이버를 찾은 목적을 까마득하게 잊고 여기저기 네이버 안을 떠도는 방황을 시작한다. 백화점이나 도박장들이 시간 경과를 알 수 있는 시계와 창을 없애고 최대한 많은 상품을 보게 동선을 설계해 돈을 쓰게 만드는 것처럼, 네이버 역시 최대한 오래 네이버에 머무르게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검색결과의 윗부분에 노출되는 문서가 가장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유명한 웹문서나 원본 문서가 아닌 이유도 붙잡기 철학의 결과다. 네이버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원본인 웹문서 대신 www.naver.com이라는 도메인 안에 있는 펌질 문서를 먼저 노출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은 원본 웹문서가 아닌 펌질된 문서를 검색결과 상위에 노출시키는 네이버에 대해 기술력이 부족하다거나 자사 이기주의가 심하다고 비난한다. 네이버 검색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다.

초창기 네이버 첫화면

2006년의 네이버 첫화면

* 초창기 네이버 첫화면에 비해 2006년의 네이버 첫화면은 많이 복잡해졌다.


광고로 먹고사는 구글 역시 좀더 많은 트래픽을 원하고 있다. 유튜브, 블로거닷컴, 피카사, 키홀 등의 서비스를 인수한 이유는 방문객 수와 트래픽을 좀더 늘리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검색이 목적인 구글닷컴의 화면이 여전히 흰색의 여백인 이유는 검색에 방해되는 것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검색 사이트를 방문한 사용자가 원래 목표를 최대한 빨리 이룰 수 있도록 첫화면에 검색창만 두고 있다. 구글 첫화면의 광고 효과야말로 가장 높겠지만 광고로 인해 검색에 방해를 받는다면 구글 검색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구글에 악영향을 미칠 것임을 구글은 알고 있다. 결과적으로 첫화면에 광고를 싣지 않고도 구글은 세계 최고의 광고매체로 성장하고 있다.


열린 철학과 닫힌 철학

보내기 철학과 붙잡기 철학은 필연적으로 열린 철학과 닫힌 철학의 차이로 연결된다. 구글은 다른 사이트로 사람들을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 구글 스스로 알맹이를 만들어야 할 이유도 없고, 구글 사이트 안에 알맹이를 저장할 이유도 없다. 만들고 지켜야 할 '내 것'이 없기에 열린 철학을 유지하기 쉽다. 이에 비해 네이버는 자기 서버에 쌓아둔 알맹이를 이용해 사용자를 모아야 하기 때문에 닫힌 철학을 지향하게 된다.

닫힌 철학은 호환성 부족을 가져오게 되고 결국 사용자의 선택권을 뺏는 결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로 robots.txt 문제를 들 수 있다. 네이버의 경우 대표적인 서비스인 지식인과 블로그 서비스에 robots.txt를 이용해 검색로봇의 접근을 금지시키는 설정을 해두었다. 이로 인해 구글을 비롯한 다른 검색 사이트의 로봇이 네이버의 알맹이에 접근할 수 없고, 당연히 이들 검색 사이트의 검색결과에 네이버 블로그나 지식인의 문서가 나타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다른 사이트의 정보를 보여주는 검색 사이트로 성공한 네이버가 정작 자기 사이트의 정보는 다른 검색 사이트에서 검색하지 못하도록 막는 이중성을 보임으로써 사람들에게 도덕적 비난을 받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robots.txt 문제는 결국 네이버 사용자의 피해로 나타난다. 네이버 사용자가 좋은 글을 올렸다 해도 이 글은 구글이나 다음, 야후 등의 다른 검색 사이트에서 검색될 수 없다. 결국 네이버 블로그 사용자는 자신의 글이 좀더 퍼지고 좀더 유명해질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네이버 블로거의 글은 네이버 안에서만 검색된다는 한계를 가지게 되므로 좋은 정보를 널리 공유하게 한다는 웹의 근본 취지와 맞지 않는 문제도 발생한다.

robots.txt 외에도 다른 사이트의 문서는 손쉽게 퍼올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네이버 사이트 안의 글이나 그림을 퍼가지 못하도록 막는 정책, 심지어 웹의 기본인 링크마저 불가능하게 주소를 변경시키는 식의 정책을 펼치면서 네이버는 '펌질로 쌓은 사이트, 닫힌 인터넷의 대표주자'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사용자 우선 철학과 기업 이익 우선 철학

네이버가 사용자를 붙잡는 이유는 광고를 좀더 보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즉 사용자를 배려하기보다는 광고주와 회사 이익을 더 배려한다는 말이 된다. 이런 이익 우선 철학은 사용자의 불편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네이버 첫화면에 나오는 뉴스 제목을 딸깍(click)하면 바로 해당 제목의 뉴스로 가는 것이 아니라 뉴스 모음 화면으로 이동한다. 모음 화면에서 다시 한 번 제목을 딸깍해야 해당 뉴스를 보여준다. 이는 제목을 딸깍하면 해당 문서를 보여주는 인터넷의 기본적 연결 방식마저 왜곡시키는 동시에 사용자를 당황하게 만든다. 물론 이런 이상한 방식을 사용하는 이유는 페이지뷰(page view)를 조금이라도 더 높이고, 광고 노출을 조금이라도 더 늘려보려는 욕심 때문이다.

네이버뉴스

네이버뉴스

* 네이버 첫화면에서 뉴스 제목을 딸깍하면 해당 뉴스 대신 모음이 나온다. 이처럼 광고주 위주의 네이버 정책은 한 번 더 마우스질을 요구하며 사용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전면 플래시 광고 역시 사용자의 피해를 담보로 광고주와 네이버가 이익을 취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안 그래도 지나치게 많은 광고용 배너와 플래시 때문에 첫화면 불러오는 시간도 꽤 걸리는데, 전면 투명 플래시 광고까지 받아야 하니 시간이 더욱 오래 걸린다. 수 천 만 명이 한 번 접속 때마다 불필요한 플래시 때문에 몇 십 초씩만 더 쓰기 때문에 개인은 물론 나라 전체로 봤을 때도 엄청난 낭비가 일어난다. 투명 플래시 광고가 집행되는 동안에는 광고가 화면을 가려서 밑에 있는 글씨가 보이지 않거나 마우스로 광고 밑의 기사를 눌렀다가 광고와 연결된 사이트로 이동하는 경우를 자주 겪으며 사용자는 짜증을 낸다. 사용자들이 싫어하는 투명 플래시 광고를 집행하는 이유 역시 사용자보다는 광고주와 회사 이익을 더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용자들의 많은 비난을 듣고 첫화면의 전면플래시광고를 철수시켰다. 하지만 아직도 뉴스홈을 비롯한 하위 차림표에는 투명 플래시 광고가 집행되고 있다. 말로는 모두가 사용자 중심을 외치지만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기업은 많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네이버의 전면 플래시 광고

2006년의 네이버 뉴스홈의 플래시 광고

* 한때 집행된 네이버의 전면 플래시 광고와 지금도 집행 중인 뉴스홈의 플래시 광고.


비싼 첫화면에 지금까지도 광고 하나 없이 검색창만 고수하고 있는 구글의 사용자 우선 철학이 칭찬을 받는 이유는 말로만 사용자 중심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자를 위해 눈 앞의 작은 이익을 포기할 줄 아는 철학 때문이다.

초창기 구글 첫화면

2006년 구글 첫화면

* 초창기 구글 첫화면보다 더 시원해진 2006년의 구글 첫화면. 여전히 검색창만 있다.


또한 사용자의 이익을 우선으로 여기는 구글은 서비스를 만들 때 가능한 개방적인 표준 형식을 취하고 있다. 구글의 지메일은 언제든지 POP으로 백업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메일 서비스로 바꾸어도 별 문제가 없다. 구글 그룹스는 유즈넷과 호환되기 때문에 다른 유즈넷 프로그램으로 접속할 수 있고, 구글토크는 재버(Jabber) 기반이라 다른 메신저와 호환이 된다. 구글 DOC, 구글 스프레드시트 등도 공개표준인 ODF 형식이라 호환성이 좋다. 구글이 후발 주자라서 시장을 잡기 위해 재버 형식의 메신저를 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같은 시기에 후발 주자인 국내 포탈들이 독자 형식의 메신저를 개발한 사실과 비교해보면 시장 논리로만 설명하기 힘들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네이버 메신저는 네이버 사용자하고만 쪽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닫힌 메신저다. 네이버 메신저의 시장 확대를 위해서라도 재버 형식으로 개발을 시작하는 것이 좋은데, 독자 형식으로 개발해 호환성을 막아버렸다. 시장 논리에도 맞지 않는 네이버의 이런 선택은 '닫힌 철학' 외에 설명할 길이 없다.


