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태(IT컬럼니스트, www.dal.kr)
저작권(Copyright)이라는 말은 이름 그대로 복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구텐베르크의 인쇄활자로 인해 대량 복제가 가능해지자 영국왕실은 특정 단체에게 인쇄 독점권을 부여하는 '저작권(Copyright)' 개념을 도입한다. 이후 새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복제 자체를 막으려는 쪽과 복제를 요구하는 양측의 논쟁이 있었고, 적당한 타협 속에 저작권의 영역은 새롭게 정의되곤 했다. 도서관 안에서 복사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거나, 집에서 TV를 녹화할 수 있게 된 것은 업계끼리 적당하게 타협한 결과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저작권 문제는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되었다. 복사기나 VCR, 카셋트레코더로 복사한 종이와 테이프는 복사한 제품이 유형의 물건이었기에 원본과 복제품의 구분이 확실했고, 업계 위주의 논쟁이라 타협점을 찾기도 쉬웠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복제본은 무형의 코드로 바뀌었고, 원본과 복제본의 구별도 불가능해졌다. 타협해야 할 대상도 개인으로 확장되었다. 심지어 복제라는 개념조차 애매해졌다. 웹에서 어떤 페이지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는 그 페이지의 문서와 그림을 사용자 PC에 있는 메모리로 전송 복제한 다음에 메모리에서 모니터로 보낸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원본을 눈으로 볼 경우 복제라는 과정이 없었지만 웹에서는 원본 사이트의 문서를 눈으로 보는 과정 자체가 복제 과정이다.
무단 펌질, 불법 복사의 원인을 네티즌의 도덕성 문제로만 몰 수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디지털 세계는 무형의 세계이고, 원본과 복제본의 구별이 불가능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토론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 범위에 대해 합일점을 찾는 한편, 현재 상황에서 상식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저작권 침해 부분에 대한 홍보와 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먼저 개인들 스스로 저작권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상식과 법률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일단 모든 정보 알맹이(content)는 저작권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남의 자료는 퍼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나 부득이하게 복사해야 한다면 퍼가도 되는 알맹이인지 확인해야 한다. 확인이 어려울 때는 퍼가지 않고 링크를 이용하는 것이 좋으며, 어쩔 수 없이 퍼가더라도 원본 출처는 기록해야 한다. 왜냐하면 저작권법이 개정되면서 저작권 침해 행위가 친고죄에서 비친고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2007년 6월 29일부터 발효되는 개정 저작권법에 의하면 '영리.상습적으로 저작권 침해시 비친고죄 적용'을 한다. 이 말은 원저자가 아닌 제3자가 네티즌을 고발할 수 있게 되므로 누구나 쉽게 고발 당하고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블로그와 미니홈피가 보급되면서 많은 네티즌들이 남들이 만든 정보를 자기 블로그와 미니홈피로 퍼나르는데 원저자가 아닌 제3자에 의해서도 언제든지 고발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상업적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이 단서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요즘은 많은 블로거들이 구글 애드센스나 다음 애드클릭스와 같은 광고를 달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남의 정보를 이용한 상업적 행위로 고발될 수 있다. 특히 한미FTA 협상에 따라 미국 기업이 언제든지 국내 네티즌과 기업을 고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당장 네이버와 같은 포털들은 한미FTA 협상 타결에 따른 책임과 배상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포털 업체들은 FTA 타결에 따른 정책적 기술적 대응책을 적극 준비하고 있다. '접근통제 기술적 보호조치'를 마련하고 비친고죄 적용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는 한편, 저작권자와 제휴를 통해 저작권자 권리를 보호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다음 블로그는 물론이고 네이버도 블로그 시즌2에 CCL(저작물이용허락 범위를 표시하는 방법 중 하나)을 적용시킴으로써 저작물 이용의 범위를 명확하게 밝히도록 했다. 그외 저작권 침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불펌방지 및 펌질 문서의 검색노출 제외 등과 같은 기술적인 지원도 추가하고 있다. 최근 유행이 되고 있는 동영상UCC의 경우 전담 인원을 투입해 적극 감시할 뿐만 아니라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즉시 삭제 조치를 취하는 등 발빠른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다.
네티즌 스스로도 펌질의 상당수가 불법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물론 '펌'이 정보의 확산이나 편리성, 여벌 보관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가지고 있지만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하는 것은 원저자의 권리와 명예임을 알고 네티즌 스스로 원저자의 권리를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퍼온 문서에 출처만 표기해도 상당 부분 비친고죄 적용을 피할 수 있다. 현재 국내의 경우 출처 미표기는 비친고죄 적용 대상이 되며, 출처 표기는 비친고죄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링크나 인용 위주로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좋지만 펌질이 필요하다면 출처만이라도 표기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로 출처 표기에 관한 신기술 개발이 필요한 이유도 출처 표기가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RSS의 경우 저작권 분쟁이 적은 이유는 원저자가 공개하고자 하는 부분만 RSS 문서로 발행되고, RSS 안에 원저자 정보와 원본 링크가 항상 포함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펌질 된 자료에 원저자 정보와 원본 링크가 항상 포함되는 기술이 보급된다면 저작권 문제는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다.
여기에 우리의 경험과 지식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며 후대에 물려줄 유산이라는 기본적인 철학이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 문제는 복제방지 기술이나 법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저작권자의 바른 문화의식과 공유철학, 원저자를 보호하는 기술과 사회적 합의, 저작권 보호에 대한 네티즌의 바른 인식이 바탕이 될 때 저작권 문제는 좀더 나은 방향으로 해결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