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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는 순간이 실패하는 순간이다.

IT문화원 컬럼. 2003년 12월 08일. [갈래: recruit] URL: http://www.dal.kr/col/recruit/recruit20031208.html

리크루트

리크루트 컬럼(36). 2003년 12월 08일 (글: 김중태)


사상 최고의 취업 경쟁률을 보인 2003년

취업 분야에서 올 한 해는 정말 우울한 한 해다. 올 해 우리를 우울하게 했던 소식 몇 가지만 정리해보자. 먼저 사상 최고의 취업 경쟁률 소식이 올 한 해 취업시장의 현황을 보여준다.


- 한국언론재단 : 728대 1
- 유한킴벌리 : 450대 1
- 애경산업 : 233대 1
- LG칼텍스정유 : 218대 1
- 현대모비스 : 200대 1
- 9급 공무원 : 60대 1
- 7급 공무원 : 270대 1
- 어느 기업의 인턴 채용경쟁률 : 300대 1


경쟁률만 높은 것이 아니다. 경쟁자들 또한 고학력이어서 어지간한 학벌로는 명함도 내기 힘들 정도다. 일단 취업하고 보자는 지원자가 늘면서 고학력의 하향 취업이 눈에 두드러졌다.


- 산업은행 신입행원 모집 : 지원자 중 공인회계사 135명, 미국공인회계사 자격증 소지자 150명.
- 투자신탁운용회사 : 경쟁률 260대 1. 미국 MBA 출신 지원자의 5%.
- 경주시 환경미화원 : 25명 모집에 대졸자만 50명 이상 몰려 대졸자끼리 경쟁만 2대 1.
- 한국항만하역협회 : 운전기사 모집에 120대 1.


젊은 나이에 퇴직하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남으면 도둑놈)는 과분한 말이고 올해는 38선(38세 명퇴)이 유행어가 되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이 느끼는 명퇴 나이는 38.1세로 조사되었다. 실제로 올해 실업급여 신청자 167만 명 중 30대가 49만 명으로 가장 많은 29.6%를 차지했다. 40대나 50대도 아닌 한창 일할 나이의 30대가 가장 많이 실업자로 전락한 사실만 봐도 '38선'이 결코 자조적인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KT가 무려 5,500명, 두산중공업이 400명에 가까운 인원을 명예퇴직 시키는 등 명퇴에 대한 불안은 다시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외 15~29세 청년실업률이 9.3%, 구직포기자 28% 등의 각종 수치는 대부분 비관적인 수치여서 올 한 해 취업 지원자를 힘들게 했다.

이 때문에 쇼핑업체의 미국 기업 인턴십 프로그램(1000만원 안팎)이 방송 2시간 만에 20억3000만원 어치가 팔리기도 했고, 직장인의 17%가 부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없다는 것이 요즘 취업 시장의 문제점이다.

그렇지만 이런 수치에 너무 현혹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경쟁률과 같은 수치는 큰 의미가 있는 수치가 아니다. 공채 구직 공고가 나오면 일단 취업 지원자들이 모두 몰리고 본다. 대학 입학 때처럼 일정한 시기에 자신이 목표로 정한 몇 군데만 원서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단 눈에 보이는 구인 업체에는 모두 지원서를 제출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요즘의 취업 형태는 상시채용이고 구인 공고가 취업 사이트를 통해 공개되기 때문에 한 기업에서 구인 공고가 나오면 모든 지원자들이 해당 기업으로 우르르 몰린다. 때문에 요즘은 늘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한다. 그러므로 경쟁률이 높다 하여 이 수치에 현혹되거나 겁먹을 필요는 없다.

결국 실업 문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실업률이다. 실업률에 나타난 수치만큼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며 나머지는 일자리를 찾는다는 것이 결론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의 전체 실업률은 10%를 넘기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9월까지 실업률은 3.4%로 IMF 직후인 1998년의 7%보다는 많이 준 상태다. 나라 전체로 보면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업 문제가 심각한 편이 아니다. 그런데도 취업이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몇 가지 점을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청년실업과 같은 젊은 층의 실업률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체 실업률은 높지 않더라도 취업이 가장 절실한 졸업자들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졸업과 동시에 사회에 나가 일하는 것이 아니라 졸업과 동시에 백수로 전락하는 요즘의 취업 환경은 각종 사회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젊은 인재들이 기업에 들어가 동맥으로 활발하게 뛰어야 하는데 졸업과 동시에 백수로 전락하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올해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2배를 훨씬 넘고 있다. 또한 전체 취업자 중 청년층 비중도 91년 29.5%에서 2002년 21.6%로 크게 하락했다.

