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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도 영어나 실무능력처럼 투자와 노력을 통해 얻는 능력이다.

IT문화원 컬럼. 2003년 10월 06일. [갈래: recruit] URL: http://www.dal.kr/col/recruit/recruit20031006.html

리크루트

리크루트 컬럼(27). 2003년 10월 06일 (글: 김중태)


한국인은 인맥이 능력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라디오를 통해서 직장인의 인맥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의 직장인 1천 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6%가 '직장생활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인맥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96%라면 사실상 거의 모든 사람이 인맥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셈이다. 재미 있는 점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66%나 된다는 점이다. 인맥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성격(30.5%) 탓과 관리 방법을 몰라서(29.3%)라는 의견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는 '학연, 파벌, 접대, 아부, 낙하산, 로비'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전체의 57%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인맥이 어느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주간 동아에서 직장인 800명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 조사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출세를 하기 위해 능력과 인맥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능력'이라는 응답이 51.8%, '지연 학연 혈연 등 인맥'이라는 답변이 48.2%로 팽팽하게 맞섰다. 능력보다 인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의 절반에 이르는 것이다.

이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 또 다른 사실은 저학력과 저소득층일수록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점이다. 중졸 이하의 62.0%와 100만원 이하 소득층의 61.8%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반면, 정작 이들보다 능력이 많다고 생각하는 계층인 대학 재학 이상에서는 55.4%가 인맥이 더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거의 대부분의 직장인이 인맥이 직장 생활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인맥 자체는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또한 인맥 관리에 소극적이거나 인맥 관리 방법을 몰라서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인은 인맥에 대한 가치관과 실제 행동이 정반대인 혼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인맥 관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쉬운 방법은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는 것이다. 주간 동아의 조사 결과 한국인의 80.2%가 집단에 가입해있고, 한 사람 당 가입 집단 수는 1.86개, 가입 집단은 친목단체 60%, 동창회 42.1%로 인맥 관리용 집단 가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집단 가입을 통한 인맥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집단이나 집단 가입에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지연 학연 혈연 이익단체' 등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무려 80.8%가 '부정적 영향'으로 대답했다. 집단문화의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능력보다 인맥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 형성'이 47.7%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가장 널리 퍼진 집단문화로는 지연 41.6%, 학연 31.5%로 대답해 지연 학연을 가장 중요한 인맥이자 집단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연이 중요하다는 사람은 대구-경북(48.1%)이 가장 많아 지방 출신자들이 서울(26.6%) 출신자보다 지연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단문화로 발생하는 문제로는 '부정부패의 확산(30.1%)' '지역-집단간 갈등(17.8%)'을 지적했다. 가장 심각한 설문조사 결과는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지연 학연 등이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76.5%나 되는 점이다.

결국 직장인 스스로 모순된 가치관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인맥이 출세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인맥 관리는 안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인맥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능력보다 인맥을 중시하는 것이 문제라고 대답하지만, 정작 자신조차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는 인맥의 영향을 받는다고 대답하는 등 가치관과 실제 행동이 정반대로 나타나는 혼란을 겪고 있다.


인맥의 순기능을 살려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인맥에 대한 가치관과 행동이 정반대로 나타나는 혼란상은 스스로나 사회에 도움이 안된다. 분명한 사실은 성공과 출세를 위해서 인맥이 필요하며 모두가 인맥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인맥을 관리해야 한다.

전에 쓴 컬럼에서도 말한 적이 있지만 인맥은 자신이 가진 능력의 하나이며 잘 활용하면 긍정적인 요소가 많은 능력이다. 인맥은 분명 정보를 얻고 자신을 홍보하는 네트웍이다. 이는 정치나 경제 문화 모든 분야의 인사 과정을 봐도 알 수 있다. 예컨대 정부에서 장관을 비롯한 중요 인사를 임명할 때 기준은 능력 위주여야 하지만 어떤 사람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는 인맥을 통해서 조사되고 평가되는 것이 현실이다. 현 정부는 이러한 인적 자료를 좀더 확보하기 위해 '삼고초려'라는 인재 추천 제도까지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 역시 헤드헌팅 회사를 비롯한 각종 기관과 인맥을 동원해 우수한 인재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하고 있다. 이는 인맥이 지닌 순기능 때문이다.

따라서 인맥을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된다. 긍정적으로 보면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능력의 하나이며,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웍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출세와 성공을 위해 인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과 실제로 인맥이 출세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또한 스스로도 인맥의 중요성과 인맥이 미치는 영향권 아래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인맥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인맥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조사 대상자의 상당수가 인맥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으며 인맥 관리 방법을 모른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인맥은 그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맥 또한 능력의 하나이며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인맥은 영어나 실무 능력처럼 평소에 꾸준하게 자신의 노력을 통해 관리해야 하는 분야 중 하나이며 별도의 관리 노하우가 필요한 능력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인맥은 영어나 실무 능력과 비슷한 점이 많다. 인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인맥을 관리하지 않는 것은 영어나 실무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영어 실력을 관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실제로 영어나 실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론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인맥도 영어나 실무 능력과 유사한 점이 있는 것이다.

영어가 필요하다면 영어에 투자해야 하고, 인맥이 필요하다면 인맥 관리에 투자해야 한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라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도록 하자. 인맥 또한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투자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의 하나임을 인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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