자동화에 집중하는 구글과 수작업도 마다 않는 네이버

물론 네이버의 붙잡기 철학이 가진 긍정적인 면도 많다. 사용자를 붙잡기 위해 화면을 구성하다보니 사용자가 보기 좋게 편집된 화면을 제공한다. 구글과 네이버의 검색결과를 보면 네이버의 검색결과 화면이 훨씬 보기 편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꽤 많은 비용을 편집에 투자한다. 그 결과 네이버는 검색결과의 수작업 의존도가 높다. 반면 구글의 검색결과는 불친절하다. 대중적 가치가 있는 정보를 순서대로 나열했기 때문에 검색 결과의 정확도는 높지만 보기는 매우 불편하다. 구글의 검색결과가 불친절한 이유는 자동화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사용자가 검색 결과에 만족할 수만 있다면 수작업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비용이 더 들더라도 보기 좋은 검색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수작업은 대중적인 정보를 보여줄 때 빛을 발한다. 때문에 연예 스포츠 정보 등을 보여줄 때 네이버는 가장 탁월한 결과 화면을 보여준다. 반면 수작업이 미칠 수 없는 전문 분야 정보의 검색 결과는 많이 뒤떨어진다. 네이버는 대중들이 많이 찾는 정보를 잘 보여주는 일에 집중하고 소수 사용자가 찾는 정보를 희생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면 구글은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것을 택한다. 사람이 손으로 해서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지만, 비용이 더 드는 수작업을 줄이고 컴퓨터가 잘 할 수 있는 자동화에 더 투자하겠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그 결과 구글은 방대한 웹문서에서 가장 가치 있는 문서를 자동으로 찾아주는 일에 최적화된 상태다. 시시각각 변하는 가치를 자동으로 찾아서 정렬해주기 때문에 보여주는 형식은 썰렁하다. 네이버 검색결과에 익숙해진 사람이 본다면 구글의 검색결과는 매우 조잡스럽게 보일 것이다.

실제로 국내 연예인 정보나 축구 관련 정보를 검색을 해보면 네이버가 훨씬 보기 좋게 나옴을 알 수 있다. 네이버가 국내 1위를 유지하는 경쟁력 중 하나는 대중들이 좋아하는 정보를 대중들이 보기 편하게 보여주는 편집력인 것이다.

네이버의 대장금 검색 결과 화면

구글의 대장금 검색 결과 화면

* 대장금으로 검색한 결과. 네이버가 구글보다 더 보기 좋다.


또한 모든 정보를 네이버 한 곳에서 다 볼 수 있다는 점도 네이버가 지닌 장점 중 하나다. 종합 서비스를 지향하는 네이버이기에 뉴스, 블로그, 메일, 동영상, 사진 등 대부분의 정보를 네이버 안에서 검색하고 처리할 수 있다. 구글은 구글닷컴에서 검색하고 지메일로 가서 편지를 보고 블로거닷컴으로 이동해 블로그를 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네이버와 구글의 방식은 일장일단이 있으며 선택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여유가 생길 경우 네이버는 구글의 정확성을 따라잡으려 할 것이고, 구글은 네이버의 보기 좋은 화면과 토탈 서비스를 따라잡으려 할 것이다. 구글 역시 네이버가 가진 포탈형 서비스와 커뮤니티를 소유하고자 할 것이며 두 서비스는 조금씩 서로를 닮아갈 것이다.


IT기업의 목표가 되어버린 구글

실제로 구글은 꽤 많은 기업을 인수하고 많은 서비스를 새로 추가하면서 포탈에 필요한 대부분의 서비스를 갖춘 상태다. 다만 이 서비스를 구글닷컴에서 한 번에 보여주지 않을 뿐이다. 구글은 Pyra Labs(blogger.com), Applied Semantics, Picasa, Keyhole, Dodgeball을 거쳐 2006년에도 MeasureMap, Writely, Sketchup, YouTube까지 수 십 개가 넘는 기업을 인수하고 수 십 개가 넘는 서비스를 새로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서비스를 넓혀가는 방식이 네이버와 다르다.

네이버는 필요한 서비스가 있을 경우 기업 인수보다는 직접 만드는 방식을 취한다. 또한 이미 남들이 하고 있는 서비스를 따라 하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표절시비가 계속 나온다. 기존 서비스를 따라 한 지식인 블로그 카페에 이어, 2006년에도 다음의 파이를 따라 한 네이버의 네모 서비스, 다음의 블로그 테마를 따라 한 네이버의 템플릿 서비스로 인해 '베끼기 네이버'라는 비난 여론이 더욱 확장되었다. 한국에서 신규 서비스를 시작한 기업들은 '네이버가 따라 하면 어쩌지?'라는 고민부터 한다. 네이버 때문에 창의적인 서비스와 중소기업이 설 자리가 없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반면 해외의 많은 기업은 구글에 인수되는 것을 가장 큰 사업모델로 설정할 정도다. 해외의 신규 서비스는 '어떻게 해야 구글이 살까?'라는 고민부터 한다. 창의적인 서비스가 많이 나올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높은 가격으로 평가해주고 인수하는 구글과 좋은 아이디어를 따라하며 직접 서비스하는 네이버의 차이는 업계와 시장의 차이로 나타나곤 한다.


기술의 구글, 기획과 영업의 네이버

살펴본 것처럼 네이버가 국내 1위를 하면서도 비난을 많이 받는 이유는 단지 1위 기업에 대한 시샘 때문만이 아니다. 네이버가 보여준 행동의 상당 부분이 비난받을만한 것이었기 때문이고, 그 이유는 네이버가 가진 철학의 문제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물론 네이버가 한 좋은 일이 9고 그 과정에서 안 좋은 일은 1에 불과한데도 네이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1이라는 수치보다는 그 1이 가진 의미나 충격의 강도가 크기에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삼성이 수출 기업으로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을 주면서도 최고 경영진의 편법 상속이라는 도덕성 문제로 인해 계속 비난받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전기밥통이 터지는 이유를 도덕성 부족과 연결하기는 어렵지만, 편법 상속은 그 사람의 철학이나 가치관이 근본적으로 부도덕할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철학 또는 가치관이 중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국내 1위인만큼 네이버가 지닌 장점을 과소평가 할 수는 없다. 특히 네이버의 기획 홍보력은 IT 기업 중 발군이라 할 정도로 최강이다. 뒤따라한 서비스이기는 하지만 지식인과 블로그 서비스를 순식간에 최강의 서비스로 만들면서 1위 기업으로 올라선 힘이 네이버에게 있다. '뜨거운 감자가 왜 뜨거운지 알아?'로 시작해 '화상고' '월드컵' '이씨 가문'으로 이어지는 네이버의 광고는 다른 기업의 광고와 차원이 다를 정도다. 너무 앞서가지 않으면서 대중이 원하는만큼만 제때 제공하는 기획력 또한 네이버가 지닌 힘이다. 좋은 인재와 충분한 자본도 있다. 네이버가 구글과 싸울 수 있는 힘을 가진 기업임은 분명하다. 부족한 것은 철학과 기술이다. 기술은 철학에서 나오기에, 네이버가 좀더 열린 철학을 가진다면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구글은 이미 좋은 철학과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그 철학을 유지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구글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회사 이익을 위해 사용자를 조금씩 더 불편하게 하는 순간 구글의 성장 신화는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사용자를 바라보는 두 기업의 철학적 차이가 기술과 운영의 차이를 만들었다. 또한 앞으로 두 기업의 성공과 실패도 여전히 사용자를 바라보는 두 기업의 철학에 의해 판가름 날 것이다. 철학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인 것이다.
잡지 컬럼

May 1, 2007

[IT Today] 공유 개방의 웹2.0

잡지 컬럼

IT투데이. 김중태문화원(www.dal.kr)


공유 개방의 웹2.0

- 김중태(IT컬럼니스트, www.dal.co.kr)


웹의 급격한 변화를 가리키는 대명사인 웹2.0

닷컴버블 붕괴 이후 인터넷 기업은 살아남은 기업과 소멸된 기업으로 구분되었다. 사람들은 닷컴버블에서 살아남은 기업과 죽은 기업의 차이를 알아내고자 했고, 살아남은 기업을 가리키는 대명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때 오라일리(O'Reilly)의 부사장인 데일 도허티(Dale Dougherty)가 웹2.0을 제안했고, 오라일리 미디어는 2004년 10월 5일부터 '웹2.0 컨퍼런스(www.web2con.com)'를 연다. 이후 '웹2.0'은 닷컴거품 붕괴 후 살아남은 기업과 그들 기업이 가진 기술, 그들이 끼친 문화적 변화를 통칭하는 말로 정의되기 시작했다. '웹2.0'은 '웹의 급격한 변화'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된 것이다.

