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의 장점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변화 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래서 낡은 집을 리모델링 할 경우, 기본 뼈대를 비롯하여 살릴 수 있는 부분은 가능한 그대로 두고 겉모습만 많이 바꾸는 방법을 사용한다. 기본 뼈대까지 바꿀 경우에는 리모델링 비용이 많이 들어 리모델링 효과가 줄어든다.
능력 리모델링 역시 기본 뼈대는 그대로 두고 외장만 바꾸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본 뼈대까지 바꾸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 리모델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사람의 능력에서 기본 뼈대는 수 십 년 또는 몇 년 동안 투자한 전공 실력을 뜻한다. 따라서 최소 투자로 최대 효과를 기대하려면 전공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
컴퓨터 게임의 배경음악이나 주제가 작곡가로 취업하고자 하는 다음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가) 홍길동: 작곡과 전공. 작곡과 피아노 등은 잘 다루지만 컴맹임.
(나) 김철수: 전산 전공. 컴퓨터는 잘 알지만 음악 문외한임.
컴퓨터 게임의 작곡가로 취업하기에 누가 더 적합한가? 누가 더 경쟁력이 있겠는가? (가)의 홍길동이 훨씬 유리하다. (나)의 김철수가 게임 음악을 작곡하기 위해서는 작곡 과정과 피아노 연주 등을 체계적으로 배워야 하는데, 이는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속성 과정으로 몇 달 만에 작곡 과정과 피아노를 익힐 수도 있지만 천재가 아닌 이상에는 몇 달 정도의 작곡 과정으로 완성도 높은 노래의 작곡을 기대하기 어렵고, 피아노 연주가 더디기 때문에 작업 시간도 많이 소모된다. 반면 홍길동은 컴퓨터 입문 과정과 작곡 프로그램 사용법 정도만 익히면 된다. 김철수가 게임에 쓸 노래를 작곡하려면 작곡 전공자 수준의 작곡 실력이 필요하지만, 홍길동은 전산 전공자와 같은 수준의 컴퓨터 실력이 필요하지 않다. 작곡 프로그램을 다룰 정도의 실력만 익히면 되므로 몇 개월 이내로 컴퓨터 음악 작곡이 가능하다. 따라서 완성도 높은 노래의 작곡 능력이 중시되는 컴퓨터 게임의 배경 음악이나 주제가 작곡가 취업에는 홍길동이 훨씬 유리하다.
비슷한 이유 때문에 전산과 출신이 웹디자이너나 게임 디자이너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미술 감각이 없는 상태에서 컴퓨터 실력과 포토샵 사용법을 잘 안다고 해서 캐릭터를 잘 그릴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림에 대한 소질을 인정받은 회화과나 디자인과 출신이 웹디자이너나 게임 디자이너, 캐릭터 디자이너로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미술 실력 때문이다.
물론 모든 IT 분야에서 전산 비전공자가 컴퓨터를 배워서 취업하는 것이 유리한 것은 아니다. 비전공자가 더 유리한 경우는 대개 컴퓨터가 도구로 사용되는 분야인 경우에 해당한다. 컴퓨터 자체에 대한 깊은 지식보다는 컴퓨터의 능력을 활용하는 직종인 경우에 비전공자가 유리한 것이다. 경영학과나 통계학과 출신이라면 전산과 출신보다 컴퓨터를 이용한 경영, 컨설턴트, 통계 분석 업무에 적합하다. 게임 시나리오도 국문과 출신이 전산과 출신보다 더 잘 쓰며, 신문방송과 출신이 전산과 출신보다 동영상 편집 일에 더 적합할 것이다.
반면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전산 비전공자가 전산과 출신과 경쟁해서 이기기 어렵다.
(1) 국문과 출신이나 유아교육과 출신이 C언어 배워 프로그래머로 취업하기.
(2) 경영학과 출신이 네트웍, 자바 배워 서버 관리자로 취업하기.
프로그래머, 개발자, 네트웍 관리자 등의 직종은 컴퓨터를 잘 아는 사람일수록 유리하다. 당연히 전산 계열 출신자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몇 년 동안 배운 내용이 개발이고 네트웍인데 이들과 함께 경쟁하겠다는 것은 무리임이 분명하다.
물론 회화과 출신이 자바나 C를 배워 전산과 출신보다 잘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특수한 경우에 해당한다 할 수 있다. 회화과 출신은 대부분 그림을 잘 그리고 전산과 출신은 대부분 그림에 소질이 없는 것이 상식이다. 반대로 회화과 출신이 프로그래밍에 소질이 없다는 것 역시 상식이다. 때문에 비전공자가 전산과의 전공 영역이라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네트웍 분야로 도전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효율적인 투자는 아닌 것이다.
외장재만 바꾸어도 전혀 다른 집이 되는 것처럼, 자신의 전공에 IT 또는 컴퓨터라는 외장재를 살짝만 씌우면 전혀 다른 능력의 인물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능력 리모델링으로 적은 투자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일이다. 계획 없이 멀쩡한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 일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는 말하지 않겠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리모델링보다 부수고 새로 짓는 경우가 더 효율적일 수 있는 것처럼, 사람에 따라서 자신의 전공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또한 해당 전공 분야에 아주 탁월한 능력을 지닌 사람에게는 능력 리모델링의 필요성이 크게 준다. 원래 집이 좋다면 리모델링 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전공 실력이 뛰어나다면 전공으로 승부하는 것이 더 좋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전공을 포기하고 새로 전산 쪽을 시작하는 것보다는 전공에 전산 능력을 약간 입히는 '능력 리모델링' 방식이 대체로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전공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사람은 상위권 일부만이 가능한 일이다.
피아노학과, 국악과, 성악과 나와서 교향악단이나 국악단에 취업되는 경우는 일류대 출신이라 하더라도 졸업 동기생 중에서 몇 명 되지 않는다. 나머지 수 십 명의 졸업생과 학벌이 떨어지는 대학 졸업자는 음악과 상관 없는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신방과 나와서 방송국에 취업하고 사학과나 불문과 나와서 역사나 불어 관련 직장에 취업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전공에서 비범한 실력을 발휘한 몇몇을 제외하면 전공과 상관 없는 직장을 구해야 할 것이고, 이 중 상당수가 IT 쪽으로 영입되고 있다.
문제는 요즘 IT 취업을 원하는 비전공자의 상당수가 전산 전공자 영역인 프로그래머와 개발, 네트웍 쪽으로 많이 몰리는 점이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거꾸로 생각해보라. 전산과 출신이 컴퓨터 실력 포기하고 처음부터 피아노 배워 피아노 연주자로 직장을 구한다고 생각해보라. 비전공자가 전산 전공자 분야를 넘보는 것 역시 이와 비슷하게 인식해야 한다.
피아노과 출신이 IT쪽으로 취업하겠다면 게임음악처럼 전공과 컴퓨터가 결합되었을 때 장점이 되는 분야에 지원하는 것이 좋고, 전산과 출신이 피아노 관련 직종에 취업하겠다면 피아노 연주자가 아니라 피아노 영업 관리나 피아노 물류 시스템 개발에 지원해야 할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전공 관련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지만, 비전공 분야에 취업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전공을 살리는 방향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유리하다. 전공을 포기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그래서 전산 전공자나 비전공자 모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전공을 포기하기에 앞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방향부터 검토하라는 것이다. 전공 리모델링은 가장 적은 투자로 IT 직종에 취업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