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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컨텐츠로 돈 버는 방법에 대해 한 수 배우다



IT문화원 컬럼. 2002년 09월 19일. URL: http://www.dal.kr/col/youzin/jn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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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컨텐츠로 돈 버는 방법에 대해 한 수 배우다 2002/09/19

작성자 : 정유진
작성일 : 2002/09/19 08:10 (2002/09/19 08:11)

2002년 9월 12일 목요일. 아이비즈넷 버전 3.0 런칭 기념 세미나에 참석했다. 아이비즈넷과 인연이 깊은 나로서는 참석하지 않을 수 없는 행사.

세미나와 뒷풀이 자리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2번째 세션 김중태 선생님의 강의였다. 분위기 외모 옷차림 등등의 이유로, 84학번이라고 하시는데도 '선생님' 소리가 절로 나온다. :-)

김중태 정유진 사진

알고보니 이 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컬럼니스트 인데도 난 이 분을 그 날 처음 알게 되었다. 앞 뒤 강의하신 분들은 파워포인트로 빽빽히 자료를 만들어 붙이셨는데, 달랑 제목만 주욱 늘어놓은 A4 1장짜리 강의안을 보고 동물적 감각으로 '뭔가 범상치 않음'을 느꼈다. 왠만한 내공 아니면, 그래도 전문가 집단이란 데서 강의하는데 달랑 1장짜리 제목장사 자료를 내놓지는 못한다. 사기꾼 아니면 고수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 정도면 어느 쪽이든 흥미롭다.

'IT산업의 실패와 성공'이라는 제목을 단 강의는 왜 철도 바퀴의 간격이 1.43m 인지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을 그 설명을 하시더라. 에잇, 이거 뭐냐...속았다. 특히 유진이처럼 버티컬하고 주제 집중적인 인간형에게 이런 식의 제멋대로 풀어헤침은 쥐약이다.

심지어 발표는 준비해 온 그 한 장 짜리 자료의 순서와도 맞지가 않았다. 하지만, 서론에서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간 본론에서 난 연신 "캬.."를 연발하고 있었다. 멋지다. 정말, 멋지다. 어떤 논리적인 맥락없이(?) 편안하게 이 얘기 했다 저 얘기 했다, 왔다갔다 하시는데, 난 고딩 수험생처럼 받아 적느라 정신이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유진이로 하여금, 이 편안한 인상의 빛나리(죄송~ ^^) 선생님께 멋짐을 연발하게 하였는가.

무엇보다, 이것은 성공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답없이 논리적이기만 한 분석이 아니다. 대한민국 이 사회에서 정말로 무엇이 성공했고, 어떻게 성공했고, 어느 정도의 돈을 벌었는가에 관한 현실적인 이야기다.

서울 시스템 폰트의 예. 컨텐츠 비즈니스, 무엇을 해야 돈을 버나에 대한 하나의 사례.
이 회사는 조선왕조실록을 CD롬으로 제작해 500만원에 팔았다고 한다. 누가 조선왕조실록 CD를 500만원 주고 사냐, 미쳤다고 할 판이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제작에 엄청난 돈과 자원이 들어갔다고 홍보했지만, 폰트 회사니 폰트는 가지고 있었고 들어봐야 입력비 정도 밖에 들일 것이 없다. 사람들 데려다 쌔리 노가다 시키는 비용 한 2,3억 정도?

문제는 누가 이 제품을 살 것이냐 이다. 그게 기가 막히다. 대학에는 멀티미디어 구입비라는 것이 책정된다고 한다. 대학별로 한 해에 5억-10억 정도의 예산이 편성되어 CD롬 사는데 쓰인단다. (물론 CD롬만 사진 않겠지?) 그런데, 대학 정보화 지수라는 게 있어서 이 양을 못 채우면 그게 떨어진단다. 돈은 있는데, 다 쓸 수가 없는 형국이다.

이런 대학에게 조선왕조실록 CD롬은 눈이 번쩍 뜨이는 아이템이다. 예산도 쓰면서, 생색 내기도 좋고, 네트워크에 걸어놓으면 영인본과 달리 도난, 손실의 우려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다. 그런 판단으로 서울대가 구입을 하니, 연대 고대에서도 구입을 하고 그러면 우리 나라 왠만한 대학들은 다 사야 한단다. 그렇게 이 CD롬이 600개가 팔렸단다. 벌어들인 돈 총 30억.

2,3억 들여 30억 벌었으니, 이게 바로 장사다. ROI 졸라 높다. 10~15배 가까이...

이 후, 담당자들이 퇴사하여 누리 미디어라는 회사를 만들어 고려사, 삼국사기, 삼국유사 쭈욱 만들어 장사 잘 했단다. 금방금방 만들어, 금방금방 팔아 돈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다. 김중태 선생님은 돈 벌려면 한샘 국어, 정석 수학 디지털화해서 팔면 된다고 말한다.

이것은 컨텐츠 비즈니스에서 "정보가 아닌 자료적 가치가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라"는 명제의 보충 사례다. 정보와 자료는 information과 data의 차이다. 난 이 말에 적극 동감한다.