웹2.0 컨퍼런스 모습

* 웹2.0 컨퍼런스 모습


웹2.0 컨퍼런스 이후 사람들은 초창기 웹과 최근 웹의 차이에 대해서 비교하기 시작했다. 초창기의 더블클릭 광고와 최근의 구글 애드센스 광고 사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살펴보면서 최근 웹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기술적 문화적 특징을 파악하고자 했다. 팀 오라일리가 제시한 웹1.0과 웹2.0 비교표만 보더라도 초창기 웹과 최근 웹의 서비스 사이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광고 하나만 보더라도 더블클릭 형태의 중앙집중식 배너광고가 구글 애드센스라는 분산형 문맥광고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팀 오라일리의 웹2.0 비교표

* 팀 오라일리의 웹2.0 비교표[*주1]


[주1] http://www.oreillynet.com/pub/a/oreilly/tim/news/2005/09/30/what-is-web-20.html

1년 뒤인 2005년 9월 30일에 팀 오라일리는 웹2.0을 받드는 구조와 특징을 '플랫폼으로서의 웹, 집단 지성, 데이터, 소프트웨어 개발 주기의 종말, 가벼운 프로그래밍 모델, 단일 디바이스를 넘어선 소프트웨어, 풍부한 사용자 경험' 등의 일곱 가지로 정리해 발표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초창기 웹과는 차이를 보였다. 블로그로 대표되는 쉬운 저작도구, RSS로 대표되는 개인 정보 배포도구의 보급, 꼬리표(tag)를 이용한 분류와 검색의 보완, Ajax를 이용한 손쉬운 사용법, 웹표준과 웹접근성 기술의 향상, 모바일 기기와 연동, 공개API와 혼합(mash-up)서비스를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의 창출, UTF8, 예쁜 주소, 가벼운 플랫폼, 확장 기능, 풍부한 웹 애플리케이션 등의 신기술이 웹2.0을 구성하는 기술 요소로 떠올랐다.

Web2.0 Meme Map

* Web2.0 Meme Map[*주2]


[주2] http://www.oreillynet.com/pub/a/oreilly/tim/news/2005/09/30/what-is-web-20.html


웹2.0 시대는 새로운 기술, 새로운 문화의 시작

웹2.0의 특징과 기술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개인에게 손쉬운 정보생산도구와 배포도구가 주어지면서 일어난 개인 힘의 강화다. 정보소비자였던 개인이 정보생산자로 나서는 프로슈머(prosumer) 시대를 열면서 1인 매체시대와 긴꼬리 문화, 익명 커뮤니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정보제공자가 사이트에 올린 정보를 바라보기만 하던 개인들이 각자의 지식과 경험을 글로 옮기게 되면서 하루에도 수 천 만 개의 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웹에 쌓이는 정보는 순식간에 큰 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사이트와 새로운 검색도구의 출현을 부추겼다. 메타 전문 검색 사이트가 등장하고 RSS를 수집해 보여주는 메타사이트가 새로운 매체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습이 필요 없을 정도로 쉬운웹(EasyWeb)은 평범한 개인을 웹의 주인공으로 점차 부각시켰다. 과거에는 '캠코더, 동영상편집 프로그램, 코덱, 파일 포맷, FTP, HTML' 등의 사용법을 모두 알아야 겨우 동영상 하나를 웹에 올리고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디카나 폰카로 찍은 동영상 파일을 마우스로 끌어다놓는 동작만으로도 자기의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동영상을 올릴 수 있다. 이처럼 쉬운웹 덕분에 2006년에 동영상 UCC가 유행하고 타임지는 'YOU'를 2006년의 인물로 선정했다.

블로그와 미니홈피와 같은 1인 매체는 소셜네트워크, 집단지성, 긴꼬리, UCC, 분산형 광고인 애드센스 등으로 영역을 확장시켰다. 광고 소비자였던 개인이 광고주가 되거나 자기 블로그에 광고를 게시하는 광고 게시자로 부각된 것도 1인 매체의 확산과 분산형 광고라는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혁명적인 변화로는 어둔웹에서 밝은웹으로 변화를 들 수 있다. 지금까지 웹은 캄캄한 바다를 홀로 항해하는 어둠의 웹이었다. 어느 사이트를 가나 혼자였으며, 온라인에 오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야그(YaG, www.yagne.com)가 발표되면서 온라인에 오가는 사람이 보이는 혁명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야그는 사용자 PC에는 아무 것도 설치하지 않고 동작하는 서비스로 방문자와 방문자가 보고 있는 페이지를 보여준다. 쇼핑몰 방문객이 어떤 상품을 보고 있는지 보이고, 자기와 같은 뉴스를 보는 사람이 보이게 된다. 물론 사람이 보이니 이들끼리 쪽지를 주고받거나 대화방을 열어 대화를 여는 일, 즉석에서 고스톱과 같은 게임을 하는 일도 가능하다.

또한 방문자가 보는 페이지를 누르면 해당 페이지로 순간이동 시키는 웹이동(WebTeleport) 기능을 제공한다. 웹페이지의 주소(URL)를 입력하지 않고도 웹페이지 사이 이동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야그

* 온라인에 오가는 사람과 그들의 행동이 보이는 밝은웹의 혁명을 연 YaG의 사용자 화면


온라인에 오가는 사람과 그들의 행동이 보이는 밝은웹의 세계는 혁명적이다. 야그는 협업과 집단지성의 참여, 긴꼬리문화, 익명 커뮤니티, 분산 시스템을 더욱 확산시킬 것이다. 게임도 분산형 온라인 게임으로 변화할 것이며 쇼핑도 분산형 오픈마켓 등으로 변화할 것이다. 웹에서 이동의 개념이 바뀌고, 자동화의 개념도 바뀔 것이다.


웹2.0 시대는 적자생존과 변화, 새로운 기회와 도전하는 기업의 시대다.

웹2.0의 열풍이 거세지면서 웹2.0에 대한 거품론도 나오기도 하는데, 웹2.0은 살아남은 기업을 뜻하므로 거품이 될 수 없다. 유명세는 있으나 수입은 없던 넷스케이프와 다른 것이다. 웹2.0 기업의 대표로 부르는 구글의 경우 한 해에 3조원이라는 순이익을 내고 있으며, 신생 웹2.0 기업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 사이트의 순위를 보면 웹2.0 기업의 성장세를 더욱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순위 사이트인 알렉사닷컴(www.alexa.com)의 순위[*주3]를 보면 4위의 YouTube(www.youtube.com), 5위의 Myspace(www.myspace.com), 8위인 Orkut(www.orkut.com), 11위의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 15위의 블로거(www.blogger.com) 등과 같이 웹2.0 사이트가 상위권에 대거 포함된 상태다. 기존 강자가 뒤로 밀려나는 순위변동은 닷컴 거품이 빠진 웹2.0 세계가 오히려 더욱 치열한 적자생존의 무대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3]알렉사닷컴(http://www.alexa.com/), 2007년 4월.

