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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문자 메시지에 열광하는가?

IT문화원 컬럼. 2001년 07월 01일. [갈래: organ] URL: http://www.dal.kr/col/organ/20010701_sk.html

기관지 사보

SK사외보 2001년 7월. 김중태(www.dal.co.kr)


PC통신의 문자대화인 채팅(Chatting)은 제주도, 미국에 있는 친구들과 동시에 시내 전화요금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점과 얼굴을 감추고 낯선 이성과 사귈 수 있다는 은밀한 기대와 설레임의 묘한 매력이 있다. 화상대화가 가능한 요즘의 인터넷 환경에서 이메일과 인스턴트 메시지가 난무하고,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가 쉴 새 없이 오가는 이유도 문자통신이 가진 이런 매력 때문이다.

말로 1분이면 끝날 내용을 손가락으로 두드린다고 혀를 차는 기성 세대와 달리 젊은 층은 문자 메시지에 열광하고 있다. 신세대는 채팅문화 세대라서, 기성세대는 새로운 첨단기기의 학습에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내 주변 사람은 채팅으로 밤을 샜던 사람들이지만 문자 메시지 보내는 방법조차 모른다. 또한 최첨단인 PDA를 구입하는 사람은 10대가 아닌 청장년 층이다. 그들은 최첨단 기계인 PDA와 빠른 손놀림으로 고난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주식거래를 한다. 고속도로 휴게실에 가보라. 잠깐의 틈을 이용해 휴대폰을 두드리고 있는 사람 중 상당수는 주식시황을 알아보는 사람일 것이다.
결국 유독 젊은 층이 문자 메시지를 많이 이용하는 이유는 문자 메시지만의 장점과 매력이그들 세대에게 꼭 필요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우선 문자 메시지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덕목을 발휘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다. 2000년대 초의 신세대가 갖추고 싶어하는 덕목은 유머, 섹시, 개성(=엽기), 개인기, 정보의 다섯 단어로 표현 가능하며, 문자 메시지는 이 중 유머와 정보를 표현하는데 탁월하다.

며칠 전에 내 휴대전화에 전송된 메시지를 보자. '허무 개그의 진수를 보여주마. 다음으로..'라는 메시지가 들어왔다. 나는 잔뜩 기대를 하고 단추를 눌렀고 다음의 글을 볼 수 있었다. '... 다음에 보여주마... ^^;'.

이처럼 문자 메시지에는 글자가 주는 매력, 글월이 주는 미학이 담겨있다. '나는 오빠를 사....'라는 문장을 받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다음 메시지를 봤을 때 '...학년으로 알고 있는데 맞지?'라는 식의 유머는 문자 메시지에서 더욱 빛난다.

또한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는 젊은 층에게 문자 메시지는 효율적인 정보 전달의 수단이다. 단 한 번의 메시지 전송으로 수 십 명의 친구들에게 모임 장소를 알려줄 수 있는 문자 메시지와 수 십 통의 전화를 걸어야 하는 수고와 비용을 비교해보라. 기억력에 의존하는 음성통화와는 달리 재검색이 가능한 문자 메시지는 정보 보관력도 뛰어나다.


그러나 젊은 층이 문자 메시지에 열광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언제 어디서나 남의 눈을 피해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자와 범인 앞에서 전화벨이 울리는 '스피드 011' CF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이동통신의 장점인 즉시성이 역설적으로 최대의 약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문자메시지는 음성통화의 즉시성이 지닌 단점을 보완해줌으로써 이동통신의 효용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10대들의 생활을 보자.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교와 학원에서 입시 지옥에 빠져있는 그들이 친구들과 소리 없이 대화를 나누려면 음성통화가 아닌 문자 메시지로만 가능하다. 수업시간에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있는 학생이 꽤 많은데 십중팔구 문자 메시지를 두드리고 있는 중일 것이다. 상사들이 즐비한 사무실에서 시도 때도 없이 휴대전화를 걸고 받을 수 없는 젊은 직장인들도 문자 메시지로 받은 내용을 나중에 확인하면서 연인과 밀어를 나누고, 주식정보를 몰래 검색해본다.


때문에 그들이 문자 메시지에 열광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면 신세대를 좀더 이해할 수 있다. 기성세대는 절반의 학생이 학교에 책을 가져오지 않는 사실을 걱정하기보다는 신세대가 가장 배우고 싶어하는 과목으로 요리와 발레를 꼽은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생활 속에서 평생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을 미적분의 수학공식보다는 요리와 발레가 삶을 좀더 즐겁고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신세대는 잘 알고 있다. '음식남녀' '바베트의 만찬'이라는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요리가 사람과 삶을 얼마나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자신들은 자동차를 몰고 맛있는 집을 찾아다니면서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청소년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가 실은 더 문제아인 것이다.

우리의 청소년은 힘든 입시 지옥 속에서 문자 메시지로 친구들을 위로할 줄 알고, 냉정한 객관성이 지배하는 문자에 ^_^ @_@ 등의 이모티콘(Emoticon)을 사용해 주관적인 느낌과 풍부한 감정을 부여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는 지혜롭고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들이다.

'말로 1분이면 끝날 이야기'라는 경제적인 논리만으로 문자 메시지를 바라보는 한 우리의 젊은 세대는 늘 이해할 수 없으며 미래가 암울한 존재로 남을 것이다. 그들의 생활, 그들의 문화 속에서 문자 메시지를 바라보자. 공부에 취미 없는 문제아 대신 공부에 소질이 없는 자신의 능력을 미리 알고 자신에게 맞는 풍요로운 삶을 위해 요리를 배우고, 친구를 위로할 줄 아는 지혜롭고 따뜻한 감성의 자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기관지 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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