온라인에서는 업데이트가 중요하다, 늘 신선한 컨텐츠가 올라있게 하라는 말들을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건 정말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방문자 많은 활발한 사이트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유료화를 염두에 두었을 때, 문제는 전혀 달라진다. 이 신속히 업데이트된 정보에 과금을 설득 하기란 정말로 힘이 든다. 유진이는 예전에 같은 내용을 'DB적 컨텐츠가 돈이 된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이 밖에도 신선한 성공 사례들이 쏟아져 나왔다. 예전에 MBC에서는 한 3억 들여 허준 CD를 100만장 무료로 뿌렸단다. 허준으로 돈을 많이 벌어, MBC가 생색을 좀 내는 건가? 가 아니고 이 CD에 KTF가 10억짜리 광고를 붙였다. CD 뿌리며 좋은 소리 듣고 7억 남기는 장사한 셈이다. 메디 TV에서 월정액 10,000원으로 전문 의료인들을 위한 방송을 한단다. 의사들이 10,000원씩 내고 이 방송을 보겠느냐?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돈은 제약회사에서 내 준단다.

세미나 뒷풀이에서는 유치원 웹사이트 구축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캠으로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찍어 학부모들에게 보여주는 서비스. 그런데 이거 만들어 준다고 유치원 원장에게 몇 백만원 내라고 하면 그 돈 안 낸다는 얘기다. 대신 학부모들에게 월 10,000원씩만 내면 우리 아이 노는 모습 집에서 보여준다고 하면 그거 싫다고 할 부모 없다는 거다. 비록, 허접한 영상에 회선 상태 안 좋아 띡띡 로보트 처럼 끊어지는 모습이라도, 우리 아이 잘 노는 모습 볼 수 있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돈은 어떻게 받나? 만원씩 매달 따로 내게 하는 게 아니라 유치원측과 상의해 이런 옵션이 있는데 이걸 하면 매달 유치원 비에서 2만원이든 5만원이든 더 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유치원도 좀 떼고, 업체도 좀 떼고. 이것들은 '돈 내는 사람이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라'는 맥락이다.

'돈 낼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라'에 대한 사례도 재미있다. 더존이라는 회사에서 나온 회계 프로그램이 전체 시장의 8,90%를 차지하고 있단다. 성공의 이유는? 제품이 너무 좋아서? 전혀 아니다. 프로그램만 놓고 보자면, 회계사라는 회사에서 나온 '개성상인'이라는 회계 프로그램이 훨씬 더 완성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대신 더존은 예쁜 도우미 아가씨들을 데리고 죽어라 회계사들만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예쁜 도우미 아가씨들이 3일이고 4일이고 붙어 앉아 프로그램 사용법을 직접 가르쳐 주었단다. 회계사란 사람들은 컴의 컴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프로그램에 익숙해지니 다른 아무리 좋은게 있어도 거들떠도 안 보고 주구장창 이 제품만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팔 때도 설치고 뭐고 할 필요없이, 컴퓨터에 아예 프로그램을 다 깔아놓고, 설치고 뭐고 할 필요없게 백 얼마씩 받고 컴이랑 같이 팔았단다.

이런 재미있는 사례들로 1시간이 꽉 채워졌다. 나도 컨텐츠 비즈니스 어쩌구 하면서 글 많이 썼지만 이런 접근은 못했다. 오프라인에 대한, 우리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런 김중태 선생님이 요약한 유료화 컨텐츠의 요건은 다음 네 가지 이다.

1. 돈을 만들어 주는 컨텐츠
: 증권, 부동산, 재테크 정보 같은 것.

2. 어쩔 수 없이 사야 되는 컨텐츠
: 조선왕조 실록 같은 것.

3. 돈을 대신 내 주는 사람이 있는 컨텐츠
: 메디 TV, MBC의 허준 CD 등

4. 볼 맘이 없어도 사는 컨텐츠 (잘 기억이 안난다.. -_-;;)

김중태 선생님의 홈페이지에 가서 다른 컬럼들을 읽어보았다. CNet의 <분석과 전망>이라는 컬럼의 몇몇 헤드라인이 눈에 띈다.

:: 김중태 선생님 홈페이지 Help119.com

아마존이 다음, 네띠앙과 다른 이유 (2000.04.10)

결국은 인터넷방송국도 공중파방송이 장악한다
: 인터넷 방송 붐으로는 난리가 났단 2000년 4월에 쓴 컬럼

SK텔레콤, BC카드, 롯데백화점이 최대의 포탈사이트로 떠오른다 (2000.06.23)

지금은 대부분 이해하고 있지만, 2000년 4,5월에 누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다들 독특한 아이디어, 상장에만 눈이 부리부리했던 그 때. 김중태 선생님의 시각은 이미 온라인은 오프라인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온라인이라고 별다르게 보는 것이 아니라, 아주 상식적인 경제의 법칙과 인간 행동, 욕구에 기반한 전망들이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yes와 no가 명쾌하다는 점이다. 장점과 단점을 줄줄이 늘어놓다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식의 애매한 결론으로 끝맺지 않는다. 맞건 틀리건 이건 이래서 돈을 벌거고, 이건 이렇게 성공할 거고, 저건 저래서 망할 거다가 분명하다. 힘이 있다. 이런 힘있는 의견들이 나와야 충돌도 되고, 자극도 되고, 도움이 된다.

그렇게 유진이는 또 한 수를 배웠다. 그대, 무림을 떠도는 한떨기 청초화여...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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