단적인 사례로 몇 년 전에 세계 10위권 사이트를 휩쓸었던 한국의 사이트는 네이버만 75위에 존재하고 나머지는 알렉사닷컴 순위 100위권 바깥으로 밀려난 상태다. 웹2.0에 대비하지 않은 결과 어느새 한국은 인터넷 영토 싸움에서 변방의 조그마한 소국으로 자꾸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웹2.0이 가져온 변화는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기존 강자에게는 몰락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웹2.0에 대해 개인이나 기업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웹2.0이 변화와 도전, 기회와 위기를 포함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잡지 컬럼

June 19, 2007

[이코노미스트] 웹2.0 이후 시대를 준비하라

잡지 컬럼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 892호. 2007.06.19.


웹2.0 이후 시대를 준비하라

- 김중태(IT컬럼니스트, www.dal.kr)


웹2.0이라는 말을 만들어내고 유행시킨 웹2.0 컨퍼런스의 2006년 'Web2.0 Summit'을 보면 Conference Overview(http://www.web2con.com/pub/w/49/overview.html) 목록 첫 줄에 'Defining Web 3.0: What's Next?'라는 문장을 걸어두었다. 웹2.0도 아직 명확하게 개념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웹3.0을 말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행동이지만, 끊임 없이 다음(next) 시대의 웹을 미리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웹2.0은 많은 기업의 판도를 바꾸고 오프라인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 웹2.0의 표준기업이라고 부르는 구글의 경우 2004년 8월에 상장되었는데, 상장 1년만에 미국 내 20대 기업에 든 최초의 기업, 상장 1년만에 시가총액 천억 달러(약 100조원)를 달성한 최초의 기업, 상장 1년만에 인터넷기업 1위 등의 놀라운 기록으로 이전의 각종 기록을 바꿔버렸다. 2006년에도 순익만 약 3조 원을 달성했으며, 시가총액은 150조 원을 넘나들었다. 많은 자본을 무기로 기업도 많이 인수했는데, 대부분 웹2.0 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이다. 세계 최대 블로그 사이트인 블로거닷컴을 운영하는 파이라랩스를 비롯해 피카사, 닷지볼, YouTube, JotSpot 등이 구글에 인수되었다. 유튜브는 회사 설립 1년 반만에 16억 5천만 달러(약 1.5조원)라는 금액으로 인수되었는데, 웹2.0 기업의 빠른 성장속도와 웹2.0 경제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사례다.

알렉사닷컴(www.alexa.com)의 트래픽 순위(2007년6월 기준)를 보더라도 웹2.0 기업의 성장세와 웹2.0 경제의 확대를 확연하게 알 수 있다. 4위의 YouTube(www.youtube.com), 5위의 Windows Live(www.live.com), 6위의 Myspace(www.myspace.com), 8위인 Orkut(www.orkut.com), 9위의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 등과 같이 웹2.0 사이트가 절반인 5개나 차지하고 있다. 또한 3위인 구글을 포함해 유튜브, 오컷(Orkut) 세 개가 구글 사이트이며, 검색포탈인 야후와 MSN, 구글을 제외한 나머지 7개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순위 안에 없던 사이트들이다. 기존 강자가 뒤로 밀려나는 순위변동은 닷컴 거품이 빠진 웹2.0 세계가 오히려 더욱 치열한 적자생존의 무대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웹2.0 시대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구글의 검색광고와 애드센스는 기존의 광고 유형을 바꾸는 것을 물론이고, 월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산업을 개편시킬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존의 배너광고는 일정 기간 동안 포탈의 영역을 차지하는 광고였기에 월마트나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모든 광고와 노출을 차지하며 매출을 독점했다. 반면 검색광고는 지역의 중소상인이나 개인도 광고주로 참여할 수 있어 소상인들의 광고주화라는 변화를 가져왔다. 소상인의 광고주 참여는 광고와 노출, 매출의 분산을 가져오면서 월마트와 같은 대기업의 영역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

또한 구글이 공개한 OpenAPI를 이용해 다른 기업이 내놓는 혼합(mash-up) 서비스도 점차 인터넷의 지배력을 넓히고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 역시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음 시대의 신기술과 관련해 떠오르는 용어로는 엑사 포털(Exa Portal), 시맨틱웹 비지니스(Semantic Web Business), 척도 없는 연결망(Scale Free Networking), 바이오웹(BioWeb), 밝은웹(BrightWeb), 리얼웹(RealWeb), 로밍웹(RoamingWeb) 등이 있다. 이들 기술이 보여주는 세계는 일반인의 참여와 소셜네트웍 강화, 새로운 개념의 웹, 자동화된 웹의 세계다.
엑사포털은 기존 포털이 합병된 거대 포탈을 말한다. 현재로서는 웹2.0의 표준이라 부르는 구글이 엑사포탈의 형태에 가장 근접한 상태지만 엑사포털의 시대는 쉽게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개인의 욕망이 다변화되는 현재의 흐름으로 볼 때 모든 정보를 한 곳에서 얻는 엑사포털보다는 다양한 경로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분산형수집시스템과 분산형포털의 시대가 올 가능성이 더 높다. 다만 모든 정보를 한 곳에서 검색하려는 욕구에 따라 엑사서치의 시대는 올 가능성이 높다.

꾸준하게 연구된 분야인 시맨틱웹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RDF 정도가 사용되고 있으며, 온톨로지(ontology)는 용어도 보급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몇 년 후에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깨끗한 결과를 보장하는 자연어질의 시스템(NQS=Natural Query System)이 대중들에게 보급될 것이다. 모든 개념을 온톨로지로 정의하지 않고 일부 분야의 개념만 온톨로지로 정의할 경우 온톨로지의 대중화와 상용화는 빠르게 진전될 수 있으며, 이 경우 분야 별로 자동화가 진전되고 자연어질의 시스템도 대중화 될 것이다. 모든 직업을 온톨로지로 정의하려면 방대한 작업이 되겠지만 영화배우라는 직업 하나만 온톨로지로 정의하고 영화배우 DB를 붙인 뒤에, 신규 정보는 사용자 참여에 의해 추가되도록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네이버 지식인에서는 가능하지 않았던 명확하고 깨끗한 결과를 보장하는 새로운 형식의 질문답변 게시판 시스템이 탄생할 수 있다.

따라서 웹의 자동화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될 것이다. 하나는 온톨로지나 패턴 인식 등을 이용한 기계적인 방법으로, 사람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이 가능한 자동화다. 예를 들어 '갑'이라는 사람의 신용카드 결제 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면 웹서비스는 자동으로 '갑은 매주 토요일이면 부산에 KTX 타고 내려가는구나.'를 알 수 있을 것이고, 갑에게 '이번 주 토요일 밤 7시 부산행 KTX표를 예약할까요?'라고 질문을 던질 것이다. 갑은 '예' '아니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이를 위해 개인의 일상과 패턴을 담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개인정보 침해 없이 이런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 자동화의 선결 기술로 요구될 것이다. 그외 최근 음란물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동영상의 패턴 인식 서비스나 사진에서 인물 또는 사물을 인식해 자동으로 꼬리표(tag)를 달아주는 서비스 등도 나오고 있지만 인식 기술의 부족으로 대중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웹 자동화의 또 다른 방법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공개된 표준 배포 형식에 따라 정보가 유통될 수 있다.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가 정말로 정확한 세계인의 백과사전으로 자리잡는다면 웹문서를 보다가 궁금한 낱말을 선택하는 순간 자동으로 위키피디아의 설명이 도움말로 뜨는 자동화 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디카, 폰카, 초고속인터넷망의 보급에 블로그 미니홈피와 같은 다양한 정보생산 도구, RSS와 공유사이트를 비롯한 다양한 배포도구의 발전은 개인을 정보소비자에서 정보생산자로 바꾸고 있다. 또한 다양한 폭소노미(folksonomy)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한 개인이 하나의 힘을 가진 점과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람 사이의 연결을 인터넷에서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한 각종 소셜네트웍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척도 없는 연결망'으로 번역해 사용하는 'Scale free network'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모델이다. '척도 없는'의 의미는 전형적인 크기가 없다는 뜻으로, 웹에서는 특정 숫자의 이웃을 가진 노드의 수를 센 다음에 두 배 많은 이웃을 가진 노드의 수를 세면 두 수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이 척도 없는 연결망 모델의 이론이다.

