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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물단지 컴퓨터를 치우는 방법



IT문화원 컬럼. 1996년 08월 01일. URL: http://www.dal.kr/col/songwon/songwon199608.html

송원백화점

송원백화점. 제 3의 물결. 1996년 08월. 김중태(www.dal.co.kr)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비가 자주 내린다. 나는 비가 내리면 상념에 잠겨 즐거운 추억을 기억해내며 빙긋빙긋 웃는데 남들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를 보면서 부장님은 세차했는데 비가 온다고 투덜대고, 누구는 우산도 안 가지고 나왔다면서 걱정하고, 장독대 걱정을 비롯한 온갖 걱정거리가 수북하다. 특히 여자들은 비가 반갑지 않은가보다. 해수욕장에서 비가 내릴 경우 남자들은 희희덕거리면서 고스톱판과 술판을 벌이는데 여자들은 자신의 몸매를 뽐낼 기회가 사라진 까닭인지 그로 인해서 남자를 구할 기회가 줄어든 까닭인지 대부분 짜증을 낸다. 주부들도 빨래를 널 수 없어서 걱정, 옷이 눅눅해질까봐서 걱정. 온통 걱정 뿐이다.

컴퓨터도 비를 싫어하기는 마찬가지. 습기가 많을수록 컴퓨터에게 불리하다. 특히 컴퓨터통신을 하는 사람은 벼락 치는 날을 주의해야 한다. 벼락이 전화선을 따라 흘러들어 컴퓨터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번개와 벼락이 많이 치는 날에는 전원코드나 전화코드를 빼놓는 것이 좋다.

장마가 지나면 못쓰게 되거나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애물덩어리들을 처분하게 된다. 애물덩어리 중에서 가장 속상하게 하는 애물덩어리는 비싼 돈 주고 산 컴퓨터인 경우가 많다. 몇 백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가 사용도 못하고 버리는 컴퓨터. 그러나 아이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다시 몇 백만 원을 주고 구입한다. 만약 이전에 사용하던 컴퓨터를 버리고 새로 몇 백만 원 짜리 컴퓨터를 구입하려는 주부가 있다면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판올림(업그레이드)을 하면 새로 사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좋은 성능의 컴퓨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이 일하는 우리 사무실의 유은정씨는 200만원이나 주고 뉴텍컴퓨터의 486SX-25 기종을 구입했으나 컴퓨터를 잘 몰랐기 때문에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 이제 컴퓨터를 좀 알게 되어 사용하려고 보니 아래아한글이나 윈도우즈, 씨디롬타이틀이 안돌아가는 구닥다리로 변해있다. 이것을 중고로 팔면 30만 원 정도 받을 수 있고 새로 멀티미디어 컴퓨터를 산다면 200만 원은 족히 드니 적어도 150만 원 정도를 더 투자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나와 함께 이리저리 힘쓰고 상담한 결과 50만원대에서 멀티미디어 PC로 판올림을 했다.

이전에 사용하던 컴퓨터에서 하드디스크, 플로피디스크, 키보드, 모니터 등은 그대로 사용이 가능하므로 몇 가지 부품만 새로 산 것이다. CPU와 램, VGA카드와 최상급의 메인보드, 나무 질감의 예쁜 껍데기를 새로 사는데 61만원이 들었다. 그리고 중고 고속모뎀을 2만원 주고 샀고 5만원에 씨디롬드라이브, 사운드카드를 구했기 때문에 모두 들어간 돈은 68만원. 이전에 사용하던 본체와 램을 17만원 주고 팔았으니 51만원으로 새로운 컴퓨터를 장만한 셈이다. 애물단지인 486sx가 졸지에 램 16메가와 2메가 VGA카드를 장착한 펜티엄100 짜리 멀티미디어 PC가 된 것이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486DX66보다 배 이상 좋은 컴퓨터를 집에서 사용하게 되어서인지 요즘 유은정씨는 늘 흐뭇한 표정이다. 새로 샀으면 200만원이 투자되었을 것을 50만원 정도에 장만했으니 흐뭇할만도 하다.

이제 집에 있는 애물단지는 서른 두 살 먹은 오빠와 서른 살 먹은 언니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수 없이 맞선을 봐도 신통치 않고 나이는 자꾸 먹고. 그래서인지 어머님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사고 쳐서 결혼한 남녀를 보면 "우리 아들 딸은 정숙해서" 하고 말씀하시더니 요즘은 그런 집을 부러워하면서 "남들은 툭 하면 사고를 친다는데 니들은 뭐가 모자라서 사귀는 사람도 없냐?"고 닥달한다. 올초까지는 아무나 데려오면 무조건 결혼시켜 준다고 하시더니 이제는 누구하고 사고를 쳐도 좋으니 빨리 결혼만 했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푹푹 쉰다. 오빠와 언니를 보면 속 상하다면서 "나는 일찍 결혼해서 효도해야지" 하고 다짐하는 우리 유은정씨 나이도 어느덧 스물 일곱. 조금 더 있으면 유은정씨 집안의 애물단지가 하나 더 늘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간 사람이나 컴퓨터나 애물덩어리는 처분해야 하지만 이를 처분하는 방법은 집안 사정에 따라서 조금씩 다를 것이다. 만약 집안에 있는 컴퓨터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비싼 돈을 주고 새로 사기보다는 이미 있는 것을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해보는 것이 좋다. 보통은 몇 가지 부품을 바꾸는 것으로 훌륭한 컴퓨터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사용하던 모니터나 플로피디스크, 키보드 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데 이를 폐기처분하고 새것으로 사는 것은 낭비다. 컴퓨터가게에서 판올림에 대한 상담을 해주니 함께 상의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쓸만한 컴퓨터를 재장만하는 것이 좋겠다.
송원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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