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뜨면 보고 듣는 멀티미디어 광고 속에서 많은 학생들과 부모님들이 멀티미디어 장비의 구입여부로 고민하고 있다. 남들이 좋다고는 하는데 과연 대입시험공부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에게 멀티미디어가 필요한 것인지, 산 뒤에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가격이 싼 것도 아니고, 또 PC를 샀다가 골동품으로 보관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런 염려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멀티미디어 장비는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까닭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멀티미디어장비를 이용한 교육프로그램이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동영상이 지원되는 영어학습프로그램과 백과사전류의 CD롬 제품을 분석한 일이 있는데, 제품을 사용해본 뒤에는 그 동안의 학습방법과 교재로는 불가능했던 효과적인 학습방법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
다람쥐(Mouse)로 원하는 문장을 선택하면 바로 그 부분을 비디오화면으로 보여주면서 발음해주는 기능은 매번 비디오테이프를 되감아가면서 공부해야 했던 불편과 짜증을 한순간에 잊게 해주는 컴퓨터만의 장점이다. 이 기능은 어학연습용 카셋트나 VCR로는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다. 또 다람쥐로 아무 낱말을 눌러도 발음과 함께 낱말설명이 나오고, 문장을 누르면 문장해석이 바로 나온다. 천천히 발음하기, 대화형 진행방식, 실전과 같은 각종 시험, 재미있는 놀이가 더해진 컴퓨터만의 장점이 학습효과를 최대한으로 올려준다. 오디오와 비디오테이프, 책을 합쳐 놓은 것에 컴퓨터만의 장점을 더한 이들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는 학습효과가 좋다는 비디오테이프 교재가 얼마나 불편하고 답답한 것인지 충분하게 느꼈다.
내가 멀티미디어 장비 구입을 권하는 두 번째 이유는 학교공부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영어 수학에만 매달려 학교와 집을 왔다갔다 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부족하기 쉬운 다양한 경험과 사고를 멀티미디어 매체를 통해서 경험할 수 있다. [미스트]와 같은 환상적인 CD롬게임을 통해서 치밀한 추리력과 관찰력 논리를 키워나가고, [공룡백과] 같은 제품을 통해서 공룡전시장에 간 것보다도 생생하게 공룡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다. 또 악기를 직접 보지 않고도 전세계의 모든 악기 모양과 악기 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다. 이처럼 흥미를 이끌면서 다양한 경험과 사고력을 보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나는 멀티미디어 장비가 참 쓸만하다고 생각한다. 이 점은 고등학생 뿐만 아니라 가정주부나 어린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의 멀티미디어는 다른 매체와 비교할 때 몇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로, 학습효과는 크지만 책이나 오디오테이프처럼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아직까지는 멀티미디어 장비가 일반인에게는 비싸기만 한 환상속의 장비라는 점이다. 멀티미디어작업이란 사진과 동영상을 스캐너와 비디오로 입력하고 편집해서, 광드라이브에 저장하거나 칼라레이저프린터로 출력하는 수준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컴퓨터 값이 싸다는 지금도 천 만 원대 이상의 돈이 든다. 심지어는 동영상을 깨끗하게 보기 위한 값싼 동영상키트만 하나 구입하려 해도 60만 원대에 달한다.
결국 요즘 선전하는 멀티미디어 장비라는 것을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플로피드라이브보다 용량이 커진 씨디롬드라이브와 몇 년 전에 나온 애드립카드보다 조금 소리가 좋아진 소리판에 불과하다. 달라진 것은 이런 장비가 좀더 값싸게 보급되었다는 점 뿐이다. 따라서 지금의 장비는 새삼스러울 게 없는데도 기업들의 상술 때문에 환상적인 멀티미디어로 국민들에게 인식된 것이다. 제대로 된 멀티미디어 시기는 휴대가 간편해지고 더욱 가격이 저렴한 장비가 보급된 후에야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멀티미디어의 시작단계라는 점을 깨닫고 멀티미디어에 대한 환상을 갖지 않는 것이 좋겠다. 다만 PC가 있다면 CD롬 드라이브와 소리판(Sound Card)만을 갖추고도 비디오테이프와 오디오테이프, 책을 합친 것 이상의 학습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멀티미디어 장비라도 갖추기를 권하는 것이다.
현재 수준에서 말하는 최소한의 멀티미디어 장비는 CD롬 드라이브와 소리판, 386이상의 PC, SVGA이상의 칼라모니터와 그림판(Video Card), 윈도우즈 프로그램을 말한다. 동영상보드까지 겸하면 금상첨화지만 아직은 가격이 비싸므로 제외한다. 이중에서 구입에 신경을 써야 할 장비는 역시 CD롬 드라이브와 소리판이다. 이 두 장비를 살 때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장비를 구입해야 한다. 먼저 CD롬 드라이브는,
1. 초당 300Kbyte 이상의 전송속도를 가진 2배속 드라이브.
2. 접근시간은 최소 320ms 이하로 수치가 적을수록 좋다.
3. 자신의 PC와 연결할 수 있는 방식인가를 살핀다. 보통은 AT-BUS방식을 사용하지만 고급기종은 확장-IDE방식이나 SCSI방식을 쓰기도 한다.
4. 국제 CD-ROM 규격인 ISO-9660을 지원하는 것.
5. 음악카드에 연결할 수 있는 것
6. 버퍼크기는 64KByte 이상일 것
7. 음악용 CD를 비롯해서 다양한 형태의 CD를 지원할수록 좋다.
그리고 소리판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1. 씨디롬드라이브를 바로 연결할 수 있다.
2. 16비트 음질을 지원해야 한다.
3. 적어도 사운드블러스터, 높게 잡으면 미디와 호환되어야 한다.
그외 설명서와 디자인 같은 각종 딸림물건이나 사용자편의도 고려해야겠지만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조건은 아니므로 가능하면 가격대비 속도와 소리판과의 호환성여부를 중점적으로 알아보고 사는 것이 좋겠다.
씨디롬드라이브와 소리판을 구입한 뒤에 제대로 활용하려면 CD롬 제품을 몇 개 구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시중에 좋은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가격이 조금 비싼 것이 흠이다. 멀티미디어의 참맛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다면 교육용이나 사전용 프로그램을 한 두 개 정도 사는 것이 좋지만, 멀티미디어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면 게임을 통해서 멀티미디어와 친숙해지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