바이오웹으로 부르는 자체생존 네트웍 모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웹은 라이프게임처럼 초기 설계만 잘 해주면 이후로는 스스로 생명을 가지고 유지 성장하다가 어느 순간 소멸되는 네트웍 모델이다. 예를 들어 이당키(eDonkey)와 같은 P2P 네트웍은 24시간 계속 유지될 뿐만 아니라 죽일 수도 없다. 전세계 P2P 사용자가 동시에 컴퓨터의 전원을 내려야만 사라지는 네트웍이다. 웹이 이미 누구도 죽일 수 없는 네트웍이 된 것처럼 웹 안에 또 다시 누구도 죽일 수 없는 바이오웹이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바이오웹이 새롭게 만들어질 때마다 네트웍과 인간 사회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밝은웹은 야그(www.yagne.com)을 통해 이미 구현되고 있는 기술로 웹에 오가는 사람이 보이는 웹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까지는 항상 어둔웹에 홀로 다녔지만 앞으로는 어떤 사이트나 페이지를 방문하더라도 해당 사이트의 접속자가 보이고 해당 접속자가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게 된다. 이에 따라 URL을 입력해 이동하던 기존의 이동방법 대신 사람을 클릭해 이동하는 새로운 이동방법을 비롯해 분산형 게임 등의 다양한 서비스가 새롭게 등장할 것이다.

이처럼 그동안 천천히 변화하던 웹은 최근 들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5년이나 10년 후 쯤에는 일반인 스스로가 웹 상의 아바타가 되고, 그들 스스로가 저장매체를 역할을 하는 리얼웹 시대가 될 것이다. 웹2.0 시대에는 개인이 정보를 의식하고 제어하면서 수작업으로 타인에게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했지만 다음 시대의 웹은 자동으로 자신이 소유한 경험과 지식을 타인에게 공개하고 공유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다음 시대의 웹을 잡기 위한 기술 준비에 매진해야 하지만 국내 IT기업의 준비는 미진하다. 한국의 경우 최근 몇 년 동안 초고속인터넷망 보급이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면서 세계 인터넷 시장에 진출할 좋은 기회를 잡았으나 소비 위주의 문화에 안주하면서 세계 진출 기회를 놓쳤다. 신규 웹2.0 사이트가 세계 시장에 등장하고 있을 때 한국은 한국 내 소비에만 집중하느라 세계 시장과 관련 산업을 놓쳤던 것이다. 현재 한국은 운영체제를 만들거나 자바, 닷넷과 같은 개발 플랫폼을 만들 기술도 없고, 구글처럼 수 백 명의 수학 박사들이 검색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환경도 아니다. 수학을 비롯한 기초 기술에 대한 투자 소홀로 인해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크게 뒤떨어진 상태다. 이제 한국의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의 하드웨어 제조 능력과 한글이라는 우수한 문자를 통해 어려서부터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환경에 의지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IT 기술은 하드웨어 분야는 강하고 소프트웨어 분야는 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정부나 업계가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가꾼다면 최소한 응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릴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학과 같은 순수학문에도 좀더 많은 투자를 하면서 기초부터 닦아야 하지만 당장은 좀더 과감하게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해 투자를 하는 정책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가장 확실한 사실 하나는 변화에 대해 끊임 없이 준비하는 나라와 기업만이 다음 시대에 강자로 살아남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제는 웹2.0 시대 이후를 준비해야 할 때다.
잡지 컬럼

August 13, 2007

[프로슈머] PC의 계보와 역사.1

잡지 컬럼

프로슈머 14호. 2007.08.13. 김중태(www.dal.kr)


PC의 계보와 역사


(1) 세계 최초의 PC 에니악에서 PC까지

찰스 바베지의 해석기관과 펀치카드의 꿈은 호레리스의 작표기, 브리태닉 계산기 등을 거치며 마침내 194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존 모클리와 프레스퍼 에커트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컴퓨터인 에니악(ENIAC)으로 완성되었다. 진공관을 사용해서 건물 한 층을 다 썼던 큰 덩치의 에니악 이후 컴퓨터는 에드박(EDVAC) 오드박(ORDVAC)을 거치면서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BRLESC-II 컴퓨터부터는 크기가 더욱 작아졌으며 고속의 카드 리더기가 전면에 배치되었고, 고속의 라인 프린터도 배치되었다.

ENIAC

ENIAC

* 세계 최초의 컴퓨터인 ENIAC. 요즘의 컴퓨터와는 달리 건물을 점유할 정도로 엄청난 부피를 자랑한다.


ENIAC 기판, EDVAC 기판, ORDVAC 기판, BRLESC-I 기판

* 최초의 네 컴퓨터별 부품의 크기를 보여주는 사진. 왼쭉부터 ENIAC 기판, EDVAC 기판, ORDVAC 기판, BRLESC-I 기판이다. ENIAC에 비하면 BRLESC-I의 기판은 그야말로 초미니 기판인 셈이다.



* BRLESC-II 컴퓨터의 콘솔 장치. ENIAC에 비해 크게 작아졌다.


메인프레임이라고 부르는 대형컴퓨터 중심으로 발전하던 컴퓨터가 큰 변혁을 맞이한 것은 PC(개인용컴퓨터)의 출현부터다. 리 펠젤스타인과 에프렘이 함께 만든 메모리공동체에서 톰스위프트 단말기를 만들었는데, 이후 70년대 해커들의 최고 모임인 'Homebrew클럽'에서 만난 해커들이 톰스위프트 단말기의 표시 부분을 개량하고 입력 장치를 개량하여 '솔' 컴퓨터를 만든다. 그리고 솔 컴퓨터를 원형으로 하여 1975년에 미츠사에서 '알테어(Altair)키트'를 내놓는다. 8080 MPU와 전원공급기, 패널, 256바이트의 메모리로 구성된 알테어 키트는 완제품이 아닌 조립부품이라 사용자가 케이스 등을 만들어 조립해야 했다. 기계어를 할 줄 아는 고급 전문가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그러나 개인이 컴퓨터를 소유할 수 있게 된 시발점이 되었다.

마침내 Homebrew에 가입한 해커인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에 의하여 나무 합판에 기판을 붙여서 만든 세계 최초의 PC인 애플이 탄생한다. 처음에는 애플이 대량으로 생산된 것이 아니고 몇 개씩 수작업으로 생산되었으나 인기를 끌자 대량 생산되었고, 이때부터 일반인도 완제품인 PC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솔이나 알테어가 아닌 애플을 최초의 PC로 기록하는 것이다.

Apple computer

* 세계 최초의 PC인 애플 컴퓨터


8비트 컴퓨터인 애플이 성공하면서 Zilog사의 Z80 CPU를 장착한 MSX와 같은 경쟁상품이 등장했다. 한국에서도 삼보에서 8비트 기종을 생산하면서 컴퓨터 전문기업으로 성장했으며, 대우전자 삼성전자 등에서 MSX 호환 기종을 판매하면서 '8비트 키드'라고 부르는,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만지며 자란 컴퓨터 세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애플은 이후 모스테크놀로지의 6502 CPU를 장착한 AppleII를 내놓으면서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유지한다.

삼보컴퓨터가 만든 애플 호환 기종

* 삼보컴퓨터가 만든 애플 호환 기종


MSX 호환 기종인 대우 아이큐1000

* 8비트 키드가 가지고 놀던 MSX 호환 기종인 대우 아이큐1000

프로슈머 14호. PC의 계보와 역사 : [1] [2] [3]

잡지 컬럼

[프로슈머] PC의 계보와 역사.2

잡지 컬럼

프로슈머 14호. 2007.08.13. 김중태(www.dal.kr)


(2) IBM-PC의 등장과 인텔의 펜티엄까지

그러나 애플이 주도하던 PC 시장은 오래 가지 못했다. IBM이 IBM-PC라는 이름으로 PC 시장에 경쟁자로 나서면서 시장 판도가 바뀌었다.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PC(Personal Computer)라는 말은 IBM-PC가 등장하면서부터 사용한 말로, 원래는 IBM의 개인용컴퓨터를 뜻했으나 지금은 보통명사가 됐다. IBM은 애플에 대항하기 위해 하드웨어 공개와 운영체제의 아웃소싱을 채택했다. 그 결과 HP, DELL, 컴팩 등 수 많은 IBM 호환PC 업체를 만들어냈으며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룡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바탕을 제공했다. 정작 IBM은 호환업체에 밀려 PC산업에서 철수하고 만다.