50대 실업자가 아닌 20대 30대 실업자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현재 사회구조는 매우 불안하고 취약한 구조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전체 취업률이 낮다는 것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청년실업률을 낮추는데 좀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두 번째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줄어들면서 비경제활동인구의 경제활동인구 편입이 준 점이다. 한국은행이 펴낸 '최근 노동시장의 구조변화가 유연성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보면, 1990년 1월부터 1997년 4월까지는 국내총생산(GDP)이 1% 증가할 때 실업자 수는 2.5%, 비경제활동인구는 0.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기간을 포함한 90년 1월부터 2003년 2월 기간 중에는, 국내총생산이 1% 증가할 때 실업자 수는 5.3% 줄어든 반면, 비경제활동인구는 0.3% 줄어드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말은 외환위기 이후부터는 경기가 회복되어도 비경제활동인구가 노동 인력으로 채용되지 않고 대부분 실업자군에서 재취업하는 경우가 늘었음을 증명한다. 이는 기존 직장에서 퇴사했던 사람의 재취업은 그래도 활발한 반면 사회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은 취업이 매우 힘들다는 점을 반영한다.

IMF로 방출된 경험 있는 풍부한 인력을 일차적으로 채용하다보니 취업한 적이 없는 사람들의 채용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청년 실업이 느는 것이고 졸업과 동시에 경제활동 인구로 편입되지 못하는 졸업자 백수가 느는 것이다.


포기하는 순간이 진짜 실업자로 전락하는 순간이고 실패하는 순간이다.

세 번째로 취업 과정이 더욱 힘들어지면서 구직포기자가 증가한 점이다. 청년 실업률이 10%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10에 9명은 취업한다는 소리다. 만약 모든 지원자가 단 하루에 취업 시험을 본다면 10에 9은 붙고 나머지 1이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의 취업 형태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1명 모집에 남은 실업자가 전부 몰려 지원하는 형태다. 결국 합격한 1명을 제외한 수 백 명의 경쟁자는 다음 주에 또 다른 기업에 지원해 수 백 대 일의 경쟁을 한다. 이런 식으로 수 백대 일의 경쟁을 계속 한다면 계산 상으로 수 십 수 백 번 지원해야 한 번 일자리를 찾는다는 소리가 된다. 실제로 요즘 취업 지원자들은 수 십 번의 서류 제출과 면접이 기본이다. 이러다보니 취업 과정이 너무 힘들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것이다.

내는 곳마다 수 십 대 일의 경쟁을 하게 되는 이런 취업시스템은 상시채용의 증가와 인터넷 취업 사이트의 증가가 중요한 원인이다. 예전에는 같은 날 대기업이 한 번에 공채를 봤기 때문에 몇 대 일의 경쟁률로 취업이 결정되었고 첫 번째 공채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다음 공채나 보충 모집 때 눈을 낮추어 재도전을 해가면서 취업하는 형태였다. 학교에 할당된 지원서가 한정되어 있어 기업에 낼 지원서를 차지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취업 사이트가 등장하기 전에는 대학 입학 때처럼 미리 자신이 들어갈 대상 기업 수준을 정하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비슷한 경쟁자와 경쟁을 했다.

그렇지만 요즘은 상시 채용이 생활화되었고 지원서도 인터넷에서 클릭하는 형태로 낸다. 이러다보니 일단 구인 광고 나면 모두 지원하고 보는 형국이 되고 만다. 그래서 수 십 차례 서류 심사에서 떨어지고 몇 차례씩 면접에서 떨어지는 일을 반복한다. 이러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두렵고 힘이 빠지면서 자포자기 하는 사람들이 느는 것이다. 인터넷 취업 사이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구인 기업 정보를 쉽고 얻을 수 있고 클릭 한 번으로 이력서를 낼 수 있어 편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취업 지원자를 몰고 다니면서 지원자를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요즘의 취업 형태는 취업 되기까지 대부분의 지원자를 힘들게 한다. 분명 100 명 중에서 90명을 채용하기는 하지만 한날 한 시에 100명을 모아놓고 그 중 90명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돌아가면서 1명씩 채용하기 때문에 지원자들이 너무 힘들다. 1번 기업에 100명이 도전해 그 중 몇 명이 채용되고, 다음 주에는 2번 기업에 남은 사람이 도전해 또 몇 명이 채용되는 식이다. 그 사이에 또 새로운 취업 지망생이 나오고. 이러다보니 형식적으로는 늘 100명이 도전해 몇 명이 채용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결국 채용되기는 하지만 채용되기까지 대부분의 지원자는 여러 차례의 지원과 탈락을 반복한 다음에 채용이 되는 힘든 과정을 겪게 된다. 이것이 요즘 취업 시스템의 문제점이며 지원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식의 취업 환경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현재로서는 없다는 점이다. 아직 실업 시장에 남아 있는 풍부한 경력자를 놔두고 학교를 갓 졸업한 사람을 채용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고, 같은 날에 모든 기업이 공채 면접을 보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일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취업 환경이 좀더 유연하게 개선되기 전까지는 이 모든 어려움은 취업 지망생이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위안을 삼을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전체 실업률이 아직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취업 과정이 힘들어지기는 했지만 분명 일자리는 있다. 두드리고 두드리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다. 그러나 취업을 포기하는 순간 자신은 계속해서 실업률 통계에 잡히는 영구 실업자가 될 것이다. 포기하는 순간이 진짜 실업자로 전락하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말아라. 이것이 2004년을 대비하는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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