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일생 동안 끊임 없이 경쟁한다. 각종 시험, 취업, 승진, 업무 등에서 우리는 많은 경쟁자와 경쟁하며 산다. 그리고 도인이나 성인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람은 경쟁에서 남보다 앞서기를 바란다. 남보다 앞서 갈 수 있는 대표적인 경우는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남보다 앞설 수 있는 경우]
(1) 남보다 좋은 조건을 가지는 경우 : 좋은 집에 태어난 경우, 머리나 외모가 뛰어난 경우, 취직된 기업의 사장이나 상사가 아는 사람인 경우 등.
(2) 남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경우 : 남이 1 시간 일할 때 2 시간 일하기.
(3) 남보다 먼저 시작하는 경우 : 남보다 컴퓨터 먼저 배우기, 어학 연수 다녀오기.
(1)의 경우는 이미 발생한 조건이거나 자신의 힘으로 변화시키기 어려운 일이므로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자. 소수에 불과한 천재나 재벌 2세와의 경쟁에서 앞서는 방법에 관심 가질 여력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일은 비슷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경쟁하는 경우 남보다 앞 설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취업으로 국한시켜 말하자면 나와 조건이 비슷한 경쟁자, 다시 말해서 비슷한 학벌을 가진 경쟁자나 나보다 조금 나은 학벌의 경쟁자와 경쟁할 때 앞서 가는 방법을 찾고 싶은 것이다. 일류대 출신이 고졸 출신보다 앞서 가는 방법에 대해 논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는 이미 조건 면에서 앞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류대끼리의 경쟁에서 앞서 가는 방법, 전문대 출신끼리의 경쟁에서 앞서 가는 방법, 중위권대 출신이 일류대 출신과 경쟁에서 앞서 가는 방법에 대해서 알고싶을 것이다.
남보다 노력하는 (2)의 경우는 확실하게 남보다 앞서 가는 방법이다. 같은 재력과 학력에 같은 머리를 지닌 경쟁자와 경쟁할 경우 남보다 더 노력하면 그만큼 앞서간다. 똑 같은 조건과 영업력을 가진 두 사람이 옷을 판다고 할 경우 1시간 파는 사람보다 2시간 파는 사람의 매출이 두 배임은 말할 필요 없다. 그러나 (2)의 경우도 최선의 방법은 되지 못한다. 경쟁자도 똑 같이 노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이나 고시, 취업, 승진을 위한 경쟁에서 대부분의 경쟁자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하루는 24시간으로 같다. 때문에 다른 경쟁자가 20시간을 공부하거나 일할 때 자신이 40시간을 공부할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2)의 방법으로 경쟁자보다 앞서 가기란 쉽지 않다.
나와 비슷한 경쟁자라는 의미는 머리도 나와 비슷할 뿐만 아니라 노력도 나와 비슷하게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비슷한 학벌을 가지는 것이다. (1)에 해당하는 머리와 (2)에 해당하는 노력에 의한 차별은 이미 대입 시기에 어느 정도 반영이 되었다. 같은 학벌 또는 경쟁자의 의미가 나와 머리도 비슷하고 노력도 비슷하게 한 사람이라는 뜻임을 인식해야 한다.
취업의 경우 비슷한 학벌이나 자신보다 좀더 나은 학벌을 가진 사람과의 경쟁이다. 취업 지망생은 알게 모르게 형성된 대학 서열과 기업 서열에 따라 자신의 학벌에 맞다고 생각하는 기업에 취업하려고 기를 쓴다. 머리나 노력이 자신과 비슷한 경쟁자와 경쟁한다는 뜻이다. 또 다시 없는 시간을 쥐어 짜내 한 시간이라도 더 공부를 함으로써 앞서 갈 수도 있지만 이 방법은 하루 24시간이라는 한계와 체력적인 문제를 고려할 때 좋은 방법이 안된다. 무리한 투자라는 뜻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3)번이다. 남보다 한 발 앞서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적은 비용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80년대 학번의 경우 영어 회화자가 드물었는데 이때는 영어 연수를 다녀와 영어 회화만 능숙하게 해도 취업에 크게 유리했다. 중위권 대학을 졸업했어도 영어 회화가 능통하면 상위권 대학 졸업자와의 취업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에는 컴퓨터를 조금만 다루어도 취업이 가능했다. IT 쪽의 경우 전문대 졸업자도 C언어만 조금 다룰 줄 안다면 대기업이나 금융권 전산실에 취직이 가능했다. 지금은 상위권 대학 출신자도 삼성SDS 입사가 어렵지만 80년대 학번들은 학벌이 많이 낮아도 삼성과 LG 입사가 가능했다. 6개월 코스의 프로그래밍 과정을 이수한 것으로도 개발자나 영업 쪽으로 입사가 가능했던 것이다.
