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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도 보고, 자신도 보라.

IT문화원 컬럼. 2003년 05월 05일. [갈래: recruit] URL: http://www.dal.kr/col/recruit/recruit20030505.html

리크루트

리크루트 컬럼(05). 2003년 05월 05일 (글: 김중태)


위를 보면 지옥이고, 아래를 보면 천국이라고 한다.

화장실 갈 때와 올 때의 마음이 다른 것이 사람이다. 취업 전과 취업 후의 마음이 달라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나보다. 몇 달 동안 취업이 안되면 대개의 취업 지망생은 '만약 취업만 된다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는 마음과 '내가 과연 취업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한다. 그런데 정말 여러 차례의 실패를 맛보고 겨우 취업을 하면 이런 생각이 싹 사라진다. 감사의 마음보다는 성급했다거나 잘못 선택했다는 마음이 앞서는 경우를 자주 본다.

상담 신청자 중에 여러 분이 취업에 성공한 다음에 내게 편지를 보낸다. 상담에 대한 감사의 편지가 많지만 취업한 회사에 대해 재상담을 신청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편지 내용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유형 중 하나다.

(1) 일단 취업은 되었지만 근무 조건(연봉, 근무지, 근무 시간 등)이 좋지 않아서 옮겨야 하나 고민 중이다.

(2) 같이 공부했던 동기 중에는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취업을 했다. 나도 그 정도 연봉을 받을 수 있는데 급한 마음에 회사를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닌지. 좀더 높은 연봉을 주는 곳으로 다시 알아봐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이에 대한 내 대답은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고, IT 업계의 흐름이 파악될 수 있는 시기(최소 1년)가 될 때까지 가능한 근무하라'는 것이다. 인격적인 대우 문제가 걸리는 곳이라면 근무하기 곤란하지만 연봉이나 근무지와 같은 근무 조건을 가지고 고민하는 것은 취업 전의 고생을 잊었다는 뜻이다.

그 회사에는 먼저 입사한 선배들이 같은 조건에서 몇 년씩 근무하고 있다. 그들이 신입사원인 자신보다 실력이나 경력이 부족해서 그 회사에 있는 것이 아니다. 더 좋은 회사로 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제 막 입사한 신입사원이 퇴사를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배 부른 소리가 아닌가. 이제 막 IT 회사에 입사한 자신이 먼저 입사한 선배보다 실력이 있고, 경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자신이 더 좋은 회사로 옮길 수 있다면 선배들은 더더욱 좋은 회사로 먼저 옮겼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불만족스럽게 생각하는 그 회사 입사조차도 천신만고 끝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을 입사와 동시에 까맣게 잊으니 참으로 사람의 마음은 가볍다.

연봉이 작다고 생각하고 불만을 가지려면 애초 그 회사에 지원하지 않으면 된다. 연봉 많이 주는 회사로 지원하면 될 일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능력으로는 원하는 회사에 취업할 수 없기에 현재 회사에 취업한 것이 아닌가. 자기 스스로 그 만큼의 연봉을 받고 일할 생각으로 지원한 것이다. 지원할 때는 합격만 되었으면 하고 바랬을 것이다. 그런데 합격하고 나니 이를 까맣게 잊고 불만부터 꺼내놓는다.

어른들 하는 말 중에 '위를 보면 지옥이고, 아래를 보면 천국이다.'라는 말이 있다. 잘 사는 사람만 보면 자신이 지옥에 사는 것 같지만 자신보다 못 사는 사람을 보면 천국에 사는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행복은 상대적이라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

월세 때는 전세로만 이사가면 행복할 것 같고, 전세로 이사가면 조그마한 집만 가지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막상 집을 산 뒤에는 좀더 큰 집으로 이사하고 싶어하는 것이 사람 욕심이다. 위만 바라보는 이상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기 쉽지 않다. 월세 전세에 단 칸 방에 사는 사람도 많지만 겨우 20평 짜리 아파트에 산다고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행복감을 느끼며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목표는 위를 향해야겠지만 현실을 보는 눈은 위아래를 고루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능력과 자신이 받는 대우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능력보다 적게 대우 받는다고 생각하면 더 좋은 대우를 해주는 곳으로 옮기면 된다. 자신의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다른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의 연봉과 비교하며 현재 회사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것은 옳지 않다.


