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눈동자 휘날리며
바람처럼 언덕을 달리던 미소.
발그레 물든 호흡으로
손을 꼭 잡아주던
한 소녀가 있었다네.
싱그러운 풋내음에 가슴 가득한 두근거림.
세상 끝까지 소녀를 지켜줄
늠름한 웃음으로
햇살 속에 우뚝 서 빛나던
한 소년이 있었다네.
소녀는 마을을 떠나
숙녀가 되었다네.
싱그러운 향기도
투명한 아름다움 되었다네.
소년도 자라나
청년이 되었다네.
맑기만한 가슴도
소년 따라 자랐다네.
밤마다 소녀를 만나러 잠이 드는
한 소년이 있다네.
언제나 언덕나무에 기대던 풀벌레 소리.
풀냄새로 몸을 두른
한여름 꽃을 본다네.
말 없이 바라만보다 까르르 부서지는
햇살을 본다네.
손을 모아 꽃 속에 묻혀버린
소녀의 귓속말을 듣는다네.
꿈이 자랄수록
사랑도 자랐다네.
소년은 마을을 떠나 넓은 하늘을 품었다네.
모든 것이 많을수록 좋다지만
이성간의 사랑은 하나일수록 좋은 것.
참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소녀의 얘기를 들었다네.
오늘도 가슴 가득한 두근거림.
언덕 밑에 피던 들국화향 한 아름 안고
가을 햇살처럼 문을 여는 소녀를 본다네.
귀밑머리 날리는 숨가쁜 소리 가다듬으며
소녀도 말없이 소년만 본다네.
그대가 별빛 모으며 눈을 빛내던 그때의 소녀였던가?
그 소녀가 이토록 아름답게 변했던가?
오늘은 소년이 먼저 손을 잡아주었다네.
"안녕! 오랜만이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방긋 웃는 소녀의 눈망울에
젖어드는 투명한 반짝임을
소년은 처음으로 보고 말았네.
오늘은 숙녀를 만나러 잠에 드는
한 청년이 있다네.
언제나 언덕가로 피오르는 하늘빛 아지랑이.
분홍빛 향기로 가슴에 기댄
진달래의 속삭임을 듣는다네.
세상 끝까지 숙녀를 껴안아줄
봄날의 따스함이 눈을 감겨준다네.
그들의 사랑은 꿈처럼 영원할 것이라네.