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관련 직업이라면 아바타 디자이너가 떠오른다. 그렇지만 아바타 디자이너가 아바타 기획이나 판매를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아바타 MD가 기획과 판매를 담당한다. 아바타 MD는 아바타 상품을 관리하는 MD(머천다이저)를 뜻한다.
MD는 영업과 관련된 인력으로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 관리하는 일을 맡는다. 한 마디로 잘 팔릴 상품을 골라내는 일과 이 상품의 특징을 장점으로 포장하는 일을 맡는다. 상품이 안 팔릴 때는 안 팔리는 원인을 분석해 이를 보완하는 일을 한다. 이를 위해서 MD는 소비자의 욕구와 제품의 장단점을 정확히 읽는 능력이 필요하며, 기획력과 홍보 능력이 요구된다.
MD의 업무는 '상품 기획, 생산 스케줄 관리, 판매, 홍보 및 판촉'으로 구성되며 상품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최종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책임진다. MD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분야는 의류 및 패션, 백화점 할인점 등의 유통 업종이며, 최근에는 홈쇼핑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케이블 홈쇼핑의 경우 방송 시간 동안 가장 잘 팔릴 상품을 선별하는 일과 선별한 상품을 최대한 잘 포장해 방송하는 일이 매출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므로 MD의 역할이 중요하다. 요즘은 수능 상품, 묘지 납골당까지도 홈쇼핑을 통해 판매되는데 새 아이템을 개발하려는 MD의 노력에 따른 결과다.
최근에는 IT 쪽에서도 MD를 많이 도입하는데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야가 바로 아바타 분야다. 다른 IT 상품은 기술력이나 기획력이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아바타의 경우 유행에 민감하고 수명이 짧은 상품이기 때문에 기획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상품성을 검증해야 한다. 그래서 아바타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업체의 경우 아바타 디자이너 외에 아바타 MD를 따로 두고 있는 상황이다. 아바타로 성공한 세이클럽은 물론이고 프리챌 넥슨 넷마블 등 대부분의 아바타 서비스 업체에서 아바타 MD가 활동하고 있다.
아바타 MD가 하는 일은 패션 의류 쪽의 MD와 비슷하다. 아바타에 어떤 옷을 입혀 진열해야 제품이 잘 팔릴 것인지 고민한다. 아바타 세계는 현실 세계를 반영하기 때문에 아바타의 패션이나 캐릭터 역시 현실 세계의 시스템을 기준으로 동작한다. 즉 현실 세계에서 계절마다 패션이 달라지는 것처럼 아바타 세계도 달라진다. 아바타 MD는 현실 세계를 사이버 공간에 반영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바타 MD 역시 다른 MD처럼 아바타 기획 단계부터 최종 소비자에 도달하기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다. 어떤 아바타를 기획할 것인가부터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과 판매 가격 결정, 제품의 판매 홍보까지 담당한다.
아바타 MD가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운 일 중 하나가 가격 결정이다. 모든 상품이 그러한 것처럼 제품의 질에 맞는 가격대가 최적화 될 때 가장 효과적인 제품 판매가 이루어진다. 제품 질이 형편 없는데 가격이 비싸도 외면 받지만, 좋은 제품을 너무 값싸게 팔아도 외면받는다. 제품의 가격 결정에는 제품의 디자인이나 질만 좌우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의 의식이나 제품의 무게와 부피, 색과 같은 미세한 부분도 가격 결정이나 판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라면의 경우 1963년부터 40년 가까이 120g으로 무게가 고정된 상태다. 사람들은 라면 하나를 먹으면 약간 부족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한 개 반 정도가 포만감을 느끼는 적정한 분량으로 본다. 이를 겨냥해 2002년에 20g을 추가한 140g짜리 라면을 선보였지만 실패작이 되고 말았다. 무게를 줄인 라면도 대부분 실패했다. 사람의 의식 속에는 알게 모르게 제품 정보와 가격이 의식화된 상태인데 라면 무게 120g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아바타 역시 가격이 싸다고 잘 팔리는 것이 아니다. 이는 아바타의 용도가 개인을 포장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옷이 아무리 질 좋고 멋있어도 가격이 너무 싸서 너도나도 부담 없이 살 수 있다면 명품으로 가치를 상실하는 것처럼, 아바타 가격이 너무 싸면 아바타를 구입해 포장하는 사람의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명품 아바타는 비싸게 가격을 책정해야 오히려 잘 팔린다.
가격을 결정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고객이 아바타 상품을 구매했을 때의 만족감이다. 때문에 제품에 대한 적정한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해당 제품의 소유에 대한 행복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세이클럽에서 홈피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각종 가구 등의 집 꾸미기 아이템을 3천원에 판매했는데 호응도가 낮았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다른 사람과 차별성이 떨어지는 점이 문제였다. 반면 다른 사람과 차별화가 두드러지는 고가의 배경 아이템을 선호했다. 결국 세이클럽은 차별성이 떨어지는 가구 아이템은 가격을 크게 낮추고 대신 차별성이 두드러지는 배경 아이템은 7천원대의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아바타 상품의 가격 결정은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아바타 가격의 경우 제조 원가 개념이 없기 때문에 가격 결정이 주관적이거나 감에 의존하는데 세이클럽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잘못 책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아이템의 판매 부진 원인을 알아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경우는 성공적인 경우에 속한다. 기획은 잘 된 것 같은데 판매가 부진한 원인을 알아낼 수 없을 때는 심한 압박감을 받는다.
아바타 MD가 하는 일은 아바타가 잘 팔리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생산된 아바타의 품질이 떨어지면 이를 수정하도록 디자이너에게 요구하고 가격이 맞지 않으면 가격을 조정해서 아바타가 잘 판매되도록 해야 한다. 판매가 잘 되면 다행이지만 판매가 부진할 경우에는 부진한 이유를 찾아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가격 결정이나 제품 판매의 실패를 줄이기 위해 아바타 MD는 사전에 어느 정도 네티즌의 가격 심리에 대한 실험을 한다. 예를 들어 조금씩 다른 아바타 캐릭터를 만들어 처음에는 다양한 가격으로 상품을 선보인 다음에 네티즌이 가장 몰리는 제품의 가격을 표준 가격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세이클럽의 아바타 친구 가격은 이런 네티즌의 반응도 실험을 거쳐서 결정된 가격이다.
현재 아바타 가격은 100원 짜리 반창고와 같은 소품에서 명품관의 고가 제품까지 다양하다. 아바타 종류 역시 초기의 캐릭터 중심에서 벗어나 장식품, 애완동물, 의상, 가구 등 일상 생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인물과 사물을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요즘은 이들 제품의 가격을 결정할 때 제품의 질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화려하고 디자이너의 공이 많이 들어간 제품일수록 가격이 비싸다.
아바타는 컴퓨터와 간단한 그래픽 프로그램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해 원가라는 개념이 사실상 거의 없다. 인건비가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능력 있는 아바타 디자이너나 아바타 MD에 대한 업계의 대우가 좋을 수밖에 없다.
현재 아바타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서 아바타 디자이너와 아바타 MD의 업무 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바타 MD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업무 특성 상 소수 직업군에 속한다. 따라서 취업이 용이한 편은 아니다. 다만 IT쪽의 MD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바타 MD도 관심 대상에 둘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