10년 전 이야기는 너무 오래 전 이야기라고 할 지 모르니 취업난이 급격하게 심화된 몇 년 전의 IMF 전후를 이야기해보자. IMF 전후로 취업난이 매우 심각했지만 IT 쪽은 달랐다. 당시에는 홈페이지만 만들 줄 알아도 꽤 실력자로 인정받았다. 비전공자라 하더라도 홈페이지를 만들 줄 아는 웹디자이너라면 취업에 문제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취업이 아니라 창업을 해서 회사를 키운 경우도 많다. 웹디자이너인 내 후배 중 한 명도 당시에 홈페이지 제작을 해주는 소규모 업체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대기업의 홈페이지 관리를 맡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몇 명에 불과하던 직원도 수 십 명으로 늘었다. IT 분야의 경우 정부의 IT 지원 정책과 코스닥 상승이 맞물리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인력 부족에 시달렸기에, 전공 불문하고 실력만 어느 정도 갖추면 취업이 가능했다.
지금은 ASP, 자바까지 동원해도 취업이 어렵지만 불과 몇 년 전에는 HTML 문법과 포토샵 정도만 다루어도 취업이 가능했다. 이런 실력으로도 취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다. 당시에는 그 정도 도구도 제대로 다루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요즘은 ASP, 자바, CCNA, OCP, 영어 회화, 토익 등으로 무장해도 취업이 어려운데, 이들이 불과 5년 전에 취업 시장에 나왔다면 어떤 기업이라도 먼저 데려가려고 했을 것이다.
즉 취업의 성공 여부는 개인의 자질도 중요하지만 당시의 시장 상황에 따른 수요 공급의 원칙이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남보다 먼저 HTML, 포토샵을 배운 사람은 쉽게 취업이 되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도구를 다룰 줄 아는 요즘 지망생은 취업이 어렵다. 그 이유는 자신만큼 실력을 갖춘 경쟁자가 넘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의 두 가지 사항만 새겨두어도 취업에 어렵지 않게 성공할 것이다.
1. 내 능력보다는 구인 시장에서 원하는 능력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이를 위해서는 요즘 유행하는 능력이 아니라 앞으로 유행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
2. 구인 시장에서 원하는 능력을 갖춘 경쟁자가 많은가 확인한다. 경쟁자가 많은 쪽보다는 경쟁자가 적되 구인 시장에서 원하는 능력을 찾아 남보다 먼저 갖춘다.
너무 평범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런데 왜 이 내용대로 실천이 안되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앞으로 구인시장에서 각광받을 능력이 무엇인지 미리 예상하지 못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누구도 향후 시장 전망을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즘 취업 지망생이라면 2년 전부터 C#, 자바, 비주얼베이직, 비주얼C++ 중에서 어느 것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인가로 고민했을 터인데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전문가의 조언을 귀담아 들으면서 스스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부지런하게 정보를 캐내고 주변 사람에게 상담을 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앞서 말한 영어 회화, 컴퓨터 실력, 프로그래밍 능력, 웹디자인 능력 이후에도 시장에서 원하는 능력은 계속 새로 생긴다. 최근 2~3년 사이에 IT 쪽에서 원하는 능력은 자바와 리눅스, 서버, 모바일, 임베디드, 중국어와 같은 제2외국어라 할 수 있다. 5년 전에 자바와 서버 쪽을 공부해 2~3년 전에 취업문을 두드린 사람은 대부분 성공했다. 반면 5년 전에 당시 유행하던 델파이를 공부해 2년 전에 취업문을 두드린 사람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유행하는 것을 공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필요로 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사실은 평범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내용이다.
