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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뽀뽀를?

IT문화원 컬럼. 1994년 12월 01일. [갈래: posworld] URL: http://www.dal.kr/col/posworld/posworld199412.html

포스월드

포스월드 컬럼 - 생각해봅시다. 1994년 12월. (글: 김중태)


김중태 사진요즘 새롭게 만들어진 낱말로 '실리우드(Silliwood)'라는 말이 있다. 미국 첨단전자산업을 뜻하는 '실리콘밸리'와 '허리우드'의 합성어다. 예전에는 이 두 분야가 전혀 다른 분야였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협력관계보다는 적대관계가 더 강했다. 비록 특수효과분야에서는 셈틀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보다 더 큰 오락시장에서는 영화와 전자오락이라는 분야로 경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 둘이 하나로 합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 연극, 비디오게임, 도박, 섹스산업, 방송, 통신으로 전문화되어 있던 각 분야들이 종합기획 쪽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셈틀과 통신의 발달이 시장을 이렇게 바꾸고 있는 것이다.

실리우드의 대표는 아직까지 영화와 오락산업이다. 얼마 전에 [포레스트검프]라는 영화를 봤는데, 특수효과로 만든 시작장면과 마지막장면의 하얀 깃털이 휘날리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케네디나 닉슨을 만나면서 악수를 하는데 이 부분도 모두 셈틀그래픽을 이용한 특수효과다. 옛날 같으면 뒷모습만 보여주거나 비슷한 얼굴을 한 사람을 분장해서 촬영했을텐데, 이 영화에서는 셈틀을 이용하여 옛날 사람을 만들어낸 것이다.

과거에는 [스타워즈] [터미네이터] 같은 SF영화에서나 써먹던 특수효과기술이 지금은 모든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는 보기다. 작년과 금년에 가장 큰 인기를 끈 오락영화 [클리프행어]와 [쥬라기공원]도 대부분 건물 안에서 만들어낸 경우다. [포레스트검프]에서 사람을 만들어냈다면, [클리프행어]에서는 하늘과 산, 암벽, 폭발장면 등 영화에 등장한 대부분의 배경화면을 셈틀로 만들었다. [쥬라기공원]의 공룡이나 배경화면은 말할 것도 없다.

아마 얼마 후에는 스턴트맨이 하늘을 날거나 자동차를 몰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이미 비행기도 하늘도 사람도 모두 만들어 쓰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또 마릴린먼로와 뽀뽀하는 장면도 만들어낼 것이고, 그 주인공은 바로 우리들이 될 것이다. 소비자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 진행하는 놀이와 영화가 속속 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왕 뽀뽀 이야기가 나왔으니 우스개 한 마디만 하자. 예전에 '천 원을 가지고 그녀와 뽀뽀하는 법'을 우스개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천 원만 투자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와 뽀뽀할 수 있다 하니 모두들 귀를 기울였는데, 방법은 이렇다.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걸다가 이런 말을 꺼낸다. "내가 얼마 전에 놀라운 기술을 하나 배웠는데, 완력을 안 쓰고도 말 몇 마디로 여자랑 뽀뽀할 수 있다." 이러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웃기지 마! 말만 해서 어떤 여자가 뽀뽀해.' 이렇게 대답한다. "정말이라니까. 야, 그럼 내기할래. 내가 만약 말만 해서 너하고 뽀뽀하면 너, 나한테 천 원 줄래?". 이 정도가 되면 여자는 어림 없다는 듯이 말한다. "아무렴 내가 말 몇 마디에 뽀뽀할까 봐. 좋아, 그럼 너가 지면?" "그럼 내가 너한테 천 원 주지." 이렇게 해서 내기가 이루어지고 남자가 '시작한다'를 말하고는 몇 마디 주절거린다. 물론 여자는 눈을 크게 뜨고 절대 현혹되지 않는다고 다짐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몇 마디 떠들다가 갑자기 여자를 와락 껴안고 뽀뽀를 한다. 이러면 얼떨결에 당한 여자는 씩씩거리면서, '완력 안 쓰고 뽀뽀할 수 있다면서?'하고 따질 것이다. 그때 투덜거리는 투로 '에이, 내가 졌잖아. 자, 천 원!'하고 내기돈 천 원을 꺼내주면 되는 일이다.

몇 년 전에 이 이야기를 했을 때는 여자들이 '에이, 바보 같은 여자다. 나는 그런 내기 안 해.'하고 말했다. 그런데 얼마전에 다시 이 이야기를 했을 때 반응은 좀 달랐다. "에이, 그런 내기 안 해도 뽀뽀해 줄건데." "앗! 나도 저 방법 쓰면 그 남자랑 뽀뽀할 수 있구나."

불과 일 이년 사이에 바뀐 여자들의 대답을 보면서(물론 농담 삼아 한 말들이지만) 앞으로 또 일 이 년 뒤에는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이런 대화가 오가지 않을까? '야, 나 어제 너랑 뽀뽀했다.' '뭐? 내가 언제 내가 너랑 뽀뽀했어?' '봐 여기 출력한 사진 봐. 너랑 내가 뽀뽀한 사진이잖아. 호호! 실은 컴퓨터로 뽀뽀하는 장면 만들어본거야.'

이런 일은 지금도 스캐너와 한 두 가지 프로그램만 있으면 되는 일이다. 또 이미 '완전동영상대화형CD'와 '주문형비디오'가 시장초기단계에 들어섰고, 대화형놀이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배우와 함께 주인공이 되어 놀이를 진행할 수 있다. 앞으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사진을 입력해놓고 그 사람을 상대로 놀이를 진행하는 대화형놀이가 선을 보이리라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은 아마, 내년 초부터 미국에서 '올랜도계획'이 시작되면 더욱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이 계획의 이름은 플로리다주의 휴양지인 '올랜도'에서 따온 것인데, 내년 1월부터 이곳에 타임워너사의 대화형TV 돌보기(Service)가 시작된다. 주문형비디오(VOD)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대화형TV는 VOD, 집안장보기, 집안은행, 대화형놀이, 뉴스 등 각종 돌보기가 대화형으로 한꺼번에 실시되는 상품이다. 그러므로 영화, 연극, 장보기, 비디오게임, TV, 통신과 같은 각 분야가 이 상품에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 계획에 참여한 업체를 보면 각 분야에서 세계제일인 업체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비디오게임의 닌텐도, 첨단효과의 실리콘그래픽스, 통신회사 AT&T, NTT, 영화의 월트디즈니, CATV의 타임워너사 등 각 분야의 세계 최고회사가 '대화형TV'라는 상품에 참여하고 있다.

대화형상품과 통신이 발전하면 화면상으로나마 자신이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과 뽀뽀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는 체감기계가 계속 발전한다면 통신을 통한 섹스산업이 번창하리라는 예상도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체감기계가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첫입맞춤의 의미와 사랑의 감정만은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통신과 셈틀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고 돕는 일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으리라는 넉넉한 예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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