IBM은 인텔(Intel)이 생산한 8088 CPU를 장착하고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만든 PC-DOS(=MS-DOS)를 운영체제로 하는 IBM-PC인 XT(eXtended Technology)를 1981년에 발표한다. XT는 16비트 PC라고 발표되었으나 온전한 16비트 CPU인 인텔 8086 CPU 대신 가격이 저렴하고 외부클럭이 8비트로 설계된 8088 CPU를 채택했다. 반 쪽 짜리 16비트 PC인 셈이다. 이후 인텔의 CPU인 80286을 채택한 온전한 16비트 PC인 AT(Advanced Technology)가 1984년 발표되면서 본격적으로 16비트 PC 시대를 연다.

IBM-PC AT

* PC라는 말을 보급시킨 IBM-PC(AT)


계속해서 IBM은 인텔의 32비트 CPU인 80386 CPU와 80486 CPU를 장착한 제품을 출시한다. 처음에는 386도 AT로 불렀으나 기존의 AT와 구별이 어렵자 CPU 모델 이름을 딴 286 PC, 386 PC, 486 PC 등으로 부르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386 컴퓨터, 486 컴퓨터는 인텔의 CPU 제품이름인 80386, 80486을 기준으로 부르는 호칭인 것이다. 이후 CPU 모델이름으로 컴퓨터 기종을 구분하게 된다.

386 PC

* 전형적인 386 PC의 모습. 풀타워형 케이스라 덩치가 크다.


PC 시장이 성장하면서 인텔은 크게 성장했고 호환 CPU 업체들이 인텔에 도전장을 내기 시작했다. AMD, Cyrix, NexGen, Ti(Tesas Instrument), DEC, 센토 테크놀로지, 라이즈 테크놀로지 등이 인텔 호환 CPU를 생산하면서 인텔을 추격했으며, 사이릭스의 Cx486, Cx586과 AMD의 80486DX4 등은 인텔을 위협할 정도까지 성장했다.

AMD의 Am486DX2-66 CPU

* 인텔 80486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AMD의 Am486DX2-66 CPU


도전자의 추격을 뿌리쳐야 하는 인텔은 숫자로 된 CPU 이름이라 상표로 보호받지 못하는 x86 시리즈 이름을 포기한다. 인텔은 80486 CPU의 후속제품 이름을 80586이 아닌 '펜티엄(Pentium)'으로 정하고 1993년에 발표한다. 펜티엄은 희랍어로 5를 뜻하는 'Pent'와 Intel의 'I', 작은 기계를 뜻하는 'um'이 모여서 만들어진 합성어다. 이 합성어는 상표는 등록된 것이므로 상표 보호를 받는 이름이다. AMD 등이 펜티엄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더불어 인텔은 'Intel Inside'라는 판매전략을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한다. 인텔 인사이드 전략은 인텔의 CPU를 장착한 시스템에 'Intel Inside'라는 로고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하는 판매전략이다. 이 두 가지 전략이 성공을 거두면서 사람들은 펜티엄과 인텔 인사이드 로고가 없는 컴퓨터는 성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로써 호환 업체의 추격에 시달리던 인텔은 호환업체의 추격권에서 크게 멀어졌을 뿐만 아니라 전문가나 알던 인텔이라는 회사 이름을 일반인에게도 알리면서 브랜드 가치가 크게 성장한다. 화려한 펜티엄 컴퓨터 시대를 연 것이다.

Intel Inside and Pentium

Intel Inside and Pentium

* Intel Inside와 Pentium이라는 전략으로 호환업체를 뿌리친 인텔


인텔은 펜티엄 이후에도 1995년의 펜티엄프로, 1997년의 펜티엄MMX와 펜티엄II, 1999년의 펜티엄III, 2000년의 펜티엄4까지 계속해서 후속 모델을 발표한다. 이에 따라 컴퓨터 기종 이름도 펜티엄 컴퓨터에서 펜티엄4 컴퓨터까지 발전한다.


Bunny People

* 펜티엄2의 인텔인사이드 로고를 가리키고 있는 버니피플


Intel PentiumII

Intel PentiumII

* 인텔의 펜티엄2가 내장된 컴퓨터 광고

프로슈머 14호. PC의 계보와 역사 : [1] [2] [3]

잡지 컬럼

[프로슈머] PC의 계보와 역사.3

잡지 컬럼

프로슈머 14호. 2007.08.13. 김중태(www.dal.kr)


(3) 인텔 펜티엄과 AMD의 애슬론의 경쟁은 코어2와 페넘으로

그 사이에 많은 인텔 호환업체들이 망하거나 인수 합병되면서 사라졌다. 그러나 끝까지 인텔을 물고 늘어진 AMD는 AMD의 제 7세대 CPU인 코드명 K7를 애슬론(Athlon)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출시하면서 CPU 시장을 다시 한 번 뒤흔든다. 1999년 6월 23일 정식으로 출시된 애슬론은 뛰어난 성능으로 인텔의 후발주자라는 AMD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1GHz CPU를 인텔보다 먼저 발표함으로써 속도 면에서도 인텔을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컴퓨터 시장은 인텔의 펜티엄 계열 CPU를 장착한 펜티엄 컴퓨터와 AMD의 CPU를 장착한 애슬론 컴퓨터로 구분되었으며 두 CPU 기업의 대결 구도로 바뀌었다.

Intel Pentium4 Logo

Intel Pentium4 Logo

* 인텔의 펜티엄4 로고와 제품


AMD의 Athlon CPU

* 인텔 추격의 발판이 된 AMD의 애슬론 CPU


인텔의 '펜티엄4'에 대항한 AMD의 '애슬론XP', 최악의 발열과 소음으로 악명이 높았던 인텔 펜티엄4 '프레스캇(Prescott)'에 대항한 AMD의 '애슬론64' 등이 인텔 CPU보다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전세는 점차 AMD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그 결과 인텔은 십 수년을 사용하던 펜티엄이라는 브랜드를 포기하고 코드네임 요나(Yonah)를 '코어2(Core 2)'라는 이름으로 발표한다. 인텔은 코어2 제품으로 '코어 듀오(Core Duo)'라는 제품을 발표한다. 이후 코드이름 '콘로(Conroe)'인 데스크탑 CPU와 코드이름 '메롬(Merom)'인 모바일 CPU를 '코어2 듀오' '코어2 익스트림' 등의 제품군으로 발표한다. 최근에는 쿼드코어 모델인 '코어2 쿼드'를 발표했으며, 이어 차세대 CPU로 45나노미터 공정을 도입할 코드이름 펜린(Penryn)과 울프데일(Wolfdale) 네할름(Nehalem) 요크필드(Yorkfiled)를 준비 중이다.

이에 맞서 AMD 역시 AMD를 성장시킨 브랜드인 애슬론을 버리고 최초의 네이티브 쿼드코어 CPU인 코드이름 바르셀로나(Barcelona)를 페넘(Phenom)이라는 새로운 상품명으로 출시하기로 결정하면서 펜티엄과 애슬론의 대결은 코어2와 페넘의 대결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AMD Athlon64 CPU

AMD Athlon64 CPU

* 펜티엄4와 경쟁구도를 형성했던 AMD의 애슬론64 CPU

* 019.020.