취업에 실패하는 두 번째 이유는 경쟁자의 수를 고려하지 않는 점이다. 실질적으로 취업 지망생들이 가장 많이 실패하는 이유는 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취업 지망생을 보면 향후 시장에서 자바와 네트웍 능력이 필요하다고 여겨 자바와 CCNA, OCP 공부에 주력한다. 자신의 능력이 향상되는 것만 생각하고 앞만 바라보고 달리는 것이다. 그리고 취업할 때 되어 주위를 돌아보면서 경쟁자도 다 자기처럼 달려온 것을 깨닫는다.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자신이 갖춘 고급 재능의 희소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델파이가 유행하면 우르르 델파이 공부하고, 비주얼베이직이 유행하면 우르르 비주얼베이직 공부한다. 그 결과 2~3년 뒤의 취업 시점에 주위를 돌아보면 나 뿐만 아니라 남들도 나와 비슷한 능력을 갖춘 상황이 되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가장 쉬운 취업 방법은 희소성을 갖추는 것이며 적은 투자로 희소성을 갖추는 방법은 남보다 먼저 시작하는 것이다. 따라서 구인 수요보다 경쟁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 생각하는 분야의 진출은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까지의 글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취업은 자신과 비슷한 능력 이상의 사람과의 경쟁임을 잊지 말자. 따라서 내 능력을 향상시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경쟁자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2. 남보다 앞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향후 필요한 능력을 남보다 먼저 갖춤으로써 자신의 희소성을 높이는 것이다.
여기까지 정리되었다면 취업 준비생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해진다. 희소성 있는 능력 개발에 힘쓰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는 두 가지 문제와 마주칠 것이다. 첫 번째 문제는 앞서 말한 것처럼 향후 각광 받을 능력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예컨대 자바가 앞으로 더욱 각광받을 것인지 델파이나 비주얼베이직처럼 시들해질 것인지는 전문가도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다. 두 번째 문제는 그 능력을 자신이 과연 갖출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자신의 능력이나 적성을 무시하고 공부를 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 자바가 유행할 것이라고 해서 프로그래밍에 소질 없는 사람이 자바에 달려든다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취업 준비생의 문제는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으면서도 취업 시장에서 가치가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일'로 귀결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범용적인 능력을 기르는 방법이다. 예컨대 영어와 제2외국어는 지금은 물론이고 향후 몇 십 년이 지나도 취업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범용적인 능력이다. IT 뿐 아니라 무역, 전기, 섬유, 패션, 기획, 방송 어느 분야에서도 요구하는 능력이다. 지금도 영어와 중국어, 러시아어 3개 국어를 동시에 할 줄 안다면 어느 분야로 원서를 내더라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다.
IT쪽의 프로그래머로 한정해 말하자면 고수준의 C/C++, 어셈블리어 프로그래밍 실력을 갖출 경우 취업이 어렵지 않다. 문제는 이런 범용적인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누가 3개 국어 회화 능력자가 우대받고, C++ 고수가 우대 받는 것을 모르겠는가. 다만 이런 능력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 갖출 수 있는 능력이다. 때로는 열심히 해도 자신의 능력이나 적성과 안 맞아 도저히 갖출 수 없는 능력이기도 하다. 또 이미 때를 놓친 사람에게는 맞지 않은 방법이다. 벌써 졸업반이거나 30대의 직장인이 갖추기에는 너무 힘겹다.
그래서 현재 취업 지망생의 대다수가 원하는 것은 1~2년 또는 반 년 정도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능력이다. 짧은 시간 투자하고, 자신에게 맞으며, 시장에서 각광받을 수 있는 그런 능력을 찾고 키우는 방법에 목말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이 혹시 자바가 아닐까, 네트웍이 아닐까, 모바일 프로그래밍이 아닐까, 3D가 아닐까 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초조해하는 것이다.
문제 해결의 두 번째 방법은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특수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문학과 출신이나 유아교육학과 졸업생의 경우 IT 비전공자라는 불리한 조건을 역이용해 IT 전공자가 갖추기 힘든 특수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자신이 이미 지닌 개별 능력을 재포장(리모델링)해 새로운 능력으로 탈바꿈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통해 남보다 불리한 조건에 놓였다고 생각하는 많은 취업 지망생들이 좀더 희망적인 취업의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