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이어 '유연한 사고 만들기'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자. 유명한 우화 중에 '여자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우화는 여러 가지 다양한 주제가 섞여 있다. 남자와 여자, 임금과 신하, 약속과 신의, 아내와 남편, 선택과 배려 등의 다양한 주제를 토론할 수 있는 우화다. 간단하게 이 우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사례.1] 어떤 아내를 선택할 것인가?
아더왕이 잡혀 죽을 위기에 처했지만 아더왕의 기개에 감탄한 적국 국왕이 한 가지 제의를 했다. 자신이 내는 매우 어려운 질문의 해답을 1년 안에 구해오면 살려주겠다는 것이다.
"여자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What do women really want?)"
이 질문은 풀 수 없는 질문처럼 보였지만 아더왕은 죽는 것보다 낫기에 제의를 수락한다. 아더왕은 자신의 왕국에 돌아와 공주, 학자, 현자, 심지어 창녀, 광대에게까지 물어봤지만 해답을 얻지 못했다.
아더왕의 신하들이 말하기를 북쪽의 늙은 마녀는 답을 알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마녀는 말도 안되는 엄청난 댓가를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어느새 일 년이 되었고 아더왕은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더왕은 늙은 마녀를 청했고, 늙은 마녀는 원탁의 기사들 중 가장 용맹하고 용모가 수려한 거웨인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더왕은 고민했다. 문제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늙고 추잡하기 이를데 없는 마녀에게 가장 충성스러운 신하인 거웨인의 결혼을 명령할 수 없었다. 그러나 충성스런 거웨인은 아더왕의 목숨이 달려있는 만큼 주저없이 그 마녀와 결혼을 하겠다고 자원했다.
마녀는 답을 말해주었다.
'여자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삶을 자신의 선택과 의지에 의해 사는 것이다. (What women really want is to be in charge of her own life)'
아더왕은 적국 국왕에게 답을 말했고, 적국 국왕은 그것이 진실이며 정답이라며 기뻐했다. 물론 아더왕과 볼모의 목숨도 보장했다.
목숨을 얻었지만 아더왕은 거웨인의 일로 근심에 가득 찼다. 그러나 거웨인은 대단한 사람이었다. 늙은 마녀는 결혼 전부터 최악의 태도로 거웨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을 대했다. 그러나 거웨인은 성내지 않고 성실하고 착하게 자신의 아내로서 마녀를 대했다.
결혼식 이후 첫날 밤을 치를 날이 왔다. 거웨인은 첫날 밤을 보내기 위해 숙연한 기분으로 침실에 들어갔다. 그러나 침실 안의 광경은 그를 놀라게 했다. 그가 평생 본 적 없는 최고의 미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거웨인이 묻자 그 미녀가 대답했다. 자신이 추한 마녀임에도 거웨인은 항상 진실로 그녀를 대했고 아내로 인정하였으므로 그에 대한 감사로서 이제부터 삶의 반은 추한 마녀로, 나머지 반은 아름다운 미녀로서 있겠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녀는 거웨인에게 물었다. 낮에 추한 마녀로 있고 밤에 아름다운 미녀로 있을 것인가,아니면 낮에 아름다운 미녀로 있고 밤에 추한 마녀로 있을 것인가. 거웨인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이는 쉬운 선택이 아니다. 낮에 아름다운 미녀로 있기를 바란다면 주위사람에게는 부러움을 사겠지만 둘 만의 밤이 황홀하지 않을 것이고, 밤의 미녀를 선택한다면 주위의 비웃음을 견뎌야 할 것이다.
여러분이라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여기에서 글 읽기를 잠깐 멈추고, 여러분의 선택과 이유를 결정한 뒤에 나머지 글을 읽기 바란다.
여러분의 선택과 이유가 결정되었다면 '거웨인의 선택'과 비교해보자.
[사례.2] 거웨인의 선택
거웨인은 마녀에게 '자신이 직접 선택'하라고 말했다. 마녀는 이 말을 듣자마자 자신은 반은 마녀 반은 미녀 할 것 없이 항상 아름다운 미녀로 있겠노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거웨인이 자신의 삶과 의지, 마녀 자체를 존중해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웨인이 낮이나 밤 중 하나를 선택했다면 마녀는 그 선택대로 따랐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마녀의 의지는 없는 셈이다. 거웨인이 낮의 미녀를 선택했다면 거웨인의 명예를 위해 마녀는 밤마다 남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어려울 것이다. 거웨인이 밤의 미녀를 선택했다면 마녀는 다른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아야했을 것이다.
둘 중 어떤 선택을 하건 '여성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 사는 것'이라는 답을 얻기 위해 목숨까지 걸어놓고도 정작 여성의 의지를 존중하지 않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되는 것이다. 거웨인은 자신의 아내인 마녀를 먼저 배려하고, 마녀의 의사를 존중함으로써 최상의 결과를 얻은 것이다.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인가? 낮의 미녀나 밤의 미녀를 선택하고 명예나 즐거움을 더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는가? 그랬다면 좀더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유연한 사고를 길러야 할 것이다.
지난 번 글을 통해 부드러운 사고를 기르기 위해서는 '역발상'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고대부터 끊임 없이 내려오는 최고의 가르침 중 하나다. 그러나 '역지사지(남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라는 단순한 이 한 마디를 실천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거웨인의 선택' 이야기에는 많은 주제가 담겨 있다. 가장 큰 주제는 남을 배려하고 남의 시선으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 정신이다. 상대편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를 배려할 때 가장 좋은 해답이 나오는 법이다.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 때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좋은 물건을 만드는 길이고, 면접을 할 때는 면접관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좋은 대답을 하는 길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주제는 자신의 의지에 의해 선택하는 삶이다. 대기업을 선택하거나 중소기업을 선택하는 일은 모두 자신의 몫이다. 공부하는 것도 유학을 가는 일도 모두 자신이 선택해야 할 일이다. '남들이 하니까.' '누가 권해서'라는 말에는 '자신'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신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선택은 불만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많다.
자신의 의지에 의해 따라 사는 삶과 남을 배려하는 자세는 부드러운 생각을 만들고 좋은 결과를 얻기 마련이다. '내가 저 사람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저 사람이 오해하고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하겠군.'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인간 관계도 유연할 것이다. 그래서 어떤 선택의 문제에 닥쳤을 때는 자신의 의지와 남의 의지를 모두 고려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자신의 의지가 중요한 것처럼 남의 의지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