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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뉴미디어 이용 실태로 본 소통문화의 특성

IT문화원 컬럼. 2008년 07월 01일. [갈래: organ] URL: http://www.dal.kr/col/organ/20080701_kinds.html

사보컬럼

언론재단 신문과방송 2008년 7월호. 김중태(www.dal.kr)

10대 뉴미디어 이용 실태로 본 소통문화의 특성

- 김중태 (김중태문화원 원장. www.dal.kr)

진정한 신인류인 H세대와 하이퍼파워
2008년 5월 2일과 3일의 촛불집회 관련 사진을 보면 여중고생의 비율이 약 70% 정도에 달할 정도로 여중고생의 참여가 압도적이다. 10대들은 경제부터 광우병, 교육정책, 건강보험까지 다양한 정치문제에 대해 의견을 내면서 어른들을 압박했고 대규모 촛불집회의 도화선이 되었다. 어른들은 10대들이 사회 정치적인 문제에 나선 이유와 그들이 실제로 모이는 과정에 대해 궁금해하는데,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면 오늘날 10대가 기성세대와 무엇이 다른 지부터 알아야 한다.

요즘 10대는 인터넷과 함께 자란 인터넷세대이며, 인터넷이 준 가장 큰 변화는 비순차적문화로 변환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언어의 발명 이후, 문자, 종이, 인쇄술, 라디오, TV 등 수 많은 발명과 발전이 이루어졌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기승전결 삼단논법 육하원칙'의 연속적이고 논리적인 선형방식을 벗어나지 못 했다. X세대, 신세대와 같이 기성세대와 구분하는 다양한 용어가 나왔지만 이는 해당 시기의 문화적 특징 일부만을 반영한 용어다. 반면 인터넷세대는 인류 역사 상 처음으로 비연속적 사고를 겸비하게 된 새로운 인류다. 지금의 10대는 하이퍼텍스트 문화의 특성인 비논리적, 비순차적, 비선형 사고방식에 가장 익숙한 세대다. 이들은 육하원칙에 따라 조리 있게 말하려 하지 않는다. 생각 나는대로 말하고 생각 나는대로 행동한다. 생각도 비순차적으로 하고, 책을 읽거나 노래를 감상할 때도 비순차적으로 행동한다. 이른바 하이퍼세대(Hyper Generation, Generation H)의 문화를 열기 시작한 것이다.

H세대는 경제의 생산과 소비에서 하이퍼노미(Hypernomy)라는 새로운 경제활동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문화의 생산과 소비도 하이퍼컬처(Hyperculture)로, 권력도 하이퍼파워(Hyperpower) 형태로 생성하고 소비한다. 이들은 사고와 말 행동에서 하이퍼적인 특징을 보인다. 과거처럼 연속된 흐름 속에서 주제를 만들고 힘을 만드는 세대가 아니다. 특정한 어떤 지점에서 발생한 논점이 자신의 이성이나 정서를 건드릴 경우에는 폭발적으로 응집해 행동을 취한다. 대운하나 대통령선거에 잠잠하던 이들이 교육과 미국산 소고기 문제에는 불 같이 일어나 촛불시위를 하는 이유는 이들이 하이퍼세대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수 십 년의 교육과 경험을 쌓아야 권력(power)을 획득할 수 있었고, 권력을 행사하는 기간도 길었다. 반면 지금은 어떤 이슈에 대해서 들고일어나는 사람이 권력을 획득한다. 순식간에 인터넷은 이슈메이커를 중심으로 권력을 창출하고 시청 앞 응원이나 촛불시위 등으로 행동에 옮긴다. 권력의 크기는 이슈가 사람들에게 흡수되는 범위와 크기에 비례하며 권력의 유지는 이슈가 끝날 때까지로 짧다. 그리고 동시다발적인 이슈로 권력이 이동하고 분산하는 것이 하이퍼파워의 특징이다.

방송과신문 2008년 7월호 표지


디지털문화가 10대에게 힘을 부여하다
지금 10대는 어려서부터 디지털문화와 하이퍼문화가 생활인 첫 번째 세대이며, 손으로 만지던 유형의 문화에서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무형문화로 변화를 가장 잘 흡수한 세대다. 디지털문화는 차를 타고 나가야 모여서 토론할 수 있고, 풀칠을 해야 보낼 수 있던 편지를 클릭 한 번으로 해결해주었다. SMS와 메신저, 채팅, 카페, 인터넷 게시판 등은 10대들의 약점이었던 시간과 경제성을 보완해주는 도구다. 5월의 촛불집회는 인터넷게시판과 SMS를 통해 논의되고 전파되었는데, 인터넷 이전이라면 불특정한 10대가 한 자리에 모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요즘 10대들의 소통문화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하이퍼문화와 디지털문화의 특징부터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그들에게 직접 물어봐야 한다.

