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네트는 컴퓨터를 이용해서 자료를 주고받는 컴퓨터통신의 한 분야로 예전에는 컴퓨터 전문가들이나 사용하는 매체였다. 그러나 월드와이드웹이라는 도구와 '네트스케이프'와 같이 사용이 편리한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인터네트는 숨가쁘게 성장했으며, 다음 시대의 모든 매체가 인터네트로 통합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실제로 많은 세계인들이 마우스 단추를 눌러가면서 안방에서 중앙일보나 타임즈를 보고 있으며, 미국의 라디오방송을 컴퓨터로 청취하고 있다. '토이 스토리'의 예고편을 자신의 방에서 즉시 감상할 수 있으며, 전자우편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미국에서 한국의 내 방까지 배달된다. 물리적인 시간 공간이 아닌 사이버스페이스의 개념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인터네트를 통해서 마침내 국경이 사라지고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너무 성급한 예측이다. 인터네트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다음 세대의 중요한 매체 중 하나가 될 것이 분명하지만 미래세계가 인터네트로 통합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터네트 역시 그동안 나온 혁명적인 다른 매체와 똑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데 이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새로운 매체 중 하나로만 남을 것이다.
첫번째 문제는 문화적인 장벽이다. 많은 사람들은 인터네트의 성장을 막고 있는 장벽으로 느린 속도를 비롯한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를 말하지만 가장 큰 장벽은 역시 문화적인 장벽이다. 지금도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보스니아, 중동, 쿠바, 아프리카의 내전을 비롯하여 20세기의 크고 작은 전쟁 대부분은 이념전쟁 또는 종교전쟁이다. 총만 안 쏠 뿐 국제무역 역시 전쟁터나 다름 없다. 나라끼리 또는 한 나라 안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끊임 없이 투쟁하는 것이 인간이다. 따라서 문화적인 장벽이 극복되지 않는다면 TV나 영화처럼 인터네트도 각국의 이익을 위한 새로운 문화·무역전쟁터로 변할지 모른다.
두번째 문제는 언어다. 통신책까지 낸 내가 아직도 인터네트를 사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영어를 못하기 때문이다.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어쩌면 인터네트는 영어문화권의 세력만 더욱 키워주는 매체가 될지도 모르겠다.
세번째 문제는 인터네트가 너무 방대하고 여전히 어렵다는 점이다. 웹이 등장하면서 많이 쉬워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인터네트는 리모콘만으로 작동시키는 TV에 비해 너무 어렵다. VCR의 예약기능은 매우 편리하고 유용한 기능으로 사용설명서를 한 번만 보면 대부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G코드라는 더욱 쉬운 예약녹화기능조자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할 줄 모른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은 편한 것을 찾으며 게으르다. 그러나 인터네트는 마냥 쉬워질 수 없으며 점점 더 복잡해질 것이다. 아무리 쉬워지더라도 '미국의 디즈니사에서 95년에 만든 영화를 찾아보라'는 조건은 자신이 넣어주어야 한다. 따라서 원하는 정보를 찾는 방법과 새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배워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학습을 싫어한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보검색보다는 즐기기 위해 통신을 한다. 통신초보자는 물론 통신을 꽤 오래 한 사람도 대화방이나 자료실, 게시판, 동아리 활동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한다. 중앙도서관의 문헌정보 검색 기능을 쓰는 사람은 극히 일부다. 사람들은 좋은 책과 영화, 정보보다는 재미있는 것을 찾기 마련인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인터네트보다 국내 통신망을 사용하는데 더욱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게 필요한 정보는 대부분 국내통신망에 올라온 우리말로 된 정보이기 때문이다. 자료실에는 서태지의 음악과 사진이 올라오고 게시판에는 재미있는 글이 가득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정보의 아주 일부분만 볼 뿐이다. 내게 필요한 국내의 정보도 다 보지 못하는 판국에 외국의 정보가 무슨 소용인가. 우리말로 된 책은 안 읽으면서 깊이 있는 외국 원서만 읽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이외에도 인터네트는 세부적인 많은 문제가 있으며 이런 문제들로 인해서 이미 인터네트의 여러 가지 희망이 좌절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네트가 확장되면서 홍보수단의 가치는 점차 떨어지고 있으며 인터네트를 통한 장사도 어려워지고 있다. 수 십만 개가 넘는 홈페이지에서 아망씨라는 회사의 홈페이지가 있다는 것조차 알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인터네트는 자꾸 유료화되고 있다. 모자이크, 네트스케이프 등의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가치가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도 유료화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무료로 제공될 귀중한 정보들도 수 없이 많을 것이며, 유료라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안방에서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인터네트는 가치가 있다.
오늘 아침 클링턴의 백악관 연설 내용을 인터네트로 즉시 받아보는 신문기자에게는 여전히 인터네트가 기가 막힌 매체로 보일 것이다. 때문에 정보를 필요로 하는 전문분야의 종사자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인터네트를 사용하고자 노력할 것이고 이들의 필요가 있는 한 인터네트는 계속 확장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인터네트의 깊은 곳에서 정말 가치 있는 정보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전 세계인이 동시에 화려한 영상으로 올림픽을 볼 수 있는 TV라는 매체와 비교할 때 인터네트의 멀티미디어 환경은 여전히 느리고 작고 초라하며 사용법도 어렵다. TV라는 기가 막힌 매체가 등장했어도 지구는 여전히 전쟁터인 것처럼 인터네트의 등장으로 세계가 통합될 가능성도 여전히 미지수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