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경기 침체로 인해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침체가 10년 이상 지속된 일본의 경우는 전후 최악이라고 말할 정도다. 3년 전 4%대였던 완전 실업률이 올해 초(2003년 4월)에는 5.4%로 크게 높아졌다. 미국도 안 좋다. 미국의 전체 실업률은 올해 5월 기준으로 6.1%로 9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노동부가 '27개월간 일자리가 계속 감소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라고 한탄할 정도로 상황이 나쁘다. 몇 년 동안 한 달에 10만 개씩 일자리가 감소한 것이다.
청년실업 현황은 더욱 나쁘다. 일본의 경우 청년실업률은 10.7%나 된다. 프리터(일본에서는 프리타라고 부른다.)를 감안하면 실질 실업률은 더욱 높아진다. 15~34세 사이의 프리터 비율은 10년 전 10.4%에서 2001년 21.2%로 상승했는데, 완전 실업률이 5.4%로 상승한 올해는 프리터 비율이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얼마 전에 신문에 실린 일본 유학생의 독자 컬럼 내용은 실업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초보 유학생 사이에 홀 서빙, 호텔 청소, 설거지 등 아르바이트 자리를 5만7000엔에 사고파는 문제가 화제가 된다는 이야기며, 유학생끼리의 따뜻한 교류는 옛날 이야기라고 기고했다. 일본에서 청년실업이 최고조에 이른 것은 이미 상식이 된 상태고, 취업전선에 뛰어든 학사, 석사 졸업자들은 더 이상 그들의 학벌을 기억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인 사상 최악, 사상 최고의 실업이라는 말이 늘 언론을 장식한다.
미국의 청년실업도 심각하다. '4년 전인 1999년에는 대졸자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이 8.4%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42.4%로 높아졌다'고 말할 정도로 신규 채용이 크게 줄었다. 미국의 경우 신규 채용이 주는 것은 물론이고 신입 사원조차 해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경력 몇 년 차인 사람조차 초임 수준으로 급여를 크게 줄여 재취업을 알아보는 상황이다.
청년실업 문제는 초기에 대처해야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초에 프리터가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신세대의 특징 때문에 취업에 관심을 안가지는 것으로 여기고 안일하게 대처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역시 세대 취향이라면서 신경을 쓰지 않다가 성년이 되어서도 부모 곁을 떠나지 않는 캥거루족이 증가하자 그때서야 대책 마련에 나섰다. 프랑스의 경우 미취업자의 80%가 캥거루족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이처럼 청년실업이 증가할 경우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활기를 잃는다. 이는 곧 장기적으로 경쟁력 약화와 생산성 약화로 이어져 경기 침체와 실업 장기화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결국 정부, 기업, 노조 모두에게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유럽의 경우 청년실업 문제를 전통적인 방법인 직업 교육으로 대처하고 있다. 직업 훈련은 강화하고 실업 수당을 줄임으로써 구직 의욕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이 방법은 경기가 좋을 때 재취업이나 이직에는 효과가 크지만 청년실업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취업할 의사가 없어서 실업자가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자체가 줄어서 생기는 실업 문제이기 때문이다. 직업 교육을 시키고 취업 욕구를 키워봐도 일자리 자체가 없는 이상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결국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는 청년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가 없는 이상 일자리 부족만큼의 실업이 생길 수밖에 없으므로 정부와 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다.
한 때 청년실업이 20%나 된 프랑스는 이 문제를 근무 시간 축소로 맞서봤다. 2000년에 오브리법을 만들어 39시간의 법정 근무시간을 35시간으로 줄여 4시간 분량의 일자리를 늘리고자 했다. 이 방식을 통해 당장은 청년실업률이 16.2%로 조금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선진국 중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기업이 4시간이 준 만큼 고용을 늘리지 않는 바람에 오히려 39시간 해야 할 일을 35시간에 해야 하는, 노동 강도만 느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 각종 취업 센터와 직업 훈련, 산학 연계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뚜렷한 결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국내에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채용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 노동계, 기업이 모두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어느 한 쪽의 목소리만 내서는 해결하기 어렵고 결국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영국의 경우 역사가 오래 된 많은 기업이 있었지만 강한 노조를 피해 기업이 모두 해외로 나가버렸다. 결국 영국 국내에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이 장기화되자 이번에는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야 했고, 노조는 자신의 손으로 '무노조 무쟁의 각서' 써주는 수모를 겪었다. 자신의 손으로 국내 기업을 외국으로 내쫓고 나중에 해외 기업에 사정하면서 손을 드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기업이나 노조, 국가 모두에게 손해되는 결과를 초래한 사례다.