Intel CPU Core2 Extreme

* Quad-Core를 채택한 인텔의 고성능 CPU인 Core2 Extreme

프로슈머 14호. PC의 계보와 역사 : [1] [2] [3]

잡지 컬럼

February 17, 2010

애플 vs 구글의 비즈니스모델 변천사

사보컬럼

매경 이코노미. 제1544호 (2010년 02월 17일)


제목: 애플 VS 구글의 뉴 수익모델

-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www.dal.kr)

차세대 플랫폼이 스마트폰으로 귀결되면서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은 경쟁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의 역사를 살펴본다면 두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는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광고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글

구글(google.com)은 네이버 야후와 같은 검색 사이트로 시작해 2000년대에 가장 크게 성공한 미국 기업이 되었다. 이제는 국내 언론에도 자주 보도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이름도 몰랐던 인터넷기업이 구글이다. 구글의 역사는 신기록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4년 8월 19일에 상장된 구글은 상장 1년만에 미국 내 20대 기업에 든 최초의 기업, 1년만에 시가총액 천 억 달러(당시 약 100조원)를 달성한 최초의 기업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GE도 코카콜라,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아마존 어느 기업도 세우지 못 한 기록이고 앞으로도 쉽게 나올 수 없는 기록이다. 물론 1년 만에 인터넷 기업 1위가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세계 경기 불황으로 소니가 14년 만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2008년 4분기에도 매출 57억 달러 순이익 3억 8200만 달러라는 성적을 보일 정도로 실적이 좋다. 아메리카온라인(AOL)과 클리어와이어에 투자한 11억 달러가 아니었다면 순이익은 더욱 컸을 것이다. 여전히 글로벌 침체인 2009년 4분기에도 저년 동기 17% 성장한 66.7억 달러 매출에 영업 이익은 19.76억 달러나 된다. 매출 중 66%는 구글 계열사 사이트에서 발생했고, 나머지는 네트워크 협력업체에서 발생했다.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수 많은 기업을 합병하고 계속 직원을 늘리자 기업 블랙홀, 인재 블랙홀이라는 별명도 갖게 되었다. 2009년 말에 구글의 직원은 약2만 명에 달한다. 검색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하는 사실상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고, 온라인광고 시장의 점유율도 70%에 달한다.

구글과 애플


컴퓨터회사에서 멀티미디어 회사로 탈바꿈한 애플

애플(Apple Inc.)은 스티브 잡스(Steve Jobs)와 스티브 워즈니악, 로널드 웨인이 1976년에 설립한 컴퓨터 회사다. 옛날에는 애플 컴퓨터(Apple Computer Inc.)였으나 유비쿼터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컴퓨터의 의존도가 줄자 컴퓨터라는 이름을 빼고 애플로 회사이름을 바꾸었다.

애플의 역사는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나 마찬가지다. 애플I, 애플II에 이어 마우스로 이용하는 GUI 인터페이스를 채택한 리사(LISA), 매킨토시(Macintosh) 등이 스티브 잡스에 의해 개발된다. 경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를 애플사에서 내쫓는 반란이 1985년에 발생하지만 거의 파산 위기까지 몰린 애플사의 간청으로 1997년 7월에 스티브 잡스는 임시 CEO로 다시 친정인 애플로 복귀하게 된다.

스티브 잡스는 이후 1998년 8월에 속이 보이는 투명한 아이맥을 발매하는데 첫 달에만 80만 대가 팔리는 성공을 거두면서 애플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맥은 애플에게 몇 년 만의 흑자라는 선물을 안겨준다. 이후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 아이튠즈 스토어, 아이폰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애플사를 세계적인 IT기업으로 다시 성장시켰다. 2001년 9월에 발표한 MP3플레이어(MP3P)인 아이팟(iPod)은 미국에서 거의 독과점인 위치까지 올라서는 성공을 거두었고, 이어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음악 판매 서비스인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iTMS,iTunes Music Store)에서는 한 곡당 99센트에 노래를 판매하여 순식간에 1억 곡을 돌파하고 이어서 50억 곡을 돌파하면서 MP3 파일의 유료판매 시장을 개척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스티브 잡스 복귀 이후 애플은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고, 이 때문에 애플사의 주주나 고객은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을 생각하지 못 할 정도가 되었다. 스티브 잡스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말만 나와도 주가가 폭락할 정도가 된 것이다.


차세대 플랫폼을 스마트폰으로 귀결시킨 아이폰의 성공

아이폰(iPhone)은 애플이 만드는 스마트폰(Smartphone)으로 2007년 1월에 열린 맥월드 2007에서 발표되었으며 2007년 6월부터 미국에서 판매되었다. 아이팟과 아이튠즈 성공으로 승승장구하던 애플이지만 과연 모바일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의심을 했다. 그러나 애플은 아이폰 한 가지 모델로 미국 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만 1년에 천 만대를 넘게 팔아치우는 괴력을 발휘하며 2008년까지 1%의 시장(1천 만대)을 잡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2008년에는 앱스토어까지 열면서 아이폰 열풍을 더욱 확산시켰다.

아이폰이 돌풍을 일으킨 이유는 애플 특유의 멋진 디자인도 큰 역할을 했지만 넓은 화면을 시원하게 쓸 수 있는 멀티터치스크린 기법과 다양한 응용프로그램 지원이 성공의 결정적 요소가 되었다. 아이폰 이전까지 나온 휴대폰은 사용자가 여러 손가락으로 눌러도 단 한 개의 점만 기억하는 단순한 터치폰이었으나 애플은 여러 개의 점과 이동궤적까지 인식하는 멀티터치스크린을 활용하여 손가락만으로도 편리하고 쉽게 아이폰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때문에 이후에 전세계에 출시된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애플처럼 전화면을 사용하면서 멀티터치 UI를 탑재한 형태로 출시되었으며, 엄지족 문화 대신 '검지족 문화'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였다. 청각과 시각을 만족시키던 과거 휴대폰과 달리 아이폰은 촉각까지 만족시키는 감성적인 휴대폰문화를 새로 연 것이다.

아이폰의 성공은 휴대전화시장의 유통구조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까지 휴대전화시장은 모토롤라 삼성전자와 같은 단말기 제조회사와 SK텔레콤과 같은 이동통신사의 두 산업군에 의해 지배되었다. 특히 이동통신사의 영향력이 막강해서 단말기 제조회사는 이통사에서 원하는 기능을 집어넣은 단말기를 만들어 납품해야 했으며, 같은 모델의 제품이라도 이통사마다 다른 기능, 다른 소프트웨어를 넣어서 납품해야 했다. 소프트웨어 회사는 단말기 회사에서 요청한대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납품했다. 그런데 아이폰은 유통구조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꾸었으며, 똑같은 단말기를 각기 다른 이통사에 제공함으로써 이통사에서 단말기에 소프트웨어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바꾸어버렸다. 휴대전화시장의 유통구조를 정반대로 바꾼 것이다.

구글이 개발한 안드로이드(Android)는 모바일용 기기용 플랫폼이다. 즉 휴대폰이나 PDA, 스마트폰 등 개발에 필요한 운영체제(OS)와 미들웨어,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모두 모아놓은 소프트웨어 덩어리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이용하여 만든 휴대폰을 '구글폰'이라고 부르며 구글폰에서 동작하는 각종 응용프로그램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이용하여 개발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는 리눅스 기반이며 휴대폰에서도 PC와 비슷하거나 더 편리한 사용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개발된 플랫폼이다. 안드로이드의 가장 큰 특징은 특허 걱정 없이 누구나 사용 가능한 개방형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전 세계 개발자 누구나 구글의 개발도구(SDK)를 내려받아 구글폰이나 구글폰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든 이유는 차세대 광고면적을 넓히기 위해서다. 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모바일검색 시장으로 넘어가는 중이었다. 문제는 기존의 피처폰은 광고를 보여줄 면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문자메시지 몇 줄 보여주기도 모자란 공간이기에 검색결과 한 두 개 보여주기도 벅찼다. 이런 상황에서 광고를 실을 면적은 존재하지 않았다. 구글이 모바일검색 시장에서 1위를 한다는 보장도 없지만 1위를 한다고 해도 광고를 실을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하는 것이다. 만약 일반폰을 이용한 모바일검색이 생활화된다면 구글은 모바일검색 시장에서 광고수익이 0원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광고를 실을 수 있는 부동산을 넓혀야 한다. 그래서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만들고 800 해상도 이상의 스마트폰 시장으로 넘어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가로 800 픽셀 이상의 해상도라면 PC처럼 화면을 보여줄 수 있기에 광고 면적이 어느 정도 확보된다. 구글이 넥서스원을 만든 이유 역시 넥서스원을 판매해서 돈을 벌기 위함보다는 안드로이드폰의 표준을 제시함으로써 광고면적을 확보하기 위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본다.