끊임 없는 자기 능력 향상이 최선의 답이다.

최근 내 주변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몇 가지 나열하겠다.

(가) 개발자 평균 연봉이 2천 만원도 안 된다고 투덜대는 사람을 만난 날, 편집인의 평균 월급이 80만원으로 나왔다고 자신의 직종에 대해 회의를 품는 컴퓨터 출판사 직원들을 만났다.

(나) 그 출판사 직원이 자신의 월급을 이야기할 때 내가 아는 한 컴퓨터 출판사의 전 직원은 사표를 쓰고 쫓겨나야 했다. 나와 친했던 이 회사의 이사는 당장 생계를 위해 40살의 나이에 택시기사 취업을 고려하고 있다.

(다) 정부 지원 교육을 받고 30살이 넘어 처음 IT회사에 콘텐츠 관리자로 입사한 신참이 자기 연봉이 적은 것 같다고 불만을 이야기할 때, 그 업계 경력 5년이 넘는 10여명의 콘텐츠 관리자는 회사에서 쫓겨나 재취업을 알아보는 중이었다.

(라) 연수 동기는 개발 신입자로 1800만원을 받는다면서 취업이 늦더라도 개발자로 갔어야 더 돈을 많이 받는 것 아니냐는 입사 며칠의 신입 사원 편지를 받던 날, 밤 늦은 시각에 친한 후배가 전화를 했다. 한 회사의 온라인 게임 개발과 서버 관리까지 맡고 있는 30대 후반인 내 후배는 150만원 월급 중에서 50만원만 나왔다고 하면서 다른 회사를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그런데 그 나이에 평범한 경력의 그가 어디를 간단 말인가? 서로 아무 말도 못했다.

(마) 그 후배의 친구 역시 내가 잘 아는 후배인데 10년 넘게 개발자로 일하던 회사에서 퇴사했다. 수익 구조 악화로 사업 부서 자체를 없앴기 때문이다. 아직은 실업 급여를 받고 있고 10년 경력이 있어 재취업도 가능하겠지만, 이전 회사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재취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외에도 최근 내 주변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퇴사한 후에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특히 40세 전후로 퇴사한 사람들은 재취업이 쉽지 않고, 자녀는 성장기라서 피를 말리는 심정으로 직장을 알아보는 중이다. IT 회사에 갓 들어간 신참들이 연봉 타령을 하고 있는 한 편에서 사업 부서 폐지나 회사 폐쇄로 오랜 경력자들이 무더기로 퇴사당하고 있는 것이 요즘 IT 기업의 현실인 것이다.

다른 사람은 다 잘 나가는 것처럼 착각하지 말자. 일자리가 늘기만 하는 것이 아닌 이상 누가 취업하는 한편에서는 누군가 퇴사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야 한다. 새로 취업한 회사에서 받는 연봉이 낮다고 불만을 갖지 말자. 자신이 받는 대우가 부족하거나 다른 친구가 더 잘 나간다면 자신도 그 회사로 옮기면 된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라. 겨우 들어간 현재 회사 사표 내고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회사에 밥 먹듯 쉽게 들어갈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면 자신의 능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위만 보면 언제나 상대적 빈곤감에 시달리는 지옥이 될 것이다. 반면 아직 취업이 안된 사람들을 본다면 그나마 취업이 된 자신이 천국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위아래를 모두 보는 눈과 자신을 돌아보는 눈이 필요하다. 자신이 아래서 바라본 취업의 문은 얼마나 높게 느껴졌는가? 그 좁은 문을 뚫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돌이켜보라.

입사 후 다시 위를 바라보는 것은 좋다. 그렇지만 다시 한 단계 위로 가기 위해서는 그만큼 자기 향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아무런 준비와 능력 없이 취업을 바랄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의 능력 향상 없이 더 좋은 곳을 바랄 수 없다. 취업이 되었다면 이제부터 다시 준비해 1년이나 2년 후에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하자. 현재의 처지에 불만을 갖고 게으름을 필 시간이 없다. 더 좋은 대우를 바란다면 현재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부터 확실하게 배우면서, 끊임 없이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
리크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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