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보급이 늘면서 많은 사람이 컴퓨터오락을 즐기고 있다. 전자오락실은 젊은 세대들만 즐기는데 비해 컴퓨터오락은 나이가 꽤 든 중년의 어른도 많이 즐긴다. 그만큼 컴퓨터오락은 재미있고 사람들을 푹 빠지게 하는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
내가 아는 후배 사무실의 부장은 심시티라는 도시건설 게임에 푹 빠져버렸다. 이 오락은 허허벌판에 신도시를 건설해나가는 것이 목표인데 제대로 된 예쁜 도시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소방서를 제대로 안 지으면 도시에 불이 나서 건물이 잿더미가 되어버리고 상업지역을 제대로 개발 안하면 세금이 적게 걷혀 도시가 가난해진다. 도시의 구성요소와 건설 비용, 비용 마련 방법, 시간, 시의 정책과 계획이 잘 맞아야 제대로 된 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 그래서 심시티게임으로 시장을 선출하자는 주장이 있을 정도다.
처음에는 게임하는 법이 어렵다고 투덜대던 부장이 어느 정도 게임하는 법을 알자 부장실에서 나오지 않고 게임에만 몰두한다고 한다. 덕분에 직원들은 한결 마음 편하게 근무할 수 있는데, 가끔 부장실에서 '에이~!'하는 욕지거리와 화나는 소리가 나면 도시에 지진이 났거나 화재가 나서 건물이 무너진 것이다. 그러면 곧 부장이 벌건 얼굴로 부장실을 나와 사무실을 한 바퀴 돌아보고 들어간다고 한다.
이 부장이 푹 빠진 심시티 같은 게임을 시뮬레이션게임이라고 하는데 시뮬레이션이란 모의훈련을 뜻한다. 애초 시뮬레이션은 비행기를 타지 않은 상태에서 비행기를 탄 것 같은 훈련효과를 내거나 가상전쟁 상황을 만들어서 여기에 대비한 훈련을 하기 위한 군사적인 목적으로 활용하던 기술이다. 이것이 컴퓨터오락으로 인용된 것이 시뮬레이션게임이다.
수호지나 삼국지 게임은 당시의 중국 지리와 문화, 환경, 군사력, 인물을 토대로 만들었으며 나라를 통일하는 것이 목적인 게임이다. 소설책과 다른 점은 소설에 나온 인물과 상황들이 컴퓨터게임에서는 살아서 움직인다는 점이고 결말도 다르다는 점이다. 1996년도 최고의 히트 게임인 '커맨드앤드퀀커'라는 오락은 시간까지 실제상황까지 동일하게 진행되는 실시간 게임이다. 이런 게임은 역사와 인물의 성격을 파악해야 하고, 올바른 판단력과 폭 넓은 상식을 갖추어야만 게임을 끝낼 수 있다.
컴퓨터오락이 지닌 이런 오락적인 재미와 훌륭한 교육효과 때문에 요즘 나오는 교육용 프로그램은 대부분 게임형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또 게임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 때문에 요즘 젊은 세대는 컴퓨터오락을 좋게 보는 편이지만 아직도 나이 드신 부모 중 상당수는 컴퓨터오락을 좋지 않게 생각한다. 그래서 자녀들이 전자오락실에 가거나 집에 있는 컴퓨터로 오락하면 혼을 내기 일쑤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전자오락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들이 전자오락에 빠지면 공부를 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전자오락이 어린이의 정서를 해친다는 편견도 어느 정도 곁든다.
그러나 칼이 쓰임새에 따라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도구나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사물이나 현상 자체에는 선악의 개념이 없다. 컴퓨터 역시 선악의 개념이 없는 기계이다. 자동차나 컴퓨터 모두 잘 쓰면 인간을 편하게 해주는 기계가 될 수 있지만 범죄에 활용하면 수 많은 인명 피해를 낼 수 있는 기계이다. 컴퓨터오락 역시 잘 쓰면 어떤 것보다 좋은 교육수단이 될 수 있으나 잘못 쓰면 어떤 것보다 나쁜 교육수단이 될 수 있다.
컴퓨터오락이 어린이에게 사행심과 퇴폐성, 폭력성을 심어줄 수도 있다. 그러나 딱딱한 컴퓨터와 친해지는 가장 좋은 수단이기도 하며, 창의력과 추리력 등의 지적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훌륭한 교육수단이기도 하다. 또한 컴퓨터오락이 주는 재미를 통해 많은 스트레스를 해소시킴으로써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컴퓨터오락 역시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서 두 가지 상반된 면이 있어 부모들은 혼란을 겪는다. 자녀들이 컴퓨터오락에 매달리는 것을 좋게 볼 것인가 나쁘게 볼 것인가? 막을 것인가 놔둘 것인가?
막아서도 안되지만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컴퓨터오락을 못하게 막는다는 말은 비디오테이프나 책을 못보게 막는다는 말과 같다. 그러나 부모가 막는다고 해서 비디오나 책을 못보게 할 수는 없다. 또한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비디오테이프와 책이 있는 반면에 좋은 내용의 교육용 비디오테이프와 책도 있다. 폭력적인 만화가 있는 반면에 예절이나 역사를 재미있게 엮은 만화도 있다.
컴퓨터오락을 못하게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컴퓨터오락을 안할리가 없다. 오히려 오락을 못하게 통제할수록 아이들은 반발심리에 의해서 비뚤어진 길로 나갈 위험성이 더 크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내리는 결론은 하나다. 어차피 컴퓨터오락을 할 수밖에 없다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오락 대신 아이들의 지적능력과 정신건강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좋은 오락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이끌어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