앱스토어가 준 것은 기회의 평등

앱스토어(App Store)는 애플사에서 만든 아이폰 또는 아이팟용 응용프로그램(Application Program) 판매 사이트로 2008년 7월 10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애플 앱스토어 사이트에서 아이폰용 프로그램을 무료 또는 유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사용자는 아이폰의 전화망인 3G 네트워크나 무선망인 Wi-Fi를 이용하여 프로그램을 내려받을 수 있다. 이는 MP3 파일을 판매하는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와 같다. 그러나 앱스토어는 한 가지 중요한 혁신을 가져왔다. 개발자라면 누구나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올려놓고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세계의 모든 개발자 또는 일반 사용자들까지도 자신이 만든 아이폰용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앱스토어에 등록할 수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시작하면 몇 가지 원칙을 발표했다. 25%의 프로그램은 무료 프로그램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며, 90%의 프로그램은 9.99달러 이하의 가격을 유지할 것이며 수익은 등록자와 7대3 비율로 나누겠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개발자가 힘들게 개발을 해도 그 수익은 유통사가 대부분 가져갔다. 그러나 애플의 앱스토어는 수익의 대부분을 개발자 본인이 가져간다. 이 때문에 수 많은 개발자들이 대박을 꿈꾸면서 애플 앱스토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앱스토어는 처음 시작할 때는 500개 정도의 프로그램만 등록된 상태였지만 하루에 60개 이상이 등록되면서 4개월 뒤에는 1만 개를 돌파했다. 그리고 서비스 시작 5개월만에 무려 3억 회의 내려받기(download)를 기록했고, 다시 한 달 뒤에는 5억 회의 내려받기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유료판매용 프로그램인 경우 수익의 70%는 개발자가 받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개발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애플 앱스토에서 내려받기 순위 1위에 오를 경우에는 하루에 천 만 원 이상 버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가(Sega)의 몽키볼 프로그램은 한 달 동안 20억 원의 수익을 얻었다. Top10 안에 든 애플리케이션의 매출액만 9백만 달러에 달하므로 Top10 안에 든 프로그램을 만든 개발자 10명은 630만 달러를 번 셈이다. 이런 이유로 앱스토어에 프로그램을 올려서 몇 십 억 원을 번 뒤에 회사를 그만 두는 개발자 이야기가 속출하는 것이다. 애플은 전세계의 수 많은 개발자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주어서 좋고, 개발자는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팔아서 수익을 낼 수 있어 좋은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그동안 폐쇄적이던 경쟁사들도 앱스토어를 만들고 개발자에게 시장을 열기 시작했다. 결국 노키아는 2009년 5월에 노키아용 앱스토어인 Ovi를 열 예정이다. 구글 역시 2008년 10월에 안드로이드 마켓을 열었으며, RIM(Research In Motion)은 블랙베리(Blackberry) 앱스토어(Application Storefront), MS는 윈도마켓(Windows Marketplace for Mobile), 삼성은 삼성앱스토어(Samsung Applications Store)를 열었다. 심지어 폐쇄적인 정책으로 일관하던 이통사인 SKT, KTF, LGT 등에서도 앱스토어를 열겠다고 발표했을 정도다.

애플 앱스토어는 전세계 개발자와 소비자에게 앱스토어라는 새로운 경제를 보여주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일정 용역비를 받아 이통사에 납품하면 이통사에서 대부분의 콘텐츠 판매 이익을 챙기던 정보유통구조를 소프트웨어 개발자 중심으로 바꾼 변화도 가져왔다. 이제 개발자와 소비자는 바로 소통하면서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소비한다. 이는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정보유통 구조다. 앱스토어는 정보유통의 중심을 개발자로 옮겼다는 패러다임의 전환과 모바일 소프트웨어 시장의 개척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보여준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MP3 시장에 전력을 기울인 이유는 주목이라는 자원 때문

애플은 2000년 아이맥(iMac) 컴퓨터의 하강세로 전년 동기 대비 57%나 감소하는 위기에 처했다. 스티브 잡스는 이때 음악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당시 스티브잡스는 냅스터라는 P2P 프로그램을 접하고 충격을 받는다. 음반 매장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클릭 몇 번으로 음악을 내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결국 편한 것을 찾아 이동한다. 불법 합법 여부를 떠나 사람들은 매장에 가서 구입하는 번거로움보다는 집에서 클릭 몇 번으로 음반을 구입하려 할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음반시장 진출이 늦었음을 후회하면서도 기회를 엿본다.

시장은 CD워크맨 시장을 지나 다이아몬드(Daimond Multimedia Systems, Inc.)사의 리오(Rio)와 같은 MP3P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을 때였다. 지금 진출해도 최소 3년은 늦은 진출이다. 그럼에도 스티브 잡스는 음악시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 했다. 플레이어나 음원 판매를 통한 매출이 최종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21세기 경제는 소비자의 주목(attention)을 가장 많이 받는 기업이 시장을 장악한다. 소비자가 한 시간 동안 TV를 본다면 그 시간만큼 책, 만화, 영화, 온라인게임을 하지 못 하는 것이다. 반대로 한 시간 동안 게임을 한다면 그 시간만큼 운동, 책, TV를 보지 못 한다. 소비자의 주목은 한정되고 귀한 자원이고, 21세기의 경제 전쟁은 소비자의 시간을 뺏기 위한 산업간 싸움이 될 것이다.

음악은 소비자의 시간을 뺏을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강력한 수단이다. 스티브 잡스가 영화나 TV가 아닌 MP3 시장에 집착한 이유는 단순하다. '영화는 두 번 이상 보지 않지만 음악은 백 번 천 번도 듣기 때문'이다. 하루에 영화는 한 시간 보기도 힘들다. 그러나 음악은 하루 종일 우리의 삶과 함께 한다. 만약 MP3P 시장을 장악한다면 사람들의 손에는 항상 애플로고가 존재할 것이고, 사람들의 눈과 귀는 항상 애플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사람들과 24시간 함께 할 수 있는 회사가 되기 위해 스티브 잡스는 음악시장 공략에 전력을 기울였다.

스탄(Stan Ng)을 비롯한 단 두 사람이 잡스의 비밀지령을 받고 3개월 동안 시장 조사를 했다. 그리고 시장에 나온 제품들이 형편 없으며 불만이 많다고 보고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자신들이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과 함께. 2001년 2월에 'skunk works(비밀 업무)'가 내려진 후 불과 몇 개월만에 두 사람은 아이팟(iPod)라는 제품을 만든다. 물론 중간에 수 십 명의 개발팀을 결성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에 출하된 아이팟은 미국인이 24시간 들고 다니는 또 다른 주목경제의 주역이 되었다. 스티브 잡스가 바라던대로 24시간 사람들의 손과 눈귀를 사로잡는 위치에 애플이 위치한 것이다. 2007년에 나온 아이폰은 손쉽게 사람들의 손에 쥐어질 수 있는 이유는 아이팟이 이미 사람들의 주목을 빼앗은 뒤기 때문이다.


구글은 B2B회사로 광고 확대가 목적, 애플은 B2C 회사로 소비자 잡는 것이 목표

역사적인 배경과 현황을 보면 알겠지만 구글은 회사 매출 대부분이 광고에 의존한다. 광고는 기업이라는 광고주로부터 돈을 받는 B2B 사업이다. 구글은 B2B 광고서비스 업체인 것이다. 반면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컴퓨터를 팔아서 돈을 버는 회사다. 매출은 모두 소비자로부터 얻는다. 애플은 B2C 제조업체인 것이다. 이렇게 수익모델이 다른 두 회사가 낸 스마트폰은 모양만 같을 뿐 목표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애플은 고객에게 판매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낸 것이고, 구글은 광고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낸 것이기 때문이다.

* 연결: 애플 vs 구글의 비즈니스모델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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