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19. 뉴스메이커 762호
한글 콘텐츠 확보가 1차 목표… 저작권 논란 극복해야
지난 1월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키나 알시왈라 유튜브인터내셔널 총괄책임자가 한국어판 유튜브 론칭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의 천재 기타리스트 임정현씨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됐듯이, 앞으로 유튜브 한글 사이트는 한국 사용자들이 동영상을 매개로 전 세계와 소통하고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창이 될 것을 기대한다.”
유튜브의 공동창업자이자 CTO(최고 기술책임자)를 맡고 있는 스티브 첸의 말이다. 지난 1월 23일, 유튜브(YouTube)는 유튜브 한글판(www.youtube.co.kr)의 공식 오픈과 서비스 개시를 발표했다. 유튜브는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Google)의 자회사다. 글로벌 IT기업의 한국 진출. 사실 크다면 큰 소식이다. 하지만 업계나 관련 전문가들의 반응은 비교적 관망하는 흐름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한국 토종기업들이 선점
유튜브가 뛰어들 ‘동영상 UCC 시장’은 사실 이미 한국 토종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다. 인터넷 조사업체 메트릭스가 지난해 12월 한 달간 체류시간을 기준으로 낸 주요 동영상 서비스 체류시간 점유율을 보면 판도라TV가 30.3%, 다음 TV팟이 21%를 차지하고 있다(표 참조). 앰엔캐스트나 앰군, 사이월드·네이버 비디오 등이 그 뒤를 잇고 있고, 영문판 유튜브의 동영상 서비스가 4.3%를 차지하고 있다. ‘동영상 UCC 시장’은 다른 나라와 다르게 이미 한국에서는 레드오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종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업계는 어떻게 내다볼까. 판도라TV의 마케팅본부 관계자는 “시장이 확대된다는 측면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판도라TV의 경우도 지난해 말 영어·일어·중국어 등 4개 국어로 서비스하는 글로벌 서비스를 론칭했다”며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서비스해왔지만 앞으로는 유튜브만큼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글판으로 서비스하는 유튜브 페이지.
유튜브가 비록 국내 콘텐츠 업체들과 제휴하여 한국판을 론칭했지만, 최종 목표는 한국시장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류한석 소프트뱅크 미디어랩 소장은 “유튜브를 소유한 구글이 한국판을 론칭한 것은 한국 시장에서 승자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콘텐츠를 모으기 위한 것이며, 한국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 기획이 없는 것은 검색엔진 구글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한글판 유튜브를 만든 것은 한국 사용자가 더 많은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 제공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는 얘기다. 그는 “(서비스를 론칭한) 구글의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자신들의 트래픽이 올라가면 좋겠지만 꼭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테면 ‘구글이 네이버를 이기기 위해 한국시장에 뛰어든다’는 식의 생각은 일부의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유튜브가 한국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선거법 등 한국의 법제도나 문화에 대한 좀 더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 대선 시기에는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을 규제했기 때문에 국내 동영상 UCC 사이트에 올라갈 수 없었던 이명박 당선인을 비롯한 대선 후보·정당에 대한 비난·비판 동영상이 해외에 서버를 둔 유튜브에 올라갔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이 같은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유튜브는 피해갈 수 있을까. 유튜브 측은 “유튜브는 세계 어디서나 현지법을 존중한다”면서도 “유튜브 고유 미션이나 비전은 사용자들의 민주적 참여와 토론을 통해 하나의 이슈나 주제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열린 장으로 기능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원론적인 수준의 천명이다.
음란물 필터링이나 저작권 등도 이슈로 제기된다. 유튜브 측은 “올라오는 동영상 중 청소년에 유해한 동영상을 걸러내는 작업은 동영상마다 노출되는 신고(Flag) 기능을 통해 전 세계 2억 명 이상의 유튜브 커뮤니티 사용자가 모두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저작권 논란과 관련해 유튜브 측은 “모니터링만으로는 수동적이라고 판단해 현재까지 업계에서 선보인 적 없는 고난이도 기술인 VI(비디오검증)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저작권자들이 별도의 비용 없이 본인의 영상물을 유튜브에 등록하면 VI 시스템이 영상을 기계적으로 스캔해 저작권이 같은 영상을 탐지할 경우 저작권자들에게 통보하는 형태”라고 밝혔다.
특이한 것은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저작권자가 영상유통을 차단하거나 경로추적·감시를 할 수도 있고, 수익모델화하는 조치도 가능하다. 말하자면 단속·차단 위주에서 수익모델을 위한 적극적 발상 전환이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인력이 아닌 글로벌 기술을 통해 승부하겠다는 발상이다.
소위 웹2.0을 선도한다고 불리는 기업들이 종전에 한국어 서비스를 내놓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실제 사진 공유 사이트인 플리커(flickr.com)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는 마이스페이스(myspace.com)도 한글판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용자들에게서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이 중평. 포털을 중심으로 이들이 표방하는 장점을 이미 흡수한 유사한 서비스가 먼저 자리 잡고 있다는 점과 함께 “한국어로 메뉴를 소개한다고 진짜 한국판 서비스를 론칭한 것은 아니다”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유튜브 측은 “앞으로 수개월 내에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마련할 것”이라며 “지금도 사용자가 비디오를 업로드하고 의견을 나누는 데 가장 편리하고 가장 사용자 친화적 서비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법제도·문화 관심 필요
임승희 전주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들어와 자국에서 하던 방식을 그대로 하다 보니 실패한 사례가 꽤 되지만 유튜브는 기업들에게는 홍보의 공간을 만들어주고,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성공 여부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웹칼럼리스트 김중태 마이윙 이사는 “얼리어답터의 입장에서는 론칭된 한글판 유튜브의 모습이 허접하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눈높이를 조금만 낮춰 대중적 입장에서는 새로운 볼거리 사이트가 생긴 것”이라며 “검색엔진의 경우 언어장벽이 크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외면하기 십상이겠지만, 동영상 사이트는 재미있으면 계속 머물러 본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종전에 사용자가 따라 만든 텔미 동영상은 한글 인터넷 문화권에서만 머물렀지만, 한글판 유튜브를 통해 글로벌 인터넷 문화의 일부로 유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판 유튜브의 론칭이 한국과 글로벌 인터넷 환경의 간극을 좁히는 계기가 될 것인지, 또한 현재의 동영상 UCC 시장 판도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앞으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ang.com
* 연결: [뉴스메이커] 한글판 유튜브, UCC 시장 뒤흔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