한 예로 SMS를 만든 이통사 직원조차 SMS가 음성통화를 넘어설 것이라 예상하지 못 했다면서 왜 10대들이 SMS를 많이 쓰는지 모르겠다고 한 적이 있는데, '우리는 왜 문자 메시지에 열광하는가?(SK사외보, 2001.7월)'라는 글에서 말한 것처럼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입시지옥에 빠진 그들이 친구들과 수업 중에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SMS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청소년의 휴대전화 사용실태 조사연구(2005년)'에서 10대들의 몰입도를 조사한 내용을 보더라도 절반의 응답자가 "수업 중에 타교 친구나 타반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5명 중 2명 이상이 "수업 중에도 선생님 몰래 한손으로 능숙하게 문자를 보내며 친구들과 문자로 대화를 나눈다"고 답할 정도였다.

이처럼 10대의 SMS 의존도는 매우 높다. KTF 자료에 의하면 2006년 5월말 기준으로 전체 고객의 13%를 차지하고 있는 10대의 SMS 사용량이 전체 SMS 사용량의 67%에 달할 정도였다. 10대의 월평균 SMS 사용건수는 1인당 800건으로 성인의 1인당 58건에 비해 13배가 넘는다.

그러나 통계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다. 아직도 어른들은 10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10대들이 많이 쓰는 메신저가 버디버디라고 통계가 나오면 어른들은 10대들이 자기들처럼 버디버디로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10대들은 버디버디를 친구의 인터넷 접속 여부를 확인하는 알리미로 활용한다. 컴퓨터를 켜자마자 온라인게임으로 들어간 이들에게 메신저는 대화도구가 될 수 없다. 메신저로 인터넷 접속을 확인한 다음에 SMS를 보내 어느 게임 어디에서 만나자고 한 다음에 게임 안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요즘 초중고생의 소통방법이다. 그래서 '너희는 그것을 어떤 용도로 쓰니?'라고 물어보는 것이 10대들이 무엇을 많이 쓴다는 통계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렇게 그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10대와의 소통 첫 단계가 될 것이다.

인터넷이 문제가 아니라 부도덕이 문제다
하이퍼문화는 한국만이 아닌 현재 지구 상의 대부분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화다. 그렇다면 10대들이 촛불집회에 나서는 한국만의 문화는 어디에서 출발하는 것일까? 한국의 10대가 어른의 정보와 시각을 공유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한국은 초등학생이 어른용 정보를 공유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일본이나 중국은 '검색(檢索), 경제(經濟)'와 같은 용어들이 한자로 표기되기 때문에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실력이 떨어지는 중고생조차 어른 신문을 볼 수 없다. 낱말 철자를 따로 외워야하는 영어권에서도 초등학생이 워싱턴포스트지를 읽기는 어렵다. 반면 유치원 때부터 한글 읽기가 가능한 한국은 포탈 뉴스에서 어른과 초등학생이 함께 뉴스를 읽고 덧글로 싸우는 촌극을 벌인다. 어른이 올린 지식인 질문에 초등학생이 답변을 달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카트라이더를 하는 것도 익숙한 문화다. 유치원 나이인 6세부터 19세 사이의 45.9%(한국인터넷진흥원, 2007)가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는 것도 한글 덕분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06년 조사에 따르면 56% 이상이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으며 그중 90.3%가 포탈을 통해 뉴스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신문은 9.1%에 불과하다. 종이신문 시대라면 아이들이 신문을 구독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 경제 뉴스가 어른들만의 영역이 되었을 것이지만, 인터넷뉴스를 통해 정치 경제 뉴스도 아이들이 공유하고 있다. 어른과 함께 포탈 뉴스를 보고 게시판을 보며 자란 한국의 아이들은 꽤 빠르게 성숙한다. 486 세대와 달리 자본주의 경제에도 빠르게 적응하고 어려서부터 유난스러울 정도로 돈과 직업, 여행, 영화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 덕분에 더 이상 과학자나 소방관이 되겠다는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초등학교 때부터 직업과 소득, 부동산,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 한국의 10대다. 그런 한국만의 특징에 답답한 기성세대의 정치가 10대들을 정치 경제 사회 참여로 내몬 것이다.

물론 10대들의 사회 참여가 지닌 문제점도 있다. 경험이 부족한 10대들은 현상의 한 쪽 면만 보기 쉬우며 검증되지 않은 이슈에 대한 판단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핵심을 벗어난 곳에서 힘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수 십 년의 경험과 개인적 가치관에 따라 움직이는 기성세대와 달리 이슈에 따라 무리로 움직이는 10대들의 특성 상 이슈메이커의 조종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10대들에게 물리적인 공권력 행사가 어려운 점을 감안한다면 10대들이 너무 자주 사회 문제에 참여하는 것은 사회 안정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10대의 참여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10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도덕적인 세대이기 때문에 사회의 도덕성 회복과 민주주의 정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5월의 촛불집회를 통해 나타난 것처럼 10대들의 사회참여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10대에게 어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자신의 의견을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도구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10대가 사회참여 대신 본업인 학업에 정진하도록 하는 방법은 어른들이 먼저 깨끗해지는 것이다. 인터넷이 문제가 아니라 어른의 부도덕이 문제임을 아는 순간 한국의 10대와 기성세대는 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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