기업들 또한 당장의 이익만을 바라보고 관리하기 쉬운 해외로만 눈을 돌릴 경우 장기적으로는 핵심 인력난 부족으로 불황을 초래할 것이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는 우리나라 조선업계와 반대의 상황에 처한 일본 조선업계의 최근 몇 년은 이러한 과정을 잘 대비시켜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에 사상 최대의 수주실적을 기록하면서 올 해 목표를 벌써 초과 달성한 상태다. 심각한 경기 침체 속에서도 한국의 조선업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에만 주력할 것으로 본다. 국내 조선업계의 올해 상반기 선박 수주물량은 781만CGT로 역대 최대치였던 2000년 상반기의 661만CGT의 기록을 갈아 치웠다.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에만 선박 부문에서 48억 2400만 달러를 수주해 올해 목표치(30억달러)를 이미 넘어섰고 삼성중공업도 36억 달러 어치를 수주해 올해 목표인 35억 달러를 돌파한 상태다. 기타 대우조선해양도 선박 부문에서 20억 달러, 해양 플랜트 부문은 8억 3800만 달러 가량을 계약해 플랜트 부분의 올해 목표치(7억달러)를 넘긴 상태다. 조선업계는 현재 2년 6개월 치가 넘는 일감이 쌓여 있다. 이 때문에 수익성 높은 선박 위주로 주문을 골라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있으며 선박 가격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한국 조선업계는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 이러한 우위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산업연구원(KIET) 홍성인 부연구위원은 '90년대 중반 과감한 설비 투자가 주효했다. 당시 채용했던 젊은 인력의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어 일본과 격차는 계속 벌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지속적으로 젊은 인력을 채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반대의 과정을 겪고 있다. 전성기였던 70년대 중반 16만 명에 이르던 조선업종 인력이 현재 3만 8000명으로 급감한 상태다. 신규 채용이 거의 없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기능 인력이 고령화되고 생산성 향상이 한계에 부닥친 상태다.
한 마디로 말해 한국 조선업은 신규 인력 채용을 지속적으로 늘린 것이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도 높은 성장과 수익을 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면 일본 조선업은 '인력 축소, 인력 부족, 수주 감소, 다시 인력 감축' 등의 악순환을 겪으면서 점점 축소되고 있다. 배를 설계하고 만들 인력이 부족한 것이 일본 조선업 경쟁력 약화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해당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한일 두 국가의 조선업계의 사례는 신규 채용 축소로 인한 청년실업 문제가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해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문제 해결 방법은 과감한 투자로 신규 채용을 늘리는 것임을 보여준다.
청년실업 문제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기 전에 노사정이 함께 대처해야 하는 문제다. 노조는 지나치게 강경 일변도로 나가면서 자신의 요구만을 내세울 경우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 국내 공동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업 또한 노조와 국내의 각종 제도를 피해 관리하기 편하고 가격이 싼 해외 인력에만 눈을 돌리면 안된다. 이럴 경우 나중에는 핵심 인력 부족이라는 결과를 맞이한다는 사실을 알고, 어렵더라도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득이 된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정부는 실업 문제를 신세대의 취향이나 가치관 변화로 떠넘기지 말고 기업이 신규 채용을 늘릴 수 있도록 각종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
조선업계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청년실업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기업과 노조가 힘을 합쳐 초기에 잘 대처해야 한다. 정부가 안일하게 대처하고 노조와 기업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각자의 주장만 펼친다면 훗날 서로에게 피해를 끼치고 사회 불안의 악순환을 반복하는 계기로 이어질 것이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의 노사정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조금씩 양보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