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애플이 주도하던 PC 시장은 오래 가지 못했다. IBM이 IBM-PC라는 이름으로 PC 시장에 경쟁자로 나서면서 시장 판도가 바뀌었다.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PC(Personal Computer)라는 말은 IBM-PC가 등장하면서부터 사용한 말로, 원래는 IBM의 개인용컴퓨터를 뜻했으나 지금은 보통명사가 됐다. IBM은 애플에 대항하기 위해 하드웨어 공개와 운영체제의 아웃소싱을 채택했다. 그 결과 HP, DELL, 컴팩 등 수 많은 IBM 호환PC 업체를 만들어냈으며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룡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바탕을 제공했다. 정작 IBM은 호환업체에 밀려 PC산업에서 철수하고 만다.
IBM은 인텔(Intel)이 생산한 8088 CPU를 장착하고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만든 PC-DOS(=MS-DOS)를 운영체제로 하는 IBM-PC인 XT(eXtended Technology)를 1981년에 발표한다. XT는 16비트 PC라고 발표되었으나 온전한 16비트 CPU인 인텔 8086 CPU 대신 가격이 저렴하고 외부클럭이 8비트로 설계된 8088 CPU를 채택했다. 반 쪽 짜리 16비트 PC인 셈이다. 이후 인텔의 CPU인 80286을 채택한 온전한 16비트 PC인 AT(Advanced Technology)가 1984년 발표되면서 본격적으로 16비트 PC 시대를 연다.

계속해서 IBM은 인텔의 32비트 CPU인 80386 CPU와 80486 CPU를 장착한 제품을 출시한다. 처음에는 386도 AT로 불렀으나 기존의 AT와 구별이 어렵자 CPU 모델 이름을 딴 286 PC, 386 PC, 486 PC 등으로 부르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386 컴퓨터, 486 컴퓨터는 인텔의 CPU 제품이름인 80386, 80486을 기준으로 부르는 호칭인 것이다. 이후 CPU 모델이름으로 컴퓨터 기종을 구분하게 된다.

PC 시장이 성장하면서 인텔은 크게 성장했고 호환 CPU 업체들이 인텔에 도전장을 내기 시작했다. AMD, Cyrix, NexGen, Ti(Tesas Instrument), DEC, 센토 테크놀로지, 라이즈 테크놀로지 등이 인텔 호환 CPU를 생산하면서 인텔을 추격했으며, 사이릭스의 Cx486, Cx586과 AMD의 80486DX4 등은 인텔을 위협할 정도까지 성장했다.

도전자의 추격을 뿌리쳐야 하는 인텔은 숫자로 된 CPU 이름이라 상표로 보호받지 못하는 x86 시리즈 이름을 포기한다. 인텔은 80486 CPU의 후속제품 이름을 80586이 아닌 '펜티엄(Pentium)'으로 정하고 1993년에 발표한다. 펜티엄은 희랍어로 5를 뜻하는 'Pent'와 Intel의 'I', 작은 기계를 뜻하는 'um'이 모여서 만들어진 합성어다. 이 합성어는 상표는 등록된 것이므로 상표 보호를 받는 이름이다. AMD 등이 펜티엄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더불어 인텔은 'Intel Inside'라는 판매전략을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한다. 인텔 인사이드 전략은 인텔의 CPU를 장착한 시스템에 'Intel Inside'라는 로고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하는 판매전략이다. 이 두 가지 전략이 성공을 거두면서 사람들은 펜티엄과 인텔 인사이드 로고가 없는 컴퓨터는 성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로써 호환 업체의 추격에 시달리던 인텔은 호환업체의 추격권에서 크게 멀어졌을 뿐만 아니라 전문가나 알던 인텔이라는 회사 이름을 일반인에게도 알리면서 브랜드 가치가 크게 성장한다. 화려한 펜티엄 컴퓨터 시대를 연 것이다.


인텔은 펜티엄 이후에도 1995년의 펜티엄프로, 1997년의 펜티엄MMX와 펜티엄II, 1999년의 펜티엄III, 2000년의 펜티엄4까지 계속해서 후속 모델을 발표한다. 이에 따라 컴퓨터 기종 이름도 펜티엄 컴퓨터에서 펜티엄4 컴퓨터까지 발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