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에 눈이 내리면
사람은 길을 잃고
산은 제 모습을 잃는다.
소복소복 내리는 탐스러운 빛은
후배의 웃음 끝에서 예쁘게
녹아내리고
산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 뒤를 따라온다.
내딛는 걸음마다
산도 함께 오르고.
남매탑 덮은 전설이 더운 입김으로 살아나는 듯
동학사 풍경소리 눈발에 들리는 듯
고개 돌려
돌아보면
계룡산과 맞닿은 산 모두 계룡산 되고
계룡산과 맞닿은 하늘 모두 계룡산 하늘이 되었구나.
저 멀리서 산을 오르던 사람들은
벌써 계룡산이 된 듯
자취를 감추고.
입을 벌리고 망부석이 된 나도
예쁜 손 내밀어 따스함을 전해주는 후배도
전설처럼
계룡산에 남고싶다 하니
눈 내리는 계룡산에서는
모두가
갈 길을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