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에는 새로운 개념의 PC가 많이 선보였다. 네트워크컴퓨터(NC)와 휴대형PC(HPC), PDA, 음성인식기술을 이용한 PC 등이 선을 보였는데 보급단계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대신 노트북 컴퓨터의 보급이 두드러졌다. 노트북컴퓨터는 공책만한 크기의 컴퓨터를 말한다. 팜탑컴퓨터와 펜컴퓨터, HPC, PDA 등은 노트북보다 작지만 전자수첩처럼 너무 작다보니 글판(키보드)이 작아져서 자료입력이 매우 힘들다. 이런 이유로 두 손으로 타자칠 수 있고 데스크탑컴퓨터와 성능 차이가 거의 없는 노트북컴퓨터가 인기 있는 것이다.
나도 얼마 전에 쓸만한 노트북컴퓨터를 한 대 샀는데, 비슷한 시기에 노트북을 산 내 주변사람들은 필요이상으로 돈을 투자했다고 많은 후회를 했다. 이처럼 견물생심의 마음으로 노트북을 충동구매하면 비싼 돈 주고도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므로 혹시 남편이 노트북을 사야 한다고 말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곰곰 같이 따져보기 바란다.
첫 번째로 노트북이 정말로 필요한지 따져봐야 한다. 사람들 앞에서 노트북을 턱 하니 펼쳐보이면 조금은 뿌듯한 마음이 들고,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노트북에 대한 욕심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노트북이 필요한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요즘은 어느 곳에 가더라도 컴퓨터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하고 집에 컴퓨터가 있다면 노트북을 쓸 수 있는 시간은 출퇴근 시간밖에 없는 셈인데 출퇴근 버스에서 컴퓨터를 두드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노트북이 있으면 많은 일을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노트북을 쓸 일이 거의 없는 것이다. 집에 컴퓨터가 없는 사람은 데스크탑 컴퓨터 대신 노트북을 구매하기도 하는데 내 주변사람 중에서 노트북을 먼저 구매한 사람들은 모두 데스크탑을 다시 사는 이중투자를 했다. 노트북이 데스크탑을 대신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트북이 정말로 자신에 필요한가 수 백 번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이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에 한 시간을 넘지 않는다면 구입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구입을 결정했다면 꼭 필요한 기능을 갖춘 가장 싼 노트북으로 구입해야 한다. 막연하게 쓸만한 것을 사야지 하고 나가보면 대부분 원래 예산보다 비싼 것을 구입하게 된다. 노트북컴퓨터의 구매형태를 보면 자동차 구매와 비슷하다. 자동차 가격은 차종별로 오십 만원에서 백 만원 정도의 차이를 두고 있는데 영업사원이 몇 마디 하면 원래 사고자 하던 차종보다 몇 단계 위의 차종을 덥썩 산다. '백만 원만 더 주면 아반떼 대신 소나타 1.8을 살 수 있는데.' '백만 원만 더 주면 소나타 1.8 대신 2.0을 살 수 있는데.'하는 식으로 조금씩 욕구가 올라간다. 노트북컴퓨터도 십 만원 단위로 가격과 성능이 차별화되어 있어 원래의 예산보다 많이 투자하기 쉽다.
근래에 400만원을 주고 노트북을 구입한 한 친구는 한 달에 50만원씩 할부금을 내야하는데 월급장이에게는 큰 부담이라서 부인이 한숨만 폭폭 내쉬는 중이다. 그러다가 내가 90만원을 주고 컬러노트북을 샀다고 하자 그렇게 싼 노트북컴퓨터도 있냐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노트북이 50만원에서 천 만원 대까지 다양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음을 몰랐던 모양이다. 그러므로 값비싼 최신형 노트북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의 업무에 필요한 노트북을 사도록 미리 마음 속으로 사양을 결정해두어야 한다. 노트북은 대부분 워드프로세서나 자료검색 업무 위주로 사용하므로 486 정도만 되어도 충분하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펜티엄150 CPU가 장착된 노트북을 몇 백 만원씩 주고 구입하는 것은 과소비라 할 수 있다.
노트북을 살 때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은 휴대성이다. 많은 사람들이 노트북 무게만 생각하고 손쉽게 들고다닐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착각일 수 있다. 노트북만 달랑 가지고 다니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5kg 짜리 노트북이라면 충전기(어댑터)와 케이블 등의 주변장치와 가방이 필요하고, 여기에 수첩, 서류, 책 등의 일상용품을 넣고 다니므로 적어도 8~10kg 정도는 나가기 마련이다. 1리터 크기의 대형 우유팩 8~10개를 들고 다닌다고 생각해보라?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거의 매일 같이 씨디롬과 모뎀을 사용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씨디롬과 모뎀은 외장형으로 별도 구매하는 것이 좋다. 주변장치를 외장형으로 구입하면 내장된 것을 구입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며, 다른 노트북에도 사용할 수 있어 좋다. 또한 더 좋은 주변장치로 손쉽게 바꿀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필요없을 때는 안 가지고 다닐 수 있어서 좋다.
내가 산 노트북은 1.8kg이 안되는 무게에 DSTN의 컬러화면, 486DX-66의 CPU, 사운드카드와 마이크 내장, 4MByte의 램, 250Mbyte의 하드디스크가 달린 것으로 가격은 90만원이다. 사무실에서 프로그램 개발과 그래픽 작업용으로 사용하는 데스크탑컴퓨터도 486DX-66임을 생각해보면 성능면에서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부족한 램과 하드디스크는 좀더 확장하면 된다. 성능은 충분하면서도 작고 가볍기 때문에 매일 가방에 넣고 다닌다. 반면 나랑 비슷한 시기에 노트북을 산 이서방은 며칠 들고다니다가 무겁다고 투덜대더니 요즘은 노트북을 집에 두고 출근한다. 300만원이 집에서 썩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혹시 올해 노트북을 살 의향이 있는 분은 '노트북은 무엇보다도 가볍고 싼 제품을 사는 것이 최고'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명심하는 것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