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작은 제목을 '우리말에 대한 공부를 하자'로 하지 않고 '책을 읽자'로 한 까닭이 있다. 공부를 하자는 말은 너무 넓고 막연한 소리일 수 있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으로 우리말을 공부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옛날과 달리 요즘은 우리말과 우리문화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와있다. 교과서처럼 딱딱한 책이 아니라 내용도 좋고 디자인도 깔끔하게 되어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다. 이중에서 첫번째로 읽어야 할 책은 역시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대한 책이다.
주변에서 맞춤법이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한글맞춤법 통일안]을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을 보면 맨날 까먹는 영어는 사전을 끼고 다니면서 달달달 외우지만 한글사전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또 그 두꺼운 '성문종합영어'와 토플 책들은 달달달 외우면서 [한글맞춤법 통일안]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맞춤법은 너무 어려워' 하고 말한다. 어렵기로 따지면 규칙보다 예외가 더 많은 영어만큼 어려울까.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면서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를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실제로 발음 따로 철자 따로인 영어는 몇년씩 배워도 책 한권 제대로 읽지 못하지만, 한글은 어린아이들도 며칠만 배우면 읽지 못할 책이 없을 정도로 잘 짜여진 글자다.
때문에 나는 그들에게 늘 "[한글 맞춤법 통일안]은 읽어보았습니까?" 하고 되묻는다. 몇십 개에 해당하는 규정만 이해하면 되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배우는데는 성문종합영어를 공부하는 시간의 천 분의 일도 들지 않는데, 이런 간단한 일도 하지 않고 무조건 우리말이 어렵다고 불평만 하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어떤 사람은 또 "맨날 바뀌는 맞춤법 규정이야 배워봐야 또 바뀔텐데" 하면서 자신의 게으름을 변명하려 한다. 그러나 [한글 맞춤법 통일안]은 1933년에 처음으로 마련된 이후에 그 동안 딱 한 번 바뀌었을 뿐이다. 처음 만든 후 55년이 지난 1988년 3월 1일에야 처음으로 바뀐 것이다.
"당신은 피아노나 기타 같은 남의 나라 악기도 잘 만지고 남의 나라 민요나 팝송도 잘 부르면서 어째서 당신네 나라 악기는 하나도 못 다룹니까?" 하고 외국인이 물을 때 많은 한국유학생들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한다고 한다. 판소리에 대해서 설명하지 못하고 한글이 왜 뛰어난 글인지 설명하지 못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기 것은 알지도 못하고 잘 하는 것도 없으면서 남의 나라 것만 잘 하는 웃기는 놈'으로 인식된다는 사실을 그때야 깨닫는다고 한다. 남의 나라 문화를 모르는 것은 수치가 아니지만 자기나라 문화를 모르는 것은 분명 고개를 들지 못할 수치다.
이런 일은 바깥에 나갔을 때만 겪는 일이 아니다. 역사학과를 나온 한 선배가 말하기를 일본사람이 놀러왔을 때 안내를 했는데 우리의 집과 문화에 대한 설명을 부탁할 때 단 하나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한다. 완자문, 추녀, 도리, 들창, 막새기와, 서까래, 대들보, 단청이 무엇인지 막상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하나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문화에 대해서 그 일본인이 더 많이 알고 있음에 충격적인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그때야 자신이 우리문화에 대해 공부한 적이 한 번도 없음을 반성했다 한다. 과연 이 선배만 우리 것에 대한 공부를 안 했을까? 우리들 모두 우리 것에 대해서 얼마나 공부하고 사랑하는지 되돌아봐야겠다.
그 동안 셈틀낱말을 중심으로 해서 한글로운동의 일부분을 소개했지만 그 모든 일들이 '우리 것'에 대한 배움과 사랑의 일부였음은 말 안 해도 잘 아시리라 생각하며, '우리 것에 대한 배움과 비례해서 뿌듯함과 사랑도 깊어간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이제 이 글을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치는데 그동안 연재한 내용과 이글에서 다루지 못한 자료들은 포스서브의 게시판과 자료실에 올렸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재주가 부족해서 많은 내용을 전하지는 못했지만 우리 말과 우리 것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우리말과 우리문화에 대한 책을 많이 읽고 공부하기를 부탁드리며 이만 마친다.
그 동안 이 글을 읽어주신 많은 분들과 이 자리를 마련해준 포스데이타 홍보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모두 늘 기쁜 날 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